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리오 쿠오크만, 세계가 귀 기울이는 아시아의 소리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10월 10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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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리오 쿠오크만

세계가 귀 기울이는 아시아의 소리

홍콩·한국의 동시대 작품과 선우예권(피아노)이 함께 하는, 아시아 클래식 음악의 향연

 

 

리오 쿠오크만과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홍콩필)의 관계는 꽤나 각별하다. 지휘봉을 잡기 전,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쿠오크만은 2009년 홍콩필과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의 피아노를 협연했으며, 지휘자로 전향한 2011년에는 지휘 데뷔 무대를 함께 가지기도 했다. 현재는 2020/21 시즌을 기점으로 홍콩필의 상주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쿠오크만은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피아노로 석사를 취득하고, 커티스 음악원에서 처음으로 지휘 공부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미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함께 마카오 오케스트라 공연의 브람스 교향곡 2번을 감상한 그 순간부터 일찌감치 지휘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는 지휘자가 된 계기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질문’이라며 “엄마, 저는 저렇게 ‘하얀 젓가락’을 든 사람이 될래요”라고 말했던 그 네 살밖에 안된 어린 날의 기억을 풀어놓았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하얀 젓가락’을 든 시기는 다소 늦었지만, 지금은 마카오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이자 RTV 슬로베니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까지 겸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지휘자로 거듭났다.

9월과 10월 홍콩의 예술가와 단체가 내한하는 ‘홍콩위크’(9.26 ~10.25)의 한 부분을 장식하기에 앞서 그와 나눈 대화에서는 홍콩필에 대한 애정이 사뭇 깊게 느껴졌다. 그는 홍콩필에 대해 ‘모든 악기군이 매우 강력하고 무한한 오케스트라’라는 찬사를 보냄과 동시에 “음악적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단원들이 가족처럼 느껴지며, 그래서 작업할 때마다 특별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홍콩필은 이번 공연에서 진은숙·찰스 쾅·차이콥스키의 작품을 선보인다.

 

현대와 고전의 연결

이번 내한 프로그램 구성이 눈에 띕니다. 특별히 진은숙의 ‘수비토 콘 포르차’(2020)로 서막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전부터 진은숙(1961~)을 늘 존경해왔습니다. 실제로 홍콩과 상하이 콘서트에서 함께 작업한 적도 있으며, ‘수비토 콘 포르차’는 이미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지휘해 본 곡이기도 합니다. 이 곡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베토벤 교향곡 5번의 모티브가 일부 차용되는데, 이번 공연에 함께 선보이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역시 베토벤 교향곡 5번과도 맥을 같이하는 곡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공연의 완벽한 시작을 알리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어지는 ‘페스티나 렌테 질여풍(疾如風), 서여림(徐如林)’(2025)은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천천히 움직이라’는 손자병법의 구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쓴 찰스 쾅은 아직 생소한 인물인데, 간략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찰스 쾅(1985~)은 제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홍콩 출신의 작곡가로,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이 시대의 매우 독창적인 작풍을 선보이는 작곡가 중 하나이며, 항상 자신의 작품에 진지한 철학적 관점을 담아내곤 합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깊게 매료되었죠. ‘페스티나 렌테 질여풍, 서여림’은 홍콩 필하모닉이 이번 투어를 위해 특별히 위촉한 작품입니다. 그의 음악을 한국에 선보이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공연의 시작으로 두 곡을 선곡할 만큼 현대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매력을 느끼나요?

지금의 고전음악들도 발표되었던 당시에는 현대음악이자 그 시대의 목소리였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이러한 목소리와 메시지가 다음 세대의 고전이자 전통이 된 것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현대 청중에게 지금 시대에서 내놓을 수 있는 신선한 사운드와 새로운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음악과 함께 차이콥스키의 협주곡과 교향곡으로 프로그램을 채웠습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사랑합니다. 세 살 때 집에 있던 카세트테이프 중 하나가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였는데, 정말 하루 종일 들었어요.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 아름다운 선율, 얼핏 단순해 보이면서도 그 안에 녹아있는 그의 진심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내한 공연은 앞서 언급한대로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운명 모티브’를 탐구하는 진은숙의 작품으로 시작됩니다. 이 모티브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의 마지막 부분까지 이어집니다. 차이콥스키도 이 운명 모티브를 다소 미묘하게 활용했죠. 이 모티브는 음악 이론의 차원뿐 아니라 모든 작곡가에게 매우 중요했으며, 음악의 근본적인 의미이자 수천 가지 해석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첫 내한에 거는 기대

선우예권과의 연주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2023년 마카오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우예권(1989~)과 함께 연주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커티스 음악원 시절부터 친구였는데, 저는 언제나 그의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선우예권은 정말 특별한 아티스트입니다. 또한 그는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진가를 발휘하는데, 무대 상황이 어떻든지 간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대처합니다. 그의 솔로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대화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그 외에도 일전에 함께 호흡을 맞춘 한국인 음악가들이 있나요?

소프라노 조수미부터 현재의 젊은 음악가들에 속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양인모·김다미·김계희, 소프라노 서예리 등 정말 많은 한국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왔습니다.

이번에 내한 공연을 하는 만큼, 한국인 음악가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도 궁금합니다.

동료 연주자로 접하기도 하고, 페스티벌같은 대규모 행사에서 접하기도 하는데, 한국인 음악가들은 활기가 넘칩니다. 그 분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실제로 많은 분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고요. 그래서 이번 내한도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향후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합니다.

지금의 모든 것에 만족합니다. 세계 여러 곳을 오가는 중에도 홍콩 필하모닉처럼 제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오케스트라와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행복합니다. 이렇게 친밀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투어를 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죠. 곧 한국에서 올리는 공연을 만족스럽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며, 또 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최성혁 수습기자 사진 예술의전당

 

리오 쿠오크만(1986~) 커티스 음악원 및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수학,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거쳐 아시아인 최초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활동하였다. 현재 마카오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 RTV 슬로베니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리오 쿠오크만/홍콩 필하모닉(협연 선우예권)

10월 18일 오후 4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진은숙 ‘수비토 콘 포르차’,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교향곡 5번

10월 19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진은숙 ‘수비토 콘 포르차’, 찰스 쾅 ‘페스티나 렌테 질여풍, 서여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교향곡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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