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3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
노래하는 건반 위의 맑은 얼굴
KBS교향악단의 협연자로 내한을 앞둔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의 매력
2년 새, 벌써 마오의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2023년 세묜 비치코프/체코 필하모닉과 드보르자크 피아노 협주곡을 들려주었고, 올해 2월에는 쇼팽·스크랴빈의 전주곡으로 첫 내한 독주회를 가졌다. 8월, 후지타 마오는 정명훈/KBS교향악단의 협연자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최근 한국에서 관심을 받는 20~30대 일본 피아니스트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 마오의 선점 위치는 뚜렷하다. 바로 ‘동양의 모차르트’. 특정 작품의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미지를 일찍 얻은 편이다. 비교하자면 2021년 쇼팽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소리타 쿄헤이(1994~)는 온라인 중계를 지켜보던 한국 관객 눈에 띈 경우로, 내년 6월 첫 내한을 앞두고 있다. 반면 ‘친한’ 연주자라 언급해도 어색하지 않은 스미노 하야토(1995~)는 공학도 출신이라는 이력으로 주목받는다. 그 정체성을 반영한 음반 ‘인간의 우주’(Decca)로 올해 독일 오푸스 클래식 상에서 ‘올해의 젊은 연주자’ 등에 선정됐으니, 저만의 색깔로 부지런히 자리를 잡는 중이다.
그에 비하면, 후지타 마오는 ‘정통파’다. 콩쿠르 이력의 시작은 이들보다 조금 빠르다.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 우승(2017) 후,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우승(2019)을 차지했다. 마오의 진정한 도약은 2021년이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18곡)을 연주하며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연주자 발굴에 잔뼈가 굵은 베르비에 페스티벌 창립자 마틴 엥스트롬도 “오늘날 누가 또 이런 연주를 해낼 수 있는가. 마오는 특별하다”며 극찬을 남겼다. 소니 클래식과의 독점 계약이 된 것 또한 이때다. 마오는 그렇게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으로 음반 데뷔하며 전 세계를 유랑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대열에 올랐다. 8월 내한 공연을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정명훈/라 스칼라 필하모닉과의 공연을 준비 중인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지휘자 정명훈은 도쿄 필하모닉 명예음악감독으로서 일본에도 잘 알려져 있으니, 비교적 친숙한 편이겠어요.
대화는 오늘 처음 나눠봤어요! 말하는 게 꼭 노래하시는 듯 느껴지더라고요. 일상도 음악으로 가득한 분 같아요. 가까이서 음악을 함께 경험하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한국 공연에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5번을 들려줄 예정입니다.
샵도 플랫도 붙지 않은 가장 단순한 다장조라는 점에서 특별해요. 마치 하얀 종이 같은 거죠. 단 하나의 검은 건반만으로도, 새로운 조성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자연스러운 모차르트의 전조 솜씨 덕에 텅 빈 종이가 갑자기 어느 순간, 마치 모네의 그림처럼 색들로 가득 채워지는 듯한 곡이죠.
혹자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작품을 제대로 연주하려면, 반드시 그의 오페라 작법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모차르트는 당연하고, 리스트·드뷔시·R.슈트라우스, 그리고 쇤베르크를 이해할 때도 필요하죠. 저는 바그너의 음악극을 반드시 깊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을 연주하든 ‘노래하는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음악을 발견하는 그만의 시선
현재 키릴 게르슈타인을 사사 중이죠. 베를린 생활은 어떤가요.
오페라를 많이 볼 수 있어 좋습니다. 특히, 바그너의 작품요! 키릴 게르슈타인에게 작품의 배경, 작곡가 특유의 습관 등을 고려한 해석을 배우고 있어요. 다만 베를린 겨울 날씨는 좀 힘들어요. 오후 4시면 하늘이 이미 어둡고, 제 기분도 가라앉거든요.
체코 필하모닉과의 내한 공연 현장에서, 생각보다 큰 체격을 가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소년 같은 미소에 지브리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일상 속 마오’는 어떤 사람인가요?
의외네요! 저는 키도 손도 크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피아니스트의 이상적인 모습과 거리가 먼데…. 저는 꽤 낙천적인 사람이에요.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취소돼도 당황하지 않는 편이죠. “뭐, 잘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본 음악 교육 환경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놀랍게도, 처음에 그 누구도 제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릴 때 일본에서 배운 선생님들이나 심지어 제 부모님도 “마오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몰랐다”고 늘 말씀하실 정도니까요. 그런데 정작 저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어요. 어쩌면 제 재능은 제가 가장 잘 이해했던 것 같네요. 일본은 ‘기술’에 대한 존중은 물론, 정신적인 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악기를 소중히 다루고, 악보를 대할 때도 진지한 태도로 배우게 되죠.
첫 음반과 다르게, 두 번째 음반(Decca)은 쇼팽·스크랴빈·야시로 아키오의 전주곡을 엮어냈죠. 야시로 아키오(1929~1976)의 전주곡은 제2차 세계대전 때에 쓰인 작품입니다. 평소 혁신적인 작품을 다뤄야 한다는 예술적 책임감도 느끼나요? 그리고 다음 음반에 대한 계획은?
늘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고 해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품 중에서, 가끔 아름다운 곡들도 발견하죠. 음반은 항상 직전 음반과 다른 방향을 염두에 둡니다. 아직 레퍼토리는 정하지 못했지만, 음반은 꾸준히 나올 예정입니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KBS교향악단
후지타 마오(1998~) 도쿄 출생. 3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도쿄음악대학 재학 중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소니 클래식 전속 아티스트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으로 호평받았다. 현재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키릴 게르슈타인을 사사하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정명훈/KBS교향악단(협연 후지타 마오)
8월 2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8월 30일 오후 8시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여수음악제 개막연주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5번,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