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THEME RECORD
‘편곡’의 즐거움은 끝이 없다!
‘마일스톤’
에벤 콰르텟
Erato 5419789789
‘사라반다’
사라 윌리스(호른), 사라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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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이 주는 특유의 공간감과 입체감은, 그 음향이 가진 고유의 영역이다. 타 장르의 음악을 즐겨보고 싶지만, 클래식 음악에 길든 귀를 만족시키는 음반을 찾지 못했다면 두 음반을 추천한다. 실력 좋은 ‘연주’자들이 세련된 ‘편곡’으로 완성한 음반들이다.
에벤 콰르텟은 프랑스에서 결성, 2004년 ARD 현악 4중주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팀이다. 하이든·베토벤·슈베르트의 음반으로도 호평을 받았지만, ‘픽션’ ‘브라질’ 등의 제목으로 독창적인 재즈 음반도 발매했다. 피에르 콜롬베·가브리엘 르 마가뒤르(바이올린), 마리 칠렘(비올라), 라파엘 메를린(첼로)의 멤버로 녹음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마일스톤’, 이롤 가너의 ‘미스티’ 등 익숙한 재즈 음악을 현악의 음향으로 즐길 수 있다.
사라반다는 베를린필의 호른 주자 사라 윌리스와 ‘모차르트 맘보’ 시리즈에 함께 했던 쿠바 음악 밴드다. 이번 음반에서도,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방식의 매혹적인 쿠바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라 윌리스는 전통 쿠바 밴드 구성에는 없는, 프렌치 호른의 음향을 삽입해 흥미진진한 편곡 버전을 선보인다. ‘산둥게라’ ‘찬찬’ 등의 쿠바 음악은 물론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 같은 작품도 재해석됐다. 당장 일어나 춤을 추고 싶어지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음반이다. 허서현
헝가리와 음악
리스트: 헝가리 랩소디
La Musica LMU036(2CD)
드니 파스칼(피아노)
‘헝가리의 밤’
Mirare MIR742
트리오 아널드
헝가리 작곡가들은 민속 선율에서 영감을 받아 독특한 작품을 완성했다. 덕분에 이들의 음악에서는 고전주의나 낭만주의와는 구분되는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타국에서 살았던 리스트는 고국 헝가리의 음악을 평생 탐구했고, 헝가리와 관련된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그리고 마침내 민속적 선율, 낭만적인 분위기, 화려함과 기교를 결합한 ‘헝가리 랩소디’ 19곡을 작곡했다.
피아니스트 드니 파스칼(1962~)은 1999년 ‘헝가리 랩소디’ 전곡을 담은 음반을 선보여 클래식 음악 전문지와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는데, 당시 음반이 리마스터링을 거쳐 재발매 됐다. 페달 사용을 절제하고 음색을 섬세하게 조절했다. 선명하고 깔끔한 연주가 인상적이다.
2018년, 슈이치 오카다(바이올린), 마뉘엘 비오크 쥐드(비올라), 김범준(첼로)이 아르놀트 쇤베르크(1874~1951)의 이름을 따 현악 3중주 팀 ‘트리오 아널드’를 결성했다. ‘헝가리의 밤’은 이들의 세 번째 음반으로, 밤이 지닌 매력을 표현한다. 헝가리 작곡가인 러이타(1892~1963), 코다이(1882~1967), 도흐나니(1877~1960)의 작품이 각 1곡씩 수록돼 있다. 헝가리 작품 특유의 자유로운 리듬과 서정적 선율을 이들의 경쾌하고 정교한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수록곡 러이타의 ‘트란실바니아의 밤’은 산과 초원의 계절을 묘사해, 풍경을 상상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김강민
화제의 신보 new & good
브루크너 : 교향곡 전곡
브루크너 린츠 오케스트라, ORF 빈 방송 교향악단/
마르쿠스 포슈너(지휘)
Naxos 8501804(18CD)
브루크너(1824~1896)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교향곡을 고쳤기에 다양한 버전의 악보가 통용되고 있다. 브루크너 린츠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마르쿠스 포슈너가 완성해 낸 이 전곡집은 모든 버전에 대한 최신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습작으로 불리는 f단조부터, 미완성으로 남은 9번 교향곡까지 포괄한다. 오스트리아 전통 작곡가의 면모를 드러내면서도, 그 무한한 세계에 대한 조명이다.
베버 ‘마탄의 사수’
엔리케 마촐라(지휘)/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마우라 페터(막스), 니콜라 힐데브란트(아가테), 크리스토프 피셰서(카스파르) 외/
필립 슈톨츨(연출)
C major 768308(DVD), 768404(Blu-ray)
하나의 프로덕션으로 두 해에 걸쳐 선보이는 호수 위의 오페라 축제,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2024년 실황이다. 필립 슈톨츨은 2019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리골레토’를 연출했던 만능 연출자로, 이번 무대를 한여름에 만나는 겨울의 전경으로 만들었다. 공연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25분 길이의 다큐멘터리도 함께 담겼으며, 내년(2025.7.16~8.17)에도 같은 프로덕션이 오르니 이 영상물이 도전에 도움되길.
노스페라투
하시노 사야(오르간)/프랑크 슈트로벨(지휘)/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Warner Classics 2173245792
1922년 독일의 흑백 무성영화 ‘노스페라투: 공포의 교향곡’은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영상으로 만든 최초의 작품이다. 94분의 러닝타임 동안 섬뜩한 분위기와 극적인 장면을 대변해 줄 음악이 필요하여, 작곡가 한스 에르트만이 작곡했다. 하지만 영화 개봉이 100년이 넘은 지금 그 악보는 대부분 소실됐고, 대신 ‘스파이더맨3’ ‘고스트 라이더’ 음악을 쓴 미국 작곡가 크리스토퍼 영(1958~)이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였다.
오마주 & 한스 판 마넨
한스 판 마넨(안무가)/네덜란드 국립 발레/ 라이너 모리츠(연출)
Naxos 2110775(DVD), NBD0183V(Blu-ray)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은 1955년 데뷔 이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와 네덜란드 국립 발레의 상주안무가로 활약했다. 작품 중 상당수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 70개가 넘는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영상물에는 150편에 달하는 그의 안무작 중 주요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정보가 수록되어 있으며, 네덜란드 국립 발레 수석무용수인 최영규의 ‘피아졸라 탱고’도 만날 수 있다. ‘음악으로 이동하다’라는 다큐가 함께 제공된다.
바그너 ‘지그프리트’
요제프 카일베르트(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합창단/
마르타 뫼들(브륀힐데), 한스 호터(나그네), 파울 쿠엔(미메) 외
Hänssler PH23003(3CDs)
1955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반지’ 실황 중 두 번째 사이클인 ‘지그프리트’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과 바이에른 방송국의 협력으로 발매되었다. 특히 브륀힐데 역을 맡은 소프라노 마르타 뫼들(1912~2001)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독일 음악의 전통을 고스란히 잇는 요제프 카일베르트(1908~1968)의 중량감 있는 지휘는 독일 오페라의 정수를 보여주는 1950년대 바이로이트 무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푸치니: 러브 어페어’
요나스 카우프만(테너)/ 프리티 옌데·소냐 욘체바·말린 비스트룀(소프라노)/
아셰르 피슈(지휘)/볼로냐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Sony 19802806712
짙은 음색이 매력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1969~)이 푸치니 사망 10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한 음반이다. ‘나비부인’ ‘서부의 아가씨’ 등 푸치니 오페라 속 아름다운 사랑의 2중창 10곡이 담겨 있다. 안나 네트렙코(1971~), 아스믹 그리고리안(1981~)를 비롯해 수많은 무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6명의 소프라노와 함께했다. 음반의 마지막에 카우프만이 홀로 부르는 아리아도 수록돼 있다.
말러 교향곡 1번
얍 판 츠베덴(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클래식 전용 앱 ‘애플 뮤직 클래식’을 통해 말러 교향곡 1번 음원을 10월에 독점 공개했다. 지난해 11월에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녹음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얍 판 츠베덴의 첫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음원은 얍 판 츠베덴의 새 시작을 알리며 지난 1월 25·26일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 실황과 롯데콘서트홀에서 별도 녹음한 세션을 담았다.
교향곡 1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츠베덴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나 뉴욕필에서 첫 공연을 할 때 연주한 곡으로, 나와 함께 성장해 온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청년 말러의 고뇌와 방황, 극복의 여정을 담고 있어 클래식 입문자들이 말러의 음악 세계에 입문하기 좋은 곡”이라고 덧붙였다.
말러의 교향곡 1번은 2011년 서울시향이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CD로 발매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음원은 애플 뮤직 클래식의 몰입감 넘치는 공간 음향을 통해 뛰어난 품질의 사운드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고해상도 무손실 모드에서는 소리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고 깨끗해 클래식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입문자들에게도 콘서트홀에 있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 서울시향은 이번 음원 발매를 시작으로 2025년에는 말러 교향곡 2번과 7번을 녹음할 예정이며, 츠베덴과 5년에 걸쳐 말러 사이클을 완성할 계획이다.
차이콥스키 현악 4중주 모음집
보로딘 현악 4중주단
Melodiya SMELCD1000953(2CD)
율리안 시트코베츠키 모음집
율리안 시트코베츠키(바이올린) 외
Melodiya SMELCD1002698(2CD)
러시아 왈츠의 전통
블라디미르 페도셰에프(지휘)/ 러시안 포크 오케스트라
Melodiya SMELCO1001283
1964년 설립된 멜로디야(Melodiya)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반 레이블이다. 멜로디야의 ‘옵세션(Obsession)’ 시리즈는 절판되거나, 오래전에 발매되어 현재는 희귀 아이템으로 남은 멜로디야 음반들을 리마스터링한 것이다. 큰 음반시장을 보유한 일본에서 제작 중이다.
1945년에 결성된 보로딘 사중주단은 여러 번에 걸쳐 차이콥스키 현악 4중주곡을 녹음했다. 그중 1964~1969년에 녹음한 전곡은 LP 시절부터 현악 4중주 1번을 필두로 최고 명반으로 알려져 있다. 함께 수록된 ‘플로렌스의 추억’(1965년 녹음)에는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가 함께 하기도 했다. 그는 보로딘의 창단 멤버였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처럼 ‘발굴’과 ‘재조명’에 초점을 맞췄을 때,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안 시트코베츠키(1925~1958)의 주옥같은 1950년대 초반 녹음집도 가치가 높다. 9살 때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을 정도로 신동이었던 그는 20살에 구소련이 수여한 ‘젊은 연주자상’을 수상했다. 이때 피아노와 첼로 부문의 수상자는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1915~1997)와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였다. 2년 후인 1947년, 그는 프라하 페스티벌에서는 레오니드 코간과 함께 공동 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거침없는 보잉으로 천재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그는 32살에 요절해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 이름만으로도 애호가들을 설레게 할 블라디미르 페도셰에프(1932~)의 지휘 음반도 나왔다. 1945년에 창립된 러시안 포크 오케스트라는 1959년에 그네신 음악원을 졸업한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에게 바통을 맡겼고, 그는 1973년까지 악단을 이끌었다. 음반은 1960~1969년의 공연을 담은 것으로, 러시아 민속악기들의 특성을 잘 살린 특별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2023년 6월에 발매된 음반은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절판이 되었다. 하지만 그 인기와 기대에 힘입어 옵세션 시리즈로 발매되었으니, 그 인기를 알 수 있는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