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신보, 데니쉬 스트링 콰르텟 ‘킬 로드’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10월 21일 9:00 오전

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THEME RECORD

 

깊어지는 가을의 현악

 

 

‘킬 로드’

데니쉬 스트링 콰르텟

ECM 4875884

 

 

‘라이프’

마리 사무엘센·윤소영(바이올린), 줄리앙 쿠엔틴(피아노), 카롤리나 에레라(비올라), 오토 톨로넨(더블베이스) 외

DG 4865773

 

 

짙어지는 계절, 감도 높은 현악의 음향이 우리를 찾아왔다. 촘촘하게 얽어낸 작품 목록, 그리고 세심한 편곡이 곁들여진 개성 넘치는 두 음반이다.

데니쉬 스트링 콰르텟은 북유럽의 감성을 담아냈다. 덴마크 태생의 루네 톤스하르더 쇠렌센·프레데릭 외란드(바이올린), 아스비외른 뇌르하르더(비올라)와 노르웨이인 프레데릭 쇠옌 세린(첼로)으로 구성된 이들은 덴마크 작곡가 카를 닐센의 현악 4중주곡 전곡을 발매하며 주목받았다. 이번 음반에는 선박의 주요 부품인 킬(Keel)을 제목으로, 북해도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의 작품들을 수록했다. 아일랜드 작곡가 오캐롤란(1670~1738)의 작품부터, 스웨덴 전통악기로 기타처럼 생긴 ‘시턴’을 연주하는 알레 카르(1989~)의 작품까지 다양하며, 100년 전 녹음된 민속 음악까지 배치되어 있어 전곡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색다름을 선사한다.

한편, 도이치 그라모폰(DG) 소속 아티스트이자 미니멀리즘 음악의 성실한 해석자 마리 사무엘센(1984~)이 엄마가 되며 느낀 감정들을 담은 음반을 발매했다. 첫 아이를 낳을 무렵 기획한 이 음반은,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녹음했다.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며 그녀가 만난 또 다른 세계와 감정들이 벅차오르는 곡 하나하나에 담겨있다.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 막스 리히터(1966~)와 스티브 라이히(1936~)는 물론, 브라이스 데스너(1976~)의 작품 등이 주요 목록이다. 허서현

 

어떤, 애도

 

앤드루 로이드 웨버: 레퀴엠 외

파트리크 한(지휘)/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합창단/ 소라야 마피(소프라노), 베냐민 브룬스(테너)/ 퇼처 소년 합창단

BR Klassik 900352

 

 

 

포레: 레퀴엠 외

에르베 니케(지휘)/르 콩세르 스피리튀엘/ 에뫼케 버라트(소프라노), 필리프 에스테프(바리톤)

Alpha ALPHA1014

 

 

음악은 때때로 슬픔을 위로하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감상하기 좋은 두 개의 음반을 소개한다.

먼저, 파트리크 한의 지휘 아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방송합창단의 단정한 음색이 인상적인 음반이다. 첫 번째 수록곡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1948~)의 ‘레퀴엠’이다. 뮤지컬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로 유명한 웨버가 1985년 자신의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작곡한 작품이다. 뮌헨의 헤르츠 예수 교회에서 녹음되어, 부드러운 잔향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이어지는 곡은 바버(1910~1981)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로, 아인슈타인과 루스벨트 대통령 등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었다. 비록 바버의 의도는 아니었으나, 많은 사람이 이 곡을 통해 고인을 추모할 수 있게 되었다.

지휘자 에르베 니케(1957~)와 바로크 앙상블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은 포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며 포레의 ‘레퀴엠’을 음반에 담았다. 포레의 ‘레퀴엠’은 프랑스 종교 음악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주로 풀 오케스트라 편성의 1900년 판본으로 연주되나, 이들은 앙상블 편성의 1893년 판본으로 녹음해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더 투명하게 살려냈다. 이 외에도 자주 접하기 어려운 구노의 ‘클로비스 미사’, 루이 오베르의 ‘구원을 위한 희생’, 앙드레 카플레의 ‘바이올린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가 함께 수록돼 잔잔한 여운을 더한다. 김강민

 


 

화제의 신보 new & good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피에르 뒤무소(지휘)/오케스트라 리 오리지날리· 라 스칼라 아카데미 합창단/

카테리나 살라(루치아), 파트릭 카봉고(에드가르) 외/야코포 스피레이(연출)

Dynamic 38030(DVD), 58030(Blu-ray)

 

1835년 나폴리에서 이탈리아어로 초연된 이후, 인기 작곡가 도니체티는 프랑스어 버전을 의뢰받아 1839년에 개작버전을 발표한다. 언어가 바뀐 것은 물론,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는 등 프랑스어 버전은 극적·음악적 면에서 차이를 갖는다. 이탈리아 버전보다 덜 공연됐지만, 2002년 리옹 오페라 프로덕션으로 부활했다. 2000년생의 젊은 소프라노 카테리나 살라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상물. 2023년 도니체티 오페라 페스티벌 실황이다.

 

마르티누 ‘그리스 수난곡’

막심 파스칼(지휘)/빈 필하모닉·빈 슈타츠오퍼 합창단/ 가보르 브레츠(그리고리스 사제), 제바스티안 콜헤프(마놀리스), 사라 재쿠비악(카테리나), 찰스 워크맨(야나코스) 외/사이먼 스톤(연출)

Unitel Editions 811008(DVD), 811104(Blu-ray)

 

20세기 체코 작곡가 보후슬라프 마르티누(1890~1959)의 영어 오페라 ‘그리스 수난곡’은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1957년에 완성되었지만, 작곡가 사후인 1961년 취리히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2023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으로, 지난 6월 ‘벚꽃동산’으로 한국을 찾았던 사이먼 스톤(1984~)이 연출을 맡았다. 사랑과 희생이 얽히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내용으로, 난민에 대한 경계심과 연민의 문제를 다룬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라파엘 피숑(지휘)/빈 필하모닉·빈 슈타츠오퍼 합창단/

크시슈토프 보치크(피가로), 안드레 슈엔(알마비바 백작), 아드리아나 곤살레스(백작부인), 레아 데상드르(케루비노)/ 마르틴 쿠셰이(연출) 외

Unitel Editions 810808(2DVD), 810904(Blu-ray)

 

오스트리아의 레지테아터 연출가 마르틴 쿠셰이(1961~)가 ‘피가로의 결혼’의 배경을 현대 마피아 세계로 바꾸었다. 2023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알마비바 백작은 마피아 두목, 바질리오는 마약에 찌든 사제이자 백작의 심복이다. 피가로는 조폭 중간 보스의 이미지를 풍긴다. 프랑스 소프라노 사비느 드비에일(1985~)이 수잔나 역을 맡았으며, 그의 남편인 앙상블 피그말리온의 지휘자 라파엘 피숑(1984~)이 지휘를 맡았다.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세스토 콰트리니(지휘)/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합창단/

나딘 시에라(아디나), 리파리트 아베티시안(네모리노), 브린 터펠(둘카마라) 외/로랑 펠리(연출)

OpusArte OA1385(DVD), OABD7323(Blu-ray)

 

로열 오페라의 2023년 공연 실황물이다. 18세에 자신의 연극단을 창단했을 정도로 일찍이 명성을 쌓은 로랑 펠리(1962~)가 연출을 맡아, 아름다운 무대와 치밀한 동선을 만들어냈다. 긴 호흡과 풍성한 음색의 벨칸토 소프라노 나딘 시에라(1988~)와 유럽 각지의 오페라하우스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테너 리파리트 아베티시안(1990~)이 각각 아디나와 네모리노로 분했다. 지휘자 세스토 콰트리니(1984~)의 로열 오페라 데뷔 무대다.

 

브람스: 독일 레퀴엠

엘자 드라이시(소프라노)/미하엘 폴레(바리톤)/ 크리스티안 틸레만(지휘)/빈 필하모닉·빈 징페어아인

Unitel Editions 811208(DVD), 811304(Blu-ray)

 

2023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악보와 지휘봉 없이 맨손으로 악단과 합창단을 이끄는 틸레만의 움직임을 담았다. 당시 공연에 관해서는 빠르기가 급하게 변동되지 않아서 적합했고, 거대한 소리로 연주하지 않아 오히려 “매력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오페라와이어’). 솔리스트로 참여한 소프라노 드라이시(1991~)와 바리톤 폴레(1960~)는 독창 부분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진중한 열창으로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브렛 딘: 엘시노어의 방들

제니퍼 프랑스(소프라노), 로테 베츠 딘(메조소프라노)/ 유호 포요넨(피아노)/폴커 헴켄(베이스클라리넷)/

스웨덴 체임버 오케스트라 외

BIS BIS2454

베를린필의 비올리스트로 활동했던 작곡가 브렛 딘(1961~)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를 2017년에 초연했다. 음반에 담긴 다섯 작품은 그 오페라에서 파생된 곡이다. ‘그리고 오필리아를 연기한 적이 있다’ ‘거트루드의 파편’ 등의 제목으로, 그들이 처한 상황과 심정이 음악에 직접적으로 담겨있다. 인물마다 악기가 다른 것 역시 흥미로운 부분. 아코디언(제임스 크랩), 기타(안드레이 레베데프) 등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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