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 뫼르비슈 호수 축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8월 11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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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비슈 호수 축제

해 질 무렵, 물결에 반짝이는 디스코볼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가 노이지들러 호수 위를 물들이다

 

 

오스트리아의 뫼르비슈는 부르겐란트 주에 속한 헝가리 국경 근처의 작은 도시이다. 노이지들러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뫼르비슈 호수 축제(Seefestspiele Mörbisch)는 1957년 시작된 이래 매년 1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오페레타의 본고장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그러던 중 2018년, 예술감독 알폰스 하이더(1957~)가 오페레타에 뮤지컬 장르까지 더해 장르의 지형을 바꿨으며, 예술적 철학과 사회적 메시지를 뮤지컬에 담아 대중과 소통하고자 했다. 젊은 세대에게 낯설고 색이 바래진 오페레타 대신, 보다 친숙하고 강렬한 음악의 언어로 다가가려는 시도였다.

디스코, 그 이상

올해의 선택은 디스코 음악과 뮤지컬이 결합된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로 그 어느 때보다 젊고 반짝이며, 뜨겁다. 뉴욕 브루클린의 거리가 무대 위에 펼쳐지고, 베라자노 다리와 맨해튼 실루엣이 호수 위에 그려진다. 무대 디자이너 발터 포겔바이더는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이어 붙이며, 노이지들러 호수를 허드슨강처럼 변모시켰다. 공연장이 아니라 풍경 전체가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것, 이것이 뫼르비슈의 마법이다.

주인공 토니 마네로는 낮에는 페인트 가게 직원이지만, 밤에는 디스코장 ‘2001 오디세이’의 스타로 변신한다. 그에게 무대는 탈출구, 희망의 공간이다. 이번 시즌에서 파비오 디소·폴 치트코비츠가 토니 역을 맡았고, 칼 압젠거(연출)·페이 헤더 앤더슨(안무)·톰 비터리히(음악)가 제작을 맡아 1970년대의 정서를 정교하게 되살렸다.

디스코볼이 반짝이고, 작품에 삽입된 비지스(Bee Gees)의 대표곡들이 흘러나오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향수 그 이상을 경험한다. 알폰스 하이더 예술감독은 “이 작품은 자아실현과 정체성, 더 나은 삶을 향한 갈망을 그린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디지털 세계로 도피하는 이 시대에, 극장은 진짜 만남이 일어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2개국에서 모인 아티스트들의 참여와 약 200여 명의 축제 팀원들이 참여하며 완성도 높은 축제에 일조했다. 안나 로사 될러(스테파니 역)·줄리아네 비쇼프(아네트 역) 등 캐스트 또한 화려하다. 뮤지컬이 공개된 공연 첫날(7.10)에는 문화계와 정치권의 인사들이 관객으로 함께하여 자리를 빛냈다. 부르겐란트 주지사 한스 페터 도스코칠은 “올여름 가장 뜨거운 댄스 플로어는 뫼르비슈”라고 호평해 기대를 한껏 더했다. 뫼르비슈 호수 축제의 예매율은 공식 개막 전 97%를 넘어섰으며, 내년 축제 티켓도 이미 3만1천 장이 사전 예약돼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올해는 예술감독, 내년에는 스타배우로

‘토요일 밤의 열기’는 세대와 시대의 정서를 잇는 문화적 제안이자, 뮤지컬이 오늘날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다. 호수 위 비지스의 리듬이 울리고 디스코볼이 천천히 돌아가며 무대가 빛과 음악으로 물드는 순간, 관객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그 여름, 뜨거운 밤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년 축제에는 예술감독 알폰스 하이더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뫼르비슈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브로드웨이의 명작 ‘케이지 속의 광대들’로 두 남자가 아들을 키우고, 그 아들이 결혼하며 벌어지는 줄거리다. 하이더는 주인공 자자 역을 맡아 뮤지컬 스타배우 마크 자이베르트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한때 2년간 자자를 연기한 하이더는 다시 무대에 오른다면 자자로 다시 오를 거라 다짐했다고. 이 작품의 대표곡 ‘나는 나일 뿐’은 자아정체성과 자유의 찬가며, 하이더의 무대 위 선언이 될 것이다.

이선옥(오스트리아 통신원) 사진 뫼르비슈 호수 극장

 

 

INTERVIEW 예술감독 알폰스 하이더

여러 세대의 관객들이 찾는 비결은?

 

알폰스 하이더

뫼르비슈 호수 축제는 오랜 전통을 지닌 야외 축제입니다. 이 축제가 가지는 의미와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이 축제는 언제나 여름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동시에 휴가의 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뫼르비슈까지의 여정 자체가 호수에서 수영하고, 식사와 커피 한 잔을 즐기며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까요. 제가 감독직을 맡으며 내건 원칙은 ‘태도가 있는 오락(Unterhaltung mit Haltung)’입니다. 오락이지만, 사회적 메시지와 미학적 완성도를 갖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미죠. 다만 제가 이 역할을 수락한 조건은 ‘뮤지컬’을 무대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오페레타는 관객층이 줄고 있었고, 젊은 세대에게는 심리적 거리감이 컸거든요.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지난 ‘마이 페어 레이디’ 등 뮤지컬 공연에서 14만 6천명이 관람했고, 올해 ‘토요일 밤의 열기’는 26회의 공연으로, 15만 5천 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뫼르비슈가 특별한 이유는 무대만이 아닙니다. 올해 무대 디자이너 발터 포겔바이더는 노이지들러 호수를 뉴욕 허드슨만처럼 탈바꿈시켰죠. 객석의 열 번째 줄부터는 물 위로 펼쳐진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보이죠. 공연장이 아니라, 풍경 전체가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 바로 뫼르비슈의 마법입니다.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지 5년째입니다. 오페레타 중심 축제에 뮤지컬을 더하며 체감한 변화는 무엇인가요?

5년 사이 뫼르비슈는 오페레타에서 뮤지컬로의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 관객의 50~60%가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고, 나머지 40%는 새로운 젊은 관객입니다. 처음엔 오페레타와 유사한 뮤지컬로 접근했지만, 이제는 ‘토요일 밤의 열기’처럼 오페레타와는 결이 전혀 다른 작품도 무대에 올립니다. 이러한 성공의 비결은 작품에 담긴 음악 때문일 겁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에 나오는 비지스의 음악은 지금의 70대가 젊었을 때 즐겼던 것들이고, 그들의 자녀 세대도 익숙한 노래들이죠. 덕분에 세대를 초월한 뮤지컬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작품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1970년대는 정치적 불안, 전쟁, 경제 위기로 가득했던 시기였고, 청년들은 디스코로 도피했습니다. 오늘날 청년들은 인터넷으로 도피하지만, 그 속에는 고립·왕따, 상상력의 부재라는 부작용이 따르죠. ‘토요일 밤의 열기’는 음악과 춤이 현실의 대안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내용·음악,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정확한 선택이었습니다. 게다가 비지스의 히트곡들은 모두가 알고 있잖아요.

뫼르비슈 야외 무대는 연출 및 기획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이 무대는 총 3,600㎡ 규모로, 세트의 일부만 해도 9톤, 구조물 높이는 24미터에 달합니다. 관객의 등 뒤로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며, 물결이 빛을 반사하는 풍경은 실내 극장에선 결코 연출할 수 없는 마법입니다. 물이라는 존재는 어디에서나 신비를 더하죠. 그래서 우리는 매년 무대 배경을 물가와 연결합니다. ‘맘마미아’의 그리스, ‘토요일 밤의 열기’의 뉴욕, 그리고 내년 프랑스의 생트로페까지. 뫼르비슈의 연출 원칙이 되었습니다.

뫼르비슈 호수 축제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관객에게 기쁨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6천 명이 기립박수를 치고, 10분간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조용한 장면에서는 숨을 죽이고 유쾌한 장면에선 폭소가 터지는 그 순간이 극장의 존재 이유입니다. 저는 관객을 위해 연극을 합니다. 그리고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함께 이 감정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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