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필 악장 미우라 아키히로, 역사를 넘어 음악으로 만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3월 3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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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도쿄필 악장 미우라 아키히로

KBS교향악단과 도쿄필의 ‘협동’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양국의 ‘합동’을 빛낸다

 

역사를 넘어, 음악으로 만나다

 

관광과 대중문화의 활발한 교류로 가깝게 느껴졌다가도, 이따금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로 인해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가깝고도 먼’ 일본과의 관계란 미묘하다. 양국의 관계는 ‘침묵’과 ‘표현’으로 이룬 시간이 켜켜이 쌓여왔을지도.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가 올해로 60년을 맞아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작품이 양국을 오간다. 그중 60년간 쌓아온 교류의 역사를 기념하기에 ‘음악’만큼 좋은 것이 어디있을까. 그래서인지 ‘레 미제라블’의 한 문장이 떠오른다. “음악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렇다고 침묵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여러 문화예술 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음악계에서는 도쿄 필하모닉과 KBS교향악단이 선보이는 3월의 합동 공연이 뜻 깊은 순간으로 손꼽힌다. 양국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 함께 연습하고, 연주한다는 점에서 밀도 높은 교류다. 두 오케스트라의 연결고리는 KBS교향악단의 계관지휘자이자 도쿄 필하모닉의 명예 예술감독직을 맡고 있는 ‘정명훈’이다. 두 악단은 동일한 곡목과 라인업으로 3월 2일 도쿄 오페라 시티 콘서트홀에서, 3월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을 앞두고, 도쿄 필하모닉의 악장 미우라 아키히로와 인터뷰를 나눴다. 도쿄 필하모닉의 악장은 총 세 명. 그중 미우라 아키히로는 지난해 19년 만의 도쿄 필하모닉 내한에도, 2015년에 있었던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공연에도 참여해 한국을 찾은 바 있다.

 

도쿄 필하모닉 ©上野隆文

지난해 5월, 도쿄 필하모닉 내한이 있었으니 열 달 만의 한국 방문이다. 작년 내한 공연에서 느낀 한국에 대한 소회는?

도쿄 필하모닉에서 매년 정명훈 지휘자와 함께 연주하고 있지만, 지난해 한국에서 함께한 공연은 더욱 특별했다. 한국에서의 연주 자체가 꽤 오랜만이었는데, 그가 단원들을 향해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며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빠듯한 일정이지만, 한국에서의 시간을 즐기길 바란다”는 배려의 말도 인상 깊었다. 도쿄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편안해 보이는 마에스트로의 모습도. 한층 더 여유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함께 나눈 공연이었다. 한국의 관객 또한 일본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라고 느꼈다. 동시에 지휘자 정명훈과 조성진이 한국 음악계에서 가진 스타성과 매력을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이라는, 특별한 합동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뜻깊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진심으로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국가 간의 정치적 어려움은 늘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음악은, 이러한 장벽을 초월해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평소 음악가로서 늘 다양한 국적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한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다름’을 느끼기보다, 음악을 통한 깊은 유대를 경험한다. 이것이야말로 음악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이 신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연주자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음악을 통해 하나 되는 감동이 전달되길.

도쿄 필하모닉은 오랜 역사를 가진 오케스트라다. 악단이 유지하고 있는 전통이 있다면?

우리에겐 오페라 연주의 전통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덕분에 오케스트라는 음악적 유연성이라는 장기를 갖추게 됐다. 젊고 경험이 적은 지휘자부터 세계적인 거장까지, 도쿄 필하모닉은 누구와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쌓은 장점이며, 단원들도 이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도쿄 필하모닉의 음악만이 가진 특별한 점을 자랑한다면?

앞서 언급했듯, 오랜 오페라 연주 경험을 통해 음악에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느낌을 녹여내는 악단이다. 오페라는 본질적으로 ‘노래’가 중심인 장르고, 모든 음악에서 노래는 필수적인 요소다. 물론 기악 연주에서 기술적인 면은 중요하지만, 음악이 청중에게까지 전달되기 위해서는 음악적 프레이징과 표현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노래하는 듯한 우리의 연주는 사람의 감성을 깊이 울릴 수 있다.

도쿄 필하모닉의 정기연주회는 주로 도쿄에 위치한 오페라 시티, 오처드홀, 산토리홀에서 열린다. 이번 합동 공연 장소 중 한국의 롯데콘서트홀은 빈야드 스타일의 공연장으로, 산토리홀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공연장의 형태 외에도 음향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많다. 하지만 롯데콘서트홀과 산토리홀이 유사한 스타일의 공연장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이러한 형태의 홀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고르게 퍼지며, 연주 공간 전체를 감싸는 듯한 음향 효과가 만들어진다. 오케스트라 공연과 매우 잘 어울리는 공연장의 형태며, 균형 잡힌 감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고 있으니, 우리 오케스트라와 한국 관객의 거리가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깊이 있는 음악적 교감을 기대하다

정명훈/도쿄 필하모닉(악장 미우라 아키히로) ©Takafumi Ueno

이번 공연의 협연자는 양국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1989~)과 이가라시 카오루코(1994~)다. 두 사람이 함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10번(모차르트)를 연주한다.

모차르트 음악의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아름다움에서 시작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 그의 음악은 연주자가 가진 음악적 감성, 예술적 본질이 그대로 다 드러낸다. 정명훈의 지휘 아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함께 할 순간이 기대된다.

2부는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다. 베토벤과 말러는 정명훈과 도쿄 필하모닉이 오랜 기간 깊은 교감을 나눠온 음악이라고 알고 있다.

정명훈과 도쿄 필하모닉은 말러의 거의 모든 교향곡을 연주했다. 그중에서도 교향곡 1번은 말러의 첫 번째 대작이다.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연주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마에스트로는 이 곡이 가진 깊이와 빛을 탁월하게 이끌어낸다. 특히, 2악장과 3악장에서는 말러의 문화적, 개인적 성향이 강하게 묻어난다. 악장으로서, 마에스트로가 제시하는 해석을 바탕삼아 이를 충실하게 표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함께 연주할 KBS교향악단과의 성공적인 음악적 협업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나?

함께 연주하게 된다면, 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두 오케스트라 모두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그의 음악적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도쿄 필하모닉은 정명훈과 올해로 25년 차다. 나 또한 그 시작을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린 사람으로서, 그의 음악을 꾸준히 흡수하며 성장했다. 도쿄 필하모닉은 세대가 바뀌면서도 마에스트로의 음악적 방향성을 존중하는 자세를 유지해 왔고, 그 또한 도쿄 필하모닉을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오케스트라”라고 여긴다. 지휘자와의 이러한 유대감을 공유할 수 있는 두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면, 서로 다른 개성 속에서도 확실한 음악적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허서현 기자 사진 KBS교향악단

 

미우라 아키히로(1961~) 일본 츠쿠바 대학 졸업 후, NHK 교향악단에서 오케스트라 단원 생활을 시작했다. 25회 티보르 바르거 콩쿠르에서 수상한 바 있으며, 다수의 실내악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매년 미야자키 국제 음악제의 무대에 오르며, 2001년부터 도쿄 필하모닉의 악장으로 재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정명훈/KBS교향악단·도쿄필하모닉(협연 선우예권·이가라시 카오루코)

3월 2일 도쿄 오페라 시티 콘서트홀

3월 3일 롯데콘서트홀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10번,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GAEKSUK DB

우리가 몰랐던 일본 최고(最古) 악단의 특징

 

‘국립’ 악단이 없는 일본 | 도쿄 필하모닉은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악단이다. 1911년, 나고야에서 시작해 1938년부터 도쿄에 자리 잡았다. 일본에는 국립 오케스트라가 없다. 1999년에는 일본의 기업 소니 전 회장이 악단의 회장을 부임했고, 현재 악단의 회장은 라쿠텐의 CEO가 맞고 있다. 도쿄 필하모닉의 CEO 이시마루 교이치에 따르면 “공연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정부에 다시 환원해야 하고, 나머지 비용이나 단원 월급은 오케스트라가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있다. 현재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수입원은 기획사·공연장·기업·방송국(NHK)·학교 등에 공연을 파는 것”(본지 2021년 1월 호)이다.

단원들끼리 반년만에 만날 때도 | 단원이 총 160명, 연주 횟수가 1년에 400회에 달하는 것도 이와 무방하지 않다. 오페라와 발레 공연까지 아우르기에 오케스트라가 두 팀으로 나뉘어 단원들이 로테이션으로 움직인다고. “같은 단원들끼리 반년 만에 얼굴을 마주하기도 한다”는 것이 도쿄 필하모닉의 바순 수석 최영진의 말이다. 그는 “이 정도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다루는 오케스트라가 많지 않다. 도쿄 필하모닉에 있다 보니 장르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새로운 곡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본지 2021년 1월 호)고 언급했다.

 

 

PREVIEW

올해, 한·일 사이에 어떤 문화예술 교류가 이뤄지나?

한·일 양국의 외교부는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며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를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이에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는 장벽 없는 문화 교류를 위해 문화·스포츠·창조산업 협력 각서를 체결, 조선통신사 행렬 및 뱃길 재현(4~10월), 한일축제 한마당(9월 도쿄), 한일우정콘서트(5월 오사카), 교향악단 합동 음악회(6월 도쿄), 한일 문화교류 특별전시(3~11월 오사카문화원) 등의 개최를 예고했다.

일본 신국립극장은 국내 공연장과의 교류에 적극 나선다. 한국의 국립극장은 신국립극장과 공연 실황 교류상영회 개최를 약속했다. 8월 28일 일본 신국립극장은 국립무용단의 ‘2022 무용극 호동’(대본·연출 이지나, 안무 정소연·송지영·송설), ‘몽유도원무’(안무·연출 차진엽)를 상영한다. 한편, 예술의전당은 재일 한국인 정의신의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11.14~23/CJ토월극장)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2008년,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양국 연극계의 주요 상을 받으며 호평을 받았다.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과 협력, 특별전 ‘일본미술의 재발견’(6~8월)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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