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올가을 축제를 만나는 키워드 4
모으고, 체험하고, 기억하고, 도전하는 공연예술의 시간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고대 제의에서 시작한 축제는 오늘날의 예술과 도시, 일상과도 어우러지는 거대한 무대로 변모했다. ‘모으기’ ‘체험’ ‘브랜드’ ‘도전’이라는 네 개의 시선을 따라, 축제를 즐길 특별한 갈래를 나누어보았다.
총괄 허서현 기자
Column
고대사회로부터 현재까지
축제와 공연예술의 관계 맺기
예술 축제의 발전과 사회문화의 환경 변화는 어떻게 상호작용했을까?

아비뇽 페스티벌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고대의 축제는 대부분 신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종교적 의례(그리스 피티아제전, 디오니시아, 페루의 태양제 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여기에 예술적 행위, 문화적 특성 등이 가미되면서 공동체 정체성과 연대감을 표현하는 종합예술의 형태를 띠었다. 즉 고대사회에서 예술과 축제는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
그런데, 예술과 축제는 서양에서 중세 사회를 거치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유교적 이념에 의해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도덕적 위계성이나 종교의식의 근엄함, 그리고 신성성을 강조하기 위한 경직된 사회구조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근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능률과 효율성, 경제적 이윤 등의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예술은 사회 상층계급의 전유물로 간주했다. 동시에 일반인들의 공동 놀이로서의 축제와는 거리를 두게 되면서 놀이와 예술, 축제는 계급별·계층별로 각각 분리되어 향유되었다.
즉 예술과 축제의 관계 변화는 계급화 사회의 변화 과정과 그 괘를 같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에게 잠재된 유희적 본성은 그것이 예술이든 축제 형태이든 표현될 수밖에 없던 것으로 서구 사회에서는 ‘카니발’의 형태로, 우리나라와 같은 곳에서는 ‘탈춤’이라는 형식으로, 일시적으로나마 한정된 시공간에서 예술 공연과 축제적인 연희 형태가 결합해 계승되어 오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다양한 제약 구조 속에 종속되어 있던 인간들의 유희성은 이렇게 소극적으로 조심스럽게, 일시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근현대 역사 속 주목받은 세계 축제들

라이프치히 바흐 페스티벌
근대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변화되어 오면서 예술과 축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기 시작한다. 1876년 바그너가 시작한 페스티벌은 그의 사후 3년 만에 다시 시작되어 지금까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이라는 공연예술축제의 형태로 바그너를 기리고 있다.
이후 동독 라이프치히 바흐 페스티벌은 동독의 사회주의 이념 아래 바흐의 종교음악이 무시되는 것에 대한 반발로 1904년부터 개최되기 시작하였고 종합축제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현재 페스티벌 기간에는 음악회 외에 강연회, 젊은 음악가와 무용수, 래퍼, 그래피티 아티스트, 시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가하는 경연대회, 바흐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된다. 이후 라이프치히 시의회는 라이프치히를 바흐의 도시로 헌정하기에 이른다.
1947년에 시작된 프랑스 아비뇽의 페스티벌,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이다. 전자가 지방에 고급 문화예술을 이식하고 지방민의 문화 향유의 질을 높이고자 하면서 전쟁의 상처를 보듬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후자의 경우는 모든 것이 런던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급속히 쇠락해 가는 스코틀랜드의 과거 영광을 재현하고 지역사회에 활기를 북돋기 위한 예술가와 시민의 공동 작업이었다.
1951년부터 개최된 빈 페스티벌은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된 빈의 재활을 위한 목적으로 개최된 종합예술 축제이다. 예술 행사를 넘어서서 기후변화, 물 부족 문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까지 다루면서 ‘축제가 곧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개방성과 포용성을 강조하였다. 클래식 음악·전위예술·현대음악 등을 모두 포괄하고, 연극·행위예술·설치미술·영화·영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장르를 포괄한다.
1970년에 시작된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현대 공연예술축제는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농장에서 ‘필턴 팝, 블루스 앤드 포크 페스티벌(Pilton Pop, Blues & Folk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다. 입장료는 1인당 1파운드였고 입장객에게는 농장에서 직접 짠 우유도 제공하였다. 첫 회의 관객은 1천5백여 명이었으나, 지금은 15~20만 명에 이른다. 1970년대 영국의 프리 페스티벌 운동에 기반한 것으로 핵감축운동을 표방하고 수익금은 그린피스 등과 같은 환경단체에 기부하였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저항 의식, 자연 친화적, 공동체적 정신의 계승 등의 기치를 내건 축제였다. 대중음악부터 연극·서커스·영화 상영·전시 등 종합예술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예술 축제에서 포괄하는 예술 영역은 더욱 빠른 속도록 넓어진다. 대표적인 축제가 1980년에 시작한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다. 다양성 가치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최되며 록·팝·블루스·R&B·힙합 등 여러 분야의 음악인들이 참여한다. 전체 2백만 명 정도의 관객이 참여하여 이미 2004년에 기네스에 세계에서 가장 큰 재즈 페스티벌로 기록되었다. 이후 대중음악 기반 공연 축제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천 여개의 국내 축제, 성공적인 결합의 정도는?
세계적 수준의 예술 축제의 변화양상은 한국 사회를 비껴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 1만 4천 개의 예술 공연이 개최된다. 이중 공연예술축제의 범주로 잡히는 것이 1천여 개에 달하고 그 수는 매년 증가해 가고 있다.
많은 공연이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다양한 지원 예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공 재원의 투입 비율이 높아지며 특정 공연예술을 공연예술축제라는 형식으로 확장하면서 예술성뿐만 아니라 축제성까지 적극적으로 표현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데, ‘예술성’은 주로 예술창작자의 예술적 전문성이 고난도의 역량에 기반해서 향유자에게 전달되는 것에 방점을 두는 것이라 수용자의 입장이나 장소성 등이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나 ‘축제성’이란, 축제의 역사, 맥락, 참여자와의 쌍방 소통과 네트워킹,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관광 효과, 지역 활성화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상당히 이질적인 것이 만나면서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예술과 축제가 만나는 접점에서 항상 지적되는 것이기도 하다.
상기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예술 축제들은 오랜 기간의 숙성을 거치면서 변화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사회 변화와 문화변동의 정도가 급격한 곳에서는 점진적인 변화 과정을 이제 막 경험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진정한 종합스펙터클로서의 공연예술축제를 예술 창작자와 향유자, 그리고 매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하면서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이 예술성과 축제성의 조화라는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공연예술축제는 무대 위로 올리는 작품의 주제와 내용과 관련하여 작품과 관객이 긴밀한 관계맺음으로 이어지는 심미적인 공간이 된다. 예술적 감성과 축제적 기획력의 결합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글 류정아(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석좌연구위원)
Keywords 1
축제는 【모음】이다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모으기’다. 특정 기간 내에, 평소에는 한자리에서 만날 수 없었던 예술가들이, 축제라는 미명 아래 확보된 예산과 무대를 통해 응집한다. 단연 이 응집력이, 예로부터 지금까지 축제를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이다. 다가올 가을의 축제들엔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글 허서현 기자
장르에 집중하기
우리도 모이면, 축제다! 비주류들의 존재감 발산 시간

춘천국제고음악제
축제가 시작되면, 주인공이 되지 못해 서러웠던 장르들도 당당히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다. 평소엔 오롯이 존재하기에 약점처럼 여겨졌던 것들이, 축제에서는 개성과 강점이 되는 것. 특정 장르가 가진 매력이 돋보인 덕에, 이 축제들은 가을 축제의 다양성까지 담당하고 있다.
춘천국제고음악제(10.24~11.2/예술감독 강우성)는 이 분야의 대표주자다. 1988년, ‘리코더 페스티벌’로 시작해 2005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이어지며 뚝심 있게 고(古)음악을 앞세웠다. ‘고음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주겠다’고 다짐이나 한 듯, 마스터클래스·세미나부터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콩쿠르까지 열고 있다. 올해도 해당 장르의 최전선에서 달리고 있는 해외 연주자 티보 노알리(바이올린), 에릭 보스흐라프(리코더)를 초청했다. 덕분에 개막 연주(10.24)에서 C.P.E. 바흐(1714~1788)의 교향곡 b단조, 텔레만(1681~1767)의 리코더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등 바로크 음악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폐막(11.2) 공연에서는 국내에선 자주 연주되지 않는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연출 장수동)까지 만나볼 수 있다.
축제가 꼭 필요한 장르로는 오페라도 대표적이다. 브레겐츠 페스티벌·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등 유수의 축제 중 오페라라는 장르와의 결합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많다. 올가을의 오페라 페스티벌로는 서울오페라페스티벌(11.18~22/예술 총감독 신선섭)이 기다린다. 노블아트오페라단 단장이 예술 총감독을 맡았고, 강동아트센터도 기획에 함께한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전막 공연은 물론, 공연 전날의 리허설도 오픈해 누구든 오페라에 한 발짝 더 다가갈 계기를 마련해 두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과 규모에 밀려, 연극의 본질을 담고 있음에도 자주 만나볼 수 없었던 2인극을 모은 축제도 있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11.2~23/예술감독 문삼화)은 ‘최소 단위 인간관계의 성찰을 통한 연극 기본 정신의 부활’을 모토로 올해 25회째 이어오고 있다. 매년 공식참가작 공모에 100여 편이 넘는 작품들이 지원하고 심지어 그중 90%가 창작 초연극이라 하니, 페스티벌의 장을 통해 이 장르의 창작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초청작과 참가작은 물론, 대학생과 시민이 참가할 수 있는 작품도 모집해 선보인다. 두 명의 배우만으로 이뤄내는 연극의 깊은 밀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껴볼 기회다.
모으고, 또 모았다
전국의, 전 세계의 단체가 모이면 저절로 ‘축제’가 된다
축제란 자고로, 지면에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끝없이 이어지는 출연자들의 목록을 맘껏 누리는 게 맛이다. 그 이름을 다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풍성히 채워주는, 몸집을 자랑하는 축제들. 함께 모여 딱히 무엇을 같이 도모하지 않아도, 넉넉히 벌려져 있는 이 판에는 ‘향연’이라는 말이 꼭 어울린다.
매년 가을이 되면, 대구에서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펼쳐진다.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9.19~11.19)는 가을의 대구로 오케스트라를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60일간, 총 15개의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갖는다. 해외 오케스트라는 NDR 엘프필하모니·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슬로베니안 필하모닉 등이 참여하고, 올해는 특별히 한·중·일의 음악 교류를 강조하며 일본의 더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중국의 자싱 다차오 필하모닉이 찾는다. 그 외에 대구시향·KBS교향악단·TIMF앙상블 같은 국내 중견 단체들과, DOH 비르투오소 챔버·대구관악합주단·대구유스오케스트라·디오 오케스트라·경북예술고 오케스트라 등 지역 기반의 단체, 그리고 영동군 난계국악단까지 참여할 예정이다.
2023년부터 세종문화회관이 개최해 오고 있는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10.15~25)는 교향악축제의 국악 버전이다. 전국의 국공립 관현악단이 참여해 그간 갈고닦아온 자신들만의 실력을 뽐낸다는 점에서다. 다른 점이라면 ‘국악관현악’을 모았기에 단체별로 자랑하고 싶은 전통문화 예술의 지역별 개성이 강하다. 그간 멀리 있어 들어보지 못했던 지역의 관현악단들의 실력을 속속들이 만나볼 기회다. 올해는 총 10개 단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KBS국악관현악단·국립국악원 창작악단·전주시립국악단·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청주시립국악단·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대구시립국악단·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참여한다.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가 ‘전국 국악관현악 단체 모음’이었다면, 올해 국립극장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한민국전통춤축제(10.30·31)는 그 모음의 전통무용단 버전이다. 이틀간 짧지만 강한 축제로, 10개의 국공립 무용단체가 모인다. 전통춤의 경우, 지역별로 계승되어 온 춤의 종류가 더욱 다양하다는 점에서 지역별 특징을 진하게 향유할 수 있다.
30일에는 국립무용단·인천시립무용단·경기무용단·천안시립무용단·대전시립무용단·국립남도국악원 국악연주단이 전통에 집중한 대표 레퍼토리를, 31일에는 국립무용단·청주시립무용단·익산시립무용단·전북특별자치도국립국악원 무용단·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이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웰컴 투 코리아
해외의 예술가들이 국내 무대를 찾는 유용한 기회. 글로벌이 곧 힘이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축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국제’다. 다수의 축제가 ‘국제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고자 해외 예술가들에게로 눈을 돌린다. 오늘날 축제에서는 해외 예술가들의 내한 소식을 기다리는 것이 자연스럽고 심지어는 낯선 국가의 이름, 혹은 평소 접해보지 못했을 연주자의 이름도 어쩐지 ‘축제의 소식’에 포함되어 있으면 신선한 자극이 된다. 그러니 해외의 예술가들에게도 축제는 선뜻 한국의 공연 시장에 나서볼 좋은 기회. 해외 예술가들이 찾는 축제들은 무척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형태를 갖춘 두 축제를 꼽아본다.
2005년에 창설된 부산국제합창제(10.30~ 11.2/예술감독 진전)는 축제 기간에 경연대회가 함께 진행된다. 덕분에 올해도 필리필·일본·중국·인도네시아에서 12개 해외 합창단이 축제 기간에 부산을 찾을 예정. 특별한 점은 합창 경연의 참가 종목이다. 클래식 혼성&동성, 팝&아카펠라, 청소년, 그리고 민속음악이 종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덕분에 마치 전 세계를 한곳에 모아 만들어진 소규모 ‘지구촌’처럼 보인다. 경연에 참여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온 코사유 콰이어와 필리핀에서 온 로스 칸탄테스 디 마닐라의 모습을 나란히 놓고 보면, 부산국제합창제가 하나의 지구촌이란 말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경연 외에도 나주시립·구미시립합창단과 필리핀의 마드리갈 싱어즈, 부산콘서트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글로벌 화합의 무대도 예정되어 있다.
가을을 대표하는 재즈 페스티벌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10.17~19/총감독 인재진)은 2004년 창설 후 60개국 1,444팀이 참여해 온 축제다. 매년 하나의 국가를 선정, 해당 국가의 재즈 음악을 심도 있게 조명하는 ‘Focus 컨트리’를 구성하는데, 올해 선정된 국가는 ‘헝가리’이다. 색소포니스트 미하이 드레쉬와 그가 이끄는 드레쉬 퀄텟은 헝가리 민속음악을 재즈에 접목시킨 무대를, 미클로스 루카치는 헝가리 민속악기인 침발롬을 활용한 재즈 무대를 선보이게 된다. 또한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헝가리의 기타 트리오 발린트 지에멘트 트리오, ‘헝가리’ 하면 떠오르는 집시 음악의 요소를 살린 컨템퍼러리 재즈팀 스카이락 메트로폴리탄 퀄텟까지 자라섬 속 특별한 ‘헝가리국’이 개국할 예정.
서울오페라페스티벌
오페라가 생소하신 분, 나이와 성별 등의 조건을 넘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발걸음할 수 있는 즐거운 축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004년 개최 이래 60개국, 1,444팀의 아티스트가 다녀간 아시아 대표 재즈페스티벌로 자리 잡았고, 해마다 ‘국가별 포커스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있다
Keywords 2
축제는 【체험】이다
축제의 의미를 보다 풍성하게 새기도록 만드는 요소는 바로 ‘체험’이 아닐까. 단순히 보거나 듣는 식으로 구경하는 차원을 넘어서 직접 ‘내 몸’으로 행동하며 즐기는 축제는 그 경험만으로도 유쾌하다
글 최성혁 수습기자
참여를 통해 완성된다
당신이 움직이며 함께할 때 비로소 축제가 된다

부산민속예술제
관람객들에게 한층 깊은 인상을 남겨주기 위해 수많은 축제에서 이색적인 참여형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 자녀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면 종로 가족공연축제(10.17~11.16)를 찾아가 보자.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오르며, 올해는 인형극 ‘별길따라 별별이야기’, 비언어 미술극 ‘중섭, 빛깔있는 꿈’, 어린이 무용극 ‘남극에서 살아남기’, 국악 음악극 ‘노는국악 셋!’, 가족음악극 ‘청비와 쓰담 특공대’까지 총 5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남극에서 살아남기’(10.31~11.2)에는 관람 중인 어린이 중 지원자를 직접 무대로 불러들여 함께 극을 진행하는 구간이 있다. 아이들은 그전까지 단순히 바라보고만 있던 극의 참여자가 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금천하모니축제(10.18·19)는 단순히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취지뿐 아니라 구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축제이다. 서울시 금천구청과 안양천 다목적광장 일대에서 펼쳐지며, 구민들이 주도하는 플리마켓·푸드트럭 외에도 금천구에서 운영하는 합창단·동아리의 공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3천 명의 금천구민이 참여하는 대합창 무대는 이 축제의 백미이다. 구민들의 참여가 주축이지만,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대상으로 하는 버스킹이 있다는 점 또한 잊지 말자.
부산의 무형유산을 널리 알리는 취지에서 개최된 부산민속예술제(10.25·26)는 시민들에게 민속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도 공유한다. 관람객들은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한 ‘동해안 별신굿’ ‘퓨전국악 청청’ ‘줄타기’ 등 다양한 공연을 감상할 뿐만 아니라 투호·굴렁쇠·사방치기·떡메 등 전통놀이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이 외에도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벤치마킹한 현장 서바이벌 프로그램 ‘오징어게임’과 엽서를 써서 보내면 새해에 전달되는 ‘느린우체통’과 같은 색다른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본 프로그램은 9월에 시작했지만, 서울변방연극제(서울·경기(9.5~12.7), 목포(11.10~12.7)/예술감독 김진이)의 협력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전라남도 목포의 몬도마노에서 선보이는 ‘암란의 방’(11.10~12.7)도 축제의 체험성을 더한다. 이 공연을 눈여겨볼 이유는 바로 ‘관객 숙박형 공연’이라는 점이다. 예멘의 내전을 피해 한국에 찾아온 난민 암란의 서사를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 안팎에서 가까이 체험하며, 독특한 형태의 관람을 경험해볼 수 있다.
길거리 공연은 못 참지!
어제까지 생각 없이 밟았던 길, 오늘은 ‘핫 플레이스’
본래 보행자 친화적인 공간에 사람이 모여든다고 했다. ‘길거리’는 평소에 그 존재를 잊을 정도로 생활에 녹아있는 공간이면서도 사람들의 흐름을 이끌어내는 큰 매개체가 된다. 이러한 특성이 축제와 만날 때 ‘일상’과 ‘참여’가 결합하여 큰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먼저 서울을 둘러보자. 2017년부터 시작한 웰컴대학로 페스티벌(9.26~11.2)은 최초 개막 당시에는 마로니에 공원을 포함한 대학로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작년부터는 그 영역을 대학로에 국한하지 않고 서울의 여러 장소로 확장하여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길거리 공연에 해당하는 ‘프린지 공연’의 경우, 올해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야외무대(9.27·28), 명동예술극장 앞 광장(10.8~10), 마로니에 공원(10.11·12)에서 뮤지컬·클래식 음악·전통·연극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수십 편 이상 펼쳐진다.
서울거리예술축제(10.6~8)는 서울 시청을 필두로 뻗어나간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주제로,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걷는 거리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빚어진 축제이다. 특히 올해는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해까지 서울광장·무교로·청계광장 등 중심부에 집중되었던 축제의 범위를 청계천 1가부터 9가에 걸쳐 대폭 확장함으로써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낭만유랑극단: 마차극장’ ‘연희 판타지아’ ‘즐거운 나의 집’ 등의 국내 작품뿐 아니라, ‘Yongur’ ‘Bis Repetita’와 같은 해외 참여 작품까지 오른다.
이번에는 다른 지역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2023년 처음으로 선보인 전주예술난장(10.17~19/공동예술기획단 장단)은 1960년대 전주의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공간이었고, 이제는 팔복예술공장을 중심으로 예술창작촌과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선 팔복동 산업단지 일대에서 펼쳐진다. 거리공연과 공공미술 분야를 토대로 진행되며, 크로스오버 음악과 아크로바틱의 조화로 이루어진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음악·무용·서커스·마임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들이 구성된다. 시민들의 원활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장단의 멤버를 찾는 ‘장단을 맞춰라!’ 이벤트 외에도 ‘난장 주막’ ‘난장 동산’ ‘예술난,장터’ ‘난장 굿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작년 최초로 개막한 충청북도 옥천전국연극제(10.23~26/축제위원장 류재철)에서는 2회를 맞이하는 올해, 그 규모를 키움과 동시에 연극 장르를 극장이라는 공간에 한정하지 않고 길거리까지 확장한다. 축제의 부대프로그램 ‘옥천거리인형극제’는 10월 24·25일 옥천읍 금구리 먹자골목에서 진행된다. 3m 이상의 대형 인형으로 그려낸 ‘노부부의 외출’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전통 인형극 ‘호랑이가(家)’, 인형 뮤지컬 ‘그레고 인형음악대1·2’, 꼭두각시 인형극 ‘목각인형한마당’ ‘낭만유랑극단’, 환상 인형극 ‘플라스틱 통키호테’, 무지갯빛 비눗방울 속에 펼쳐지는 ‘방울이의 낮잠여행’ 등을 만날 수 있다.
즐기는 김에 배워볼까
축제 속에서는 공부조차도 따분함이 아닌 즐거움

대구오페라축제 ‘프리마 델라 프리마’
마음껏 놀고 즐기며 참여하는 축제도 좋지만, 어떤 축제들은 참가자들에게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시도하기도 한다. 축제의 테마가 낯설고 생소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축제의 근간이 되는 주제의 전반적인 이해를 선도함으로써 축제를 보다 흥미롭고 풍성하게 즐기도록 할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해당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할 경우 한 명의 충성 관객으로 이끄는 효과까지 도모할 수 있다.
올해 22회를 맞이하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9.26~11.8/예술감독 정갑균)는 국내에서 열리는 오페라 축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인 만큼 오페라 장르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는데 앞장서 왔다. 눈에 띄는 점은 단순히 공연만 올릴 뿐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점인데, 그중에는 교육에 초점을 맞춘 ‘프리마 델라 프리마’가 있다. 이탈리아어로 ‘처음에 앞서’라는 뜻을 가졌으며, 축제에 오르는 메인 오페라의 줄거리, 작곡가와 시대적 배경, 주요 아리아 감상 포인트 등을 짚어주는 특별 강연으로 이루어진다. 메인 오페라 예매 관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이루어지는 이 프로그램은 오페라 장르가 생소할 수 있는 관객들에게 작품에 대한 이해를 끌어올리며 보다 효과적인 관람을 가능하게 한다. 올해 이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작품으로는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비제 ‘카르멘’,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글루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가 있다. 이 외에도 오페라하우스 광장에서 플리마켓과 같은 부대행사가 진행되며, 로비콘서트와 대구 주요 시내 공간에서 펼쳐지는 프린지 콘서트를 통해 시민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선다.
서양에 성악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판소리가 있다. 월드판소리페스티벌(10.8·9/예술감독 채수정)에서는 교육 목적의 프로그램을 한층 더 깊이 동반한다. 우리의 전통이지만 사실 가장 생소하고 멀게 느껴지는 분야인 만큼, 축제 기간 내 기본적으로 판소리 워크숍 ‘Shall we PANSORI?’가 진행된다. 작년에 진행된 단체 수업형 프로그램 ‘얼씨구 학당’이 일대일 개인 체험형 교육으로 확장됨에 따라 변경된 이름이다. 하지만 교육의 목적으로 더 눈여겨볼 프로그램이 있으니, 바로 ‘오작교 프로젝트’이다. 국적과 전공에 관계없이 판소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12회에 걸쳐 교육을 진행한다. 오작교 프로젝트를 수료한 사람들은 월드판소리페스티벌 중 무대에 직접 오를 기회를 얻게 된다. 단순한 축제의 참여자가 아닌, 그 분야에 대한 식견과 조예를 겸비한 참여자로서 한층 더 깊은 축제를 빚어내는 일원이 된다.
전주예술난장
도시의 거리와 공간이 곧 무대, 도시의 공간과 일상이 예술로 확장되는 현장을 보여줄 것이다
축제들의 출사표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올해의 축제들이 강조한 것은?
서울어텀페스타 기자간담회 9.1
서울의 축제를 망라하며 첫 출범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송형종)이 기획한 이번 축제는 ‘공연예술, 서울을 잇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아비뇽 페스티벌이나 에든버러 페스티벌처럼 서울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출범을 앞둔 지난 1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서울어텀페스타(10.4~11.12) 기자간담회장에는 새로운 출발을 앞둔 들뜬 설렘이 가득했다. 간담회장에는 송형종 대표이사를 비롯해 홍보위원 배우 남명렬·무용수 이루다·발레 무용수 윤별·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 등이 참석했으며, 세부 축제 프로그램 등을 공개했다.
서울문화재단 송형종 대표이사는 이날 현장에서 “서울은 이미 창작의 혼과 예술적 영감으로 K-공연예술을 견인하고 있다”며 “서울을 대한민국의 수도를 넘어 글로벌 문화 도시로 이끄는 역할을 하겠다며 다짐한 적이 있는데 시민들의 문화 향유 및 행복의 질을 높이는 문화재단의 철학을 담은 플랫폼이 바로 ‘서울어텀페스타’”라며 포부를 담은 소감을 밝혔다.
‘서울어텀페스타’는 약 40일간 주요 공연장과 서울광장·청계천·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지에서 110여 개의 공연과 축제를 펼친다. 유내리 기자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기자간담회 8.27
살아 숨 쉬는 무대, 대구가 오페라로 물든다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9.26~11.8) 개막을 앞두고 지난 8월 27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막작 ‘일 트로바토레’의 연출을 맡은 이회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오페라는 박물관에 걸린 유물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무대 예술입니다.”
바로 그 살아 있는 예술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매년 가을 대구에서는 국제오페라축제가 열린다. 이날 자리에는 정갑균 예술감독과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 연출가 이회수, 영남오페라단 이수경 단장,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이재성 국장이 나란히 앉아 축제의 비전을 나눴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영원(Per Sempre)’.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로 막을 올려 비제 ‘카르멘’,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글루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까지, 시대를 넘어 사랑받아온 네 편의 작품이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를 모티브로 한 창작오페라 ‘미인’, 한·중·일 공동 제작의 갈라 콘서트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도 축제를 빛낸다. 정갑균 예술감독은 “고전의 위대한 작품과 새로운 창작을 나란히 무대에 올려, 지역과 세계가 함께하는 협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44일간 이어지는 이번 축제는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넘어 도시 곳곳으로 뻗어간다. 오페라 B2B 마켓, 로비 콘서트, 프린지 무대, 미술·굿즈 협업까지, 대구의 가을은 또 한번 오페라로 물들 준비를 마쳤다. 홍예원 기자
올가을 대구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주목!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9월부터 11월까지 ‘대구문화예술여행주간’을 운영해 관광과 공연·전시를 결합한 특별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오페라하우스 백스테이지 투어와 공연을 함께 즐기는 ‘씨어터매니아위크’, 미술관 해설과 클래식 음악 공연이 어우러진 ‘아트뮤지엄매니아위크’가 대표적이다.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열차 상품과 연계한 ‘대구문화예술투어’도 마련돼 공연(대구오페라하우스·대구콘서트하우스)과 전시(대구미술관·대구간송미술관)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Keywords 3
축제는 【브랜드】다
축제는 지역 주민들을 이어주는 다리이자 자긍심의 원천이 되고, 여행자들에게는 이색적인 체험을 선사하는 장이다. 축제의 장에 쌓인 기억은 곧 도시의 상징이 되어, 하나의 유·무형 브랜드로 자연스레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글 유내리 기자
자연과 역사 속 유산, 현재를 만나다
대지와 역사의 발자취가 공생하는 터전
축제는 단순히 ‘행사’가 아니라, 땅과 사람, 그리고 시간을 하나로 이어주는 살아 있는 서사 콘텐츠로, 지역마다 품은 이야기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축제의 무대 위에 펼쳐지며, 관객은 어느새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된다.
‘전라도’가 전북 ‘전’주와 전남 ‘나’주를 가리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신숙주의 고향이자 나주배·나주쌀로 이름난 나주시는 고려개국 이후 천 년 동안 호남의 중심지였다. 완사천에서 태조 왕건이 장화왕후를 처음 만났다는 이야기도, 국보 불회사 대웅전도 모두 이곳의 자랑거리. 올해 개최되는 나주영산강축제(10.8~12/축제위원장 박명성)에서는 고려 태조 왕건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 ‘왕후, 장화’를 개막으로, 나주배 품평회·고려향가 메들리 등 지역의 특산물 체험 현장과 영산강 생태·역사·문화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영산강 주제관’이 조성된다.
전주에 위치한 국립무형유산원 화락연희(10.23~26/축제위원장 박판용)는 무형유산을 기반으로 영상제·전시·공연을 한데 엮는다. 올해는 해방 이후 ‘남도들노래’ 전승자로 지정된 소리꾼 조공례 명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AI 기술로 되살아난 고인의 모습이 제자들의 무대와 교차하며, 전통과 현재가 극적으로 맞닿는 순간들을 연출한다. 말 그대로 ‘무형유산 시네마틱 유니버스’다.
평창군 월정사와 강원일보가 주최하며 이어온 오대산문화축전(10.17~19)은 매해 전통 불교문화와 현대 예술이 공존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꽃과 과일을 올리며 부처님의 자비를 구하는 육법 공양이 행해지고, 1466년에 행해졌던 세조의 강원도 순행을 재현하며 퍼레이드를 즐기는 강원도 시민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감동을 선사한다.
남쪽 바다 제주로 가보자. 1962년 종합예술제로 태어나, 60년 넘게 이어온 제주 대표의 문화축제인 탐라문화제(10.10~14/축제위원장 김선영)가 올해 제주도 일대(탑동해변공연장·탐라문화광장 외)에서 열린다. 4개의 마당(뿌리마당·놀이마당·어울마당·꿈빛마당)을 구성해 총 17개의 주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백미는 단연 탐라문화제를 대표하는 ‘탐라퍼레이드’. 관덕정을 출발한 행렬이 도심을 가로지르며 탑동해변공연장까지 이어지질 전망이다.
서울의 송파구 ‘서울놀이마당’ 무대에서는 서울아리랑축제(11.15·16/축제위원장 유명옥)를 즐길 수 있다. 곧 내년이면 맞이할 서울아리랑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독립운동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과 명성황후 아리랑·안중근 아리랑·독립군 아리랑 등 축제를 위해 발표될 수많은 창작 아리랑이 축제를 물들인다.
공연장 ‘밖’으로 쏟아져나온 예술들
새로운 공간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색다른 시간
기존의 형식을 벗어난 축제 장소는 그 자체로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요소다. 매일 출근길,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무료한 장소가 화려한 무대로 바뀌고 한층 선선해진 가을바람을 맞으며 한 해의 수확 결실을 한눈에 볼 수 있을 즐거운 극장 앞 장터까지. 편한 옷에 에코백 하나 달랑 메고, 일상과 예술이 섞인 축제의 공간으로 들어가보자.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발레가 석촌호수(서울 송파구)로 뛰어들었다! 서울발레시어터가 주최·주관하는 서울발레페스티벌(10.17~19/총예술감독 최진수)에는 국내외 6개국 15개 발레단이 함께한다. 주민들의 쉼터였던 석촌호수는 하루아침에 야외 발레극장으로, 주민들의 쉼터였던 ‘서호 수변무대 & 아뜰리에’가 야외 발레극장으로 변신하고, 발레를 통한 국제교류의 장이 된다. 체코 오스트라바 국립발레단과 서울발레시어터의 협동 무대 ‘백조의 호수’로 시작해, 슬로바키아 국립발레단, 아르헨티나와 몽골 무용수 등 다수의 무대가 예정되었다. 청소년 무용수들의 무대와 발레를 취미로 삼은 시민들의 참여 프로그램, 다양한 국가들의 고유 발레를 접할 수 있을 콘텐츠 등도 꼭 챙기길.
올해 두 번째를 맞은 하슬라국제예술제(10. 18~26/예술감독 조재혁)가 강릉아트센터를 중심으로 강릉 시내 곳곳을 누빈다. 이번 축제의 주제 ‘선물’처럼 클래식 음악과 문학, 미디어아트가 한데 어우러져, 관객에게 예술 패키지 선물 세트를 풀어내듯 다양한 무대가 준비됐다. 소프라노 이명주,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의 성악에 배우 김미숙의 내레이션이 더해진 공연이 마련되었고, 호스피스 병원 갈바리의원과 초당성당·아르떼뮤지엄 강릉 등 특별한 장소에서 음악을 향유하며 시민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전한다.
국립극장이 해오름극장 앞 문화광장 앞마당에서 들썩이는 가을 장터를 연다. 그동안 다녀간 방문객만 10만 명인 야외 문화축제 ‘아트 인 시리즈’(9.6~10.25)는 ‘도시형 예술 장터’ 그 자체다. 매주 토요일 새로운 옷을 갈아입을 이번 축제에서는 창작·계절·농부·미식 시장으로, 주제별 장터로 변신한다. 젊은 창작자들의 아트가 전시 및 판매되고, 가을에 어울릴만한 책 필사·수제노트 제작, 미니식물 심기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또한 젊은 농부들의 무농약 농산물과 수제 치즈·빵 등 먹거리와 공예품을 자랑하며, 출점 로스터리 커피 모두 맛볼 수 있는 ‘시음티켓’과 ‘커피 MBTI’, 무화과 작농교육처럼 시민 체험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여기에 주제별 장터마다 매주 다른 색깔의 무대들이 주말 낮을 꽉꽉 채운다. 국립창극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무대와 밴드 ‘노아코스트’ ‘레드 씨’까지 블루스·재즈 팀들이 활기를 더한다.
축제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
도시들이 소개하는 저마다의 매력 포인트
영국의 마케팅 컨설턴트 사이먼 안홀트는 “도시브랜드가 없는 국가브랜드는 허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 도시의 매력이 곧 국가의 힘으로 이어진다는 뜻으로, 세계의 도시들은 분주히 저마다의 역사·문화를 무대 위로 올려 예술제를 기획해낸다. 잘츠부르크에선 매년 여름 모차르트의 고향을 찾은 음악팬들이 도시를 축제로 만들고, 바이로이트에선 바그너의 이름만으로 오페라 애호가들이 몰려든다. 에든버러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몽트뢰의 재즈 선율도 마찬가지다. 관객은 무대 위에서 도시의 브랜드를 생생하게 확인하게 되고, 축제는 도시가 건네는 솔직한 자기소개서가 된다.
매해 서울의 가을, 대규모 순수예술 축제로 총 70만 명의 관객과 함께한 마포문화재단의 M 클래식 축제(8.22~12.6)가 10번째 생일을 맞아 새롭게 꽃단장하여 축제를 연다. 10주년을 위해 특별히 조직된 축제 오케스트라를 지휘자 권민석이 이끌며, 낭만시대의 대중적인 작품들로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첼리스트 양성원·앙상블 일 가르델리노와 소프라노 박혜상·피아니스트 백혜선 등 마포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의 향연이 이어지며, 올해 M 아티스트(상주음악가)로 선정된 바리톤 박주성이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클래식을 보다 가까이 즐길 수 있는 무료 야외 공연 ‘M 스테이지’와 구룡근린공원·양화진역사공원 등 마포의 대표 명소 곳곳이 공연장으로 변신하니 기대하길!
2017년에 창설된 창원국제실내악축제는 올해 ‘뮤직페스티벌창원’(11.3~8/예술감독 김덕우)로 탈바꿈했다. 명칭을 바꾸고 출범하는 이번 축제는 ‘창원의 사계: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 아래, 실내악의 틀을 넘어 폭넓은 무대를 담아내려는 취지다. 지역 예술 축제의 존재 이유인 ‘주민들과의 호흡’에도 충실하다. 지역 학생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와 어린이를 위한 공연은 물론, 진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은행 등 생활 공간으로 찾아가는 음악회가 창원 곳곳에서 펼쳐진다. 중앙대 교수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가 예술감독으로 젊은 활력을 더하고, 바이올리니스트 김연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조재혁·신창용 등 국내의 음악가들이 축제의 무대를 채운다.
올해로 다섯 번째 개최되는 포항국제음악제(11.7~13/예술감독 박유신)가 바닷물결을 머금은 축제로 돌아온다. 올해 주제는 ‘인연(Affinity)’으로 예술이 맺어내는 관계의 힘을 탐구한다. 그래서일까, 그 어느 때보다 축제의 무대는 실험적이고 확장적이다.
동해안 지역의 풍요·다산 등 공동체의 안녕과 발복을 기원하는 포항의 무형문화유산인 ‘별신굿’을 토대로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윤한결은 굿의 전통적 울림을 서양음악으로 재해석한다. ‘실내악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하겐 콰르텟의 참여도 눈길을 끌며, 포항의 ‘꿈의 오케스트라’ 청소년 단원들이 세계적 예술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미래를 향해 가능성을 여는 무대도 오른다.
탐라문화제
제주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모두가 함께 나누는 자리에서 과거의 유산을 소중히 지키는 한편, 새로운 세대의 상상력과 열정이 더해져 한층 깊어진 제주를 기대합니다
포항국제음악제
‘전통과 현대, 도시와 예술의 연결’이라는 화두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엮는 장치가 아니라, 음악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낸다
Keywords 4
축제는 【도전】이다
이제 축제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의 장을 넘어, 지역에서 태어난 예술을 다른 도시와 국가에 소개하고, 새로운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며, 오늘의 사회가 안고 있는 균열과 질문을 관객 앞에 놓는다. 그 모든 과정이 축제가 감행하는 ‘도전’이다
글 홍예원 기자
축제라는 플랫폼
창작과 유통, 로컬과 글로벌을 연결하는 예술 허브
축제는 체험과 볼거리를 넘어 예술가와 관객은 물론, 창작과 유통, 로컬과 글로벌을 연결하는 ‘허브’가 되기도 한다. 무대 위 장르만큼이나 축제가 열어두는 네트워크와 교류의 방식이 중요한 이유다. 올가을, 주목할 만한 이 축제들은 바로 그 역할을 전면에 내세운다.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파주페어 북앤컬처(10.24~26/총감독 송승환)는 책에서 출발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소개하고 수출하는 글로벌 콘텐츠 마켓이다. 도서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공연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프린지 쇼케이스도 마련되는데, 지난 4월 첼리스트 임이환의 ‘민요 첼로’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 드레스덴 ‘랑에 나흐트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국내외 공연예술계의 관계자들이 모여 공연예술 콘텐츠를 사고파는 공연마켓이자 교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온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장호)의 서울아트마켓(10.14~18)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서울아트마켓은 ‘팸스초이스(PAMS Choice)’를 통해 쇼케이스 10편, 전막 공연 8편이 무대에 오르며, 관계자 중심의 마켓을 넘어 일반 관객과도 호흡한다. 주요 쇼케이스는 소리꾼 송소희의 ‘풍류(風流)’, 소리꾼 이자람의 판소리 창작극 ‘눈, 눈, 눈’, 연희컴퍼니 유희의 ‘연희물리학 ver.1 ‘원’’이 있으며, 전막 공연으로는 악단광칠의 신작 ‘넥스트 저니’, 무용·마술·랩을 결합한 티오비그룹의 ‘바코드’, 철거 노동자의 삶을 조명한 씨앗프로젝트의 1인극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 등이 무대에 오른다.
이어지는 리:바운드 축제(10.16~11.16)는 지역에서 창작·제작된 공연예술을 서울 무대에 올려 ‘지역과 수도권을 잇는 유통 허브’ 역할을 한다. 올해는 인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국악극 ‘금다래꿍’, 제주오페라연구소의 창작오페라 ‘해녀수덕’, 경남 거제의 극단 예도 ‘0.75 청년시대’ 등 15개 지역대표 예술단체의 작품이 예술의전당과 서울 5개 자치구(강동·강북·구로·노원·중랑) 문화재단 공연장에 오른다.
춤에 특화된 마켓도 있다. 부산국제춤마켓(10.17~19)은 국내 유일 춤 중심 예술마켓으로, 창작자와 기획자, 국내외 네트워크가 한데 모여 춤 작품의 교류와 유통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백양예술문화회관을 무대로, 한국 춤의 다양성과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초연과 실험, 경계를 확장하다
새로운 형식과 도전으로 열리는 예술의 실험실
축제는 완성된 공연에 머물지 않고, 낯선 형식과 언어가 움트는 예술의 실험실로 거듭난다. 초연의 긴장감과 실험의 전위성이 어우러지는 가을 축제의 무대에서 공연예술의 미래가 한발 앞서 열린다.
‘강령: 영혼의 기술’을 주제로 펼쳐지는 올해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8.26~11.23)는 11개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근대미술의 혁명적 실천과 동시대 미술의 계보를 잇는 영적 실험의 역사를 다양한 장르와 매체(영화·영상·사운드·퍼포먼스·드로잉 등)를 통해 조명한다. 서울시립미술관,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청년예술청에서 이어지는 전시는 관객을 보이지 않는 세계, 체계 밖에 감추어진 세계로 초대한다.
서울국제음악제(10.30~11.6/예술감독 류재준)는 여섯 차례의 무대로 서울의 가을밤을 수놓는다. 특히 키릴 카라비츠/SIMF(서울국제음악제)오케스트라가 대미를 장식하는 피날레 공연에서는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타케미츠 토오루(1930~1996)의 비올라 협주곡 ‘가을의 현’이 한국 초연된다. 도쿄 비올라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차지한 비올리스트 박하양(1998~)이, 작품의 세계 초연자 이마이 노부코(1943~)의 제자로서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라덴 바보락/SIMF오케스트라(협연 김홍박)의 개막 공연, 실내악 공연, 게리 호프만 첼로 리사이틀 등이 오른다.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한국장단음악축제 ‘장단유희’(10.24·25/총감독 김소라)가 막을 올린다. 전통 장단의 리듬을 바탕으로 명인과 청년 예술가들이 즉흥과 실험을 통해 새로운 무대를 빚어내는 축제는, 서울남산국악당은 물론 야외마당에서도 펼쳐진다. 이틀 간의 축제는 개막공연을 비롯해 장단 포커스, 장단 아카데미, 장단 크리에이티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며, 박재천·김소라 콜렉티브·타악 앙상블 마루 등 명인급 연주자들과 실험적인 젊은 예술가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예정이다. 익숙한 리듬이 동시대 감각 속에서 확장되는 순간을 관객과 공유하며, 전통이 미래와 만나는 현장을 보여준다.
지금, 여기, 우리의 무대
다양한 장르로 동시대를 호흡하는 축제들
균열과 충돌을 드러내는 공연, 사투리와 지역의 말맛을 살린 무대, 경계와 다양성을 묻는 애니메이션까지. 장르는 다르지만, 각각의 축제는 서로 다른 언어와 형식으로 예술을 매개 삼아 관객에게 동시대의 질문을 던진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16~11.9/예술감독 최석규)는 올해 ‘얽힘과 마찰’을 주제로 22편의 연극·무용·다원예술 등을 선보인다. 연극 ‘하리보 김치’ ‘디 임플로이’ ‘반 쿨트, 무앙 쿨트’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시선으로 동시대 세계의 균열을 비추고, 다원예술 ‘디아스포라’와 ‘100개의 키보드’는 사운드와 테크놀로지의 경계를 확장한다. 무용 역시 기후위기를 다루는 ‘1도씨’, 소멸 위기에 놓인 전통춤을 재해석해 선보이는 ‘마지막 춤은 나를 위해’ 등 시대적 질문을 신체 언어로 표현한다.
마로니에공원과 대학로 소극장 일대에서 열리는 말모이축제(10.9~11.16)는 한반도 전역의 언어·지리·문화적 특색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된 우리말 축제로, 1910년 주시경 선생의 뜻을 이어 편찬된 현대 국어사전 ‘말모이’에서 이름을 따왔다. 축제의 연극 부문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언어적·지리적 특색을 지닌 작품들이 참여해 우리말의 다양한 정서를 드러낸다. 특히 축제가 개막하는 10월 9일은 한글날로, 이를 기념하기 위한 연극 갈무리 공연과 낭송 공연, 우리말 맞추기 대동 놀이 등을 선보인다. 전통의 언어가 현대의 무대에서 재탄생하는 순간, 우리말은 다시 ‘살아 있는 언어’로 동시대성을 획득한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10.24~28)은 올해 아오키 야스히로 감독의 신작 ‘차오’를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인간과 인어가 공존하는 미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갈등을 통해, 경계와 차이를 넘어선 공존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창작의 긴장을 드러내는 실험작, 정체성과 환경, 다양성 같은 동시대적 이슈를 다루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애니메이션이 산업을 넘어 사회와 예술을 성찰하는 매체임을 축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그동안 서울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반 발짝 앞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예견하고자 했던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실험성을 더욱 깊이 살펴보고 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매끄러움에 균열을 일으키는 다양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얽힘과 마찰’을 통해 우리시대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사유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