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라이너 호넥, 빈필과 베를린필이 함께 빚는 음악 유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2월 1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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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라이너 호넥

빈필과 베를린필이 함께 빚는 음악 유산

 

빈필의 최장수 악장으로 잘 알려진 그가 빈-베를린 체임버의 예술감독으로 내한한다. 그가 들려줄 아름다운 음악은?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1955~)의 5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빈필과 베를린필 단원들이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합동 특별 공연을 준비한 것. 당시 베를린필의 음악 감독(2002~2018)으로 재직하던 래틀은 빈 필하모닉과도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어 두 악단원의 만남은 어색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그들의 특별한 만남은 지속적인 협업으로 이어졌고, 2008년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이하 빈베를린 체임버)가 정식으로 창단됐다.

2023년이 되어서야 첫 내한 공연을 가졌기에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한 활동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악단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조피 무터,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피아니스트 유자 왕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추었고, 탄탄한 실력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빈필과 베를린필 단원들로 구성된 이 실내악단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공통된 문화적 뿌리를 공유하면서도 음악사에서 각자의 독창적인 길을 걸어왔고, 빈필과 베를린필은 각각 오스트리아와 독일 음악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때로는 경쟁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빈베를린 체임버는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시도이자, 화합과 협력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셈이다.

이 악단의 중심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라이너 호넥이 있다. 1992년부터 빈 필하모닉의 악장으로 활동하며 30여 년간 오케스트라의 중심을 잡아 온 그가 빈베를린 체임버의 예술감독으로도 활약 중이다. 지난해 라이너 호넥은 김선욱/경기필하모닉과 협연하며 유려한 연주를 들려주었고, 이번에는 자신이 이끄는 빈베를린 체임버와 함께 무대에 올라 한층 더 깊이 있는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2월 내한 공연을 앞둔 라이너 호넥과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I’m sorry about my poor English(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미안합니다)”라는 겸손한 인사로 시작된 그의 답장은 명료하고 간결했으며, 솔직한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랜 시간 리더로 활동하며 쌓아온 그의 깊이와 경험이 느껴졌다.

 

두 도시를 잇는 하나의 앙상블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 ©Holger Jacoby_Druckgröße

빈베를린 체임버는 어떤 강점을 지닌 악단인가요?

우리는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전통과 유산을 배경으로 한 매우 수준 높은 악단입니다. 모든 멤버는 각자 소속된 오케스트라에서 이미 높은 명성을 자랑하고 있어요. 그러니 이들의 탁월한 연주 기술과 음악적 예술성은 우리 악단의 작품 해석과 연주력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당연하죠.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적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목관악기군입니다. 특히 빈필의 오보에와 호른은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어 다른 악기들과 자연스럽게 섞이기 위해서는 섬세한 조율이 필요합니다. 빈베를린 체임버의 레퍼토리가 주로 고전 및 낭만주의 작품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음색과 아티큘레이션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빈과 베를린이라는 각기 다른 악단에 속한 연주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음악적 스타일이나 해석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생각보다 큰 차이는 없어요. 우리는 유럽의 음악적 배경을 동일하게 공유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같은 지휘자들과 작업해 왔기 때문이죠. 사실 저는 우리의 서로 다른 배경이 잘 어우러지지 않을 거라는 의심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실제로 서로의 조그만 차이가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이고 유익한 영향을 주었고요.

때로는 다른 악단에서 지휘자로 포디엄에 오르기도 하는데, 악장으로서 악단을 이끄는 것과 지휘자의 역할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빈베를린 체임버의 예술감독으로서 저는 지휘자의 역할도 많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연주 중 지휘를 위한 저의 신체적 움직임보다 리허설을 통해 작품의 해석점을 찾아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휘자 없는 연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원들이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고, 각자가 더 큰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일회성 연주를 위해 모였을 때는 이런 깊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빈베를린 체임버를 이끌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최근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2023년 첫 번째 한국 투어입니다. 한국 관객들의 따뜻한 환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안네 조피 무터, 예핌 브론프만, 루돌프 부흐빈더, 요나스 카우프만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함께했던 기억은 항상 소중히 간직하고 있고요.

 

고전 시대 레퍼토리에 도전하는 이유

2023년 첫 내한 공연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작품을 연주합니다. 독일·오스트리아 고전 작품들이 빈베를린 체임버의 강점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인가요?

고전 시대의 레퍼토리가 연주자들에게 가장 도전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준비했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청중에게 전달될 뿐 아니라, 타이밍·프레이징·아티큘레이션·음색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니까요. 모차르트 작품이 전 세계 오디션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봅니다. 실내 교향악단 스타일로 고전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지만, 동시에 작품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큰 도전이 따릅니다. 보통은 지휘자가 공연에서 해석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휘자가 없이 연주하기에 리허설에서 해석과 접근 방식에 대해 깊이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죠.

교향곡을 연주할 때, 실내악단과 교향악단적인 접근 방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요?

작곡가가 의도한 대로 작품을 생동감 있게 연주하는 것이야말로 음악가들이 가져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 아닐까요? 다만 오늘날에는 작곡 당시에 비해 더 큰 홀에서, 더 강한 소리를 내는 현대 악기로 연주한다는 점에서 환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렇기에 작곡가의 의도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의 공연 환경에 맞는 작품 접근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협연합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비교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할 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할 때가 훨씬 더 유연하고, 오케스트라와의 상호작용이 훨씬 더 강렬하게 이뤄집니다. 그래서 저는 고전 시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더 작은 편성으로 연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예술감독·악장·협연자로서 무대에 오릅니다. 한 공연에서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때, 연주자로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각 역할에서 특별히 중점을 두는 점이 있다면요?

각 역할에 집중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함께 무대에 선 재능 있는 음악가들과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실, 40년 넘게 악장으로 활동하면서 리더 역할은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아요.(웃음)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가짐

오래도록 음악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저는 따뜻한 음색, 아티큘레이션, 노래하듯이 표현하는 프레이징, 그리고 음악적 세련미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빈 스타일로 교육받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주하며 자연스럽게 익힌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젊은 연주자들에게 “더 나은 음악가가 되기 위해 배움을 멈추지 말라”는 이야기도 꼭 해주고 싶습니다. 기술적인 화려함보다 음악에 담긴 의미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연주 계획을 들려주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알반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다시 연주하고, 몇몇 실내악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도 즐겁게 이어갈 예정이고요. 은퇴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활동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음악가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의 목표는 언제나 단 하나입니다. 매 공연을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청중과 소통하는 것이죠!

김강민 기자 사진 에스비유

 

라이너 호넥(1961~) 빈 국립음대에서 에디트 베르트싱거를 사사했다. 1981년 빈 슈타츠오퍼의 제1바이올린 단원 활동 이후 빈 필하모닉 단원으로 합류했다. 1984년부터 빈 슈타츠오퍼, 1992년부터 빈필의 악장을 맡고 있다.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겸 악장을 맡고 있는 그는 1725년산 스트라디바리 ‘샤콘’을 사용한다.

 

PERFORMANCE INFORMATION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협연 라이너 호넥)

2월 3일 오후 7시 30분 제주문예회관 대극장

2월 4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월 5일 오후 8시 현대예술관 대공연장(울산)

2월 6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2월 7일 오후 7시 30분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월 8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전주)

2월 9일 오후 2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협연 라이너 호넥)·교향곡 29번, 하이든 교향곡 59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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