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챈·프랭크 황, 음악의 입구에서 만나 정상에서 재회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8월 12일 9:00 오전

ANNIVERSARY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챈 프랭크 황

음악의 입구에서 만나 정상에서 재회하다

 

30주년의 세종솔로이스츠 ‘힉엣눙크!’가 떠올려 준 지난 날의 추억과 역사

매년 해외 다양한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하는 세종솔로이스츠(예술감독 강효)의 여름축제 ‘힉엣눙크!’가 올해도 돌아왔다. 올해의 특별한 점은 세종솔로이스츠가 30주년을 맞이했다는 것. 이를 위해 이번 공연에는 세종솔로이스츠에서 활동했으며, 현재는 교향악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음악가들을 파티로 초대했다.

지휘자가 없는 스트링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세종솔로이스츠는 수없이 많은 연주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현재는 타카치 콰르텟에서 활동하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역시 세종솔로이스츠와의 인연을 가진 대표적인 연주자이다. 이번 ‘힉엣눙크!’의 무대에 오르는 세종솔로이스츠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는 뉴욕필의 악장 프랭크 황,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악장 데이비드 챈, 몬트리올 심포니의 악장인 앤드류 완, 함부르크 필하모닉의 악장인 대니얼 조이다. 그중 작년에도 듀오 공연으로 국내 관객을 만났던 프랭크 황과 데이비드 챈과 함께 이번 연주에 대한 이야기와 지난 세종솔로이스츠의 추억을 나눠보았다.

 

데이비드 챈(1973~) 하버드와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했다. 1995년 휴 울프와 파가니니 협주곡 2번을 링컨센터에서 연주하며 뉴욕 데뷔, 현재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고 있으며,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두 분 모두 협연과 실내악으로 내한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을 전해주세요!

데이비드 제 아내가 한국인이고, 세 아이들 모두 한국어를 구사해서, 가끔 스스로가 한국인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한국에 오면 집에 온 듯합니다. 청중도 사람들도 매번 반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프랭크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죠. 청중이 매우 지적이고, 열정적인 곳이고, 공연이 끝난 후 이만큼 신나는 뒤풀이를 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악단의 악장으로 계시는데, 직장 자랑을 풀어주신다면요?

데이비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다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비교해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폭넓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모차르트·베르디·바그너 오페라 연주를 끝내고 그 주에 교향곡을 연주할 기회가 오는 곳이 없거든요. 제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입니다.

프랭크 뉴욕필은 무엇을 연주하든 항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매력적이죠. 지휘자가 음악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연주자를 돕고, 악단도 서로가 서로를 듣고 있는지 계속 스스로 확인합니다.

뉴욕필의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2023/24 시즌을 끝으로 뉴욕필을 떠났고, 현재는 한국의 서울시향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츠베덴 음악감독의 인상은 어땠나요?

프랭크 얍 감독은 우리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훌륭한 파트너였죠.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항상 더 아름다운 소리와 인상에 대한 확신을 추구했어요. 서울시향과도 좋은 협업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그들의 기억에 강하게 자리잡은 악단

줄리아드 음악원을 거치면서, 강효 교수와 인연을 쌓아 세종솔로이스츠의 멤버로 활동했습니다.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하며 남은 추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데이비드 이번에 함께 무대에 오르는 다른 악장들과는 친분도 있고, 악단의 비슷한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에서 동질감을 느끼지만, 무엇보다 세종솔로이스츠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프랭크 세종솔로이스츠에서 지내는 동안은 많은 추억이 쌓였죠. 전 세계를 여행하며 평생의 친구를 사귄 곳도 여기고, 때로는 하루에 7~8시간씩이나 되는 리허설에서 무척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함께 견뎌야 할 때도 있었어요. 정신적·육체적 강인함은 그런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게 지금의 경력에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세종솔로이스츠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인가요?

데이비드·프랭크 1996년 여름, 아스펜 페스티벌의 쇼스타코비치 체임버 심포니 연주!

두 분이 같은 공연을 꼽으셨네요?

프랭크 무대 위에서 모두가 하나로 뭉쳐졌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무척 흥분되는 순간이었는데, 마치 어떤 장벽을 뚫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 같았어요. 제가 악장으로서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경험이 제가 꿈꾸는 데에 연료가 되어줬기 때문이에요.

데이비드 당시는 세종솔로이스츠도 3살이 된 어린 단체였고, 함께 연주하는 법, 누군가는 리드하고 누군가는 따르는 법, 작은 인원으로 큰 효과를 내는 법을 익히기 위해 여러 번의 리허설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처음으로 완벽히 이루어진 순간이 바로 그 쇼스타코비치의 밤이었습니다.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강효 교수가 창단부터 지금까지 세종솔로이스츠의 예술감독을 맡아왔습니다. 그와의 잊지못할 추억은 무엇이 있나요?

데이비드 전 운이 좋았죠. 음악원에서 강효 선생님께 레슨을 받았거든요. 아름다운 소리를 내라고 항상 강조하셨는데, 이게 뻔한 소리 같지만, 악기를 정복하려고 하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은 그 중요한 걸 잊을 때가 있어요.

프랭크 강효 감독님은 세종솔로이스츠 리허설에 거의 항상 오셔서 저희 연주를 유심히 관찰하셨어요. 저희가 어려운 부분을 연습할 때는 항상 메트로놈을 꺼내시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뛰어난 리듬감이 역설적으로 얼마나 음악적 자유를 줄 수 있는지, 그 시절에 배웠었죠.

세종솔로이스츠는 지휘자가 없는 악단입니다. 지휘자가 없으면 더 자유로움을 느끼나요, 또는 연주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나요?

데이비드 지휘자의 유무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죠. 지휘자가 있으면 더 정밀해지지만, 없으면 더 유연해지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연주자들입니다. 좋은 연주자는 좋은 귀를 가졌고, 그것은 지휘자의 유무와 관계없이 타인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란 의미죠.

프랭크 소규모 단체에서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것은 참 매력적이죠. 우리 음악이 청중에게 더 의미 있도록 만드는 것을 우리가 결정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좋은 연주자는 어떤 규모의 악단에 있어도, 3중주, 4중주, 그 이상에서도 보고 듣는 능력을 동일한 수준으로 둘 수 있어야 해요.

 

4명의 수장이 한자리에!

프랭크 황(1978~) 2000년 하노버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클리블랜드 음악원,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2015년부터 뉴욕 필하모닉의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줄리아드 음악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공연에는 교향악단의 악장 4인(몬트리올 심포니 앤드류 완, 함부르크필 대니얼 조 포함)이 한 무대에 올라 작곡가 김택수의 ‘With/out’을 아시아 초연합니다. 이 작품은 앞서 5월 22일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세계 초연됐고, 두 분은 그 연주에도 참여하셨죠. 어떤 작품인지 미리 귀띔해 주세요.

프랭크 뉴욕에서의 초연은 성공적이었죠. 4명의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각자 솔로 부분이 주어지는 곡이에요. 물론 저희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연주하는 순간이 있고요.

데이비드 우리 시대의 작곡가는 새 작품을 쓸 때면 여러 도전을 해야 합니다. 음악이 너무 전통적이면 작품은 과거의 아류 취급을 받고, 너무 어려우면 성공하기가 어렵죠. 김택수의 작품은 전통적인 요소를 인용하여 자신만의 언어로 결합했는데, 성공적이었어요. 한국 관객도 분명 좋아할 겁니다.

악장만 4명이 모여서 연주하는 것 역시 특별한 일입니다. 앞선 공연에서 함께하는 분위기는 어땠나요?

프랭크 악장끼리 한 무대에 오르는 건 정말 귀한 일이죠. 각자가 가진 리더십의 방식은 다르지만, 함께 연주할 때 상황에 대한 인식이 매우 빨라서 어떤 음악적 문제가 생겨도 자연스럽게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었어요. 리허설도 매끄러웠고, 공연도 집중 있게 진행됐습니다.

무대 위의 파트너로서 서로에 관해서 말해 주세요!

데이비드 프랭크와 함께 공연하는 것은 정말 고집도 경쟁도 없는 편안한 시간이죠. 함께 연주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프랭크 데이비드와 세종솔로이스츠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그다지 겹치지 않아서 몰랐지만, 몇 년 전 다시 만났을 때는 음악적 삶에 대한 의견이 무척 비슷하다는 걸 알았죠. 그 뒤로 몇 번의 실내악 연주에서 듀오부터 8중주까지 다양한 작품을 함께하고, 마스터클래스와 지휘 공연도 함께하며 음악과 삶에 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무대에서 편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서로에게 신뢰가 쌓였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데이비드 씨는 이외에도 지휘자로서 세종솔로이스츠를 이끌 예정입니다. 지금도 아폴로 오케스트라 등에서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악장과 지휘자의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요?

데이비드 악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쌓은 경험을 활용할 기회는 지휘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또 교육자로 활동한 경험도 지휘에 많은 도움이 되었죠. 이렇게 다양한 경력을 쌓을 수 있어서 오히려 보람찹니다.

이의정 기자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