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장송 음악 페스티벌 & 지휘 콩쿠르 총감독 장미셸 마테, 소소한 도시를 가득 채우는 음악의 가치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9월 1일 9:00 오전

BEHIND THE MUSIC SCENE 32

세계의 예술경영인을 만나다

 

브장송 음악 페스티벌 & 지휘 콩쿠르 총감독

장미셸 마테

장미셸 마테는 리옹 국립응용과학원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2000~2003년에 리옹 음악당에서 근무했고, 라 셰즈-디외 총감독으로 2003년부터 재직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브장송 음악 페스티벌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소소한 도시를 가득 채우는 음악의 가치

프랑스 소도심의 축제. 시민에게 즐거움을, 젊은 지휘자에겐 날개를 달아주다

 

 

프랑스 동부와 스위스 국경에 있는 브장송은 중세와 르네상스 건축이 살아 숨 쉬는 고요한 도시다. 도브 강과 시타델 요새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 풍부한 역사, 예술적 감수성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1948년부터 브장송 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이 음악제는 프랑스 음악 축제의 원형으로 불리며, 클래식 음악의 전통과 실험을 함께 펼친다.

1951년,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게 되는 전환점이 축제에 더해졌다. 바로 젊은 지휘자들을 위한 지휘 콩쿠르가 시작된 것이다. 게르트 알브레히트(1957), 오자와 세이지(1959), 미셸 플라송(1962), 유타카 사도(1989), 오스모 밴스케(1982), 카즈키 야마다(2009) 등의 우승자들 경력에 결정적인 출발점이 되며, 오늘날까지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 중 하나다. 올해 축제는 9월 12~27일에 열리고, 지휘 콩쿠르는 22~27일에 열린다.

다음은 브장송 음악 페스티벌의 총감독 장미셸 마테의 인터뷰이다. 그는 날렵한 인상에 불어 특유의 억양이 섞인 빠른 영어로 페스티벌 이야기를 망설임 없이 쏟아냈다.

 

과학적 사고에 더해진 현장의 경험

페스티벌 개막 공연 ©Yves Petit

공학과 음악을 함께 공부했다. 공학 바탕의 사고방식이 공연 기획에 어떤 영향을 주나?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음악과 연결된 음향학을 중심으로 공부했다. 무대 구조 파악이나 기술팀과의 소통 시 큰 도움이 된다. 공연장의 음향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라 셰즈-디외 음악제에서 11년간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후, 총감독까지 맡은 경험이 있다.

처음엔 기술 지원 업무를 맡다가, 점차 예술 관련 역할로 범위가 확대됐다. 축제의 구조와 운영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고, 훗날 리더로서 팀과 소통하는 데에도 큰 자산이 됐다. 어느 날 전임 예술감독이 “네가 내 후임 감독이 될 거야”라고 말하길래 농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심이었다. 1년간 인수인계를 받으며 감독직을 이어받았다.

2012년부터 브장송 음악 페스티벌을 맡고 있다. 현재 맡은 일은 무엇이며,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는가?

예술감독이자 총괄 책임자를 맡고 있다. 예산을 책임지고, 프로그램도 기획한다. 처음 시작했을 당시 예술감독이 따로 없었고, 여러 사람이 프로그램을 나눠 맡아 방향성이 다소 흐릿했다. 예술감독을 맡은 후 방향을 정하고, 로고를 재정비하며 지역과의 연계를 한층 강화했다.

 

역사와 자연, 열린 음악 축제의 도시

축제가 열리는 도시 브장송을 소개해달라.

중세와 르네상스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 역사적 뿌리가 깊다. 17세기 건설된 시타델(요새), 고대 로마 시대의 아치가 보존되어 있다. 파리에서 고속열차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페스티벌 시작의 역사가 궁금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음악을 사랑한 몇 인물의 열정에서 시작됐다. 파리 출신 지휘자 가스통 풀레(1892~1974)가 브장송의 시타델 언덕을 바라보며 “잘츠부르크 같은 풍경이다. 우리도 페스티벌을 열자”라고 말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 1948년 작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음악제가 일주일간 열렸다. 처음부터 오케스트라 중심이었고, 메시앙을 비롯한 당대 주요 작곡가와 지휘자들이 무대에 섰다. 이는 오늘날까지 축제의 핵심으로 이어오고 있다.

다른 음악 페스티벌과 비교해, 이곳 축제만의 독특한 점은 무엇인가?

브장송 페스티벌은 흔히 아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처럼 큰 규모거나 국제적으로 알려진 축제는 아니다. 우린 훨씬 더 대중 친화적이다. 교향악·실내악·성악은 물론 재즈·월드 뮤직까지 폭넓은 음악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관객과의 거리가 가깝고, 지역사회와 연계 또한 긴밀하다. 대중적이고, 열린 분위기를 지닌 축제다.

브장송의 공연장을 소개한다면?

오케스트라를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은 두 곳이다. 1,100석 규모의 르두 극장으로, 1958년 화재로 소실된 후 1994년에 6개의 이오니아 스타일 기둥을 중심으로 재건됐다. 또 다른 하나는 약 700석인 그랑 쿠르살이다. 실내악·종교 음악 공연에 적합하다. 이 외에 성당이나 음악학교 강당에서도 공연을 연다.

2004년부터 상주작곡가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2년마다 작곡 콩쿠르를 열었으나, 한 곡만으로 작곡가를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장기적 협력을 통해 현대 음악을 소개하고자 상주작곡가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제출 자료와 작품을 검토한 후, 최종 후보 5인 중 인터뷰를 통해 선정한다. 선정된 작곡가는 2년간 위촉 작품을 쓰며, 음악제 기간에 관객과의 만남, 마스터클래스 등에 참여한다. 특히 지휘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될 작품을 쓰게 되므로, 오케스트라 작법 역량을 중시한다.

축제의 재정 구조도 궁금하다.

운영 예산은 약 120만 유로(약 18억 원)로, 이 중 55% 정도는 공공지원, 20%는 민간 후원금, 나머지는 티켓 판매 수입 등으로 충당한다. 무료 공연부터 최저 5유로, 최고 52유로까지 합리적인 표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축제를 찾는 관객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지역 경제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콩쿠르가 있는 해에는 2만 명, 없는 해는 1만 5천 명 정도다(콩쿠르는 격년으로 개최된다). 작년 기준 축제 기간에 7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지역 호텔에서 투숙했고, 지역 레스토랑·인쇄소 등과 협업했다. 관객의 약 80%가 브장송 및 인근 지역에서 오기 때문에 숙박 수요는 많지 않지만, 도시 이미지 제고와 문화 브랜딩 측면에서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젊은 지휘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곳

브장송 지휘 콩쿠르 ©Yves Petit

지휘 콩쿠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1951년, 젊은 지휘자들에게 데뷔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해 음악 평론가들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전문가와 비전문가 부문으로 나눴는데,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하나의 콩쿠르로 통합됐다. 콩쿠르는 특정 학위나 이력 없이 참가할 수 있다. 유명 지휘자들이 콩쿠르 수상과 무관하게 성장한 사례도 있지만, 브장송 지휘 콩쿠르는 빠르게 국제적 명성을 얻을 수 있는 통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4월 18~19일, 서울에서 아시아 예선이 개최됐다. 예선 도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

참가자들이 참여하기 쉬운 도시인지를 먼저 살펴본다. 유럽은 브장송과 파리, 북미는 뉴욕에서 열리는데, 뉴욕은 최근 비자 문제로 몬트리올에서 개최 중이다. 아시아의 경우, 베이징에서 개최해 왔는데 코로나 이후 정치적 상황·행정 문제로 대안이 필요했다. 2024년에는 일본, 올해는 한국에서 진행했다. 아시아의 중심에 있어 중국·일본·대만 등 여러 국적의 지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심사위원단 구성 기준이 궁금하다.

총 7명으로, 다양성과 균형을 고려한다. 7년 전부터 여성 위원장 선임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고, 곧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위원장 외에 3~4명의 지휘자와 악장·작곡가·매니지먼트·평론가 등이 포함되며, 국적의 다양성도 고려한다.

영상 파일이나 서류 심사 없이, 현장 오디션만으로 참가자를 뽑는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예선의 경우 어떻게 공정성을 확보하나?

브장송 콩쿠르는 오직 대면 오디션만으로 참가자를 뽑는다. 해외 예선의 경우, 동일한 심사위원단이 전 세계 예선 도시를 직접 순회한다. 올해는 지휘자 한 명과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이 몬트리올·파리·서울에서 일관된 기준으로 심사를 수행했고, 두 명의 공식 피아니스트가 전 일정에 참여해 동일한 연주 조건을 제공했다. 작품 선정과 연주 환경, 심사 기준까지 전 과정에 일관성을 철저히 유지한다. 참가자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일부를 지휘하며, 그가 피아니스트에게 무엇을 요청하고 어떻게 음악적으로 해석하는지 자세히 관찰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우수하더라도, 음악성이나 소통 능력이 부족한 참가자의 한계가 드러난다. 대면 오디션을 고수하는 이유다.

2021년 이든이 한국인 최초로 특별상을 받았고, 2023년에 이해가 최종 3인에 올랐으며, 올해 송민규가 본선에 참가한다. 최근 브장송 콩쿠르에 한국인 지휘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지휘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지휘자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음악성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10~20년 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성장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출신 지휘자들이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도 각국 오케스트라에서 한국 지휘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간 아시아 출신 지휘자의 진출 사례가 많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로 생각하는가?

여성 지휘자의 진출이 더딘 이유와 유사하다. 유럽 음악계의 전통적 구조와 보수적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양성에 대한 실천이 아직 제한적이다. 하지만 최근 이 요구가 점차 확산하고 있고, 젊은 세대 관객과 음악가들 사이에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계속될 것이며, 아시아 출신의 지휘자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력과 예술적 리더십, 그리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유연하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이다.

 

브장송의 미래를 향한 바람

브장송 음악 페스티벌을 찾을 한국 관객이 있다면,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할까?

유서 깊은 브장송 시타델 요새에서 시작하면 도시 전경과 강이 내려다보일 것이다. 도심을 흐르는 강 위에서 소형 보트를 타는 것도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터널을 지나며 색다른 풍경도 감상할 수 있고, 투어가 끝나면 인근 레스토랑에서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기도 좋다. 특히 프랑스 전역에서도 유명한 프랑슈콩테 치즈 생산지로 잘 알려져 있을 만큼 미식의 도시다. 저녁에는 페스티벌의 공연을 관람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브장송에서의 하루가 더욱 뜻깊을 것이다.

페스티벌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나?

프랑스 공공 재정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만큼,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바람이 있다면, 브장송에 오케스트라 전용 콘서트홀을 짓는 것이다. 파리의 경우, 16년 전 필하모니 드 파리가 개관한 후 새로운 청중이 유입되며 음악 생태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브장송에도 현대적인 콘서트홀이 마련된다면 더 많은 관객, 특히 젊은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극장 구조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식의 프로젝트나 장르 간 융합 공연도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다.

박선민(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브장송 음악 페스티벌

 


 

MINI INTERVIEW  지휘자 이든

한국인 최초 특별상 수상자

 

한 명에게만 주는 그랑프리를 선정할 수 없어 최종 3인 모두에게 공동 특별상(Mention Spéciale)을 수여했다. 콩쿠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순위와 등수가 있는 다른 콩쿠르와 달리 브장송 콩쿠르에는 등수가 없다. 최종 3인의 연주가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최종 우승 그랑프리를 공석으로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심사위원은 “최종에 오른 세 명 모두 다양하고 독창적인 연주를 보여주어 누가 더 훌륭한지 비교할 수 없었다”고 심사평을 발표했다.

최종 우승자를 선정하지 않았던 전례를 보면, 브장송 콩쿠르가 중요하게 심사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른 몇 콩쿠르와 다르게 참가 오케스트라와 심사위원을 진행 중에 따로 만날 수가 없다. 매번 처음 마주하는 음악가들 앞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음악을 만들어가는 리허설 능력, 소통 방법,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2021년 11월 호 ‘객석’ 발췌)

 

2021년 지휘자 이든이 한국인 최초로 특별상을 받았고, 격년으로 열렸던 2023년 연이어 한국인 지휘자 이해가 최종 3인에 올랐다. 올해는 20명의 본선 진출자 중, 한국인 지휘자로는 송민규가 이름을 올렸다. 지휘 콩쿠르는 페스티벌 기간 내에 진행되며, 결선은 유튜브에서 스트리밍으로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

정리 허서현 기자

 

INFO

브장송 음악 페스티벌 9월 12~27일

지휘 콩쿠르 9월 22~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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