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루카스 유센·아르투르 유센, ‘듀오’라는 이름으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8월 5일 9:00 오전

WELCOME

 

피아니스트 루카스 & 아르투르 유센

‘듀오’라는 이름으로

 

형제 피아니스트가 전하는 피아노 듀오의 매력

 

 

루카스 유센(1993~/우)·아르투르 유센(1996~/좌) 네덜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2005년 마리아 주앙 피르스에게 지도받았다. 2010년 네덜란드인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베토벤 소나타’ 발매 후, 플래티넘 기록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영 탤런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루카스는 메나헴 프레슬러와 드미트리 바시키로프를 사사했으며, 아르투르는 암스테르담 음악원에서 얀 윈을 사사하고 졸업했다.

 

 

무대 위에서 남매 혹은 형제, 자매가 함께 연주하는 풍경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피아니스트 카티아·마리엘 라베크 자매는 50년 넘게 피아노 듀오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일곱 남매가 함께 연주하는 카네 메이슨 패밀리의 첫째 피아니스트 이사타와 셋째 첼리스트 세쿠는 2021년 듀오 데뷔 음반 ‘뮤즈’를 발매하며 남매 듀오로 활동하고 있다.

가족 듀오들은 서로의 오랜 유대감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든다. 같은 부모 아래서 자란 가족일지라도,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이 다르기에 두 사람이 ‘듀오’로 선보이는 연주는 관객의 기대감을 두 배 증폭시킨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지난 2019년 서울시향과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며 한국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피아노 듀오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형제가 올여름, 새롭게 단장한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무대에 오른다.

지난 5년간 바흐(2019, DG)부터 라흐마니노프(2021, DG), 네덜란드 작곡가들의 현대음악(2022, DG)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듀오로서 한층 성숙해진 유센 형제는 올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유럽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파질 사이(1970~)가 이들을 위해 작곡한 네 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Anka Kusu(불사조)’로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및 오슬로필과 협연, 암스테르담 신포니에타와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8월에 펼쳐질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는 유센 형제의 협연과 듀오 공연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특히 두 대의 피아노 협주곡의 실연이 많지 않은 국내에서 이들의 ‘출현’은 평소 잘 접하지 못하던 레퍼토리와의 만남이기도 하다.

“함께 여행하며 공연 다니는 걸 좋아해요. 공항에도 같이 가고, 호텔 체크인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죠. 아르투르는 하나뿐인 형제이자, 제 가장 친한 친구예요.”(루카스)

서로를 ‘절친’이라고 소개하는 이 화목한 형제는 지난 7월 초 독일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함께 녹음한 음성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평생을 함께해 온 형제 피아니스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이 담겨있었다.

 

두 대의 피아노, 네 손으로 써 내려가는 다채로운 음악들

여러 음반을 통해 국적과 시대를 넘나드는 듀오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르투르 특정 시대에 국한되지 않으려고 해요. 듀오 레퍼토리는 솔로, 오케스트라 작품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듀오 레퍼토리만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잘 알려진 모차르트나 멘델스존 작품 외에도 멋진 곡들이 많아요. 고전부터 낭만,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통해 두 대의 피아노와 네 손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주고 싶어요.

네덜란드 작곡가 일곱 명의 동시대 작품을 담은 음반(‘네덜란드 대가들’, 2022)을 발매했습니다. 앞서 녹음한 작품들에 비해 대중에게 생소한 레퍼토리인데요. 음반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루카스 2020년 초 코로나가 시작되고 전 세계 공연예술계가 마비되면서 꼼짝없이 집에만 머물러야 했어요. 공연이 전부 취소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아르투르와 함께 오랫동안 꿈꿔왔던 네덜란드 작곡가들의 작품을 녹음해야 할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해 봄부터 바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시작했어요.

아르투르 사실 상업적으로 제작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음반이었어요. 모든 곡이 현대음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네덜란드인으로서 이 작품들을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해외 공연이 있을 때 네덜란드 음악을 조금씩 연주하기도 하거든요.

앞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파질 사이가 두 사람을 위해 네 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불사조(Anka Kusu)’를 작곡했습니다. 작곡가에게 듀오 작품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나요?

아르투르 몇몇 작곡가들이 우리를 위해 곡을 써주는 것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파질 사이의 ‘불사조’는 재즈와 낭만주의 음악, 그리고 그의 조국인 터키의 아름다운 음색이 담긴 작품이에요. 정말 멋진 곡이죠! 가끔 “누가 곡을 써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런 경우, 축제나 오케스트라를 통해 작곡가들에게 곡을 의뢰하는 편이에요. 앤드류 노먼(1979~)은 저와 루카스가 무척이나 존경하는 작곡가예요. 한스 아브라함센(1952~), 제임스 맥밀란(1959~)도 정말 훌륭한 작곡가들이죠. 최근에는 여성 작곡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많아요. 훌륭한 곡들이 정말 많거든요! 작품을 의뢰할 때는 음악적인 작품성과 우리의 연주 스타일에 잘 맞는 곡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편이에요.

 

여름밤을 수놓을 피아노의 향연

듀오로 무대에 오른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연습하는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르투르 사실 90%는 개인 연습이고, 나머지 10%의 연습만 함께 합니다. 각자의 파트를 완벽하게 이해한 뒤에 서로의 음악에 대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루카스 저는 언제나 여유를 가지려는 편이고, 아르투르는 모든 상황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편이에요.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준다고 생각해요.’

오는 8월,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에서 협연(8.6)과 듀오(8.7)로 총 두 차례 무대에 오릅니다. 이번 음악제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아르투르 먼저, 6일에는 단 에팅거/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합니다. 풀랑크의 작품은 피아노 듀오 레퍼토리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하나의 곡 안에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작곡가예요. 그의 작품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이번 무대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루카스 우리의 목표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거예요. 8일 공연에서는 모두 듀오곡을 선보이는데, 모차르트의 소나타로 문을 연 뒤, 아름답고 낭만적인 요소가 가득한 슈만의 안단테와 변주곡 Op.46을 연주합니다. 이어서 연주할 외르크 비트만(1973~)의 ‘다채로운 잎사귀(Bunte Blätter)’는 슈만의 작품과 비슷한 점이 많은 곡이에요. 앞선 슈만의 곡과 연달아 연주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두 곡이 연결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2부에는 드뷔시와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이며, 어떤 피아니스트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싶나요?

아르투르 우선, 이번 공연을 잘 마무리 하고 싶어요. 이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좋은 기억이 많아서 이번 국제음악제도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젊고 열정적인 관객들에게 멋진 여름밤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루카스 연주자와 관객 사이에 거리를 두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우리의 음악에 공감하고, 우리를 그들의 친한 친구처럼 느끼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저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평범한 청년들이니까요.(웃음)

홍예원 기자 사진 예술의전당

 

 

Performance information

단 에팅거/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협연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8월 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풀랑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FP61,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낭만적’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8월 7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KV521, 드뷔시 네 손을 위한 6개의 고대 비문 L131, 라흐마니노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2번 Op.17 외

 


 

PREVIEW

 

2024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미리보기

 

예술의전당이 개최하는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가 올해부터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8월 6~11일)로 거듭난다. 먼저, 이스라엘 심포니 및 텔아비브 이스라엘 오페라의 음악감독 단 에팅거가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축제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다. 이외에도 네덜란드의 피아노 듀오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형제와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 영국의 피아니스트 이모젠 쿠퍼가 내한해 축제를 빛낸다.

IBK챔버홀에서는 젊은 음악가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지난 4월 리옹 실내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아레테 콰르텟의 연주가 있고, BBC 라디오 3 뉴 제너레이션 아티스트 선정된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은 첫 내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모에 선정된 7팀의 독주 및 실내악 공연도 축제 기간 펼쳐진다. IBK챔버홀에서는 바리톤 김태한과 박주성,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콥스키가 한 무대에 오르며, 김홍박 등 9명의 호른 연주자로 이뤄진 코리안 혼 사운드의 연주가 이어진다. 리사이틀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 아벨 콰르텟, 트로이 앙상블, 클래식 기타리스트 안용헌, 피아니스트 박연민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 날엔 메트 오페라에서 활약하는 테너 백석종이 폐막 공연에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