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테 콰르텟, 우리의 가슴을 이어주는 금빛 실과 선율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1월 1일 9:00 오전

CHALLENGE

 

아레테 콰르텟

가슴을 이어주는 금빛 실과 선율

 

2025년을 빛낼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그 도전을 위한 준비의 시간

 

 

아레테 콰르텟 2019년 9월에 결성해, 2021년 프라하의 봄 콩쿠르 현악 4중주 부문 한국인 최초 1위 및 5개의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후 2022년 ARD 콩쿠르, 2023년 모차르트 콩쿠르, 2024년 리옹 실내악 콩쿠르에서 연이어 쾌거를 이루며 실력을 입증했다. 현악 4중주단으로서는 최초로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다.

박은중(제2바이올린) 성정음악콩쿠르 최우수상, KBS 한전음악콩쿠르 금상 등 국내 콩쿠르를 석권했다. 김남윤·이지혜·김성숙을 사사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현재 뮌헨 국립 음대 실내악 과정에 재학 중이다.

전채안(제1바이올린) 예원학교·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12세에 수원시향과 협연 무대를 가지며 두각을 드러냈다. 김남윤·민유경을 사사했으며, 현재 뮌헨 국립음대 실내악 과정에 재학 중이다.

장윤선(비올라) 예원학교·서울예고 졸업 후 서울대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던 중 실내악 연주를 계기로 비올라를 연주하게 됐다. 현재 닐스 묀케마이어 사사로 뮌헨 국립음대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박성현(첼로) 선화예고·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콩쿠르 1위, 베를린 라이징스타 그랑프리 콩쿠르 3위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아레테 콰르텟의 리더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소설가 한강(1970~)은 노벨 문학상 강연에서 자신의 어릴 적 시를 인용했다.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그리고 지면을 찬찬히 유영하는 글자들에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불어넣으려 한다”라고 전했다. 가슴을 이어주는 금실을 타고 흐르는 전류. 무대 위 동그란 조명 속 네 명의 현악 연주자들 사이에도, 그들이 연주하는 곡을 객석에서 듣게 되는 청자들에게도, 인간의 사랑이 담긴 따스한 전류가 공기를 타고 전해져 온다. 음악을 통해 작곡가의 마음과 연결되는 일에 대하여 이른 봄 새순 같은 아레테 콰르텟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7월, 리옹 콩쿠르 우승으로 ‘객석’과 만났죠. 그리고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선정이라는 즐거운 소식이 또 생겼네요!

전채안(제1바이올린)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하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매해 젊은 연주자들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관객분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장윤선(비올라) 실내악단으로서는 처음으로 금호아트홀의 상주음악가로 선정되어 감사와 책임감을 함께 느껴요. 저희의 연주를 통해 현악 4중주가 아름답다는 걸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박은중(제2바이올린) ‘아레테’는 그리스어로 ‘탁월함’을 의미하는데요, 저희 팀 이름이 왜 아레테인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희를 통해서 현악 4중주 ‘붐’이 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해야겠죠!

박성현(첼로) 아직 한국에서는 ‘클래식 음악’과 ‘팀’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공연 역시 독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고요. 팀워크가 생명인 현악 4중주 작품을 들려드림으로써 더 많은 관객이 이 장르의 특별함을 발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악 4중주의 매력을 보여주다

상주음악가로서 네 번의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죠?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요?

박은중 첫 번째 리사이틀에서는 저희를 소개하는 듯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현악 4중주의 창시자로 불리는 하이든의 작품을 연주합니다. 하이든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저희는 ‘십자가 위 예수의 마지막 일곱 말씀’을 준비했어요. 현악 4중주의 아름다운 음색을 가장 잘 들려드릴 수 있는 작품으로, 그만큼 난도가 높습니다. 연주 시간은 70분 정도이고요.

전채안 하이든의 작품으로 시작해(1.9)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마지막 현악 4중주 작품으로 마무리(11.13)하는 구성으로 준비했습니다. 그 사이에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사냥’ 등(5.29)과 쇼스타코비치·라벨·버르토크의 격정적인 작품들(9.4)을 연주할 예정이에요. 현악 4중주의 다양한 매력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프로그램을 의논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예요. 프로그램을 거의 하루 만에 완성했을 정도로요.

의견을 굉장히 빠르게 도출했네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박성현 사실 상주음악가 연락을 받기 전에, 이미 몇 개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이 완성돼 있었어요. 저희가 프로그램 짜는 게 취미거든요. 5월 프로그램도 채안이의 아이디어였습니다. 하이든의 1번과 모차르트 17번은 ‘사냥’이라는 부제와 조성이 B플랫 장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이 연결점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이에요.

전채안 흔히 ‘행복회로를 돌린다’고 하죠? 저희는 시간 날 때마다 행복한 상상을 같이 많이 해요.

박성현 상상 속에서는 이미 네 장 분량의 음반도 발매했어요.(웃음) 슈만, 야나체크, 버르토크 정규 음반과 리게티 미니 앨범이요. 2023년 2월에 슈만 현악 4중주 전곡을 연주했었는데, 음반으로도 남기고 싶어요. 버르토크는 한국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리케티는 작품이 조금 짧은 편이라서 미니 앨범으로 구상했어요.

전채안 김재영 선생님(노부스 콰르텟 리더)과 함께 쇼송의 ‘바이올린, 피아노, 현악 4중주를 위한 협주곡’도 녹음하고 싶어서 계속 이야기하는 중이에요. 이 음반에 프랑크의 피아노 5중주를 함께 담으면 구성이 완벽하겠죠?(웃음)

항상 이렇게 의견이 잘 모이나요?

박성현 연습할 때는 조금 달라요. 창단 당시나 지금이나, 파이팅 넘치게 싸우면서 맞춰나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음역과 역할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싸움의 목표는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받쳐주기 위함이에요. 결국엔 서로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지기도 하고요.

 

신뢰로 빚어낸 화음

각자 중점을 두고 연습하는 부분이 있나요?

장윤선 저는 제 비올라 소리가 눈에 띄게 들리지 않더라도 음악을 입체적으로 들리게 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당연히 모든 악기가 중요하지만, 어떤 부분을 웅장하게 연주하기 위해서는 저음부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청중은 그 부분이 왜 이만큼이나 웅장하게 들리는지 정확히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전채안 TV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에서는 요리의 포인트가 되는 ‘한 끗’을 ‘킥’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콰르텟의 킥’이 비올라라고 생각해요. 비올라의 연주 방식에 따라 음악이 정말 많이 달라지거든요. 비올라는 숨어있는 보석 같은 파트이기 때문에, 비올라를 잘 살릴 방법을 의논하죠.

박은중 저는 팀에 합류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더라고요. 한명 한명의 소리도 중요하지만, 요즘엔 제1바이올린이 선율을 연주하고 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가 하나로 모여야 할 때, 세 명 중 누가 주도적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진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 셋 모두 제1바이올리니스트의 감각을 신뢰하고 있고요.

박성현 저희는 채안이 말만 잘 들으면 우승해요.(웃음)

서로를 향한 믿음이 대단하네요!

장윤선 채안이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다른 연주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음악성과 색깔이 느껴져요. 그러니 자연히 더 북돋아 주게 되고, 함께 잘할 수 있도록 더 돕게 돼요. 박성현 에벤 콰르텟이나 케루비니 콰르텟 멤버들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채안이가 생각하는 음악적인 방향이나 흐름이 충분히 존중받고 인정받을 요소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법도 많이 배웠죠.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적인 소리가 있다면요?

박은중 케루비니 콰르텟(1978년에 독일에서 창단되었고, 크리스토프 포펜이 제1바이올린 주자로 활동 중이다)의 소리요. 음반으로만 들어도 정말 황금빛 소리가 나거든요. 포펜 선생님의 바이올린 소리도 너무 좋고요. 전채안 모두가 동의해요. 저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에요.

 

프라하의 봄 콩쿠르, 모차르트 콩쿠르, 리옹 실내악 콩쿠르까지, 콩쿠르 우승과 같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싸우면서, 노력하면서, 서로를 잘 ‘보아주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며 같은 미적 기준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아레테 콰르텟이 가진 ‘탁월함’의 레시피인 듯하다. 이들이 현악 4중주의 공명을 온 사방에 울려 퍼지게 할 2025년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양경원(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금호문화재단·목프로덕션

 

PERFORMANCE INFORMATION

‘신년 음악회-Arete’ 1월 9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 하이든 ‘현악 4중주를 위한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감각’ 5월 29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

하이든 현악 4중주 1번 ‘사냥’, 모차르트 현악 4중주 17번 ‘사냥’, 외르크 비트만 현악 4중주 3번 ‘사냥 4중주’, 브람스 현악 4중주 3번

‘필연’(협연 김준형) 9월 4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1번, 라벨 현악 4중주 M.35, 버르토크 피아노 5중주 BB.33 ‘Last Words’ 11월 13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 베토벤 현악 4중주 16번, 슈베르트 현악 4중주 15번

 


 

ZOOM IN

 

아레테 콰르텟의 스승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뮌헨 국립음대 실내악 과정에 재학 중인 아레테 콰르텟 멤버들은 크리스토프 포펜 교수를 비롯해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김재영 등을 사사하며 배움과 음악의 깊이를 더했다. 한국 실내악의 자원과 희망을 물려주고 있는 김재영에게 아레테 콰르텟과의 만남, 제자와 후배를 위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Jino Park

아레테 콰르텟과의 첫 만남이 궁금합니다.

2019년 말 즈음, 어릴 적부터 제게 배웠던 전채안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금호영체임버콘서트 오디션을 준비 중이라며 레슨을 부탁했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네요. 아르테 콰르텟은 당시 본격적인 콰르텟 연주에 처음 도전했던 터라 미숙한 점도 있었지만, 음악을 생각하는 열정만큼은 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매 순간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로 열심히 했고, 그 에너지가 아레테 콰르텟의 완성을 그만큼 빠르게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부스 콰르텟은 그간 눈부신 성과를 내 왔습니다. 영국 위그모어홀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했고, 한국인 음악가로서는 위그모어홀에 최다 초청된 기록도 갖고 있죠. 2019년 ‘프랑크 5중주’ 음반으로 디아파종 황금상도 수상했고요. 이러한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성공 비결을 꼽기는 어렵지만, 스타가 되기 위해 콰르텟을 시작한다면 분명 실패할 것이라는 건 알아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방향성이 명확하고, 그 기반에 음악을 향한 진심과 열정이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가의 길은 원래 길고 고되기에 무엇을 생각하든 길게 보아야 하는데, 경력상으로도 단기·장기적 목표를 함께 가지고 있다면 이미 그 꿈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죠.

실내악 멤버에게 소리를 어우러지게 만드는 방법은 정말 큰 숙제인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의 경험으로 얻은 답이 있을까요?

실질적으로 소리를 섞이게 하는 건 완벽한 음정이지요. 물론 균형과 음색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정이 틀어지면 다른 게 아무리 맞는다 한들 섞이지 못하거든요.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의견을 들었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음악 앞에 겸손해야 해요. 어떤 말이든 좋은 음악을 완성하기 위한 논쟁이기 때문에 리허설이 끝났을 땐 감정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죠. 저희는 음악 할 때는 동료로, 악기를 내려놓으면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아레테 콰르텟 멤버들도 열정과 우정을 잘 조율하며 멋지게 성장하길 바랍니다!

양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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