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3
쇼팽 가라사대!
독주와 협연으로 이틀간 펼쳐질 아믈랭만의 ‘쇼팽 축제’를 기대하며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 아믈랭
“2014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제 인생 첫 국제 콩쿠르이자,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설렜죠!”
샤를 리샤르 아믈랭은 한국과의 첫 인연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듬해 쇼팽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그는 갈라 콘서트를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을 찾아 깊이 있는 연주로 관객과 평단의 신뢰를 쌓아왔다. 콩쿠르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샤를 리샤르 아믈랭은 국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어느덧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오는 5월, 독주(9일)와 협연(10일)으로 두 차례 무대에 오르는 그는, 독주회에선 드뷔시·라벨·풀랑크 등 프랑스 음악 특유의 섬세한 색채감과 쇼팽의 감수성(4개의 스케르초)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협연 무대에서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일 예정이다.
프랑스의 색채와 쇼팽의 감수성 사이에서
이번 공연에서 드뷔시·라벨·풀랑크, 그리고 쇼팽의 작품을 연주합니다. 특히,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이 돋보이는데요.
쇼팽은 폴란드와 프랑스의 혈통을 모두 지닌 작곡가이기에 그의 작품은 프랑스 작곡가들의 음악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들의 작품 곳곳에서 쇼팽의 영향이 느껴지기도 하죠. 일반적으로 프랑스 음악은 섬세한 색채감과 화성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요합니다. 물론, 작곡가와 작품마다 그에 상응하는 고유한 해석이 필요하기에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음악 본연의 아름다움과 표현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연주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라벨 탄생 150주년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라벨은 피아노뿐 아니라 실내악과 관현악 분야에서도 많은 걸작을 남겼습니다. 라벨의 작품은 스타일 면에서도 다채로워요. ‘밤의 가스파르’처럼 복잡하고 화려한 곡이 있는가 하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처럼 순수하고 신고전적인 분위기의 작품도 있죠. 이번에 연주할 소나티네 M.40은 후자에 가까운 곡으로, 제가 오랫동안 애정해 온 작품입니다. 특히 두 번째 악장은 단 두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완성도 높은 소품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자주 연주되지 않는 풀랑크의 ‘나폴리 모음곡’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익숙한 작품과 덜 알려진 곡을 함께 구성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폴리 모음곡’은 그의 초기 작품으로, 재치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특히 마지막 악장인 ‘카프리스 이탈리안’은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이 곡을 통해 많은 분들이 풀랑크의 음악에 흥미를 느끼셨으면 합니다.
2부에서는 쇼팽의 스케르초 1~4번을 연주합니다. 네 곡을 한 흐름 속에서 연주할 때 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나요?
곡들을 연달아 연주하면 쇼팽이 작곡가로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곡을 거듭할수록 화성 언어가 풍부해지고, 대위법적 요소도 뚜렷해지죠.
진화하는 쇼팽, 확장되는 레퍼토리
독주회 다음 날에는 필하모니코리아와 함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합니다. 2022년 필하모니코리아의 창단 연주회 당시에도 함께 했었죠.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제가 가장 많이 연주한 레퍼토리 중 하나로, 지금까지 아마 80번 가까이 연주했을 거예요.(웃음) 그런데도 지겹지가 않아요. 이 곡에는 풍부한 즉흥성과 유연함이 담겨 있어서,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거든요. 쇼팽 콩쿠르 결선 이후, 이 작품에 대한 제 해석도 많이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그러고 보니, 콩쿠르 이후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사실, 제 연주에 변화가 있었다면, 그건 의도적인 결과라기보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생긴 변화인 거예요. 저는 언제나 진심을 담아 연주하려고 노력하고, 작곡가가 남긴 악보와 지시를 충실히 따르려 합니다. 이상적인 쇼팽 해석은 그의 음악이 지닌 고전적인 형식미와 낭만적인 환상성 사이의 미묘한 균형에 있다고 생각해요. 디누 리파티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그 균형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 연주자들이고요.
꾸준히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탐구하고 싶은 작곡가나 작품이 있나요?
지난 몇 년 동안은 에르네스트 쇼송, 니콜라이 메트너, 제오르제 에네스쿠, 아르노 바바자니안 등 비교적 덜 알려진 작곡가들의 작품에 집중했습니다. 앞으로는 슈베르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세 곡을 본격적으로 탐구해 볼 계획이에요. 2028년은 슈베르트 서거 200주년이 되는 해인데, 그해에 맞춰 이 작품들을 연주하고 싶어요. 감정적으로 깊고, 형식적으로도 매우 정제된 곡들이라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준비해 나가려 합니다.
앞으로의 연주 계획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올해는 캐나다와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무대에 설 예정입니다. 특히 저의 오랜 음악적 동료인 바이올리니스트 앤드류 완(1983~)과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녹음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는 이미 베토벤과 슈만 소나타 전곡을 함께 녹음했던 만큼, 이번에도 깊이 있는 해석을 담아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글 홍예원 기자 사진 더브릿지컴퍼니
샤를 리샤르 아믈랭(1989~) 캐나다 태생으로, 2015년 쇼팽 콩쿠르 2위를 비롯해 몬트리올 콩쿠르·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입상했다. 9장의 음반을 발매했으며, 펠릭스·디아파종·BBC 뮤직 매거진 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PERFORMANCE INFORMATION
샤를 리샤르 아믈랭 피아노 독주회
5월 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L.75, 라벨 피아노 소나티네 M.40, 풀랑크 ‘나폴리 모음곡’ FP.40, 쇼팽 스케르초 1~4번
정헌/필하모니코리아(협연 샤를 리샤르 아믈랭)
5월 10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 Op.25(쇤베르크 편곡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