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아리스토 샴. 삶의 모든 순간이 음악이 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8월 4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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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피아니스트 아리스토 샴

 

삶의 모든 순간, 음악이 되다

하버드대의 경제학도 출신, 지성과 열정 속에서 피어난 그의 음악 세계

 

 

밴 클라이번 콩쿠르(5.21~6.7)의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했다. 선우예권이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새 역사를 썼고, 임윤찬은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만 18세)라는 기록을 세우며 밴 클라이번 콩쿠르의 이름을 한국에 널리 알렸다.

올해 1위와 청중상을 동시에 수상한 홍콩의 피아니스트 아리스토 샴(1996~)은 세 살 때 처음 건반 앞에 앉고, 열 살에 무대에 오르며 일찍이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의 길은 흔히 말하는 ‘음악 영재’의 전형적인 궤도와는 달랐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피아노 석사 과정을 마치며 이중 학위를 취득한 그는, 지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음악가로 성장했다.

오는 9월 ‘콩쿠르 위너’의 자격으로 내한을 앞둔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꼼꼼한 답변 속에서 숨 돌릴 틈 없었던 콩쿠르 현장과 지금까지 일구어온 그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우승을 축하합니다! 1위와 청중상을 함께 수상한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콩쿠르는 젊은 음악가들이 전 세계 청중과 음악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더 넓은 레퍼토리를 깊이 탐구하고, 그 안에서 저만의 음악적 목소리를 표현하면서, 세계 곳곳의 청중과 잊지 못할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콩쿠르 준비 과정은 어떠했나요?

밴 클라이번 콩쿠르처럼 큰 무대는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과 살아오며 겪은 경험, 받은 영향들이 응축된 ‘인생의 집약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준비는 사실상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 셈이죠.(웃음) 각 무대에서는 저의 다양한 면모와 음악적 개성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각 연주가 다음 라운드를 예고하는 ‘예고편’처럼 느껴지길 바랐고, 청중이 “다음 무대도 보고 싶다”는 기대를 하도록 흐름을 구성하고자 했죠. 서로 다른 성격의 곡들을 연주하면서 감정의 강도, 표현의 밀도, 예술적으로 개인적인 돌파구를 찾아가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총 여섯 라운드에 걸친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힘든 순간은 없었나요?

콩쿠르를 준비하며 ‘대회 6개월 전까지는 모든 곡을 자신 있게 연주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하지만 쿼터파이널 라운드(40분 분량의 리사이틀)만은 예외였죠. 프로그램 구성이 끝까지 잡히지 않아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친구가 “넌 ‘함머클라비어’를 꼭 연주해야 해”라고 말하더군요. 처음엔 웃어넘겼지만, 그날 새벽 2시에 악보를 펼쳐본 순간 단번에 그 곡에 빠져들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결선에서는 콩쿠르 역사상 처음으로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죠.

네, 정말 특별한 무대였어요. 특히 3악장에서 저를 포함해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리허설 때 지휘자 마린 올솝이 제 루바토를 따라 다소 과장된 투티를 이끌었는데, 본 공연에서는 한층 더 과감하게 표현하셨어요. 그 순간이 마치 우리끼리만 통하는 유쾌한 농담처럼 느껴졌고, 무대 분위기도 한층 즐거워졌습니다.

 

깊이 있는 통찰, 경험으로 빚어낸 음악

마린 올솝/포트워스 심포니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머니께서 피아노를 가르치셨기 때문에, 저는 태중에 있을 때부터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자랐어요. 제 음악의 첫사랑은 즉흥 연주였습니다. 마치 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표현이자 놀이처럼 느껴졌죠. 어머니는 제가 음악 개념을 빠르게 이해한다는 걸 알아채시고, 여섯 살 무렵 홍콩예술아카데미(HKAPA) 오디션을 보게 하셨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음악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습니다. 연주자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이력인데요. 이중 학위 과정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10대 시절에는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이후 하버드와 NEC의 이중 학위 과정을 선택했습니다. 여러 분야의 학문을 배우고 싶었고, 동시에 피아노 연주도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지금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여러 문화권을 경험하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걸 즐깁니다.

엘리노어 웡, 콜린 스톤, 빅터 로젠바움 등 여러 스승에게 배웠습니다. 이들에게 어떤 음악적 통찰을 얻었나요?

저는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고 배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에서도 폭넓은 배움을 추구해 왔습니다. 저의 스승들은 독일·오스트리아·프랑스·러시아 등 서로 다른 음악 전통과 해석 방식을 지닌 분들이었고, 음악 언어와 테크닉을 접근하는 방식도 모두 달랐어요. 덕분에 저는 각 작품, 각 순간에 가장 적절한 표현의 경로를 선택하고, 당시 배움에서 얻은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조합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음악 외에도 여행과 미식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고요.

음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이들이 경험과 표현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죠. 저도 언어와 여행을 통해 각 문화의 사고방식과 정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도시 하나, 마을 하나마다 사람들의 고유한 생각이 녹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이러한 흐름은 음악의 논리나 소통 방식과도 닮아있죠. 음식과 와인도 마찬가지예요. 섬세하고 강렬한 감각을 예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제게 또 다른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앞으로 탐구하고 싶은 작곡가나 레퍼토리가 있나요?

최근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들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의 음악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몇 년 안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작품 전곡에 도전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하반기에 한국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어떤 점이 기대되나요?

그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했지만, 한국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기대돼요. 새로운 문화, 사람들, 음식, 관습을 만날 생각에 설레고요. 주변에 한국계 친구도 많고, 평소 한국 음식도 정말 좋아해서 이번 방문이 더욱 즐거울 거라 확신합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관객과 제 음악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홍예원 기자 사진 에스비유(SBU)

 

아리스토 샴(1996~) 홍콩 출신으로 하버드대(경제학 학사)와 뉴잉글랜드 음악원(피아노 석사)에서 이중 학위를 취득,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수학(로버트 맥도널드·오를리 샤함 사사)했다. 독일 에틀링겐 콩쿠르, 지나 바카우어 주니어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아리스토 샴 피아노 독주회

9월 4일 오후 7시 30분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

9월 7일 오후 5시 대구 달서아트센터 청룡홀

9월 9일 오후 7시 30분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

9월 11일 오후 7시 30분 거암아트홀

바흐-부소니 ‘샤콘느’, 라벨 ‘밤의 가스파르’,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Op.39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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