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먼 레브레히트 칼럼, 현시대 오페라계의 보물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10월 7일 9:00 오전

노먼 레브레히트 칼럼 | SINCE 2012

영국의 평론가가 보내온 세계 음악계 동향

 

현시대 오페라계의 보물

소프라노 리스 다비드센을 소개하며

 

리스 다비드센 ©Fredrik Arff

늦여름, 오페라의 별들이 우후죽순 떨어지고 있다. 매번 중도 하차하던 요나스 카우프만은 페스티벌 매니저로 새 커리어를 시작했고, 안나 네트렙코는 푸틴 정부를 지지했던 과거로 인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비토리오 그리골로는 성추행으로 해고되고, 로베르토 알라냐는 환갑을 넘었다. 르네 플레밍은 심지어 65세이다. 이렇다 할 인기 스타가 거진 바닥나 버린 것이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 리스 다비드센(1987~)은 비르기트 닐손(1918~ 2005)이나 더 이전의 시르스텐 플라그스타(1895~1962) 이후로 어떤 극의 소프라노도 해내지 못했던 방식으로 예술계를 장악했다. 세 명 모두 북유럽 출신이라는 점이 우연 그 이상처럼 보이겠지만, 그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187cm의 신장, 37세의 나이인 다비드센이라는 빛나는 별에게 오페라계의 미래가 달려있다.

진솔함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다비드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다비드센을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 캐스팅했다. 이번 시즌 그는 베를린·뉴욕·빈의 토스카(‘토스카’), 오슬로의 젠타(‘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뮌헨의 이졸데(‘트리스탄과 이졸데’), 코번트 가든의 지클린데(‘발퀴레’), 다시 뉴욕의 피델리오(‘피델리오’), 빈의 마르샬린(‘장미의 기사’)으로 분한다. 모든 오페라 하우스와 페스티벌은 자기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비드센은 최근 본인의 경력에 예누파(‘예누파’)와 치명적인 살로메(‘살로메’)를 추가했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무시무시한 두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과 ‘맥베스’에서도 레오노라와 레이디 맥베스 역을 맡았다. 다비드센이 기침이라도 하는 날엔 모든 오페라 무대가 막을 내리게 되는 날이 온 것이다.

“뒤쪽 관객은 소리가 안 들리면 손을 들어주세요.” 그는 리사이틀 때 이렇게 이야기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비드센이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온전한 그 성량에서 오는 충격이 즉시 청중을 강타하고, 다음으로는 음색의 청아한 아름다움에 숨이 턱 막히고 만다. 이건 음악에 대한 반응일 뿐이고, 리사이틀 내내 그의 개성 또한 소리만큼이나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번 여름, BBC와의 인터뷰에 다비드센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호원 없이 등장했다. 자유를 고집하는 그 모습은 오페라계 스타들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다. 제곱킬로미터당 98명이 거주하는 낮은 인구밀도에, 주민 모두가 서로를 아는 노르웨이의 소도시 스토케 출신인 그는 런던이라는 대도시가 주는 무관심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스토케는 여전히 그의 집이며, TV 음식 방송 프로듀서인 영국인 약혼자와 결혼 후 살 신혼집도 그곳에 짓는 중이다.

신체를 통해 그렇게나 매력적인 소리를 낸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듣는 이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니 몹시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죠. 사실 얼떨떨하기도 한데, 굉장히 행복하기도 해요. 약혼자가 제가 내는 소리를 제가 공연장에 앉아 들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다비드센은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우리 대화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이자 더욱 깊은 이야기로 향하는 출발점이었다.

우울했지만, 우직했던 성장기

유년기 시절 다비드센은 스포츠, 특히 핸드볼에 뛰어났다. 경기를 맹렬하게 뛰다가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기 기사였고, 어머니는 요양원 간호사였다. 다비드센이 음악을 시작했을 때 부모님은 교육비를 대기 위해 대출 지원 창구를 찾았다. 오슬로의 국립 아카데미 오디션에서 탈락하자(아카데미가 후회하게 될 탈락이었다), 그는 베르겐으로 가서 바흐와 헨델 콘트랄토로 훈련받았다. 이후 조언을 받아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간 다비드센은 오페라의 소리를 구성하는 데 있어 정신과 신체, 유전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치는 수잔나 에켄을 만난다.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 아리아를 불렀더니 에켄이 저의 부족한 점을 말해주었어요. 그건 제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표현하는 방식이었죠. 수업이 끝나고 계속 울기만 했어요. 다음 날 다른 수업이 있었는데, 그때도 쉴 새 없이 눈물만 흘렸죠.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엄마가 이 길이 제 길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2주 뒤에 에켄에게 돌아가 제 선생님이 되어달라고 청했죠. 그 뒤로도 심리 상담을 받았어요.”

이 자발적인 고백은 다비드센이 지닌 강렬한 매력을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도, 본인의 삶 속에서도 무엇 하나 숨기는 것이 없다. 가장 암울한 배역조차 어느 정도의 공감 요소를 찾아내는 그는, ‘어려운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유년 시절을 보냈던 외톨이이자 요한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살로메’ 역시 사랑한다. 자신이 맡는 모든 배역에서 자신감을 더해가는 다비드센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 존재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노래를 할 수는 없어요.” 그는 최근 노르웨이 올림픽 선수단의 심리 코치와 훈련을 하며 스포츠 심리학과 회복 패턴을 자신의 일상에 추가했다.

다비드센과 노먼 레브레히트

2015년 다섯 개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다비드센은 휴일을 즐기던 가수에서 사인하기에 바쁜 유명인이 되었고,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요양원 일을 도울까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다. “요양원 일은 정말 즐겁거든요.”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된 침묵은 그에게 사명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로 뒤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리스 다비드센이 오페라의 세계에 불러온 것, 그리고 그가 오페라 세계를 지배하게 한 것은 20여 년간 가혹하게 준비하며 형성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조화이다. 다른 북유럽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다비드센 역시 지름길을 택하지 않는다. 경외심이 들 정도인 그의 노동관에 비하면, 회당 천만 원 단위의 출연료와 끝없는 박수갈채가 포함된 보상은 부차적이다. 다비드센이 노래하는 역할 중 상당수가 사나운 바다와 잔혹한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도움이 된다.

플라그스타나 닐손처럼 그 역시 자신의 조상이 살던 땅에 단단하게 두 다리를 뿌리내리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모일 가족들을 위해 장작용 통나무를 패는 다비드센의 모습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의 친오빠가 스토케에 다비드센의 집을 짓고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나가는 말로 학생 때 대출금을 몇 년 전에서야 다 갚았다고 전했다. 현실에 발을 내리고 있는 그는 유혹이나 과장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리스 다비드센은 오페라계가 얻을 수 있는 최후의 별이기에 소중히 아껴야 한다. 번역 evener

 


 

노먼 레브레히트 칼럼의 영어 원문을 함께 제공합니다.

본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Stars have been falling out of opera like apples in late summer. Jonas Kaufmann, a serial drop-out, now has second career as a festival manager. Anna Netrebko is blacklisted for past Putin affinities. Vittorio Grigolo was fired for harassment. Roberto Alagna is over sixty. Renee Fleming is 65. The box-office has almost run out of lights.

With one singular exception. Lise Davidsen commands the art in a way no dramatic soprano has done since Birgit Nilsson and, before her, Kirsten Flagstad. That all three are Nordic may be more than coincidence, but hold that thought. Davidsen, 37 years old and six foot two, is the shining star on whom the opera world has hinged its future.

The Metropolitan Opera is casting a Wagner Ring around her. This season she can be seen as Tosca in Berlin, New York and Vienna, Senta in Oslo, Isolde in Munich, Fidelio in New York, Siegelinde at Covent Garden and the Marschallin in Vienna’s Der Rosenkavalier. Every other opera house and festival is having to waiting its turn.

Davidsen has lately added Jenufa and – dangerously – Salome to her power-pack. She has also taken on two scary Verdis – Leonora in Forza del destino, and the Lady in Macbeth for the Met. It has reached the point where, if Lise Davidsen sneezes, the opera world shuts down.

‘Hands up at the back if you can’t hear me,’ she’ll chirp at recital. No risk of that. The instant response when Lise Davidsen starts to sing is an shock at the sheer volume. The second is a gasp at the limpid beauty of her sound. And that’s just the music. Over the course of a recital it’s her personality that captivates, as much as the voice.

When we met this summer at the BBC, she arrived by public transport, without minders, asserting a freedom rare among opera’s prized assets. Hailing from a Norwegian province with 98 people per square kilometre, where everyone knows everyone else, she enjoys the indifference of central London. But Stokke remains home and she’s building a house there to live in when she marries her British fiancé, a producer of TV food programmes.

I wonder how it feels from within to produce such an arresting sound. ‘Very grateful and honoured that I can make people feel that way,’ she replies. ‘Shocked indeed, but very happy. My fiancé says, I wish you could be in the hall and hear yourself.’ Lise gives a quick giggle, a signal that she is comfortable in our conversation, and open to confide more.

As a girl, she excelled at sports, handball especially. She was fiercely competitive, getting red-carded by referees. Her father was an electrician, her mother a care home nurse. When she took up singing, they sought a state loan to pay for her education. Turned down on audition by the national academy in Oslo (which she won’t let them forget), she transferred to Bergen, where they trained her as a Bach-and-Handel contralto. Taking advice, she tried a teacher in Copenhagen, Susanna Eken, who talked to students of the psyche and the soma, the importance of heredity and environment in forming an opera voice.

‘I sang an aria from the St Matthew Passion of Bach,’ Lise relates. ‘And then she talked. She talked about things I wasn’t good at, the way I looked, the way I presented myself. I left and I cried and I cried and I cried. Next day, I had another session and I cried and I cried and I cried. I called my Mum and she said, maybe this is not for you. Two weeks later I went back to Susanna and asked her to be my teacher. And then I went to see a shrink, as well.’

This unprompted confession gives a clue to Lise Davidsen magnetic attraction. On stage, as in life, she holds nothing back. With the darkest of characters, she finds a degree of empathy. She loves Salome, for instance, as a misunderstood child in a tough family, a loner, obsessed with the beauty of Jochanaan. She finds an added level of self-confidence in each role she takes on. ‘You can’t sing and say you’re sorry for who you are,’ she says. She trains these days with the mental coach of the Norwegian Olympic team, adding sports psychology and recovery patterns to her routines.

Winning five competitions in 2015 turned her from a singer who pleaded for a break to one who was begged for her autograph. She struggled to adjust. There were times she just wanted to go home and help out in a care home, ‘which is really interesting work.’ But the enforced silence of Covid reinforced her sense of mission. There was no more turning back.

What Lise Davidsen brings to opera, and what makes her dominant, is a blend of constant self-examination, informed by two decades of unsparing preparation. In common with other Nordic legends, she takes no short cuts. The work ethic is formidable and the rewards – five-digit nightly fees, endless applause – are secondary. It helps that many of the biggest roles she sings are set among raging seas and cruel winters.

She has, like Flagstad and Nilsson, both feet planted firmly apart on ancestral ground. One imagines her chopping logs for a fire for the family to gather around at Christmas. Her house in Stokke is being built by her brother. She mentions, in passing, that she paid off her student loan only a couple of years ago. Rooted in reality, she is not susceptible to temptation or hyperbole. Lise Davidsen is the last big star that opera can claim. Cherish her, while we can.

 

노먼 레브레히트 영국의 음악·문화 평론가이자 소설가. ‘텔레그래프’지, ‘스탠더즈’지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해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블로그(www.slippedisc.com)를 통해 음악계 뉴스를 발 빠르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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