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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요룰레히(전희조) & 탱로그(권태영)
음악을 부담 없이 전하다!
그 누구보다 음악의 재미를 아는 이들, 클래식은 물론 자기 자신도 띄우다
전희조(1989~) 예원학교·서울예고·서울대를 거쳐 보스턴음악원(연주자 과정)에서 유학했고, 서울대 음악과 석사를 수료했다. 유튜브 채널 ‘요룰레히’을 운영하고 있으며, 네이버 방송 플랫폼 ‘치지직’과 파트너십을 맺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권태영(1995~) 광주교육대에서 학·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도미한 뒤 조지아주립대에서 음악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그룹 현악기 지도법, 음악 인지·창의성 연구 등의 조교로 활동 중이다. 현재 유튜브 채널 ‘탱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MZ 세대’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일상에 스며든 지도 5년, 새로운 세대가 가진 감성은 엄숙하다던 클래식 음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렵거나 딱딱한 문체는 걷어내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콘텐츠를 추구하는 이 세대에 맞춰 클래식 음악을 재미있게 풀어내기 시작한 것. 더불어 이는 음악을 단순히 쉽게 설명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이라는 장르를 소재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럴 때 방점은 ‘클래식 음악’과 함께 이를 소개하는 ‘자신’에게 찍히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은 항상 진입 장벽이 높다고 여겨지기에 여러 기관과 단체가 눈높이를 낮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제공하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이 가진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를 부수기보다는, 경직된 분위기를 인내할 수 있는 사람만 들어오고 있는 것이 현실. 만약 우리가 보다 폭넓은 관객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이러한 유연한 사고를 지닌 유튜버들의 활약을 두 손 들고 반겨야 할 때가 아닐까. 수십만 시청자를 홀린 두 명의 유튜버 요룰레히와 탱로그를 만나보자.
요룰레히, 수다를 나누는 첼리스트
채팅과 후원으로 신청곡을 받아 노래·연주를 전해주는 것은 더 이상 가수만의 영역이 아니다. 첼리스트이자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요룰레히는 2019년부터 온라인 방송을 시작하여 지금은 네이버 온라인 방송 플랫폼 ‘치지직’의 파트너로 화면 너머의 청중을 만나고 있다.
재미있게도 처음 방송을 시작한 주제는 음악이 아니라 게임이었다고. 이후 동생의 권유로 방송에서 첼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더니, 음악을 좋아하는 시청자가 꾸준히 모여 지금은 35만 유튜브 구독자를 가진 첼리스트 방송인이 됐다. 그의 주요 콘텐츠는 지금도 연주와 게임으로, 신청곡을 받아 실시간으로 자신의 첼로 연주를 전하고 있다. 또한 클래식 음악계의 게스트를 불러 전공생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요룰레히 유튜브
성함인 ‘희조’를 ‘조희’로 뒤집고 다르게 발음한 ‘요히’가 지금의 채널 제목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클래식 음악을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게임 등을 함께 나누는 크리에이터이자 첼리스트, 요룰레히(전희조)입니다. 일상적인 소통으로 자연스럽게 많은 분이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성향은 ‘집순이’에 가깝다고 밝혔는데, 온라인의 수많은 타인을 마주하는 일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향적인 성격은 아니에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즐기는데, 다만 편안한 환경에서 만나는 걸 선호하는 거죠. 오히려 집에서 시청자들과 함께하는 지금의 콘텐츠가 저에게 딱 맞는다고 느낍니다.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라서, 17시간 동안 연속으로 방송한 적이 있을 정도예요.
무대의 청중과 달리 온라인의 시청자와 즉각적으로 소통을 나누다 보니, 크리에이터는 무분별한 공격에 취약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시청자로 인해 힘든 날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정신력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작은 말에도 일희일비했지만, 이제는 다소 무뎌지고 스스로 강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응원해 주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기에, 그분들의 지지가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시청자·구독자의 연령층은 어떤가요?
초등학생부터 60~70대 어르신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모든 분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점이죠! 그래서 신청곡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고 넓어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서울대, 보스턴음악원까지 이른바 정통 코스를 밟았는데,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지금은 익숙하지만, 방송 초반에는 진행이 굉장히 어색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말하듯이 진행하다 보니 가벼운 실수도 있었죠. 그래서 첫 1년 동안은 제 방송을 꾸준히 다시 보면서 스스로 피드백했습니다.
“크리에이터는 먼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불가능한 직업”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방송을 해오던 플랫폼인 ‘트위치’가 갑작스레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 후 현재는 네이버 ‘치지직’과 파트너십을 맺게 됐죠. 온라인 매체의 가변성이 직업에 영향을 미치나요?
저는 어느 플랫폼에 속해있는지보다 자기 PR과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어요. 나만이 가진 색깔이 무엇인지 찾고, 이를 발전해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요룰레히 치지직
올해 거암아트홀의 새로운 기획 시리즈 ‘신사담’(신사동에서 펼쳐지는 사사로운 음악 이야기)의 첫 주자를 맡았습니다. 어떤 공연을 준비 중인가요?
이번 공연은 음반 발매와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음반은 정통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하지만, 보다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뉴에이지풍을 가미했어요. 공연의 콘셉트는 ‘잠’입니다. 공연과 저녁 방송을 연결하여, 시청자들이 공연과 방송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음악을 들으며 편안한 밤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 중입니다.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늘 ‘첼리스트’의 정체성이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연주자로서 이루고 싶은 꿈과 방향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관객이 직접 표를 구매하는 공연을 여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어느새 그 꿈을 이루었네요. 현재는 음반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서 이를 잘 마무리하는 게 우선 목표입니다. 더 큰 목표는 이후에 다시 생각해 보려 합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요룰레히 첼로 리사이틀 ‘꿈꾸는 밤의 선율’
3월 22일 오후 4시 거암아트홀
프로그램 추후 공개
탱로그, ‘진짜’가 만들어 내는 웃음
요룰레히가 듣고 싶은 클래식 음악을 친절하게 전해주는 전문가라면, 탱로그는 계획에 없던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주는 선생님 같은 존재다. 그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드뷔시 가스라이팅’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영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작곡가를 흥분하며 설명하는 것이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초등 교사로 근무했던 경력이 빛나는 것일까. 영상의 댓글에는 온라인 강의를 듣는 기분이라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그는 음악교육학 박사과정을 지내고 있는 학생으로, 그의 영상의 매력은 학문을 향한 순수한 진정성에서 오는 듯하다.
‘태영의 브이로그’를 줄인 ‘탱로그’가 채널 제목이네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시작은 브이로그 업로드였는데, 현재는 클래식 음악을 코믹하게 풀어나가는 채널로 운영하고 있는 탱로그(권태영)입니다. 하지만 채널의 주제는 미래의 제 뇌 속에 맞춰 또 변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역동적인 채널’의 구독자는 어떤 분들인가요?
저는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제 구독자가 조금 별나고 웃긴 사람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그런 사람들이 모였더라고요! 이분들이 써준 댓글을 읽는 재미가 단연코 제가 유튜브를 이어나가는 원동력입니다. 모두에게 댓글을 달아드리고 싶지만, 제가 너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자제하고 있어요. 또, 음악을 전공했거나, 취미로 음악을 하거나, 음악과 친해지려는 분들이 주 구독자입니다.
채널의 주요 콘텐츠는 ‘드뷔시 가스라이팅’ ‘베토벤 가스라이팅’처럼 작곡가에 관해 열변을 토하는 것입니다. 음악교육학 박사과정에 있는데, ‘교육’을 향한 열정일 수도 있겠네요.
중학생 시절, 과학 시간에 칠판을 활용하여 문제 풀이하는 과제를 주신 적이 있었는데요. 친구들 앞에서 설명하는 순간 제 가슴속 무언가 끓어오르더라고요. 저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도 제게 박수를 쳐줄 정도였죠. 그 이후로 ‘어쩌면 교사가 내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 같습니다. 전 클래식 음악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떤 주제든지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남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그 성과를 확인했을 때의 희열을 느껴요. 이 감정을 간직하여 지금의 과정에 있게 됐습니다.
연주 전공자가 아니어서 음악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는 않았나요?
오히려 그렇기에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틀려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만약 연주자로서의 길을 갔더라면 제 연주를 평가하는 사람들을 마주해야 해서 유튜브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유튜브도 ‘전공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제작해 왔습니다.

탱로그 유튜브
시청자 또는 구독자에게 공격을 받기도 하나요?
자랑 하나만 하자면, 전 한 번도 무분별한 공격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거예요! 행여나 저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면 구독자분들이 저보다 더욱 분노하며 제지해줍니다. 그런 환경에서 유튜브를 할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한 나날이죠. 저는 오히려 설득력 있는 논리로 제 의견에 반대하실 때 더욱 반성하며 제 논리와 문헌을 다시 살피곤 합니다.
라이브 방송 중에는 시청자에게 이른바 음악 감상 ‘숙제’를 내주기도 하는데, 평소 음악 감상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음악교육자로서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듣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교사로서 중요한 사명 중 하나로 학생에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부할 때 가끔 대금 독주 ‘청성곡’을 듣기도 하고, 출근할 때 록이나 팝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다만, 곡 하나를 고르면 그것만 주야장천 듣는 편이에요.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스트리밍 앱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음악을 끊임 없이 들어 청취자 상위 0.06% 안에 들기도 했어요.(웃음)
그러고 보니, 모차르트 음악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모차르트 음악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있어요. 신성하고 아름다운 화음, 선율, 구성, 오케스트레이션, 재치…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언젠가 모차르트 팬으로서 잘츠부르크 탐방기를 유튜브로 찍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현재 전공인 교육학과 관련한 콘텐츠 제작에도 관심이 있는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공과 밀접한 내용은 되레 신중해야 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온전히 크리에이터로 살았다면 세계를 여행하며 그 지역의 전통 음악이나 특색 있는 음악을 직접 배우는 콘텐츠를 찍지 않았을까요? 우선 연구자인 지금은, 역량을 키워 음악교육과 관련된 세상의 궁금증을 설득력 있고 깊게 풀어나가는 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글 이의정 사진 거암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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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좀들어라’

클래식좀들어라
또 하나의 창의적인 음악 유튜브 채널 요룰레히와 탱로그의 채널을 즐겨 찾는다면, 당신의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클래식좀들어라’ 채널도 필히 뜰 것이다. 현재 10만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이 채널은 직접 큐레이션 한 플레이리스트를 올리는데, 영상의 이색적인 섬네일과 독특한 제목으로 폭발적인 조회수를 이끌었다.
‘8첩반상 클래식’ ‘걍 살면 되지 않을까 클래식’ ‘백악기 클래식’ 등 클릭하기 전까지 무슨 작품을 묶었을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특징. 참고로 ‘8첩반상 클래식’에는 라벨 ‘볼레로’,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보로딘 오페라 ‘이고르 공’ 등의 작품이, ‘백악기 클래식’에는 홀스트 ‘행성’ 중 ‘목성’, R.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작품이 담겨 있다. ‘걍 살면 되지 않을까 클래식’은 직접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