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젬마 뉴, 새로운 세대의 ‘아메리카나’를 선보이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9월 1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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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젬마 뉴

새로운 세대의 ‘아메리카나’를 선보이다

 

KBS교향악단과 코플런드·번스타인·애덤스로 풀어낼 미국 음악의 스펙트럼

 

 

지휘계에 새로운 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요즘, 젬마 뉴(1986~)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름이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그녀는 30세가 되기 전인 2015년 해밀턴 필하모닉 음악감독에 임명되며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9년간,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같은 기간 세인트루이스 심포니 상주지휘자와 세인트루이스 청소년관현악단 음악감독, 댈러스 심포니 수석객원지휘자 등을 역임했다. 2021년에는 미국 솔티재단으로부터 ‘게오로그 솔티 지휘상’을 받았고, 2024년에는 38세의 나이로 뉴질랜드 공로훈장을 받으며 눈부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부터 뉴질랜드 심포니의 수석지휘자로 활동 중인 그녀는 9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을 지휘하며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을 시작으로, 존 애덤스의 색소폰 협주곡(협연 제스 길럼)을 국내 초연하고, 코플런드의 교향곡 3번을 선보인다. 이에 앞서 젬마 뉴와 서면으로 대화를 나눴다.

 

어린 시절 청소년관현악단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다, 15살에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계기는 무엇이었으며, 지휘가 당신의 미래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나요?

어느 날,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지휘자이자 음악교사가 다른 직장으로 떠나게 되었어요. 우리는 그녀에게 작별 선물로 깜짝 공연을 준비했고, 당시 제가 악장이었기에 지휘를 맡게 되었죠. 그 경험은 제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악보 분석에 매료되었고,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며 느끼는 팀워크와 연결감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완벽한 조합처럼 느껴졌죠.

무대에서 지휘자는 유일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 음악가’입니다. 지휘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휘자는 음악가들이 무대에서 최상의 연주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단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이를 위한 특별한 전략이 있나요?

소통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제스처, 말, 눈빛, 숨결, 그리고 감정까지요. 중요한 점은 이것이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대화’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항상 경청하고, 공감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연주자들을 지원할 수 있어요.

 

미국 음악의 다채로운 에너지와 함께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한 음 한 음에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시나리오는 구체적 스토리인가요, 추상적 감성인가요, 아니면 악곡 분석의 결과인가요?

모두에 해당합니다! 저는 작품을 여러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각 연주자는 작품에 대해 자신만의 경험과 영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가능한 포괄적인 계획을 세우되 동시에 열린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려 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미국적’인 색채가 느껴집니다. 코플런드(1900~1990)와 번스타인(1918~1990)은 ‘미국적인 음악’을 고민하던 작곡가들이고, 애덤스(1947~)는 미니멀리즘 이후 미국적 음악의 방향을 선도한 작곡가이죠. 특별히 한국에서 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이유가 있나요?

제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미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한국 청중과 미국 음악을 공유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애덤스를 직접 만나 공부하면서 그의 음악이 가진 거대한 색채와 개성을 이해할 수 있었고, 번스타인과 코플런드가 여전히 중심인물로 남아 있는 탱글우드 음악제에서 두 해 동안 공부하며 그들의 음악 정신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 세인트루이스 심포니에서 지휘자 레너드 슬래트킨(1944~)과 데이비드 로버트슨(1958~)과 함께 일하면서 미국적인 연주 스타일을 몸에 익힐 수 있었죠. 이번 프로그램은 ‘아메리카나(미국적 문화)’를 기념하는 것으로, 이를 한국 무대에 소개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하지만 ‘미국적인 음악’이라고 해서 다 같은 색깔은 아니죠. 동세대인 코플런드와 번스타인도 추구한 음악의 방향이 달랐습니다. 이 두 작품을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요?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은 미국에서 인기 있는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쇼처럼 화려하고 반짝이며, 순수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코플런드의 교향곡 3번은 미국 문화의 여러 요소를 아우르고 있죠. 특히 널리 알려진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주제가 포함되어 있어 진심 어린 열망으로 마음에 호소하고 단결을 추구하는 모습에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덤스는 이들보다 나중 세대로서 또 다른 지향점을 갖습니다. 특히 이번에 연주할 색소폰 협주곡은 한국 초연인데요. 국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색소폰이 독주 악기로 등장한다는 사실부터 매우 낯선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 곡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존 애덤스의 색소폰 협주곡은 재즈와 스윙에 대한 꿈같은 헌사입니다. 탁월한 색소포니스트 제스 길럼(1998~)와 함께 하는데, 이 곡으로 관객을 완전히 압도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애덤스의 음악은 청중을 무아지경으로 이끄는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연주자 역시 모든 억제를 내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흐름을 느끼고, 주저함 없이 리듬에 빠져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곧 무대에서 만나게 될 한국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여러분께 새롭고 대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음악 안에는 편안하고 익숙한 것들이 가득합니다. 브로드웨이, 재즈, 스윙, 비밥, 민요, 찬송가, 팡파르, 춤…. 음악을 따라가다 보면 생기 넘치고 밝은 낙관주의에 둘러싸이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공연장을 나설 때 큰 미소와 더 넓어진 마음을 안고 돌아가시길 희망합니다.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KBS교향악단

 

젬마 뉴(1986~) 2015년 해밀턴 필하모닉 음악감독직을 시작으로, 세인트루이스 심포니 상주지휘자, 댈러스 심포니 수석객원지휘자, 뉴저지 심포니 부지휘자 등을 역임했다. 게오르그 솔티 지휘상 수상, 뉴질랜드 공로훈장을 받았으며, 현재 뉴질랜드 심포니의 수석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젬마 뉴/KBS교향악단(협연 제스 길럼)

9월 2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 존 애덤스 색소폰 협주곡(한국 초연), 코플런드 교향곡 3번 DMZ OPEN 국제음악제-젬마 뉴/KBS교향악단(협연 제스 길럼·선율) 9월 27일 오후 3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 존 애덤스 색소폰 협주곡(협연 제스 길럼),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협연 선율), 코플런드 교향곡 3번 중 4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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