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_CELLO
첼리스트 이재리
쇤펠트 콩쿠르 최연소 우승, 꿈꾸는 신예의 청사진
푸른 드레스를 입은 아직 말간 얼굴에는 긴장의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다. 콩쿠르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리사이틀 무대에 선 듯 편안하게 마르티누의 음색을 안정적으로 선보였다.
얼마 전 유튜브에 공개된 콩쿠르 실황 영상 속 주인공, 이재리(2009~)는 7세에 첼로를 시작해, 아직 열여섯임에도 세계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가는 중이다. 이자이·다비드 포퍼·이세시마·구스타프 말러 등 그녀가 이미 최연소로 우승한 콩쿠르 이름만 나열해도 제법 길다. 그리고 최근, 중국에서 열린 쇤펠트 콩쿠르(7.11~25)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며 묵직한 한 줄을 약력에 더했다.
경연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이재리의 눈빛에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콩쿠르 우승을 축하합니다! 16살이라는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 최연소 우승이라는 기록까지 세웠어요.
콩쿠르 기간에는 음정과 템포보다, 곡의 흐름과 분위기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아 고민이 많았지만, 최연소 참가자였던 만큼 ‘어린 연주자’라는 편견을 깨고 성숙한 해석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대에서는 긴장을 풀고 제 해석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법도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요. 더불어 제 음악과 감각을 더 믿게 됐어요. 예전에는 ‘이렇게 해야 맞는거야’는 표준적인 기준에 맞추려 했는데, 지금은 제가 좋다고 느끼는 해석을 더 과감히 선택하고 있어요. 제 선택이 관객과 심사위원에게 전해졌다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미로 남아요.
일찍부터 클래식 음악계의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자주 고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더 배울 것도 많고, 다져야 할 부분도 많아요. 여러 콩쿠르를 거치면서 과정에서 얻는 배움이 훨씬 크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는 제 생각과 감각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음악, 그리고 조금만 들어도 ‘아, 이재리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을 가진 음악가로 성장하고 싶어요.
롤모델로 첼리스트 요하네스 모저·우에노 미치아키를 언급했지요. 이들의 어떤 점이 본인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나요?
요하네스 모저(1979~)는 견고한 테크닉과 힘 있는 울림으로 작곡가의 의도를 단단하게 전달하는 힘이 있고, 우에노 미치아키(1995~)는 연주하는 작품마다 그만의 개성이 분명히 드러나, 어느 작품이든 연주자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두 음악가 모두 음악 전반에 걸쳐 일관된 해석과 개성을 유지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왔어요.
요즘 흥미로운 취미는 뭐예요?
최근에 보컬을 배우고 있는데 음악에 매우 도움이 돼요. 또 피아노 작품을 많이 찾아 듣고 있는데, 피아노를 깊게 배워 본 적이 없어서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배워보려고요. 라흐마니노프와 쇼팽 작품을 좋아하게 되었거든요. 최근에는 공포영화가 끌려서 많이 챙겨봐요.(웃음)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나누고 싶은가요?
현대 작품도 좋아하고, 낭만시대 작품도 좋아해요. 여러 시대와 시대별 특징을 한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주하고 싶어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가치가 충분한 작품도 청중과 나누고 싶어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실내악도 정말 좋아하고요.
본인이 상상하는 ‘이재리의 다음’은 어때요?
연말엔 홍콩침례대에서 쇤펠트 레지던스 아티스트로 초청받아 독주회와 실내악 워크샵에 참가할 예정이예요. 앞으로도 국내외 무대에서 꾸준히 연주하고, 다양한 악기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실내악 무대에도 자주 서고 싶어요.
글 유내리 기자 사진 금호문화재단
이재리(2009~) 예원학교 졸업 후, 서울예고에서 이강호, 최정주, 이정란, 제임스김을 사사했다. 도암·권혁주·CBS 등 국내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더불어 벨기에 이자이·다비드 포퍼·키에티 클래시카·에네스쿠 등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했다. 2026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조기 입학해 학업과 국제 무대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