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소프라노 이아경, 노래라는 길 위에서 정속 주행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3월 10일 9:00 오전

MY WAY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노래라는 길 위에서

 

정속 주행 데뷔 30주년을 맞이해, 노래로 인생의 사계절을 돌아보다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이 오는 3월,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피아노 연주(연주 김도석) 위에 그의 음성만으로 채워진다. 깊은 울림으로 가득한 여운과 잔향을 남기는 이아경의 노래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이번 공연은 “향이 좋은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친밀한 친구와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듯, 마음과 시간을 공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공연은 프롤로그편에서 슈베르트의 ‘음악에’로 시작, 봄·여름·가을·겨울을 거치는 사계절에 어울리는 아리아와 가곡들이 배치됐다. 봄편에는 그간 무대에서 불러본 적 없는 작품들을 넣어, 어설펐지만 싱그러웠던 성악도로서의 희망에 들떴던 시기를, 여름편에는 뜨거운 열정을 노래하며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을 투영했다. 가을편의 정서에는 많음 성악가들이 애창하는 작품들로 현재의 성숙한 감성을, 겨울편에는 인생의 황혼기이자 새로운 인생의 반환점이 될 계절을 노래한다. 그리고 에필로그편에선 ‘마이 웨이(My Way)’를 부른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봄과 동시에, 앞으로의 여정을 격려하며 꿋꿋이 나아가겠다”는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순간이다.

이아경의 데뷔는 1995년,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인 메노티(1911 ~2007) 오페라 ‘무당’이다. 이후 그는 벨리니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외에도 이탈리아 6개 콩쿠르 우승을 거두며 주목 받았다.

“데뷔 당시, 25세라는 어린 나이였는데 딸이 있는 ‘영매’라는 배역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재밌었어요.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헛것을 보고 두려워하는 표정을 지어보기도 하고, 공포에 떨며 술을 따르는 상황을 연상하다 일그러진 제 표정을 누가 볼까 겸연쩍게 웃던 기억도 나요.”

2005년, 귀국 후부터 그는 한국 성악계의 대표 메조소프라노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십 편에 달하는 오페라는 물론, 다수의 교향곡과 오라토리오 공연도 그의 차지였다. 2010년부터는 모교인 경희대의 교수로 부임하여 후학 양성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무대 경험뿐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차 언어의 뉘앙스, 호흡의 깊이, 신체의 움직임, 공명 등을 더 많이 신경 쓰게 되었죠. 소리를 비워야, 더 큰 공간감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점차 가졌죠. 나이가 들면서는 곡에 대한 공감도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치장을 덜어내고 더 담백한 모습으로 노래하고 싶어진달까요?”

30년의 ‘롱런’을 넘어, 그는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다. 오는 4월에는 국립합창단과 브루크너 ‘테 데움’, 교향악축제에서 진주시향과 베토벤 교향곡 ‘합창’을 연주하며, 6월에는 청주시립합창단과 모차르트의 ‘레퀴엠’, 부천필하모닉과 베르디 ‘레퀴엠’을 선보인다.

“성악가로서의 대단한 성취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며 즐겁게 음악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그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순간의 이익보다는 명예를 지키는 것에 소망을 두고 지내왔어요. 조금 느리더라도 바른길로 가자고, 오래도록 노래하자고 학생들에게도 늘 이야기하죠.”

무엇보다 그는 강조한다. “무대 위에서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편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늘 최상일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진솔한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저 또한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며, 심지어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무언가를 배워나갑니다. 한 분야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을 잘 들여다 봐야죠.”

프로그램을 찬찬히 살펴보며, 그에게 질문했다. 당신의 생을 사계절로 비유하자면, 지금은 어느 계절쯤을 걷고 있냐고.

“음… 여름과 가을 사이쯤인 것 같군요. 3~40대처럼 오페라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약하던 여름은 아니지만, 여전히 공연과 협연, 음반 등 꾸준히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교육자로서 제가 뿌린 씨앗이 자라나고 있는 지금을 만끽하며, 곧 제자들의 성장이 결실을 볼 가을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그 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절로 뿌듯해지는, 그런 여름과 가을의 중간 즈음이 아닐까요.”

허서현 기자

 

이아경 경희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베르첼리 고등음악원, 파르마 오르페오 아카데미아를 졸업했다. 벨리니 콩쿠르에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으며, 국내 다수의 오페라에서 활약하며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여자 주역상(2011) 등을 받았다. 다수의 지휘자, 교향악단과 협연했으며, 한국 가곡 ‘그대 있음에’, 슈만 가곡집 ‘여인의 사랑과 생애’ 등 음반을 발매했다. 2010년 경희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했고, 2021년부터 음대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이아경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마이웨이’

3월 25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슈베르트 ‘봄의 찬가’, 생상스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김효근 ‘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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