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신보, ‘천 개의 감정’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12월 16일 9:00 오전

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THEME RECORD

 

음정,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천 개의 감정’

브루노 드 사(카운터테너)/ 야로스와프 틸(지휘)/

브로츠와프 바로크 오케스트라 Erato 5419799542

 

 

‘#렛츠 바록’

야쿠프 유제프 오를린스키(카운터테너)/ 알렉산데르 뎅비츠(피아노)/

마르친 우와노프스키(드럼)/ 보이치에흐 구민스키(베이스) Erato 2173239226

 

건장한 남성이 무대 가운데로 올라온다. 턱시도를 입은 그가 이내 숨을 들이마시고 노래를 시작하는데, 세상에, 황홀한 고음이 터져 나온다.

브라질 출신의 카운터테너 브루노 드 사(1989~)의 음역은 카운터테너 사이에도 매우 높은 편으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화려한 고음을 연상시킨다. 음반에는 모차르트 오페라 ‘미트리다테’의 아리아부터 모테트 ‘환호하라, 기뻐하라’ 등 현대에는 일반적으로 소프라노가 부르는 작품을 담았다. 모차르트가 당시 카스트라토였던 베난치오 라우치니(1746~1810)를 위해 작곡했다는 점도 음반을 감상할 때 알아두면 좋다. 더불어 음반에는 18세기 후반 여러 작곡가(케루비니·카루소·칭가렐리 외)의 세계 최초 녹음이 여섯 작품 담겨 있다.

2018년 워너 클래식스 레이블과 계약 이후 꾸준히 새로운 기획을 선보여온 야쿠프 유제프 오를린스키(1990~)가 이번에도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일명 바로크와 록을 합친, ‘바록’. 오를린스키의 음성과 함께하는 것은 바로크 시대의 악기가 아닌, 드럼· 더블베이스·피아노와 같은 현대의 악기이며, 록의 리듬 위에 바로크 시대의 성악 선율이 얹혀진다. 퍼셀 ‘음악은 잠시 동안’ 또는 몬테베르디 2중창 ‘서풍은 돌아오고’ 등은 새로운 화성 진행을 더해 제3의 장르처럼 느껴질 정도로 새롭다. 피아니스트 알렉산데르 뎅비츠를 비롯하여 여러 폴란드 음악가와 함께 했다. 이의정

 

 

색색의 비발디

 

 

바로크 협주곡

앨리슨 발솜(피콜로 트럼펫) 외

Warner Classics 2173227329

 

 

비발디 & 귀도: 사계

티에리 말랑댕(안무)/ 스테판 플레브니악(지휘)/베르사유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말랑댕 발레 비아리츠 Château de Versailles Spectacles CVS116

 

차가운 겨울, 맑고 투명한 바로크 선율의 새로운 해석이 펼쳐진다. 피콜로 트럼펫 연주와 티에리 말랑댕이 안무한 발레 작품으로 바로크 음악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해 보자.

2006년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트럼펫으로 연주한 음반(EMI)을 발매하는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영국 출신의 트럼피터 앨리슨 발솜(1978~)이 이번에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의 협주곡을 음반에 담았다. 고음역의 피콜로 트럼펫으로 바로크 음악의 기교적인 색채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발솜의 연주를 듣고 있자면, 트럼펫의 다채로운 매력에 자연스레 매료된다. 그의 오랜 동료인 지휘자 트레버 피노크(1946~)가 함께하며, 오르가니스트 톰 포스터와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세펙의 연주가 더해져 바로크 음악의 매력을 십분 드러낸다.

유럽 현대무용계를 대표하는 안무가인 티에리 말랑댕(1959~)이 이끄는 말랭댕 비아리츠 발레가 비발디의 ‘사계’와 조반니 안토니오 귀도(1675~1729)의 ‘사계’를 엮은 발레 작품을 선보인다. 말랑댕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며, 대조적인 두 작품에 시각적인 경험을 덧입혔다. 비발디의 ‘사계’는 검은색 의상을 입은 군무로, 귀도의 ‘사계’는 다채로운 바로크 스타일의 의상을 입은 4인의 무용수에 의해 표현된다. 스테판 플레브니악(1981~)의 지휘로, 베르사유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췄다. 홍예원

 


화제의 신보 new & good

 

도니체티 오페라 ‘대홍수’

니콜로 마사자·라코포 베도그니(연출)/나우엘 디 피에로(노아), 니콜로 도니니(야벳), 다비데 자케리니(셈), 에두아르도 마르티네스(함) 외/

리카르도 프리차(지휘)/도니체티 오페라 오케스트라

Dynamic DYN38029(DVD), 58029(Blu-ray)

 

‘대홍수’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중 거의 공연되지 않는 작품이나, 이번 프로덕션이 현대적 해석과 좋은 출연진을 선보여 호평받은 2023년 도니체티 페스티벌 실황물이다. 이탈리아에서 일명 ‘마스베도’라고 불리는 연출가 콤비 마사자(1973~)와 베도그니(1970~)가 연출·의상을 맡았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구약성서 속 노아의 방주를 둘러싼 인간 사이의 갈등을 다루며, 이 무대에서는 기후 위기와 같은 오늘날의 문제도 감지할 수 있다.

 

쥘 마스네 ‘마농’

케네스 맥밀란(안무)/나탈리아 오시포바(마농), 리스 클라크(데 그뤼), 알렉산더 캠벨(로스코) 외/

코엔 케셀스(지휘)/로열 오페라 하우스 오케스트라 Opus Arte OA1390D(DVD), OABD7327D(Blu-ray)

 

케네스 맥밀란(1929~1992)의 ‘마농’은 ‘로미오와 줄리엣’ ‘마이얼링’과 더불어 그가 로열 발레에서 안무한 드라마 발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볼쇼이 발레의 수석을 거쳐 현재 영국 로열 발레 수석인 마농 역의 나탈리아 오시포바(1986~)는 특유의 고난도 테크닉에 한껏 원숙해진 표현력을 더해 드라마 발레의 주역으로 올라섰다. 그뤼 역은 섬세한 표현력을 지닌 로열 발레의 젊은 무용수 리스 클라크(1995~)가 맡았다. 2024년 코번트 가든 실황.

 

루나 펄 울프 ‘자클린’

마니 브레켄릿지(자클린)/맷 하이모비츠(첼로) Pentatone PTC5187341(2CD)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1945~1987)를 주인공으로 하여 루나 펄 울프(1973~)가 작곡한 4막의 오페라다. 무대는 소프라노 마니 브레켄릿지와 자클린의 제자였던 첼리스트 맷 하이모비츠의 독주로 채워진다. ‘나는 병들었어요(I have a disease)’라는 다소 충격적인 첫 가사로 시작해 그녀의 삶이 에피소드 식으로 나열되고, 그녀의 대표 레퍼토리라 할 수 있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 등이 인용되기도 한다. 짧게 찬란했지만, 누구보다 오래 사랑받은 첼리스트에 대한 음악적 헌사다.

 

쇤베르크: 정화된 밤 외

라파엘 파야레(지휘)/몬트리올 심포니 Pentatone PTC5187218

 

켄트 나가노의 뒤를 이어 2020년부터 몬트리올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라파엘 파야레(1980~)는 엘시스테마 출신의 스타 지휘자이다. 부임 이후 말러 교향곡 5번과 뤼케르트 가곡,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등의 후기 낭만 레퍼토리에 집중한 음반으로 호평받았다. 파야레/몬트리올 심포니가 쇤베르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정화된 밤’과 ‘펠리아스와 멜리장드’를 음반에 담았다. 다채로운 관현악의 기법을 세련되게 해석해 나가는 음반이다.

 

요제프 크립스 에디션 1·2집

Eloquence ELQ4844780 (22CDs), ELQ4844829 (21CDs)

요제프 크립스(지휘)/빈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필하모닉 외

 

지휘자 요제프 크립스(1902~1974)가 데카 레이블에서 남긴 유산들이 두 개의 에디션으로 발매됐다. 1집은 22개, 2집은 21개의 CD로 구성된 박스 세트다. 요제프 크립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빈의 음악 문화를 재건한 주역이자, 오스트리아 특유의 온화한 지휘 스타일로 평가받는다. 그의 유려한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는 물론,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녹음까지 한데 담겼다. 음반의 소책자에는 크립스의 삶을 다룬 글이 수록돼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집은 1947~1955년에 이루어진 모노 녹음이다. 전 주파수 대역을 모두 담아낸 데카만의 음향 기술 ‘FFRR’(Full Frequency Range Recording)로 빚은 녹음에는 피아니스트 클리포드 커존(1907~1982), 바이올리니스트 미샤 엘먼(1891~1967) 등이 협연자로 함께했다. 2집은 1955~1973년의 스테레오 녹음으로, 런던·빈·암스테르담 등 도시별로 정리됐다. 모차르트 교향곡 33번의 리허설 연주, 빈 슈타츠오퍼와 함께한 ‘돈 조반니’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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