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 콰르텟의 멘델스존 현악 4중주 분석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9월 1일 9:00 오전

DISCOVERY

 

올가을엔 이 곡을!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 분석

 

아벨 콰르텟의 전곡 완주(9월)에 앞서 작품을 미리 만나다

 

완벽주의와 장인 정신, 뛰어난 균형 감각을 가진 19세기의 작곡가지만, 18세기 시대 정신에 더 가깝다고 평가되는 비운의 작곡가, 멘델스존(1809~1847). 그는 수많은 장르에서 다양한 난이도의 방대한 작품을 남겼지만, ‘한여름 밤의 꿈’ Op.61이나 몇몇 관현악곡, ‘무언가’ 등의 피아노곡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품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현악 4중주도 마찬가지다.

멘델스존은 공식적으로 6개의 현악 4중주곡을 남겼다. 1번 Op.12(1829), 2번 Op.13(1827), 3번 Op.44-1 (1838), 4번 Op.44-2(1837), 5번 Op.44-3(1838), 6번 Op.80(1847)이 그것이다. 여기에 작품번호가 없는 현악 4중주 내림 마장조(1823)가 존재하고, Op.81-1~4로 지칭되는 단악장 네 곡이 있다. 고전주의적인 성향에서부터 격렬한 낭만주의의 격동까지를 두루 보여주며, 상당수의 곡이 세 번째 악장을 느린 악장으로 채택하는 것도 특징이다.

음악 신동의 초기작

멘델스존은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음악 신동이었기에, 소년기 작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악 4중주 내림 마장조(1823)는 그가 열네 살에 작곡한 곡으로 사후 1879년에 출판됐다. 제1바이올린의 비중이 크고, 전조나 악장의 빠르기가 보수적이다. 고전 전통이 지배적이지만, 이에 맞서고 부분적으로는 초월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현악 4중주 2번은 멘델스존이 열여덟 살이던 해 베를린에서 작곡했다. 이미 ‘한여름 밤의 꿈’과 현악 8중주 Op.20를 선보인 후로, 테크닉적으로 한껏 물이 오른 상태다. 앞선 작품과 비교해서도 소재를 바루는 방식과 개성, 자율성이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동일한 조성(a단조)인 베토벤의 현악 4중주 Op.132 (1825), 그리고 또 다른 베토벤의 현악 4중주 Op.95의 영향도 뚜렷하다.

스무 살에 작곡한 현악 4중주 1번에도 베토벤의 영향이 감지된다. 느린 서주부는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0번의 시작 부분을 연상시킨다. 또한 순환적 주제 기법이 활용되어 마지막 악장에 1악장의 주제가 다시 등장한다. 2악장은 아름다운 칸초네타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어 독립 악장으로도 연주된다.

라이프치히 시기를 엿보다

1837~1839년에 작곡된 Op.44 안에는 총 세 곡의 현악 4중주가 들어있다. 당시 멘델스존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역사적 콘서트’ 시리즈를 이끌며 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Op.44는 그즈음 작곡된 몇 안 되는 작품들 중 하나다.

이중 첫 번째로 1837년 작곡된 현악 4중주 4번은 멘델스존이 가장 좋아하는 ‘e단조’다. 1악장 도입부 제1바이올린의 주제는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유사하며, 2악장은 ‘한여름 밤의 꿈’을 연상케 하는 스케르초다. 3악장 안단테는 ‘무언가’적 성격을 갖는 주기성을 띈 선율이 특징이다.

이어 작곡된 현악 4중주 5번은, 악장 전체에 대위법적인 짜임새가 두드러진다.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의 영향이 묻어 있으며,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는 그가 쓴 현악 4중주의 모든 악장 중에서 가장 길다. 3악장 아다지오 논 트로포는 후대 작곡가인 스메타나·드보르자크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현악 4중주 3번은 가장 마지막에 작곡됐다. 멘델스존이 세 곡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제1바이올린 주자가 보여주는 고도의 기량이 인상적이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고전적이며, 2악장에는 그의 현악 4중주 중 유일하게 ‘미뉴에트’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은 걸작

1847년 봄, 멘델스존은 영국에서 독일로 돌아오는 길에 누이 파니 멘델스존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실의에 빠져 써 내려간 현악 4중주 6번은 그해 9월, 멘델스존이 죽기 두 달 전에 작곡됐다. 공식 초연은 1848년 라이프치히에서 이뤄졌다.

작품 전반에 과감한 대조가 돋보인다. 이런 측면은 멘델스존의 다른 곡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특징이다. 예컨대 Op.44에서 보여줬던 균형감이나 고전적 성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대신 불협화음과 억제되지 않은 감정적 동요가 가득하다. 누이 파니를 잃은 극심한 절망과 동요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1악장은 우울하고 진지한 분위기이며, 2·3악장은 경쾌한 리듬으로 시작하지만, 오히려 불길한 느낌을 주는 당김음이 특징이다. 3악장은 애가로, ‘파니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멘델스존의 특기인 ‘무언가’ 스타일로 되어 있으며, 가운데 섹션이 특히 우울하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첫 악장의 트레몰로 모티브와 두 번째 악장의 당김음 짜임새를 회상한다.

서로 다른 성격의 네 개의 곡

Op.81로 묶인 네 개의 곡은 멘델스존 생의 긴 기간에 걸쳐 작곡한 것이다. 멘델스존 사후에 출판되었으며, 무대에 오를 때는 보통 안단테(Op.81-1), 스케르초(Op.81-2), 푸가(Op.81-4), 카프리치오(Op.81-3)의 순서로 연주된다. 2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작곡된 곡이라, 음악적 연관성이 적으며 같이 연주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Op.81-1은 테마와 변주곡으로, 멘델스존이 죽기 몇 주 전에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변주의 격정적인 프레스토가 눈에 띈다. Op.81-2는 앞선 곡과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곡으로 가벼운 짜임새다. 비교적 초기인 1827년에 작곡된 Op.81-4는 정교한 작법을 보여주며, 1843년에 작곡된 Op.81-3은 두 개의 대조적인 섹션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이민희(음악학자)

 

PREVIEW

아벨 콰르텟 ‘멘델스존 현악 4중주 전곡 연주’

아벨 콰르텟 ©목프로덕션

지난해, 하이든의 레퍼토리로 첫 정식 음반 ‘In nomine Domini(하느님의 이름으로)’를 발매한 아벨 콰르텟이 올해 멘델스존으로 그 도전을 이어간다. 아벨 콰르텟은 바이올리니스트 윤은솔·박수현, 비올리스트 박하문, 첼리스트 조형준이 이어오고 있는 실내악 단체로, 2015년 하이든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때문에 이들이 지난해 결성 10주년을 맞이해 하이든의 레퍼토리에 집중한 것은 의미가 깊었다. 콩쿠르 위너로서 자신들의 강점을 드러낼 기회이자, 현악 4중주의 기본기를 탐구하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아벨 콰르텟은 향후 10년의 음악적 지향점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한 답이 바로 ‘현악 4중주 전곡 연주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의 시작이 바로, 멘델스존인 것.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 2번 악보에는 ‘Ist es wahr?(그게 정말인가?)’라는 가사가 남아 있다. 이를 공연의 주제로 삼은 아벨 콰르텟은 “멘델스존의 물음에 ‘전곡 연주’라는 음악적 답변을 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공연에서는 작품 번호가 있는 6곡에 더해, 그의 첫 현악 4중주 내림 마장조까지 총 7곡을 연주한다. 6일에는 현악 4중주 1·5번, 첫 현악 4중주곡인 내림 마장조, 6번 순으로 선보이며, 14일에는 3·4·2번 순으로 연주된다.

콰르텟으로서의 의미 있는 방향성을 찾기 위해 발을 내디딘 아벨 콰르텟. 그 첫걸음인 이들의 9월 공연에서 4인의 음악가들이 치열하게 찾아낸 음악에의 발견을 함께 하길 바란다. 허서현 기자

 

Performance information

아벨 콰르텟 ‘멘델스존 현악 4중주 전곡 연주’

9월 6·1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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