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 정성으로 모은 독일 레퍼토리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10월 10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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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

정성으로 모은 독일 레퍼토리

 

7년 만의 반가운 내한! 첼로의 세계를 확장하는 탐험가가 조재혁(피아노)과의 첫 협업을 준비한다

 

 

원래는 2021년과 2023년에도 리사이틀을 준비했으나 각각 팬데믹과 건강 문제로 취소되면서, 7년 만에 열리는 내한 리사이틀이 되었다. 그만큼 다니엘 뮐러 쇼트가 “가장 애정하는 독일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특히 이번 내한 공연은 2023년에 취소되었던 리사이틀과 동일한 곡으로 구성한 만큼, 그가 애정하는 베토벤·슈만·베베른·브람스의 음악이 함께 하는 순간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함께한다. “조재혁의 훌륭한 연주 녹음을 들어본 적이 있어서, 한국에서 새 협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느꼈다”는 그는 “늘 새 음악적 동료를 만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라며, 공연일보다 일찍 입국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듀오의 목소리를 다듬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작품의 묘미를 발견하는 기쁨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2023년에 예정됐던 리사이틀과 동일한데요, 이 프로그램에 특별한 애정이 있나요?

독일 레퍼토리를 보면 늘 제 뿌리와 성장 배경, 독일에서의 스승들이 떠오릅니다. 왜 그 시대, 그 지역에서 이런 음악이 나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저를 그 음악으로 이끄는 거죠. 이번 프로그램은 대조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중심이자 뼈대는 베토벤과 브람스예요. 이들의 소나타는 당대의 발전을 보여주는 걸작이죠. 반면 베베른의 소품은 12음 기법의 발전 속에서 탄생해, 그 미시적인 질감 안에 누구나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동시에 슈만은 시적인 방식으로 대조를 보여주죠. 제게 슈만의 음악은 늘 문학과 맞닿아 있고, 뛰어난 가곡 작곡가로 느껴집니다. 저는 이런 다양한 작곡 스타일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해요. 이 작품들이 가진 놀라운 표현력 덕분에, 관객들도 깊이 공감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레퍼토리라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작품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음반으로 소개해 왔습니다. 생소한 작품에 꾸준히 관심을 두는 이유가 있나요?

음악가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합니다. 늘 같은 곡을 연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죠. 바흐나 베토벤·브람스·드보르자크·엘가 같은 거장의 음악도 그들의 동시대 작곡가들과 함께 들어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첼로 레퍼토리는 생각보다 방대합니다. 로스트로포비치에게 헌정된 협주곡만 70여 곡이나 되죠. 이들 중 대부분이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작품을 발견하는 작업은 제게 큰 기쁨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미국 작곡가 앙드레 프레빈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제게 음악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고 느끼게 해주었거든요.

익숙한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해석할 때, 접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한 작곡가의 감정적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언어와 배경을 알게 되면, 음악이 담고 있는 의미에도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는 잘 알려진 작곡가뿐만 아니라 덜 알려진 작곡가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해석

이미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과 슈만의 환상 소곡집을 녹음한 음반이 있습니다. 당시 단단한 음색과 앙상블을 중시하는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곡들에 대한 해석이 달라졌을까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인간은 계속 변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죠. 때로는 작은 위기가 삶과 음악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제 음악이 이러한 변화를 담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2번 녹음은 비교적 가까운 5년 전에 발매되었군요.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풍부한 음색으로 내면화하는 해석을 실연으로 들을 수 있게 되어 기대됩니다.

제 연주에서 그런 다채로운 소리의 색채(tone palette)를 들어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 이 브람스 소나타는 교향곡에 가깝게 느껴져요. 복합적인 표현들은 물론, 스케르초에 담긴 헝가리 리듬, 아다지오의 서정적인 요소들이 독특하게 어우러져 있죠. 그래서 특히 여러 번 반복해 연주하면서 그 의미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작품입니다.

베베른의 ‘세 개의 소품’은 2분 30초의 짧은 곡이지만, 수백 년 전의 고전음악 전통과 공존하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베베른의 음악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 같죠. 연주자나 청중 모두에게 집중을 요구합니다. 저는 그런 ‘틀을 깨는’ 경험을 늘 즐기는데, 그래서 다시 브람스 첼로 소나타처럼 풍성한 음악 속으로 들어갈 때 더욱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연주를 기다리는 한국의 애호가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에 다시 와서 훌륭한 청중들과 음악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기쁨이에요. 빨리 그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인아츠프로덕션

 

다니엘 뮐러 쇼트(1976~) 2000년 발표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음반을 시작으로 도이치 그라모폰·워너·하이페리온·오르페오 등에서 30여 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지휘자 윌슨 헤르만토와 브베 스프링클래식페스티벌을 공동 창립했고, ‘랩소디 인 스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차세대 음악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다니엘 뮐러 쇼트 첼로 리사이틀 (피아노 조재혁)

10월 12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 슈만 환상 소곡집 Op.73, 베베른 세 개의 소품 Op.11, 브람스 첼로 소나타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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