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20주년
스무 번의 봄을 맞이하며, 축제를 빛낸 이름들과 그 발자취를 따라서
2006년부터 꾸준한 레퍼토리 발굴과 신선한 주제 선정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로 자리 잡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예술감독 강동석, 이하 SSF)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SSF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원년 멤버, 새로운 가족이 된 젊은 음악가들, 그리고 매년 높은 수준의 연주를 선보이는 해외 음악가들까지. 실내악이 어우러진 서울의 봄을 함께 만들어 낸 이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올해의 주제는 ‘20 캔들스(Candles)’. 오는 4월 22일부터 20주년을 축하하는 스무 개의 촛불이 밝혀진다. 그동안 이뤄낸 축제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날을 내다볼 시간이다.
총괄 홍예원 기자 사진 강태욱·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PART 1_ 서울의 봄 축제를 시작한 사람들
실내악의 꽃을 피우기까지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피아니스트 김영호•첼리스트 조영창•비올리스트 김상진 대담
각자의 무대에서 활약하던 네 명의 솔리스트는 2006년의 어느 봄날, 혼자보다 함께 어우러지는 실내악을 택했다. 연주자 섭외부터 레퍼토리 선정, 재정적인 문제까지. 실내악으로 음악 축제를 열기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들은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다. “모두 뛰어난 연주자이면서 소중한 음악 친구들이기도 하지요. 제가 실내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렇게 같은 무대에 서는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강동석, 본지 2015년 5월호)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다시 봄이 찾아왔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이하 SSF)의 모토인 ‘음악을 통한 우정’처럼 지난 시간 속에서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함께하며 긴 시간 실내악의 꽃을 피워온 네 명의 음악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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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인연이 만든 국내 최고의 실내악 축제
이렇게 네 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보니, 봄이 왔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집니다. 처음 축제를 시작했을 때, 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강동석 사계절 중 축제를 개최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름과 겨울은 덥고 추운 날씨 때문에 선택지에서 제외되었고, 남은 계절은 봄과 가을이었죠. 고민 끝에 새벽, 생명, 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봄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네 분은 SSF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계시죠. 서로 오랜 인연이 있으시다고요.
조영창 저희는 50년 넘은 오랜 친구 사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되었죠. 김영호 선생과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함께 피아노 연탄곡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웃음) 강동석 선생은 미국에서 커티스 음악원을 함께 다니며 알게 되었고요.
김영호 맞아요. 조영창 선생과는 오랜 친분이 있고, 김상진 선생은 1996년 부산에서 열린 ‘대우 이바하 페스티벌’에 영 아티스트로 참여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모두 연세대 음대의 교수로 모이게 되었죠.
김상진 강동석 예술감독님은 제 부친(김용운)의 제자로, 제가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지냈어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SSF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직알프 페스티벌 인 서울’(2003~2004)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축제에 합류하게 되었죠. 저는 세 분에 비해 나이가 어린데도 음악적 동료로서 친구처럼 잘 대해주세요. 이분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SSF를 돌아봤을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나요?
강동석 벌써 20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덕수궁에서 무료로 진행된 고궁음악회와 서울광장 야외 공연, 그리고 일본·중국·홍콩·독일·캐나다·이스라엘 등에서의 해외 투어가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은 예산 삭감으로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계속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네요.
김영호 ‘피아니시모’를 주제로, 건반악기에 중점을 두었던 2011년 축제가 기억에 남아요. 당시 국립발레단과 한 무대에 올랐는데, 피날레 무대에서 8명의 피아니스트가 4대의 피아노로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을 연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SSF는 국내에 실내악의 기반을 다진 축제로 그 의미가 깊습니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SSF의 성과 및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영호 초창기에는 실내악이 낯선 장르라는 인식 탓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덕수궁 야외음악회, 가족음악회 등 여러 노력을 통해 SSF가 국내 실내악 붐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영창 이전에는 실내악과 현악 4중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거의 없었어요. 세계적 명성의 아마데우스 콰르텟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했을 당시에도 관객이 200~300명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 SSF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드디어 한국에도 실내악을 알릴 수 있는 축제가 생기는구나!’ 싶었죠. 한국 실내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국내에서도 실내악 축제가 활발히 개최되고 있습니다. 여러 실내악 축제 중 SSF만의 차별점을 꼽아주신다면요.
김상진 오랜 세월을 통해 형성된 높은 수준의 관객층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지방의 여러 실내악 축제를 경험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새롭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는 관객의 부재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널리 알려진 곡 위주로 프로그램을 고를 수밖에 없었죠. 다른 축제들도 여러 회차를 거치며 좋은 관객을 길러내겠지만, SSF는 이미 어떤 레퍼토리든 소화할 수 있는 양질의 청중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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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명곡, 국내 초연작에 대한 애정
매년 탄탄한 주제 선정과 프로그래밍이 돋보입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명곡은 물론, 국내에서 잘 연주되지 않는 숨은 명곡을 발굴해 주목받았는데요.
강동석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주제를 찾는 것은 축제 준비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긴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에요.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희귀한 작품들을 찾기가 더 어려웠죠. 물론 지금은 인터넷 덕분에 훨씬 편해졌습니다.(웃음) 힘들고 고되지만, 새롭고 가치 있는 레퍼토리를 찾아 축제의 주제와 연결 짓는 일은 제게도 늘 큰 도전이 됩니다.
김상진 실내악 레퍼토리는 방대한 데 비해 축제 이전에 국내에서 연주되던 실내악 프로그램은 유명한 작품 몇 곡에 한정되어 있었어요. SSF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연주되는 곡들이 질적, 양적으로 늘어난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국내의 젊은 연주자들을 비롯해 해외의 유수 연주자들까지, 축제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강동석 SSF에서는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연주자를 비롯해 덜 알려진 연주자들도 함께 초대합니다. 인지도가 반드시 음악의 완성도를 보장하지는 않으니까요. 유명세와 관계없이 실내악 연주에 뛰어나고, 풍부한 경험을 지닌 연주자를 모으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여러 연주자가 모이는 만큼, 선후배 음악인들이 만나는 자리가 될 것 같은데요.
김상진 오래전 SSF에서 조성진(피아노), 애나 리(바이올린), 이화윤(비올라), 조민석(첼로), 성민제(더블베이스)와 멘델스존의 피아노 6중주를 연주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다들 10대 중반이었는데… 이제는 세계적인 연주자로 우뚝 선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낍니다.
김영호 실내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리를 듣는 거예요. 자신의 소리뿐 아니라 무대 위에서 함께 연주하는 동료들의 소리도 열심히 들어야 하죠. 후배들, 특히 젊은 연주자들이 축제에서의 여러 경험을 통해 음악적으로 성숙해 간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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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음악제 초청 등 아름다운 기억
지금까지 연주 활동을 이어오며 여러 해외 페스티벌에 연주자로, 관객으로 방문했을 텐데요. 기억에 남는 실내악 페스티벌이 있나요?
조영창 해외의 여러 페스티벌에 참여했지만, 자연 경관이 아름다웠던 곳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호주의 퀸즐랜드 음악 축제와 강 감독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프랑스 틴느의 뮤직알프 여름음악캠프처럼 말이죠.
김영호 토론토 여름 음악 축제에 SSF가 초청받은 적이 있어요. 교육자와 학생이 함께 연주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젊은 학생들과 리허설하고, 연주했던 경험이 무척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김상진 미국의 말보로 페스티벌은 ‘실내악의 메카’로 불릴 만큼 세계적인 실내악단을 여럿 배출한 유서 깊은 축제예요. 두 달간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된 70여 명의 연주자가 실내악에 파묻혀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데, 제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경험이었어요.
SSF의 상징으로는 윤보선 고택에서 열리는 고택음악회가 있죠.
강동석 윤보선 고택은 번화한 서울 한복판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 중 하나에요. 사실, 연주자들에게 야외음악회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날이 화창하면 악기에 직사광선이 닿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바람이 불면 악보가 날아갈 위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아름다운 봄날에 고택에서 펼쳐지는 음악회는 관객 여러분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하리라 생각합니다.
김상진 맞아요. 오래된 한옥과 야외음악회가 주는 분위기가 정말 특별해요. 실제로 바람이 세게 불어 악보가 날아갈 것 같으면 자석으로 단단히 고정한 뒤에 연주하고, 공연 중에 근처 교회의 종소리가 들려오면 잠시 연주를 중단했다가 소리가 멈춘 후에 연주를 이어 나가곤 하지만요.(웃음)
올해의 주제는 ‘20 캔들스(Candles)’입니다. 20회를 맞이한 만큼, 주제와 프로그램이 지닌 의미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강동석 물론이죠. 축제의 2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20개의 촛불을 켰습니다.(웃음) 프로그램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일종의 회고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 발터 라블의 클라리넷 4중주, 프라이스의 피아노 5중주, 세르게이 유페로프의 피아노 3중주 등 그동안 SSF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들과 앞으로 자주 연주될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좋은 소식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2008년 인상적인 공연을 펼쳤던 프랑스의 클라리넷 앙상블 ‘레봉벡’이 ‘Crazy Winds’를 주제로 올해 가족음악회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SSF가 어떤 축제로 발전해 나가길 바라시나요?
김영호 새로운 작품과 널리 알려진 작품의 조화, 그리고 다채로운 주제로 20년간 축제를 이어온 강동석 예술감독님의 실내악에 대한 애정이 앞으로도 SSF와 함께 계속되길 기대합니다.
조영창 실내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실내악 축제가 20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축제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더해져 이룬 성과인 만큼, 올해를 발판 삼아 50주년, 아니 100주년까지 SSF가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상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실내악 작품을 연구하고 소개하며 실내악의 저변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음악을 통해 인류의 화합에 이바지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강동석 축제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의 실내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은 축제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재정 문제를 해결해 SSF가 예술적으로 더욱 성장하고, 국내외에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랍니다.
글 홍예원 기자 사진 강태욱·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강동석(1954~) 1967년 도미해 줄리아드 음악원, 커티스 음악원에서 이반 갈라미언을 사사했다. 몬트리올 콩쿠르·칼 플레쉬 콩쿠르·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입상했고, 연세대 음대 교수(2000~2019)로 재직했다. 현재 뮤직알프 및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김영호(1956~) 줄리어드 음악원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맨해튼 음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를 창단했으며, 2004년 스페인 아로나 뮤직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현재 연세대 음대 명예교수다.
조영창(1958~) 피바디 음악원, 커티스 음악원,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공부했으며, 1980년 지크프리트 팔름,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수업을 받았다.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제네바 콩쿠르·ARD 콩쿠르 등의 실내악과 첼로 부문에 입상했다.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에서 후학을 양성 중이다.
김상진(1972~) 1991년 동아콩쿠르 비올라 부문 첫 수상자로, 독일 쾰른음대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2017년에는 서울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취임했다. 중국 상해 국립 음악원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20 캔들스(Candles)’
4월 22일~5월 4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윤보선 고택 외
PART 2_ 매년 ‘젊은 피’를 수혈하다
축제의 가족이 된 젊은 연주자들
축제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2020년 직접 연락해 참여하게 된 대니 구와 2021년 처음 합류한 한수진. 몇 해 전부터 SSF의 일원으로 함께하며 긍정적인 기운을 전하는 두 바이올리니스트는 한 목소리로 말한다. “SSF는 매년 기대되는 보물 같은 축제다”라고.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실내악을 사랑하는 연주자로서 SSF는 어떤 의미의 축제인가?
앙상블을 통해 음악을 함께 빚어가며 느끼는 행복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SSF는 이러한 행복한 교감이 자연스럽게 빛나는 축제다. 바로 이 마법 같은 매력 때문에 연주자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매년 SSF를 찾게 되는 게 아닐까.
기억에 남는 해외의 실내악 축제를 소개한다면?
영국 IMS 프러시아 코브와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의 체임버 뮤직 커넥츠 더 월드가 기억에 남는다. IMS 프러시아 코브는 1~2주간 충분히 곡을 탐구한 후 팀의 모든 구성원이 연주하고 싶을 때 공연하는 방식이다. 처음 초청받았던 16살, 빈필 수석을 비롯한 저명한 음악가들에게 어린 나의 의견이 존중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는 공연이라는 명확한 목표로 리허설이 진행된다. 기돈 크레머·언드라스 시프와 같은 거장들과 함께하며 음악이 지닌 신비로움을 느꼈다.
올해 SSF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SSF에서 처음 함께했던 팀들과의 재회, 그리고 작년 무대에서 즐겁게 호흡을 맞췄던 멤버들과 작품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베토벤 탄생 255주년을 맞아 피아노 3중주 4번과 7중주 Op.20을 연주하게 되어 기대가 크다.
7중주처럼 큰 편성에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의견들을 실제로 시도해 보면서 가장 조화로운 길을 찾는다. 이런 과정에서 뜻밖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관점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SSF에 합류할 젊은 연주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자신의 음악에 대한 해석에 확신을 갖되, 늘 열린 마음을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SSF에서는 나이·성별·배경과 관계없이 모두가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안에서 경험하는 가장 ‘나다운’ 자유로움은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진정한 예술적 여정이 되리라 믿는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SSF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가?
국내에서 일주일 이상 매일 공연을 열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실내악 축제는 SSF가 유일하다. 함께하는 연주자들도 모두 대단한 분들이라 함께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이 무대가 더 특별하다.
실내악을 어렵다고 느끼는 관객들에게 SSF를 즐기는 팁을 전해준다면?
오히려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실내악 공연을 먼저 추천한다. 연주자들이 주고받는 호흡과 에너지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SSF에서는 유명한 곡 외에도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곡들을 연주한다. 무엇보다 연주자들이 직접 곡에 대한 해설을 들려주니, 편하게 오셔서 즐겨주시길 바란다!
선후배 연주자들과 한 무대에 오르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미국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과 연주해도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한국의 선후배 관계가 조금 낯설기도 했다. 그렇지만 SSF에서는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라는 ‘다름’이 모두 사라지기에, 훨씬 더 솔직하고 멋지게 음악을 펼칠 수 있다.
앞으로 SSF가 어떻게 발전하길 기대하는가?
SSF와 함께하면서 매년 많은 영감과 배움, 감동을 얻는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명성을 이어가며 신선한 곡들도 많이 선보이고, 행복한 에너지가 넘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
글 김강민 기자
한수진(1986~) 런던 퍼셀 음악원·옥스퍼드 대학·영국 왕립음악원·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외교부 문화외교 자문위원·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 수석 예술부감독 등을 역임했다.
대니 구(1991~)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JTBC ‘슈퍼밴드2’, MBC ‘TV예술무대’, 어린이공연 ‘핑크퐁 클래식 나라’ 등에 출연하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PART 3_ SSF에 참여하는 외국 연주자들의 반응
외국에서도 보기 힘든 실험적인 축제
축제명에 ‘국제’라는 단어는 없지만, “세계적인 음악 축제를 만들겠다”는 강동석 예술감독의 의지대로 SSF에는 매년 해외 음악가들이 함께했다. 단발성 방문으로 화제를 모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꾸준히 방문해 국내 관객에게 높은 수준의 실내악 음악을 제시한 이들도 있다.
클라리네티스트 로맹 귀요
SSF에는 2005년부터 참여했다. 20년의 역사를 함께한 외국인 연주자이기도 한데.
모로코와 프랑스의 축제에서 강동석 예술감독을 처음 만났고, SSF로 나를 초대해 주셨다. 당시 SSF의 규모는 지금보다 작았지만, 이미 훌륭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었다. 사실 1994년 파리 오페라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주 투어를 하며 한국에 대해 조금 알게 됐었는데, 2005년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한국이 무척 빠르게 변화하는 나라라는 걸 체감했다.
거의 매년 축제에 함께 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연주가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이 연주는 내 음악 인생에서 항상 우선순위에 있다. 한국 관객은 서유럽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 음악가들의 노력과 헌신에 대해서도 큰 존중을 갖게 만드는 나라다. 젊은 세대들에 대한 뜨거운 교육열에 대해서는 늘 감탄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인 아내를 만난 나라기도 하고, 훌륭한 음악가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됐다. 실내악 파트너로 만난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함께 음반도 발매할 정도다. 슈만과 라이네케의 곡을 녹음했고, 올해 발매 예정이다.
20년간, 국내 실내악계는 여러 지형 변화를 겪었다. 축제에 참여하며 실감한 부분이 있나?
한국 관객이 실내악 같은 규모의 공연보다 화려한 큰 ‘쇼’를 좋아한다는 것이 아직도 느껴진다. 실내악은 섬세하면서도 개인적이며, 내면적인 감정들을 다루기에 처음에는 대중적으로 자리 잡는 것이 쉽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을 강동석 예술감독이 잘 알고 있어, 좋은 프로그램들을 기획해 왔다고 생각한다. 다른 실내악 축제에서 보기 힘든 관악 연주 비중을 항상 유지하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첼리스트 마리 할린크
지난해부터 SSF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그간 여러 차례 초청을 받았지만, 일정상 지난해 드디어 처음 참가했다. 지난해 주제가 ‘올 인 더 패밀리’였는데, 남편인 무히딘 뒤뤼올루(피아니스트·작곡가)와 함께 초청받아 더 의미 있었다. 30시간의 긴 이동 시간 끝에 겨우 연습실에 도착했는데, 함께하는 연주자들의 따뜻한 환대와 높은 수준의 연주력에 피로가 단숨에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연주 작품은 무엇이었나?
클럭하르트(1847~1902)의 현악 5중주 Op.62가 기억난다. 처음 연주해 보는 작품이었는데,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 모인 연주자들이 ‘드림팀’이었다. 강동석 예술감독이 직접 작품을 이끌었고, 특히 함께 연주한 첼리스트 이상은과의 협업이 무척 즐거웠다. 올해도 클럭하르트의 작품을 연주하게 되어, 벌써 기대가 된다.
다수의 실내악 축제 참여를 경험했을 텐데, 그중 SSF가 갖춘 장점은 무엇이라고 느끼나?
실내악 축제 성공을 위해선 여러 요소가 균형 있게 갖춰져야 한다. 초청된 연주자의 수준, 명곡과 새 작품이 조화를 이룬 프로그램, 그리고 관객 확보, 연주자 간의 친밀함도 충분해야 한다. 무대 뒤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이들의 노력도 더해져야 한다. SSF는 이 모든 것을 다 완벽히 갖췄다. 특히, 연주자들이 1~2주간 함께 지내며 유대감을 쌓고 충분한 리허설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축제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다.
글 허서현 기자
로맹 귀요(1969~) 파리 오페라 오케스트라·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을 역임했고,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에서도 활동했다. 드뷔시 윈드 퀸텟으로 ARD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 있고, 2015년부터 3년간 서울대에서 겸임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마리 할린크(1973~) 벨기에 출신으로, 야노스 슈타커, 나탈리아 구트만 등을 사사했다. 2000년 카네기홀 독주 데뷔·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협연 데뷔했고, 앙상블 케옵스를 비롯해 다수의 음반으로 호평받았다. 브뤼셀 왕립 음악원 교수이며, 1717년산 마테오 고프릴러를 연주한다.
PART 4_ 축제의 주요 순간들
키워드로 알아보는 SSF의 역사
KEYWORD
#축제의 일등공신들
1회부터 20회까지, 축제와 함께해 온 음악가들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강동석(바이올린)을 비롯해 김영호(피아노), 김상진(비올라)은 지난 20년간 SSF에 한 회도 빠짐없이 참여하며 축제를 빛낸 주역들이다. 조영창(첼로, 19회), 이경선(바이올린, 16회), 최은식(비올라, 15회) 역시 20년의 전통을 가진 축제로 자리 잡는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윤혜리(플루트)와 박재홍(바이올린)은 첫회부터 참여해 각각 15회, 13회 동안 축제에 함께했으며, 해외 연주자로는 원년 멤버인 로맹 귀요(클라리넷)가 최다 출연(12회) 기록을 세웠다. 앙상블로는 노부스 콰르텟이 국내를 대표하는 현악 4중주단으로서 9차례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올해 축제에는 총 69명의 연주자가 출연하며, 리수스 콰르텟·트롬보니스트 주인혜·소프라노 이혜정·베이스바리톤 안민수이 올해의 새로운 얼굴로 축제의 20주년을 함께 빛낼 예정이다.
KEYWORD
#서울 곳곳을 공연장으로
윤보선 고택과 명동성당, 덕수궁, 교회에서도 열렸다
최근 SSF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윤보선 고택을 중심으로 축제를 열고 있지만, 그동안 서울의 각 지역 공연장인 노원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 구로아트밸리, 마포아트센터, 용산아트홀, 관악아트홀 등을 찾아 무대를 꾸렸으며, 호암아트홀, LG아트센터(구 논현동), 영산아트홀, 금호아트홀 연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롯데콘서트홀, 일신홀 등 서울 곳곳에서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 외에도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한강 플로팅아일랜드, 아트스페이스3 등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예술적 장소와 명동성당,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 안동교회, 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 등 종교와 문화가 만나는 장소에서도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올해 윤보선 고택에서 진행되는 고택음악회는 ‘영성(Spirituality)’을 주제로, 영성과 종교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모았다. 흑인 영가와 미국의 민속음악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프라이스의 피아노 5중주, 마지막 악장에 시편을 활용한 멘델스존의 피아노 3중주 2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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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해외 초청 공연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축제
SSF는 2008년 중국 베이징(국가대극원) 및 상하이(오리엔탈 아트센터) 초청 공연을 시작으로, 일본 도쿄(카잘스홀), 2010년 중국 상하이 공연 등을 통해 아시아 실내악 축제의 허브로 자리매김 했다. 2011년에는 해외 교류 콘서트의 일환으로 독일에서 초청 공연을 가졌는데, 9월 6일과 7일에는 베를린의 콘체르트하우스, 9일에는 프랑크푸르트의 헤센 라디오 방송국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선보였다. 2012년에는 한국-이스라엘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텔아비브 미술관,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 예루살렘 국제 YMCA, 라포포트홀 등에서 유럽 및 이스라엘 연주자들과 함께 5회에 걸친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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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성의 현악 4중주단 방문
보로딘 콰르텟부터 에벤 콰르텟까지
SSF는 현악 4중주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해외 유수의 현악 4중주단을 초청해 왔다. 2006년에는 줄리어드 콰르텟, 2007년에는 보로딘 콰르텟, 2008년에는 프라작 콰르텟, 그리고 2009년에는 당시 신세대 현악 4중주단으로 손꼽히던 에벤 콰르텟이 SSF를 찾았다. 에벤 콰르텟의 창단 멤버였던 비올리스트 마티외 에르조그(1977~)는 2014년 팀을 떠난 후, 2021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객원지휘자로 한국을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도쿄 콰르텟(2013년), 브렌타노 콰르텟(2016년) 등이 SSF에서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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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주자들의 발굴
스타 연주자들을 미리 만나는 시간
“첫해에 학생이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참여했고, 그 이후에도 여러 젊은 연주자들이 SSF를 거쳐 갔죠. 축제 무대를 통해 젊은 연주자를 소개하는 것이 즐겁습니다”(강동석 예술감독)
SSF는 해마다 연주자 선정에 공을 들이고, 새로운 음악가들을 발굴해 왔다. 특히 젊은 연주자를 소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 첫 회(2006년)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손열음을 비롯해 조성진(2009년), 선우예권(2016·2017년),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011년), 양인모(2020년) 등 세계 무대에서 바쁘게 활약 중인 이들 모두 SSF를 거쳐 간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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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석 같은 레퍼토리
잘 알려지지 않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다
SSF는 실내악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다양한 레퍼토리와 기획으로 청중의 즐거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강동석 예술감독은 매년 연주자를 포함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레퍼토리를 발굴해 소개하고, 축제 일자별로 공연의 특징을 담은 소주제를 직접 선정하고 있다. 그의 주제 선정에는 축제에 대한 애정과 유머가 함께 드러나 있다. ‘위대한 현은 영원하라!(SSF, Super String Forever!)’에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영문명(SSF)을 넣어 축제가 더욱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으며, ‘슬라브의 혼(Slavic S(e)oul)’에는 혼을 뜻하는 ‘Soul’ 사이에 ‘(e)’를 넣어 축제가 열리는 서울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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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장르와 협업
다양한 장르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다

2013년 가족음악회 ‘동·서의 만남’ 민속악: 산조합주와 춤
SSF는 실내악 축제이지만, 타 장르와의 협업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왔다. 2013년에는 ‘동·서의 만남’을 주제로 정악·민속악·사물놀이를, 2015년에는 국립발레단과 함께 생상스의 ‘백조’(동물의 사육제)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봄’을 무대에 올려 국악과 양악, 음악과 무용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무대를 기획한 바 있다. 이 외에 플라멩코 댄서 롤라 장(2015년 외), 댄서 이브라힘 시소코(2017년), 마임 아티스트 이레네우스 크로즈니(2023년) 등도 SSF를 통해 사랑받은 예술가들이다.
PART 5_ 미술과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축제
콘셉트 명화가 더해진 포스터로 살펴보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SSF는 매년 축제를 알리는 포스터에 각 주제를 담은 미술 작품을 활용하고 있다. 김종학(1937~)의 ‘민화풍 꽃잔치’(2009년, 4회)를 시작으로 김창열(1929~2021)의 ‘물방울’(2011년, 6회), 송영방(1936~2021)의 ‘정오’(2012년, 7회), 방혜자(1937~2022)의 ‘빛의 노래’(2014년, 9회) 등 입지가 탄탄한 중진 이상 화백들의 작품을 선정했다. 다른 축제의 포스터에서는 볼 수 없는 미술과 음악의 조화로, 예술 애호가들의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PART 6_ 참여 연주자들의 코멘트 & 역대 레퍼토리 요약
SSF에 발자취를 남기다
해외 유명 음악가들의 소감 한 마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축제를 진행하는 모두가 환상적으로 일을 해냈고, 덕분에 연주가 훨씬 쉽고, 즐거웠습니다. 분위기도 매우 친근했고요. 숙소부터 무대까지 모든 게 잘 준비되어 있어서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축제였습니다.”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 (1953~/2006·2007·2011·2015년)
“훌륭한 축제를 조직하고 이끌어 주신 강 감독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페스티벌에 참여했고, 세계 각지에서 연주하고 있지만, 이렇게 사려 깊고, 능숙하며, 세심하고, 친절함을 갖춘 축제는 처음 봤습니다. 모든 연주자가 SSF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매번 축제를 찾는 것은 전적으로 강 감독 덕분입니다.”
클라리네티스트 찰스 나이디히 (1953~/2007·2012·2015년)
“올해도 축제에 참여하게 되어 기쁩니다. 축제 기간에 강 감독을 비롯한 여러 음악가와 느긋하게 어울리고,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 특별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경험과 연륜이 쌓이며 연주에 대한 자신감도 늘어나는 것 같네요.”
피아니스트 제레미 메뉴인 (1951~/2009·2012·2015년)
“SSF는 현존하는 아시아 최고의 실내악 축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이러한 음악적인 분위기를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가까운 시일 내에 꼭 다시 참여하고 싶습니다! 실내악에 관심이 있는 음악인들을 만날 때마다 SSF를 추천할 것입니다.”
첼리스트 지안 왕 (1968~/2011·2013년)
“평생에 한 번 있을 법한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모든 음악인이 주목해야 할 축제로, 모든 스태프와 진행 요원들이 놀라울 만큼 열성적으로 일하며, 관객도 훌륭했습니다. 특히, 관객 중에 젊은 세대가 있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1974~/2012년)
통계로 만나는 축제
20회의 축제 동안 큰 인기를 모은 작곡가와 작품은?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총 275회 공연을 선보인 SSF에서 연주된 작품은 거의 800곡에 달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작곡가의 작품이 지난 20년간 SSF에서 가장 사랑받았을지, SSF가 초연한 실내악 작품은 무엇이 있을지, 올해는 어떤 작품이 연주될지, 한번 살펴보자.
가장 사랑받은 작곡가는 단연 베토벤(58곡)이다. 그 뒤를 이어서 슈베르트(44곡), 모차르트(34곡)의 작품이 많이 연주되었으니, 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 유럽의 살롱 문화가 꽃 피기 시작하고, 아직 공공 음악회가 많지 않았던 때와 맞물린다. 기대와 비교하여 의외로 적게 연주된 작곡가는 J.S. 바흐(6곡), 하이든(9곡), 쇼팽(10곡)인데, 편성을 고려했을 때, 적합한 작품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연주된 작품은 슈만 피아노 5중주 Op.44, 멘델스존 피아노 3중주 Op.49, 브람스 피아노 4중주 Op.60과 피아노 5중주 Op.34로, 각 작품은 6회 연주됐다. 5회 연주된 작품은 총 16곡이 있었고, 4회 연주된 작품은 총 29곡이 있었다. 다양한 작품이 연주된 순위에서 브람스는 5위였지만, 한 작품이 다회로 연주된 것을 확인하면, 총 59회로 베토벤에 버금가는 사랑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SSF는 일신작곡상을 통해 여러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위촉하여 초연하기도 했다. 2012년 일신작곡가 수상자 위촉작으로 작곡가 유도원의 ‘세 개의 씨앗’, 2013년 제3회 일신작곡상 위촉곡으로 작곡가 이영조(1943~)의 ‘조우-3’을 연주했다. 그밖에 강은수, 김청묵(1946~), 윤이상(1917~1995), 김솔봉(1981~), 김지영(1968~)과 같은 한국 작곡가의 작품도 여럿 연주되었다.
올해 눈에 띄는 것은 SSF의 1회와 2회를 회고하는 4월 25일 공연 중 마르티누의 ‘주방장의 음미’이다. 보후슬라프 마르티누(1890~1959)는 체코의 작곡가로 이 작품은 보헤미아 지역적 특색이 묻어나면서도 화음을 짐작하기 어려운 현대적인 감각, 재즈의 색채도 있다. 20년간 4회 연주됐던 인기곡이기도 하다. 다음은 4월 26일의 플로렌스 프라이스의 피아노 5중주로, 전 세계적으로 연주 횟수가 증가하고 있는 그의 작품을 이번 SSF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마지막은 5월 3일 프로그램 전체이다. 작곡가들이 20대 때 완성한 작품을 20대의 연주자들이 연주하는데, 과거와 현대의 ‘젊음’이 연결되어 봄의 축제와 잘 어울린다. 이밖에 20년간 SSF에서 연주되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이 여러 날에 다양한 편성으로 연주되니, 봄을 깊게 느끼고 싶다면 14회의 공연을 모두 꼼꼼히 살펴보자.
글 이의정 기자 자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장 많이 연주된 작곡가
58곡 1위 베토벤
44곡 2위 슈베르트
34곡 3위 모차르트
23곡 4위 리스트
23곡 4위 드보르자크
18곡 5위 브람스
가장 많이 연주된 작품
1위 (6회) 멘델스존 피아노 3중주 Op.49 브람스 피아노 4중주 Op.60 브람스 피아노 5중주 Op.34 슈만 피아노 5중주 Op.44
2위 (5회) 드보르자크 피아노 3중주 ‘둠키’ Op.90 드보르자크 피아노 5중주 Op.81 드보르자크 현악 5중주 Op.97 드보르자크 현악 6중주 Op.48 드보르자크 현악 5중주 Op.97 멘델스존 현악 8중주 Op.20 브람스 클라리넷 3중주 Op.114 브람스 피아노 3중주 Op.8 브람스 피아노 4중주 Op.25 생상스 7중주 Op.65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3중주 Op.67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D667 ‘송어’ 스메타나 피아노 3중주 Op.15 차이콥스키 피아노 3중주 Op.50 차이콥스키 현악 6중주 Op.70 ‘플로렌스의 추억’ 투리나 피아노 4중주 Op.67 풀랑크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