MEET THE CEO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김덕규
예술을 통한 다리 놓기
지역-청년-과학을 연결하며, 지역 공연장만의 해법 찾기
김덕규(1958~) 목원대학(학·석사)과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한 후 중부대 교수(예술대학장 역임)로 재직했다.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예술감독·상임지휘자로 재직했으며, 미국 남가주대(USC) 합창지휘과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2023년은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이 개관 20주년을 맞은 해였다. 같은 해 4월, 제8대 관장으로 취임한 김덕규는 세 개의 키워드(지역-청년-과학)를 내세웠고, 대전예당을 기반으로 연결 중이다. ‘함께 하는 운영철학’이라 해야 할까.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청년 음악가와 예술가들과 ‘함께’, 그리고 예술과 과학이 ‘함께’ 하는 길을 만들고 이정표를 부지런히 심고 있다. 김덕규 관장을 만나 지금과 미래를 위한 시간을 들어보았다.
상반기에 준비한 공연들을 꼼꼼히 선보여야 하고, 내년을 위한 기획과 예산 수립에 모든 공연장이 바쁘게 돌아갈 때입니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요?
대전예당도 내년 기획공연 구성과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내년의 기획 공연과 프로젝트들을 잘 만들기 위해, 올해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입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이 아른거리고요(웃음), 카이스트와의 공연은 물론 내년 아시아태평양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총회 준비로 바쁩니다.
대전예술의 미래 키워드-지역·청년·과학
대전예당이 대전의 예술 환경을 책임져온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오래전 대전에는 마땅한 공연시설은 물론 관객 저변도 넓지 않아 공연예술의 불모지라는 오명이 있었습니다. 물론 대전시민회관과 상주한 5개의 시립예술단체와 소극장 연극이 있었지만, 음향·조명·무대세트 등이 제대로 갖춰진 공연장 시설이 없었으니, 전막 오페라나 발레를 대전에서 관람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03년 대전예술의전당 개관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러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무엇인가요?
2004년 로린 마젤이 이끄는 뉴욕필하모닉이 대전을 방문했을 때 ‘서울에 가지 않아도 이런 공연을 대전에서도 볼 수 있구나’라고 감탄했습니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을 선보였는데, 대전시민들에게 ‘신세계’를 선물한 공연이었어요. 스위스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도 2005년에 대전에 단독 공연으로 찾았을 때 여러 시민이 그 감동을 나눴습니다.
기관장들마다 공연장을 둘러싼 도시 환경을 읽고, 이를 공연 콘텐츠에 녹여 넣습니다. 그렇다보니 기관장의 슬로건이 곧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대변하는데요. 취임 후 제시하고 진행하고 있는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취임하면서 강조한 키워드는 ‘지역’ ‘청년’ ‘과학’입니다. 지역의 청년예술인(39세 이하)들로 대전아트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창단했고, 단원을 50명에서 80명으로 증원했습니다. 콘서트 오페라 ‘라 보엠’도 지역 청년들로만 출연진을 구성(오디션 선발)해 그 의미를 잘 살렸습니다. 사실 많은 예산이 소용되지만, 지역 청년음악가들에게 연주 활동의 기반을 제공해서 뿌듯합니다. 2004년부터 선보여온 스프링페스티벌도 지역 음악가들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 중입니다.
특히 대전은 광역시 중 음악대학과 음악과를 보유한 대학들이 많았습니다. ‘청년’을 위한 프로젝트도 이러한 환경과 연관되어 있겠죠?
지역 대학 출신의 젊은 음악인들이 많은데, 그들을 위한 무대는 많지 않다는 점부터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청년 오케스트라의 창단과 증원에 걸맞춰 내년에는 50여명 규모의 합창단 창단을 준비 중입니다. 썸머뉴아티스트콘서트, 유니버스타 콘서트 등 신진발굴 프로그램으로 젊은 음악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지금은 ‘아벤트’ 시리즈로 새 예술가들을 계속해서 찾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노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고민을 꾸준히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학 도시에서 행하는 예술 디자인
대전은 1992년 준공된 대덕연구단지, 1993년 대전엑스포로 1990년대에 과학기술 도시로 자리 잡았고, 2000년대부터 예술과 함께 새로운 상상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과학’을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를 실현하고자 카이스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마스터클래스, 실험공연 등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카이스트와 공동주최로 녹음 엔지니어 리차드 킹 교수와 몰입형 녹음기법에 관한 국제워크숍을 해서 130여 명의 참여자와 함께 했습니다. 9월에는 카이스트 4개 연구실과 협업해 AI 피아노를 비롯해 여러 과학기술(뇌파 동기화, 이머시브 사운드, 모션 캡쳐)을 활용한 공연 ‘X-Space’(9.28)을 선보입니다.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예술을 통해 실현하는 시간이고, 또 실천 과제이기도 하죠.
다른 도시에 비해 대전은 대덕연구단지로 대변되는, 공연예술 전문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가요?
연구원들 중 음악이나 특정 장르의 공연 마니아가 많은 것은 사실이고, 대전예당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죠.
2023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가 내년에 대전에서 열립니다. 작년 총회에 참석하여 강조한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총회를 대전에서 개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AAPPAC는 아태지역 20개국 46개의 대표공연장과 36개의 예술단체로 구성된 협회로 공연예술 현안과 발전, 회원기관 교류를 목적을 하고 있습니다. 대전 개최를 위해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강조했는데, 그 내용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총회 개최는 공연예술발전의 방향성 모색과 지역 예술의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강조한 예술과 과학의 도시를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준비 중입니다.
끝으로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공연장을 통한 예술의 감상보다 스타 중심의 대중음악에 관심과 취향이 기울고, 시민과 학령인구의 감소는 사회적 문제를 넘어 공연장 입장에서도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날에는 취향이 다양해지고 즐길 거리가 과거에 비해 넘쳐나 굳이 공연과 공연장이 아니어도 취미생활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봉착한 현실이 곧 공연장의 임무라 생각합니다. 공연예술의 다양성과 공연장만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말이죠.
글 송현민(편집장) 사진 대전예술의전당
PREVIEW
대전예술의전당이 선사할 ‘그랜드’한 예술과 재미
대전예당은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대전엑스포시민광장,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한밭수목원, 둔산대공원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공연장이다. 8월에는 대전예당의 원형극장을 열어 재즈·레게·블루스·국악 등이 어우러진 ‘빛깔있는 여름축제’(8.15~17)를 선보인다. “기초예술의 발전을 위한 공연장의 방향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공연장 문턱을 체감하는 시민들도 많습니다”라며 준비한 문턱 낮추기 공연이다.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11.6~10)은 “국내외 내로라하는 젊은 음악인들을 대전으로 초청”하는 시간이다. “국내외로 촉망받는 39세 이하의 연주자들의 리사이틀, 실내악, 오케스트라 등의 다양한 무대를 준비했고, 올해로 세계 무대 데뷔 30주년을 맞은 장한나 예술감독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경험을 활용해 페스티벌의 규모를 단계적으로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대전의 음악축제인만큼 과학기술을 접목한 여러 가지 실험적인 공연도 계획 중이다.
개관 이후 해마다 직접 제작하는 오페라와 연극도 대전예당만의 자랑거리이다. 올해는 베르디의 ‘운명의 힘’(10.16~19)을 홍석원 지휘와 이회수의 연출로 준비 중이다. “며칠 전 무대디자인을 검토했는데, 웅장하고 집중력 있는 무대가 나올 것 같아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그 외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9.26), 런던심포니와 유자 왕의 협연(10.5),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11.22·23), 베이스 연광철 독창회(11.29),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협연(12.21) 등의 무대가 펼쳐진다.
대전예당은 관객 개발을 위해 여러 아카데미도 진행 중이다. 영재를 발굴하는 음악영재아카데미,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교육공연 ‘무대속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 등 공연 감상을 위한 교육의 터전도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