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프 흐루샤 & 김봄소리, 설레는 ‘봄밤’ 같은 ‘봄’소리와 ‘밤’베르크의 조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6월 2일 9:00 오전

Welcome 3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야쿠프 흐루샤

보헤미아의 기억, 독일의 숨결

 

체코의 정서와 독일의 감각이 교차하는 악단과 함께, 브루흐와 베토벤을 펼쳐낸다

 

 

유럽에서 가장 ‘정통’적이며, 가장 ‘활발’한 활동으로 손꼽히는 야쿠프 흐루샤는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와 함께 전성기를 구사하고 있다. 2023년 내한 이후 그가 보여준 성장의 곡선은 음악계에 화제가 되었다.

 

놀라운 성장 곡선

2024년, 밤베르크 심포니와 선보인 보스턴심포니홀·카네기홀에서의 공연은 ‘웅장하고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라는 평을 받았고, 같은 해에 밤베르크 심포니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상주악단으로 선정되어 ‘에너지와 감정이 넘치는 연주’(바흐 트랙)라는 호평을 받았다.

올해 가을 시즌부터 로열 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으로 활동할 그는 마르티누협회와 드보르자크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체코 음악의 유산을 보존하는 협회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이 협회의 일들을 위해 저의 이름이 기분 좋게 쓰여 기쁩니다. 체코는 인구 1천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인데도, 명성 있는 작곡가들이 나왔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예술가들의 활약이 컸던 이유는 14세기 카를 4세 이후 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지 못했던 체코인들이 예술을 통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며 고통과 절망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이유에 있겠죠. 스메타나, 드보르자크, 야나체크, 마르티누 모두 체코의 민속문화와 음악을 자랑스럽게 드러낸 주인공들입니다.”

여러 체코 작곡가들의 이름 앞에서 흐루샤는 이들에게 붙은 동유럽과 체코의 민족주의 작곡가라는 국한된 딱지를 떼고, 19세기 음악사의 ‘중심인물’로 범위를 넓히고자 애정을 쏟고 있다. 2023년 내한에 이어 흐루샤/밤베르크 심포니는 6월에 내한해 바그너 ‘요정들’ 서곡,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김봄소리),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선보인다.

체코 예술로부터의 완벽한 수혈

야쿠프 흐루샤는 1981년 체코 브르노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어린 시절에는 피아노와 트롬본을 공부했고, 프라하 공연예술아카데미 입학 후 이르지 벨로흘라베크(1946~2017) 문하에서 공부했다. “벨로흘라베크는 평생 음악을 사랑하며 살았다. 지휘자라는 직업에 대한 그의 사랑, 젊은 세대에 대한 폭넓은 지원, 그리고 인간미가 결합된 지휘 교육은 그만의 장점이자 강점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지휘자의 역할과 지휘관이 뚜렷했다. 그래서 명확한 역할론과 지휘론을 학생들에게도 뚜렷이 전달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나는 많은 영감을 받았다.”

2003년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열린 로브로 폰 마타치치 지휘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자, 여러 악단이 그를 반겼다. 스승 벨로흘라베크가 맡고 있던 체코필의 부지휘자(2002~2005)를 시작으로 보후슬라프 마르티누 필하모닉(2005~2006) 수석지휘자를 맡았다. 고국의 악단들과 함께 한 시간은 체코 음악의 터를 닦는 시간이자 드보르자크에 깊이 빠진 시간이었다. 체코필 수석 객원지휘자(2005~2008)를 거쳐, 수석지휘자(2008~2015) 시절에도 방점은 드보르자크에 찍었고, 이후 마르티누와 스메타나로 폭이 넓어졌다.

악단에 스며있는 낭만주의 감각

밤베르크 심포니

2015년, 흐루샤는 다섯 번의 객원 지휘로 밤베르크 심포니와 인연을 맺으며, 2016년부터 활약할 수석지휘자로 지명되었다. 그의 나이 34살 때였다. 베를린필과 데뷔도 끝낸 상태였다.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체코에서 추방된 독일계 음악가들이 중심이 되어 1946년에 창단되었다. 이 악단은 오늘날 ‘체코 사운드’로 알려져 있지만, 시초는 지휘자 요제프 카일베르트(1949~1968)가 브루크너·베버·바그너 등 독일계 낭만주의 레퍼토리로 기반을 닦는 ‘밤베르크 건축기’에 있다. 이후 호르스트 슈타인(1985~1996)이 브루크너와 R. 슈트라우스로 ‘밤베르크 이미지’를 구축했고, 현대음악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출신의 조너선 노트(2000~2016)는 말러 전곡 녹음과 현대음악으로 ‘모던 밤베르크’를 만들었다. 이후 2016년에 취임한 흐루샤는 밤베르크의 체코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독일 악단으로서의 전통을 해치지 않는 균형감 있는 접근으로, ‘체코 르네상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드보르자크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을 사랑하고, 그의 작품은 이제 밤베르크 심포니의 핵심 레퍼토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헤미안 사운드’라는 것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 내 기억과 체험에 스며 있으며, 이런 나를 통해 이 소리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2023년 내한한 흐루샤와 밤베르크 심포니는 브루크너 교향적 전주곡, 슈만 피아노 협주곡(김선욱), 그리고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선보였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은 가장 친밀감을 느끼는 교향곡이자, 밤베르크 심포니와 함께 연주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작품입니다.”

한편 이번 공연은 바그너, 브루흐, 베토벤으로 대변되는 ‘독일 사운드’이다. 특히 김봄소리와 함께 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의 주인공 브루흐(1838~1920)는 독일 낭만주의를 이끈 대표주자. 흐루샤는 전임(前任) 카일베르트와 호르스트 슈타인 시기였던 1940~1990년대에 걸쳐 악단에 뿌리 내린 ‘낭만주의의 역사’를 내놓는다. 그의 지휘봉으로 악단의 또 다른 이미지와 역사가 쓰여질 순간이다.(※김봄소리 인터뷰는 74쪽으로)

송현민 편집장 사진 빈체로

 

야쿠프 흐루샤(1981~) 스메타나의 고향 브루노 출신. 밤베르크 심포니 수석지휘자, 체코필 수석 객원지휘자이며, 2025년 가을부터 로열 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으로 활동 예정이다. 국제마르티누협회·드보르자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야쿠프 흐루샤/밤베르크 심포니(협연 김봄소리)

5월 31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6월 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베토벤 교향곡 7번 외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