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8월 11일 9:00 오전

CHOICE REVIEW

기자들의 공연 관람 후기

 


 

프랑스의 빛, 뉴욕에 물들다

에사 페카 살로넨/뉴욕 필하모닉

6월 28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뉴욕 필하모닉이 11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섰다. 구스타보 두다멜이 2025/26 시즌부터 새 음악감독으로 합류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인천(6.26)과 서울 투어(6.27·28)에서는 에사 페카 살로넨이 지휘봉을 잡았다. 2015년 뉴욕필의 상주 작곡가(2015~ 2018)를 지낸 살로넨은 음악감독 물망에도 올랐던 인물로, 긴 세월 이어져 온 그와 뉴욕필의 깊은 유대가 이번 연주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전날인 6월 27일에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과 협연 무대를 선보였고, 28일 공연은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졌다.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 드뷔시의 ‘바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뉴욕필 특유의 세련되고 유연한 사운드를 돋보이게 했다. 특히, 지난 6월 클라우스 메켈레/파리 오케스트라의 최근 내한 레퍼토리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악단 간 비교의 재미를 더했다.

살로넨은 ‘어미 거위 모음곡’에서 지휘봉 없이 무대에 올라 손끝과 몸짓만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플루트와 현악이 빚어내는 음색 속에서 라벨 특유의 몽환적인 세계가 펼쳐졌다. 이어진 드뷔시의 ‘바다’에서는 지휘봉을 두 손가락으로 가로로 쥐고 손목만을 움직이며 섬세하게 템포를 조절하거나, 다시 세로로 바꿔 쥐고 팔을 크게 움직이며 다이내믹을 조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팔 동작 하나하나에서 음악의 미묘한 호흡이 느껴졌다.

공연의 진가는 2부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에서 더욱 빛났다. 파격적인 형식과 극적인 표제가 돋보이는 이 작품에서 살로넨은 절제와 폭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음악적 전개를 끌어냈다. 특히 마지막 악장 ‘마녀들의 밤 향연의 꿈’에서는 금관과 타악이 거침없이 질주하며 무대를 장악했고, 뉴욕필의 앙상블은 고음부터 저음까지 완벽한 균형을 유지했다.

앙코르로 바흐의 ‘당신이 내 곁에 있다면’ BWV 508이 고요히 울려 퍼졌고, 이어진 바그너 ‘로엔그린’ 중 3막 전주곡에서 다시 한번 장대한 금관의 울림이 콘서트홀을 가득 채웠다.

홍예원 기자 사진 마스트미디어

 

 

현재 진행형의 전쟁

연극 ‘하미’

7월 5~1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하미 마을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베트남의 휴양지 ‘다낭’과 차로 30분 거리다. 연극 ‘하미’는 베트남 전쟁 종전 50주년을 맞아 이곳을 찾은 ‘평화여행단’의 여정을 그린다. 들뜬 마음으로 여행에 나섰다면 방심은 금물. 이들은 베트남 전쟁 당시 벌어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의 현장을 조명한다.

패키지 여행으로 착각해 얼떨결에 동행한 신혼부부, 알고 보니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던 어르신, 취재를 위해 온 다큐멘터리 감독, 정치인, 그리고 이들을 통솔하는 가이드까지. 여러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베트남 피해자들은 배우로 등장하는 대신, 객석에 앉은 관객들로 상정한다. 피해자와의 대화 장면에서 배우들은 관객을 바라보며 연기하는 식.

전쟁의 참상에 대해 알수록 인물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딱하다며 눈물을 훔치는가 하면, 꼭 해결해 드리겠다고 손을 맞잡기도 한다. 요식 행위로 죄책감을 더는 것에 불과하다며 제법 개념 있는 지식인처럼 굴기도 한다. 그러다 연꽃 비석으로 가려져 있었던 위령비를 누군가 깨고, 여행단은 이 일의 배후로 오해받는다. 베트남 공안의 조사에서 풀려나고자 이들은 언제 평화를 바랐냐는 듯 자기 살기에 바쁜 변명을 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뱉는 그들의 대사는, 점차 베트남 생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배상 소송에서 우리 정부가 내놓은 입장문과 겹친다. 2023년, 베트남 생존자들은 실제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1심에서 승소했고, 정부는 항소했지만 결국 올해 2심에서도 이겼다.

끝나지 않은 이 사건은 언제나 우리가 ‘피해국’이라고 인식했던, 다소 억울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다행이었던 사실을 뒤집는 불편한 진실이다. 작품은 단지 우리를 전쟁의 가해자로 고발하는 데에 목적이 있지 않다. 우리가 모두 이 전쟁의 ‘당사자’라는 것. 힘으로 발생하는 위계질서가 있는 한, 폭력과 피해는 반복된다. 이를 폭로하는 순간은 극 중간에도 반복된다. 뻔뻔한 참전 용사의 난동을 이해하는 것은 여행단 중 가장 약자 같았던 베트남 사람이다. “한국 군인들도 불쌍한 거 아니냐. 나라가 돈이 없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녀의 한국인 남편은 “대기업을 다니고, 고급 아파트에 산다”.

 폭력의 악순환을 만드는 전쟁이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다. 만약 당장 나를 향해 총을 겨눈 이를 마주한다면, 지금처럼 먼 나라 이야기라는 듯 ‘전쟁은 나쁘다’며 게으른 관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작품 속 관객이 베트남 학교의 어린이들로 설정된 장면에서 받은 장학금 봉투에는 베트남 화폐 1,000동과 함께 한 줄의 문구가 적혀있다. ‘Cầu cho hoà bình luôn bên bạn(평화가 늘 당신 곁에 있기를)’.

허서현 기자 사진 극단 신세계

 

 

꺼지지 않는 목소리

음악극 ‘태일’

5월 14일~7월 20일 대학로 TOM 2관

 

연극이 하나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면, 음악극 ‘태일’은 그 목소리를 하나의 촛불로 남긴다. 관객의 마음속에 조용히 타오르되 꺼지지 않는, 분노와 슬픔, 연대와 질문이 깃든 불꽃이다.

2021년 첫 장기 공연 이후 4년 만에 무대에 오른 ‘태일’은 故 전태일 열사의 삶을 음악과 극의 언어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목소리 프로젝트’(극작가 장우성, 작곡가 이선영, 연출가 박소영)의 시작점이기도 한 이 공연은, 두 명의 배우가 모든 인물을 연기하는 2인극 형식으로 구성된다. ‘태일의 목소리’, 그리고 ‘태일 외 목소리’로 구분된 배역 속에서 배우들은 때로는 전태일 자신으로, 때로는 그의 어머니, 여동생, 친구, 동료, 심지어 착취하는 자본의 목소리로 무대를 누빈다.

여기서 배우는 단순히 극을 이끄는 인물이 아니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 ‘배우’ 그 자체로 발언한다. 관객을 향해 “당신은 전태일을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하고, 자신을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나직이 고백한다. 작품이 의도적으로 취한 이 거리감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극이 허구임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인물의 삶을 감정에만 기대지 않고 온전히 마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깊은 울림을 남기는 장면은 ‘분신’의 순간이다. 작품은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기름도, 불도, 고통에 찬 몸짓도 없다. 대신 무대가 암전되고, 곳곳에 놓인 촛불이 조용히 타오른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하나둘 늘어난 촛불의 불빛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노동 착취의 현실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태일’들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와 관객 모두가 ‘태일’의 목소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죽음을 기억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늘날의 노동 현실에 대해 되묻고, 지금 여기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난다. “그렇지만 가야 한다”고 다짐하던 태일의 목소리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의 마음속에 남는다.

홍예원 기자 사진 아떼오드

 

 

전통의 강자

영국 로열 발레 ‘더 퍼스트 갈라’

7월 4~6일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

 

영국의 로열 발레가 2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두 시간에 달하는 갈라 공연 프로그램에선 고전 발레의 강세가 드러났다. 로열 발레의 전신 격인 빅 웰스 발레단의 초기 기틀을 마련한 애슈턴의 작품, 혹은 당시 발레단을 이끈 드 발루아가 전파한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작들을 이었다. ‘백조의 호수’ ‘지젤’ 등이 이에 해당했다.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 중에선 주케티의 ‘마네모이’, 휠든의 ‘애프터 더 레인’이 인상 깊었고, 발레단 단원인 조슈아 융커의 안무작 ‘스펠스’가 이번 갈라 공연에서 세계 초연됐다.

한국인 단원 최유희(퍼스트 솔로이스트)는 리암 스칼렛의 ‘아스포델 초원’을, 전준혁(퍼스트 솔로이스트)은 ‘돈키호테’을 소화했다.(기자 관람일은 7월 5일) 무엇보다 로열 발레에서 드라마 발레의 새 역사를 쓴 케네스 맥밀런의 작품들은 공연의 백미였다. ‘로미오와 줄리엣’ ‘마농’을 선보인 단원들이 큰 찬사를 받았다.

외에도 수석무용수들의 기량도 확연히 입증됐다. ‘지젤’의 2막 파드되를 보여준 나탈리아 오시포바·마르셀리노 삼베는 풍성한 표현력을 자랑했으며, ‘해적’으로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후미 가네코·바딤 문타기로프는 완벽에 가까운 파드되를 선사했다.

허서현 기자 사진 LG아트센터 서울

 


 

CHOIR

 

국립합창단 ‘미사 글로리아’ 협연 손지훈·사무엘 윤

푸치니의 젊은 신앙, 국립합창단의 성숙한 해석

7월 4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국립합창단(예술감독 겸 단장 민인기)이 지난 4월 드보르자크·엘가·브루크너의 ‘테 데움’을 선보인 데 이어, ‘낭만주의 거장의 합창음악’ 두 번째 시리즈로 푸치니(1858~1924)의 ‘미사 글로리아’를 연주했다.

작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신선한 울림을 던져주었다. 먼저, 푸치니 하면 누구나 오페라를 먼저 떠올리지만, ‘미사 글로리아’는 제목 그대로 종교음악, 그것도 공식적인 예배음악이다. 또한, 이 곡은 푸치니가 20대 초반에 파치니 음악원의 졸업 연주를 위해 작곡한 초기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는 대개 작곡가의 예술관이 집약된 만년의 작품에 주목하기 마련이지만, 이처럼 작곡가의 출발점에 선 작품은 오히려 그 예술가의 미래와 가능성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미사 글로리아’는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아뉴스 데이’ 등 가톨릭 미사의 전통적인 형식을 따른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그 전통의 틀 안에서도 푸치니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 풍부한 관현악법, 극적인 긴장감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지휘자 민인기가 이끄는 국립합창단과 강남심포니의 연주로 잘 드러났다. 그중 ‘글로리아’와 ‘크레도’에서 그 면모가 두드러졌다.

우선 ‘글로리아’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이 작품을 ‘미사 글로리아’라고 부를 만큼 핵심적인 부분이다. 가장 길고 화려하며, 푸치니의 오페라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또한, 신앙 고백인 ‘크레도’는 푸치니가 종교적 서사를 음악으로 어떻게 극화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성령으로 잉태된 예수의 장면에서는 테너 독창(손지훈)과 아카펠라 합창이 어우러져 신비롭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 바리톤(사무엘 윤)의 중후한 음성이 ‘십자가에 못 박혀’를 저음에서 어둡게 노래하며 극적 깊이를 더했고, ‘부활하시어’에서는 합창의 각 성부가 차례로 등장해 부활의 이야기를 장엄하게 표현했다. 이처럼 ‘크레도’는 ‘글로리아’에 버금가는 극적 장치들로, 이 작품이 ‘글로리아’ 미사임과 동시에 ‘크레도’ 미사임을 보여주었다.

한편, 마지막 악장 ‘아뉴스 데이’는 춤곡과 같은 3박자의 경쾌한 리듬 속에서 테너와 바리톤 솔로가 합창과 교대로 이어졌다. 원곡은 여리게 끝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작곡가 김민아의 편곡을 통해 장엄하게 마무리되었다. 이러한 편곡은 낭만주의 합창의 웅대한 정서를 한층 고양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국립합창단은 종교적 형식 속에 숨어 있던 극적 생동감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냈다. 다채로운 관현악법과 세밀한 다이내믹, 치밀하게 짜인 합창 서법은 단순한 종교음악의 차원을 넘어 한 편의 음악극처럼 느껴지게 했다.

푸치니의 유작 오페라 ‘투란도트’ 중 ‘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세 명의 테너가 함께 부른 앙코르 무대는 청년 푸치니의 시작과 거장으로서의 마지막을 나란히 조명하며, 이번 공연을 하나의 완결된 서사로 엮어냈다.

※국립합창단은 8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광복 80주년 기념연주회 ‘뮤지컬 영웅, 국립합창단과 만나다’를 선보인다

유선옥(음악학자) 사진 국립합창단

 


 

CLASSICAL MUSIC

 

조너선 노트/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협연 양인모

유구한 전통과 새로운 접근

7월 6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

 

아시아 초연곡이 공연의 문을 열었다. 스위스 작곡가 윌리엄 블랭크(1957~)의 2018년 작 ‘42개의 악기를 위한 모포시스’였다(아시아 초연). 불안한 분위기 가운데 플루트와 오보에가 지저귀었다. 금관이 가세하고, 20세기 음악에서 들을법한 화성이 짙게 드리웠다. 불길한 바이올린 고음에 뱃고동 같은 총주가 이어지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연상시켰다. 가슴 철렁한 총주 뒤에 금관이 포효했다. 정적에 이어 민첩한 관현악이 쏟아지던 중 곡이 끝났다. 지휘자 조너선 노트(1962~)는 객석에 있던 작곡가를 무대로 불러 인사 시켰다.

이어서 양인모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얇고 섬세한 바이올린은 늘어짐 없는 감각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간혹 급해지기도 했지만 카덴차는 과부족이 없었다. 2악장은 곱고 차분한 접근이 돋보였으며 흔들림 없이 조도가 유지됐다. 3악장 도입부의 음색은 달콤했다. 유연한 흐름은 불안정할 때도 있어서, 종종 루바토가 과해지며 합이 어긋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그의 협연은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던 이 곡의 정형과는 사뭇 달랐다. 전통적 해석의 진부함을 덜어준 새로운 접근이었다. 앙코르로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4번 2악장과 파가니니 카프리스 14번을 들려주었다. 역시 파가니니를 연주할 때 가장 그다운 ‘익숙한 맛’이 났다.

2부에서 노트는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암보로 지휘했다. 바순이 구성지게 노래하고 목관악기들이 깨어나며 생명력이 홀을 휘감았다. 클라리넷이 절규했다가 사라질 듯 하면 다시 바순과 클라리넷이 불씨를 살렸다. 기타의 스트로크를 연상시키는 현의 합주가 야수파적인 목관의 색채감과 어우러졌다.

도발적인 색채감에 둘러싸인 곡의 경계를 설정하는 노트의 시선에서는 대조적으로 이성적인 차분함과 정중함이 감지됐다. 오케스트라 음반보다 몇 배나 큰 음량이 짜릿하게 울려 퍼졌다. 몽환적인 성격이 더해졌고 타악기와 관·현이 파도처럼 넘실댔다. 100미터 달리기와 같은 긴장감과 탄력이 느껴진 더블베이스 주자들이 인상적이었다.

속이 빈 거대한 총주같은 음향으로 시작한 2부는 절제하면서 띄워내는 듯한 조음으로 약음을 제대로 표출해냈다. 플루트는 비밀이 공개되는 듯한 야릇함을 띠었고 격렬한 부분에서는 선명하고 밝은 구절이 이어졌다. 약음기를 장착한 트럼펫 등 금관의 뭉근하고 규칙적인 연주는 나른했다. 이윽고 모든 곳을 장악한 금관군이 총궐기하듯 울려 퍼졌다. 복잡한 리듬을 이끄는 노트는 거대한 골리앗을 끌고 가는 다윗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앙코르는 라벨 ‘어미 거위 모음곡’ 중 ‘요정의 정원’이었다. 잔잔한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 혹은 비 오는 날의 아늑한 정경 같기도 했던 이 곡은 한바탕 이어졌던 제전의 광포한 에너지를 침착하게 가라앉혔다. 스트라빈스키와 라벨을 들으며 이 오케스트라의 초기 설립자이자 지휘자였던 에르네스트 앙세르메(1883~1969)를 떠올렸다. 그 이래로 이들의 자랑이었던 해석의 전통이 여운을 남겼다.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사진 롯데문화재단

 


 

CLASSICAL MUSIC

 

정한결/인천시립교향악단 협연 박규희

젊은 지휘자의 강단, 혁명을 끌어올리다

7월 11일 오후 7시 30분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인천시향의 약진이 놀랍다. 상임지휘자 부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는 평가다. 부지휘자 정한결(1991~)의 활약 덕분이다. 그는 올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4.2)에서 무소륵스키의 작품으로 러시아 교향악의 매서우면서 끓어오르는 매력을 보여준 바 있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를 지휘(5.10)하며 보여준 베토벤 교향곡 2번도 새로웠다.

젊은 지휘자의 박력이 데뷔 15주년을 맞는 기타리스트 박규희와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기타 협주곡’에서 어떤 하모니를 이룰지 궁금했다. 갈채 속에 등장한 박규희는 플라멩코풍의 경쾌한 화음을 라스게아도 주법(손가락으로 기타 줄을 뜯어 리듬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정숙하게 시작하였으나, 곧 극적인 연주로 전환하며 몰입을 이끌었다. 오케스트라 역시 이에 응답했으며, 긴장이 감돈 풍경이 흥미로웠다. 박규희는 교묘한 변주로 강렬하게 전개되는 춤곡풍의 리듬을 절묘하게 소화해 나갔는데, 역시 뛰어난 테크니션이었다. 다만 기타와 목관악기의 대화가 조화롭게 전개되었다기보다, 관현악의 질주와 솔리스트의 비르투오시티가 부각된 연주였다. 협주곡은 ‘일종의 대결’이라는 관점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2악장에선 애절한 주제 선율은 물론이고, 전개되는 변주에서 관현악과 밀고 당기며 기타가 주도한 대화가 훌륭했다. 특히 로드리고가 직접 작곡한 카덴차에선 장대한 연주를 펼쳤다. 오케스트라를 압도한 지점이기도 했다. 다양한 테크닉을 현란하게 구사한 3악장 역시 박규희의 독무대였다. 기타의 음향 증폭이 다소 과해, 소리의 균형을 잃은 점이 옥에 티였다. 다만 이런 점이 앙코르로 들려준 타레가 ‘눈물’의 서정성과 고요한 여운을 마무리로 십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후반부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혁명’. 정한결의 지휘는 박력 있는 힘으로 절도있게 끊어가는 프레이징이 특징이었다. 끈적하게 현악기를 운용하며, 비장미를 점증시켰고, 관악기도 매우 공격적으로 구사했다. 다만 목관악기를 좀 더 서정적으로 울렸어야, 비극적이고 처절한 정서가 풍부하게 재현되었을 텐데 이 점이 아쉬웠다. 예리하면서 절도 있게 전개한 2악장은 속도감도 훌륭했다. 악장 정하나의 솔로 연주가 신랄한 분위기를 더했다. 3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의 냉정함과 목관악기의 담백하면서도 창백한 톤, 간명한 연주로 한층 승화된 고뇌를 표출했다. 이는 어쩌면 쇼스타코비치에게 강요된 환희와 4악장의 폭력성 사이의 빚어진 극적 대비였을지도 모른다. 쥐어짜듯 전진해 나간 4악장은 강한 음향의 폭발로 절정을 이뤘다.

인천시향은 인천 곳곳의 홀을 순회하며 연주하지만, (상주하던 인천문화예술회관 리모델링 관계로) 정기연주회는 늘 아트센터인천의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장쾌한 음향을 만끽하고자 애써 2층 좌석을 찾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격렬하게 질주하는 음향의 행진이 거칠면서도 강한 질감으로 밀려왔다. 물론 인천시향의 탄탄한 합주력과 비르투오시티가 충만했으나, 홀의 증폭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고유한 사운드는 유구한 역사 속에 그들이 함께 자리한 콘서트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천시향도 언젠가 자신만의 음향적 전통을 쌓길 기원한다.

김준형(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인천시립교향악단

 


 

Contemporary MUSIC

 

가극 ‘부부 이야기’

연애와 결혼에 대한 나의 이야기

7월 11~1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SNS가 일상이 된 오늘날, 현실은 가상에 밀려나고 오히려 가상이 현실로 여겨진다. 현실은 불가항력적이지만, 가상은 내 뜻대로 만들 수 있기에 가상 세계에서 나의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것이 어쩌면 현실적이다. 그렇기에 이 시대의 예술은 현실의 실체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작품이 현실을 날 선 캐리커처로 그려내면, 관객은 거기에 자신의 경험으로 살을 붙이고 색을 칠한다. 그렇게 예술가와 감상자의 공동 작업에서 비로소 현실 속의 자신을 보게 된다. 여기서 풍자가 작동한다.

류재준(작곡)과 봉준수(작사)의 가극 ‘부부 이야기’는 이 지점에 있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에서 시작해 갈등, 반목, 다툼 그리고 결혼과 직장, 육아까지. 17곡의 노래로 오늘날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실체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여기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음률을 더해, 진지함의 강요나 희화화의 오독을 막는다. 그래서 극을 지켜보는 내내 나의 경험에 통감하고, 그들의 상황에 공감한다. 이러한 탈낭만적 현실성은 오페라로 작곡된 쇤베르크의 ‘오늘부터 내일까지’나 힌데미트의 ‘오늘의 뉴스’ 등에서 이미 시도됐지만, 한 세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최근의 경험이다. 이 작품은 결혼 자체가 고민이 된 오늘날의 씁쓸한 역인과율을 반영한다.(12일 관람)

그런데 소프라노(이상은)와 베이스바리톤(한혜열)의 조합은 상보적이지만 조화롭지는 못하다. 소프라노의 맑은 음색·섬세한 다이내믹과 베이스바리톤의 권위적 음색·무게감 있는 움직임은 물과 기름처럼 유리한다. 그런데 그러한 점이 시나리오와 조화를 이루고, 음악은 그렇게 하나의 드라마를 지향한다. 두 성악가의 페르소나에 맞춰주는 피아노 반주마저 그러하다. 그래서 작곡가는 삽입된 여덟 곡의 피아노 음악에서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말 없는 피아노 독주는 그 자체로 역할을 맡는다. 4년 전 ‘아파트’에서 성악가가 한 명임에도 피아니스트를 포함하여 ‘2인 가극’이라고 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부부 이야기’는 3인 가극을 지향한다.

연출(장서문)은 다소 난해했을 것이다. 대화·혼잣말·마음속의 말·관객에게 호소 등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이 수시로 변한다. 동작과 노래의 분리, 측면의 작은 무대 활용 등 여러 전략이 있었지만, 조명을 활용했다면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특히 ‘결혼’ 장면에서 끈을 이용한 연출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의자, 옷가지 등의 소품들은 깊지 않지만 충분한 은유로 극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놓이게 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게 하는 것이 바로 연출의 역할이다.

다만, 마지막 노래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슬피 우는 연출로 끝나며 질문을 남긴다. ‘현실 세계는 디스토피아인가?’. 첫 곡으로 연주한 피아노곡 ‘전주곡 1번’을 마지막에 다시 배치하는 것은 결혼이 반복되는 고통의 굴레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것이 작품의 의도일 수 있으나, 이 장면은 풍자극에 지나친 무게를 얹는다. 번스타인의 ‘타히티에서의 소동’처럼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놓아두고, 메시지는 감상자에게 맡겨두는 것도 방법이다. 현실을 그린 극은 그 자체로 강한 메시지를 갖지만, 그런 만큼 감상자의 경험은 그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초연임에도 작곡한 곡들 중 연주되지 않은 피아노곡과 노래가 있었다는 것은 아쉽다. 언젠가 있을 재연에서는 꼭 들려주길 바란다.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오푸스

 


 

CLASSICAL MUSIC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시리즈Ⅱ 협연 세르게이 바바얀

꿈결 같던 관현악, 내공의 피아노

7월 13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가 등장할 때 지휘자의 무게도 느껴졌다.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를 표방한 고잉홈프로젝트의 공연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150주년을 맞은 라벨의 관현악·실내악 전 작품을 망라한 기획도 야심차다.

‘대양 위의 조각배’에서 간헐적인 파도처럼 관과 현·목관이 넘실댔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앙상블을 뚜렷하게 주도했다. 총주가 넘실댈 때, 첼레스타(피아노 형태의 체명악기, 종소리와 비슷한 음색)가 찰랑댔다.

‘어릿광대의 아침노래’는 현의 의욕적인 피치카토로 시작했다. 총주와 약음의 강약 범주가 컸다. 바순이 돌출하며 차분히 가라앉았다. 목관의 우위는 뚜렷했다. 다만 지휘자가 없다보니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피아노 협주곡 G장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이 악장을 맡았다. 시작은 왠지 느리게 다가왔다. 빠른 악구에서도 굵은 토막 같은 무게감이 있었다. 하프 연주에 이어지는 피아노에 향이 피어났다. 마지막 질주도 묵직한 쾌연이었다.

2악장의 피아노 독주 부분은 평소 알고 있던 이미지와 달랐다. 시간이 멈춘 회화적 공간에 연민과 추억이 떠가는 장면을 연상하곤 했는데,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바바얀의 해석은 자의적이면서도 무위(無爲)에 가까웠다. 오케스트라는 꿈에 가 닿았고, 피아노는 현실에 발을 디뎠다. 오보에와 피아노가 만날 때 지극히 아름다운 순간을 연출했다.

3악장에서 피아노는 바쁘게 진출했다. 모든 음을 살리며 작품 자체를 오롯이 떠오르게 하는 연주였다. 앙코르의 몸포우 ‘노래와 춤’ 8번은 넋두리 같으면서도 세월의 내공이 서려있어 짧지만 인상적이었다.

‘스페인 광시곡’ 중 제1곡 ‘밤의 전주곡’은 현악으로 시작해 밤이 내려앉는 듯했다. 악기 사이의 침묵도 잘 표현했다. 첼레스타가 부각되면서 미스터리함을 더했다. 제2곡 ‘말라게냐’는 트럼펫이 신호처럼 부는 음이 상큼했다. 캐스터네츠의 소리도 잘 어울렸다. 제3곡 ‘하바네라’는 카르멘의 자태가 떠오를 만큼 관능적이면서 이국적이었다. 제4곡 ‘페리아’는 축제적이고 밝았다. 다양한 악기들의 울림이 향연처럼 펼쳐졌다. 목관과 현에 나른함이 짙게 배 있었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에서도 떠들썩한 축제처럼 출발해 관현악의 입체적 양감을 잘 드러냈다. 따스하고 동화적인 분위기에 목관이 앞서가며 많은 부분을 처리하였다. 현·목관의 조화가 좋았고 ‘라 발스’를 연상시킨 부분과 두꺼운 현의 합주, 타악도 기억에 남는다.

‘라 발스’는 자욱한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분방한 목관이 돌출하고 흥겨움이 휘청거리다 쓰러졌다. 템포는 서로 약속한 듯 잘 맞아떨어졌지만, 곡선적인 유연함이나 즉흥성은 그만큼 희생한 해석이었다. 지휘자가 많은 부분을 떠받치고 있음을 이들에게서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그 결여된 부분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내부에서 만들어가는 역동성이 이 오케스트라의 개성이다. 다른 악단이 흉내 낼 수 없는 새로움이 있기에, 이들의 연주를 보러가게 된다.

※12월 28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고잉홈프로젝트 정기연주회를 만날 수 있다.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사진 고잉홈프로젝트

 


 

MUSICAL

 

뮤지컬 ‘광장시장’

당돌한 오페라와 시장

6월 17일~7월 5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창작 오페라계의 ‘콤비’라 할 수 있는 작곡가 나실인과 극작가 윤미현이 뮤지컬 신작을 발표했다. ‘두산인문극장’ 마지막 공연인 뮤지컬 ‘광장시장’이다. ‘두산인문극장’의 올해 주제는 ‘지역’으로, 작품은 두산아트센터가 있는 종로 5가의 광장시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광장시장은 1905년 조선인 자본에 의해 마련된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이다.

객석에 입장하면, 흡사 광장시장이 들어선 듯하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이 테이블과 노점 의자들이 놓여 있다. 관객은 시장 손님처럼 둘러앉고, 배우들은 그 사이에서 연기한다. 이곳은 광장시장의 먹자골목과 포목점 거리. 공연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관객 사이에서 각자의 일을 시작한다. 톡톡톡, 툭툭, 드르를드르륵. 무를 썰고, 밀가루 반죽을 치대고, 재봉틀 돌리는 소리를 낸다. 음식이나 재봉틀이 나오는 대신 마임으로 칼질하고 재봉틀을 돌린다.

공연의 첫 장면, 미얀마에서 온 아응(정대진 분)이 첩첩이 쌓인 음식쟁반을 머리에 이고 자전거에 올라 힘차게 배달을 나선다. 자전거는 단 위에 고정되어 있고, 뒤쪽에는 광장시장의 영상이 흐른다. 아응은 쟁반을 이고 자전거 위에서 곡예를 벌인다. 팔도 사투리로 시원하게 욕도 내뱉는다. 아응의 자전거가 지나가는 골목골목에는 인천밥집, 나주댁육회, 황해도빈대떡, 대구횟집, 개성신발 등 전국 각지의 이름들이 지나간다. 아응 또한 전국 각지의 밭과 밥집을 떠돌다가 이곳 광장시장으로 올라왔다. 아응의 찰진 사투리는 진도 대파밭, 무안 양파밭, 거제도 시금치밭, 서산 육쪽마늘밭, 논산 미나리밭에서 일하면서 할머니들에게 배운 것이다. 아응은 그 할머니들이 좋다. 자신에게 일을 주고 고봉밥 꼭꼭 눌러 담아주던 이들이다.

아응의 꿈은 성악가였다.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아버지를 잃고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었다. 생계가 급한 아응을 품어준 곳은 시골의 할머니들이었다. 진도 대파밭에서 만난 덕자 할머니는 40여 년 전 광주로 유학 보낸 아들을 잃었다. 광장시장 비빔밥 ‘인천밥집’의 오국자 할머니(강정임 분) 또한 아응을 품는다. ‘밥심’으로 서로를 일으켜 세운다. 아응은 다시 노래의 꿈을 꾼다. 포목점 ‘고운목소리’의 노래 선생님(이지현 분)이 오페라 가수 지망생이다. 아응이 다시 부르는 노래는 푸치니 희극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스러운 나의 아버지’이다. 노래 가사가 당돌하다. “오 아버지, 그는 멋져요. 보석 시장에 가서 반지를 살래요. 그와 결혼 못 하면 아르노강에 가서 빠져 죽을 거예요”. ‘잔니 스키키’의 당찬 딸 라우레타의 거침없는 노래다. 서정적인 선율이지만 현실적이고 간절한 라우레타와 아응의 캐릭터가 겹친다.

배우들은 성악가 이지현을 제외하고 모두 연극배우들이다. 배우 정대진은 뮤지컬 넘버 뿐만 아니라 오페라 아리아까지 소화한다. 윤미현 작가의 달콤쌉싸름한 블랙코미디의 말맛, 나실인 작곡가의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노래가 연극배우들의 표현력 덕분에 친근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광주와 미얀마 민주화 운동, 그리고 광장시장의 역사성까지 많은 것들이 함께 진행되는 복잡한 구성을 따라가기에는 공연의 초점이 분명치 않아 100분의 공연 시간을 따라가기에는 다소 버거웠다.

김옥란(연극평론가) 사진 두산아트센터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