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창, 음악에서 찾은 인생의 아름다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9월 16일 9:00 오전

음악이 내게로 온 순간_8

음악가들이 알려주는 ‘추억의 플레이리스트’

 

추억의 플레이리스트

1 지휘자·피아니스트 김대진 2 피아니스트 이경숙 3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4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5 베이스 연광철 6 비올리스트 최은식 7 작곡가 이영조 8 첼리스트 조영창

 


첼리스트 조영창

음악에서 찾은 인생의 아름다움

 

 

조영창(1958~) 피바디 음악원, 커티스 음악원,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공부했으며, 1980년 지크프리트 팔름,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수업을 받았다.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제네바 콩쿠르, ARD 콩쿠르 등에서 실내악과 첼로 부문에 입상했다.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와 연세대에서 후학을 양성 중이다.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베토벤

#베토벤 #3중 협주곡 Op.56 #내 아들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곡

알렉산더 슈나이더/말보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협연 루돌프 제르킨·제이미 라레도·레슬린 파르나스)

감상 포인트 신에게 드리는 기도를 듣는 듯한 2악장의 선율

 

저는 어머니 태중에 있을 때부터 누이들(피아니스트 조영방·바이올리니스트 조영미)과 아버지(바리톤 조상현, 1924~2010)의 영향으로 다양한 음악과 예술가들을 접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음악가로서 살아온 평생 한 번도 음악을 찾아 듣거나 골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음악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고,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음악과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에게는 소중한 아들들이 있습니다. 저와 꼭 닮은 아이를 음악 안에서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음악가로서의 특권이자 부모의 의무가 아닐까요? 만약 이 세상에서 딱 한 곡, 제 아들에게 직접 연주해 주고 싶은 곡을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베토벤의 3중 협주곡 2악장을 선택할 것입니다.

베토벤의 진심 어린 고백, 마치 신에게 드리는 기도를 듣는 것 같은 2악장의 선율은 이 곡을 듣는 관객에게도, 연주하는 음악가들에게도 모두 “인생은 아름답구나!”라는 감동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만듭니다. 베토벤 3중 협주곡은 아버지로서, 또 첼리스트로서 제 아들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음악입니다.

 

 

제자들과 나눈 진솔한 고민과 음악

#백고산 #아리랑 변주곡 #제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백고산(바이올린)

감상 포인트 백고산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음악과 고향을 향한 진심과 사랑

 

교편을 잡은 40여 년 동안 매년 여름과 겨울에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바비큐 파티를 열고 있습니다. 타지에 유학 온 한국 학생들과 외국 학생들을 위해 고기 10~ 20kg과 쌈 채소, 그리고 흰쌀밥을 준비하는데 그때마다 한국 학생들이 참 고마워하더군요. 저 역시 13살부터 외국에 나와 활동했기에 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0일, 저의 공식적인 마지막 근무일에 전 세계에서 온 60명의 제자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자들은 며칠간 연습한 첼로 앙상블을 들려주며 제 호탕한 웃음과 우리 클래스만의 건배사, 그리고 바비큐 파티가 늘 그리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저는 아내의 동의하에 학생 60명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 아침 7시까지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한 연주

바비큐 파티의 대미는 학생들의 고민 상담 시간입니다. 음악적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부터 개인사까지 다양한 주제의 고민이 이어지는데, 저는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파티 전에 질문들에 대한 답과 메시지를 담은 곡들을 미리 찾아보곤 합니다. 그렇게 찾은 연주가 지금은 북한의 음악가로 잘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 백고산의 ‘아리랑 변주곡’이었습니다.

제 아버지와 지휘자 임원식(1919~2002) 선생님은 좋은 친구 사이여서, 제가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과 함께 자주 식사를 하셨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선생님께서 하얼빈에서 선보였던 첫 연주회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당시 협연자였던 백고산(1930~1997)과의 일화를 들려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로부터 몇십 년이 지난 뒤, 백고산의 ‘아리랑 변주곡’ 연주를 다시 들었을 때 문득 저의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 곡으로 학생들에게 이 곡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음악과 고향을 향한 진심과 사랑. 이 감정이 바로 제가 평생 음악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희로애락을 이해하고, 음악 속에서 신께 정직하고 당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소리에서 찾은 음악 본연의 의미

#슈만 #시인의 사랑 #고향처럼 그리워지는 음악

프리츠 분더리히(테너), 후베르트 기젠(피아노)

감상 포인트 꾸며내거나 가공되지 않은, 음악 본연의 의미를 간파하고 전달하는 프리츠 분더리히의 음성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나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해당 작품의 특정 음반을 추천하기보다는 직접 노래를 불러보라고 권합니다. 성악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노래와 음악 속에서 자랐고, 현악기와 피아노를 포함한 모든 음악의 근본은 사람의 목소리에서 나온다고 믿어 왔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도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제 음악 인생의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 베이스바리톤 다니엘 페로(1921~ 2015)에게 들은 눈물 어린 찬사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한 연유로 제가 찾아 듣고 싶은 음악, 가끔 고향처럼 그리워지는 음악 역시 독일의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1930~1966)가 부르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입니다. 슈만의 여러 연가곡 중 특히 분더리히가 부른 이 곡을 고른 이유는 그가 음악을 꾸며내거나 가공하지 않고, 곡 자체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며 청중에게 전달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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