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테너 이동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8월 19일 9:00 오전

DREAM ON

 

카운터테너 이동규

음악으로 빚은 꿈의 조각보

 

18년 만에 발매한 솔로 음반 ‘드림 퀼터’과 암호명 ‘DQ’에 담긴 그의 삶과 철학

 

이동규(1978~) 18세에 독학으로 카운터테너에 입문했다. 2006년 스페인 비냐스 콩쿠르에서 1위를 포함해 총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빈 슈타츠오퍼·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오페라단·밀라노의 라 스칼라 오페라 등에서 활동 중이며, 4인의 테너로 구성된 포르테나의 멤버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카운터테너 이동규 리사이틀

8월 28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동규(카운터테너), 오스틴 킴(콘트랄토), 권민석(지휘), 수아레 무지칼레 포레

‘꿈을 꾼 후에’, 생상 ‘죽음의 무도’, 슈베르트 ‘마왕’ 외

 


 

 

한국 카운터테너 1세대, 파리넬리의 환생, 평생을 고대해 온 카운터테너의 등장… 이동규에게는 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라다미스토 역(헨델 ‘라다미스토’), 빈 폭스오퍼에서 오베론 역(브리튼 ‘한여름 밤의 꿈’) 등 세계 오페라극장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작년에는 자신의 이름 앞에 새로운 수식어 ‘포르테나’를 하나 더 추가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그가 2023년 JTBC ‘팬텀싱어 4’에 출연해 테너 4명으로 구성된 크로스오버 성악 앙상블 포르테나를 결성, 준우승에 이르며 국내 팬들에게 그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것이다. 포르테나의 일원으로 새로이 활동을 시작하면서도 “내 고향은 ‘클래식 음악’”이라며 카운터테너로서의 활동도 이어간 덕분에, 대중은 그의 가능성과 매력을 모두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프라하에서 오페라 공연을 마치고 입국한 지 딱 일주일이 되던 날, 작고 아늑한 카페 안에서 편안한 차림의 그를 만났다. 그는 장난 섞인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제가 1996년도에 캐나다에서 ‘객석’을 읽었어요. 성악을 전공하는 저를 위해 한국에서 이모가 직접 매달 보내주셨거든요. 그때 읽었던 기사가 아직도 생각납니다. 10년 전쯤 인터뷰(2011년 8월호)도 했어요. ‘객석’의 독자 분들과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특히 축하할 일은 에라토(Erato) 레이블에서의 음반 발매 소식이었다. 그가 어린 날부터 품어온 목표이자, 소프라노 조수미 이후, 이 레이블에서 발매되는 첫 한국계 아티스트의 단독 음반이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인생을 담은 노래들

에라토 레이블에서 발매하는 첫 번째 음반입니다.

2006년에 ‘리플렉션’을 발매한 이후에는 칸타타와 오페라 음반에만 참여했으니, 정말 시간이 많이 흘렀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저의 옛 음반을 들어봤는데, ‘그때는 내가 어렸구나’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음반이 더 기대되고 설렙니다. 어릴 때는 에라토 레이블의 음반은 무조건 샀어요. 바로크시대 오페라, 특히 헨델 시리즈를 많이 구매했죠. 그 시대의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바로크 시대를 전문으로 하는 이 레이블에서 내 이름을 걸고 이곳에서 음반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드림 퀼터(Dream Quilter)’라는 음반 제목이 독특합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제 이름의 이니셜 ‘DQ’를 활용했어요. 저는 팬들과 글로 소통할 때, 끝인사로 ‘이동규 드림’을 ‘이동규 Dream’이라고 쓰거든요. 꿈, 좋은 단어잖아요. Q로 시작하는 단어로는, 퀼터(바느질하는 사람)가 잘 어울렸어요. 제가 퀼트(조각 이불)를 좋아하거든요. 조각마다 전부 하나씩 이야기가 담겼잖아요. 마찬가지로 노래마다 저의 삶과 이야기를 담았기에 ‘드림 퀼터’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음반의 해설집에도 곡마다 제가 직접 쓴 짧은 글을 추가했어요.

수록곡에 얽힌 특별한 이야기를 소개한다면요?

2008년,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해서 카치니/바빌로프 ‘아베 마리아’를 불렀는데, 그때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어요. 이후로 저와 카운터테너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죠. 그 곡을 이제야 정규 음반에 담게 됐습니다. 슈베르트 ‘마왕’, 생상스 ‘죽음의 무도’ 등 대중적인 작품도 많습니다. 대신 원곡을 더 신선하게 전하고 싶어 편곡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 정도만 말씀드릴 테니, 나머지는 음반에서 확인해 주세요.(웃음)

음반 발매 기념 공연에서는 체임버 소사이어티 수아레 무지칼레(음악감독 권민석)와 함께합니다. 이전에 협업한 경험이 있나요?

이번이 처음입니다. 권민석 음악감독은 바로크 리코더를 전공하고, 지휘까지 섭렵한 음악가입니다. 그와 함께 하는 이번 공연 1부는 비발디·헨델 등 바로크 시대의 작품으로 채웠습니다. 권 감독의 연주를 들으면 바로크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느껴져요. 2부는 쿠르트 바일(1900~1950)을 비롯해 낭만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의 곡들을 준비했습니다. 포르테나에 함께 하는 콘트랄토 오스틴 킴도 함께합니다.

 

그가 준비할 새로운 조각들

음반 발매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가요?

한국 오페라 무대에도 서고 싶고, 제가 직접 오페라도 연출하고 싶습니다. 레퍼토리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어요. 제 본업이 카운터테너인 만큼 클래식 음악이 주가 될 테지만, 그래도 다음 프로젝트는 또 뭐가 될지, 어느 음악을 보여줄지, 어떻게 풀어나갈지 생각이 많죠. 저의 사명은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애정을 주신 만큼 저도 배로 돌려드려야죠.

카운터테너로서 이룬 꿈,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국내에서 카운터테너의 영역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은 저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저에게 ‘한국 카운터테너계의 선구자’라는 식의 별명을 붙여준 걸 보면 저만의 목표는 조금 이루어진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이 어렵지 않다는 걸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면서,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고 싶습니다.

김강민 기자 사진 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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