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THEME RECORD
오페라에 담긴 종교성
바그너 ‘파르지팔’
파블로 에라스 카사도(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 합창단/
안드레아스 샤거(파르지팔), 엘리나 가랑차(쿤드리) 외/ 제이 셰이브(연출)
DG 0736525(2 Blu-rays)
루에드 랑고르 ‘안티크리스트’
슈테판 질리아스(지휘)/
도이치 오퍼 오케스트라 & 합창단/
토머스 레먼(루시퍼), 아이린 로버츠(신비), 플루리나 스투키(창녀) 외/에르산 몬타크(연출)
Naxos 2110764(DVD), NBD0176V(Blu-ray)
초월적 존재에 대한 방대한 음악적 묘사, ‘신의 뜻’이라는 운명 아래 벌어지는 극적인 갈등 구조 등 종교는 언제나 오페라 명작 탄생의 밑거름이다.
바그너 일생의 마지막 작품인 ‘파르지팔’은 예수의 성배(잔)를 지키는 기사단을 중심으로 구원을 갈구하는 이들의 여정을 그린다. 지난해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제이 셰이브(1969~)가 새롭게 연출한 프로덕션은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무대로 화제를 모았다. 아쉽게도 영상에는 이러한 무대의 장면을 세심하게 볼 수는 없으나, 소책자에 무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지휘자 파블로 에라스 카사도와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의 바이로이트 데뷔이며, 호평을 받았다. 해당 프로덕션은 올해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공연 예정(7.27~8.24)이다.
루에드 랑고르(1893~1952)는 덴마크 출생의 작곡가로, 그의 오페라 ‘안티크리스트’는 생전에 초연되지 못했다. 연주 횟수는 적으나 오라토리오를 떠올리게 하는 규모가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다. 프롤로그에서 루시퍼가 신을 대항하는 적그리스도(안티크리스트)의 존재를 끌어올리면 2막 동안은 삶의 정신적 가치를 무시하며 파멸에 이르는 단편적 묘사가 나열된다. 막은 신이 루시퍼를 파괴하며 마무리된다. 연출을 맡은 에르산 몬타크는 거대 무대 장치, 나체를 그려 넣은 의상 등을 활용해 현대인이 공감할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023년 도이치 오퍼 실황이다.
허서현
여름 음악 여행의 도착지는 영국 or 미국?
대지, 대양, 대기: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영국 음악
라우라 판 데르 헤이든(첼로)/
BBC 스코티시 심포니 오케스트라/ 라이언 위글스워스(지휘)
CHANDOS CHSA5346
아메리칸 로드 트립
아우구스틴 하델리히(바이올린)/
오리온 웨이스(피아노)
Warner Classics 2173228790
보기만 해도 시원한 하늘이 담긴 음반들을 골랐다. 우연찮게 하나는 영국인이 연주한 영국 음악, 다른 하나는 미국인이 연주한 미국 음악이다.
15세에 BBC 영 뮤지션 콩쿠르에 우승, 2019년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은 첼리스트 라우라 반 데르 헤이든(1997~)이 위글스워스/BBC 스코티시 심포니와 함께했다. 세 영국 작곡가인 프랭크 브리지(1879~1941), 윌리엄 터너 월턴(1902~1983), 셰릴 프랜시스 호드(1980~)의 첼로 협주곡이 한 곡씩 담겨있다. 그중 음반의 제목과 동일한 프랜시스 호드의 첼로 협주곡 ‘대지, 대양, 대기’는 연주자인 반 데르 헤이든을 위해 작곡된 작품으로 그와 소통을 나누며 창작됐다. 덕분에 음악은 협연자의 웅장하고 열정적인 음색과 잘 어우러진다.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2022)로 활동하여 국내에서 인지도를 쌓은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1984~)가 피아니스트 오리온 웨이스(1981~)와 함께했다. 음반의 제목인 ‘아메리칸 로드 트립’에서 알 수 있듯이, 코플랜드·번스타인·아이브스·존 애덤스까지 미국 작곡가의 작품, 미국의 색채가 진하게 느껴지는 악기 피들·밴조의 작품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성행한 래그·블루스 장르 작품까지 담겨있다. 감상하다 보면 미국의 웨스턴 살롱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기분이 든다. 이 모든 음색을 오직 바이올린과 피아노만으로 만든 점은 이 음반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이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