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박유신, 음악제로 맺어진 인연들을 기억하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11월 3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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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박유신

음악제로 맺어진 인연들을 기억하며

 

‘국제’라는 명칭 달고 세계로 뻗어가고, 지역에는 친근함을 선사하며 11월 포항은 음악도시가 된다

 

 

포항국제음악제가 5회째를 맞았다. 이 음악제는 첫 회부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조직되고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하면서 주목받았으며, 올해는 개막 한 달 이상 전에 이미 일곱 개의 메인 공연이 매진되는 등 감상자들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렇게 음악가와 감상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뿐만 아니라 한국의 주요 음악제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세심한 기획과 운영을 이끈 예술감독 박유신에게 그동안의 소회와 이번 음악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으로 돌아오다

예술감독으로 포항국제음악제의 시작부터 5년간 이끌어왔습니다.

매년 음악제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자연재해와 코로나 등 물리적으로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음악제가 이루어졌고, 올해 또한 공연장 대관에 문제가 생겨서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어려운 여건과 환경 속에서 음악제가 이루어졌기에, 청중과 연주자, 스태프 모두에게 더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음악제를 이끌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1년에 포항이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포항문화재단에서 포항 출신이자 서울에서 어텀실내악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제게 음악제의 예술감독을 제안해 주었습니다. 이에 도전 정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맡게 되었습니다.

2021년에 시작된 ‘포항음악제’는 2024년 4회부터 ‘포항국제음악제’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포항음악제’는 시작 단계부터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함께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제적인 교류와 예술적 수준을 갖춘 음악제로 더 성장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포항국제음악제’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는 음악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새롭게 설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더 폭넓은 해외 아티스트 초청, 국제 교류 프로그램 확대, 장기적인 예술적 비전 수립 등 포항이 세계 무대와 연결되는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음악제의 주제는 ‘인연’입니다. 무슨 의미가 담겼나요?

음악제에서 짧은 시간을 거쳐 국제음악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청중과 멀리서 모인 음악인들 등 크고 작은 인연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5년, 10년 후에도 예술은 언제나 변함이 없고 인연은 계속 늘어갈 테니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감독으로서 풀어온 숙제들

작년까지 메인 공연은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습니다만, 올해는 보수 공사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어떤 공간으로 확대되었나요?

포항국제음악제에서 처음으로 사용하는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대공연장)과 효자아트홀은 클래식 음악 공연을 안정적으로 선보이기에 적합한 곳입니다. 특히 효자아트홀은 규모가 비교적 아담해 연주자와 관객이 가까이 호흡하며 실내악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공간은 ‘동빈문화창고 1969’입니다. 과거의 산업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곳으로, 청중과 가까이 교감할 수 있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선보입니다. 공간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살려 클래식 음악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새로운 청중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것이 음악제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바람이기도 합니다.

정상급 음악가들을 섭외하고 기획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매년 큰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섭외입니다. 그래서 완성된 라인업을 볼 때마다 저 역시 큰 감격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윤한결·하겐 콰르텟·손민수·황수미·사무엘 윤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것은 포항국제음악제의 위상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20주년을 앞둔 노부스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김재영이 실내악 무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는 국내 연주자들이 국제음악제의 무대에서 빛날 때, 관객 분들 또한 더욱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낄 것이라 믿습니다.

 

청중의 관심과 연주자의 진심으로 일궈낸 무대

말러의 교향곡과 윤한결의 신작을 비롯하여 스크랴빈·베르크·타네예프 등의 작품들, 그늘에 가려져 있는 멘델스존의 실내악들, 여러 작품을 발췌하여 하나로 엮어내는 파스티치오(Pasticcio) 등 흔히 볼 수 없는 구성이 돋보입니다.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함께 무대에 서며 그 놀라운 수준을 가까이에서 경험해 왔습니다. 이제는 대규모 작품에 도전해도 좋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올해 드디어 개막공연에 말러의 교향곡을 올리게 되었습니다(11.7). 또한, 매년 이어오고 있는 현악 4중주 시리즈로 세계 최고의 4중주단 중 하나인 하겐 콰르텟이 출연합니다(11.8).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것은 폐막 공연입니다(11.13). 스토리와 흐름이 있는 하나의 드라마처럼 구성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성우의 내레이션과 함께 음악이 어우러지며, 청중의 상상과 감정을 자극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여운을 남기고자 합니다.

포항국제음악제를 기다리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합니다.

포항국제음악제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음악제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최고의 연주자들과 함께 진심을 담은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그 안에 그 시대와 사람, 그리고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음악제를 통해 관객 여러분께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특별한 울림과 기억을 가져가며 음악제와의 좋은 ‘인연’으로 앞으로도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포항문화재단

 

박유신(1990~) 경희대 음대 수석 졸업 후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과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2017년 드레스덴 국립음대 실내악 콩쿠르 1위, 2018년 안톤 루빈슈타인 콩쿠르·야나체크 콩쿠르에 2위에 입상했다. 한양대에 출강중이며, 어텀실내악페스티벌과 포항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포항국제음악제(11월 7~13일)

7일 오후 7시 개막공연: 윤한결/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8일 오후 5시 하겐 콰르텟 (포항시청 대잠홀)

9일 오후 5시 보이지 않는 인연 (포항시청 대잠홀)

10일 오후 7시 낭만이 머무르는, 멘델스존 (효자아트홀)

11일 오후 7시 황수미&사무엘 윤: 웃음에서 광기로 (효자아트홀)

12일 오후 7시 손민수&포항시립교향악단 (효자아트홀)

13일 오후 7시 폐막공연: 토비아스 펠트만, 김영욱, 아드리앙 라 마르카 외 (효자아트홀)

※ 그외 포커스 스테이지(2개), 찾아가는 음악회(4개), 아티스트 포항(1개) 공연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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