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빈필 대표 다니엘 프로슈하우어, 빈 필하모닉을 이끄는 전통의 계승자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12월 8일 9:00 오전

NEW YEAR, NEW CONCERT

 

바이올리니스트·빈 필하모닉 대표 다니엘 프로슈하우어

 

빈 필하모닉을 이끄는 전통의 계승자

전통과 희망을 아우르는 2026년 신년음악회를 앞두고

 

 

오스트리아 음악의 중심에 서 있는 빈 필하모닉은 180여 년 동안 시대를 관통하며 고유한 음색과 해석 전통을 이어왔다. 특히 음악적 정체성과 조직 운영을 동시에 책임지는 독특한 자주관리 제도는 이 악단만의 자긍심과 예술적 독립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 중심에서 2017년부터 대표(Chairman)로 활동해 온 인물이 바로 다니엘 프로슈하우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인 지휘자 헬무트 프로슈하우어(1933~2019)와 함께 음악회 및 오페라 현장을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음악을 삶 속에서 체득했다. 이제 그는 빈 필하모닉에서 리더와 연주자 두 역할을 오가며,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고민하는 예술적 관리자이자 음악가로 자리하고 있다. 2026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앞두고, 악단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들어보았다.

 

어린 시절, 음악가 집안에서 성장했다. 아버지 헬무트 프로슈하우어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나?

아버지는 빈 슈타츠오퍼와 빈 징페라인(무지크페어라인 상주합창단) 지휘자, 쾰른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이자 카라얀의 중요한 동반자로 활동했다. 그 영향으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리허설장과 오페라하우스, 공연장이 자연스러운 생활 공간이 되었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흡수할 수 있었다. 빈 소년합창단에서 노래하고, 동시에 바이올린을 배운 경험 역시 지금의 음악적 기반을 형성한 핵심이었다.

빈과 뉴욕에서의 학업은 음악적 정체성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나?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도로시 딜레이, 마사오 가와사키, 그리고 핀커스 주커만에게 배운 시간은 국제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을 열어주었고, 기술적 접근의 세밀함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빈에서 알프레드 스타르와 알프레트 알텐부르거에게 배운 과정은 오스트리아적 전통과 미학을 깊이 체득하는 기회가 되었다. 일찍부터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줍스티투트(예비 단원)로 무대에 올랐고, 이후 정단원과 빈 필하모닉 입단으로 이어졌다. 두 음악 세계의 장점을 연주 안에 녹여내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2017년부터 오케스트라 대표(Chairman)를 맡고 있다. 제1바이올린 수석과 대표직을 어떻게 병행하고 있나?

빈 필하모닉의 일원이라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역사와 예술적 정체성에 깊이 헌신한다는 의미로, 대표직은 이 의식을 더욱 강화시켰다. 전통을 지키되 시대에 맞게 미래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더욱 분명하게 느끼게 했다. 제1바이올린 수석은 악장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그 자리를 대신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지휘봉이 내려지고 무대에 서는 순간에는 다시 한 명의 연주자로 돌아간다. 대표직은 단원 전체의 투표로 선출되며, 신년음악회와 여름밤 콘서트 프로그램 구성 및 대외적 대표성을 담당한다.

예술적 리더십과 조직 운영을 병행하는 데 중요한 균형점은?

빈 필하모닉의 자주관리 제도는 독특하다. 148명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음악가 스스로 결정권을 가진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음악을 중심에 둔 구성원들의 판단은 전문 경영인보다 깊이 있는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악단의 ‘규율과 자유’의 균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빈 필하모닉 단원들은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단원을 겸하며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여느 오케스트라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결국 끊임없이 연주하고 연습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균형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세계가 기다리는 희망의 무대

2025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지휘 리카르도 무티) ©Wiener Philharmoniker/Dieter Nagl

새해를 앞두고 신년음악회를 기대하는 청중이 많은데.

우리는 이 무대를 통해 경쾌하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특히 위기와 갈등이 많은 지금 시대에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희망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매년 90개국 이상, 수천만 명의 청중이 이 공연을 시청한다는 사실은 큰 기쁨이자 막중한 책임이다. 2026년 신년음악회의 지휘는 야닉 네제 세갱이 맡으며, 다양한 성격의 작품들을 조화롭게 담아낼 예정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공연이다. 이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나?

우리는 매년 가장 높은 수준의 연주를 위해 긴 준비 기간과 철저한 리허설을 거친다. 전 세계인에게 전해지는 공연인 만큼, 그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신년음악회가 있다면?

팬데믹 시기의 신년음악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제약 속에서도 음악을 멈추지 않고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했다. 2021년에는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 아래 사상 최초로 무관객 신년음악회를 열었다. 또한 2020년에는 일본, 2021년에는 일본·한국·이집트 투어를 감행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제 순회공연을 지속한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빈 필하모닉 고유의 ‘음색’ 전통은 어떻게 미래로 전승되고 있나?

우리의 음색과 해석 전통은 세대를 거쳐 전해진다. 특히 빈 슈타츠오퍼에서의 오랜 활동은 ‘성악적 발성’이 자연스럽게 연주 스타일을 형성하는 중요한 환경이었다. 또한 브루크너, 브람스, 말러, R.슈트라우스와의 역사적 인연은 이 음색의 근간이 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2018년 창설된 필하모닉 아카데미를 통해 젊은 연주자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빈 필하모닉을 향한 개인적, 예술적 바람이 있다면?

우리의 예술적 성취가 지속되기를 바라며, 세계가 평화로운 가운데 음악이 희망의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오케스트라가 더욱 폭넓은 국제적 존재감을 갖고, 많은 음악애호가에게 기쁨을 주기를 바란다.

이선옥(오스트리아 통신원·코리아 리 문화예술원 대표) 사진 빈 필하모닉

 

다니엘 프로슈하우어(1965~)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도로시 딜레이, 마사오 가와사키, 핀커스 주커만에게 배웠으며, 1997년 파리 피에르 랑티에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95년 빈 슈타츠오퍼 정단원 및 1998년 빈 필하모닉 입단 후, 2004년부터 제1바이올린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2017년부터는 빈 필하모닉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INTERVIEW

 

빈 필하모닉의 첫 한국계 단원

바이올리니스트 해나 조

 

©Andrej Grilc

2025년 9월, 바이올리니스트 해나 조(한국명 조수진)가 183년 역사를 지닌 빈 필하모닉의 첫 한국계 정식 단원이 되었다. 미국에서 성장하며 다진 넓은 시야,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구축한 탄탄한 기반, 빈에서 연마한 섬세한 음향 미학을 한데 모은 그는 오늘날 국제적 감각을 지닌 젊은 음악가 세대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음은 해나 조(1994~)와 나눈 일문일답.

 

여러 국가에서 쌓은 경험이 음악적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장소가 음악에 서로 다른 층을 더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성장한 시간은 스스로를 더 열려 있게 만들었고, 다양한 해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르쳐주었다. 반면 빈에서는 음색을 다듬고, 오케스트라 안에서 호흡과 균형을 깊이 체득할 수 있었다.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쌓았던 기술적 기반은 감정과 구조를 연결하는 법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 과정에서 음악적 목소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솔리스트와 실내악 중심의 길을 걷다가 빈 필하모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2019년 빈 필하모닉 아카데미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 빈에 왔을 때, 오케스트라의 황금빛 음색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이전에는 솔로와 실내악 활동이 주를 이뤘지만, 오케스트라라는 집단적 음향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경험은 큰 충만함을 주었고, 이곳에 남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그리고 최종 투표까지 이어진 긴 여정은 어떠했나?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모든 순간이 성장의 시간이었다. 오케스트라 선발 과정은 기술적·음악적 적합성을 모두 평가하는 치밀한 절차였고, 방대한 레퍼토리를 빠르게 소화할 수 있는지, 동료들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증했다. 특히 빈 슈타츠오퍼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전에 참가했던 콩쿠르에서 익혔던 훈련 방식을 이곳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빈 필하모닉은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음색을 가진 오케스트라인데, 적응 과정이 궁금하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경험이었다.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실천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의 방식은 오케스트라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고, 이 음향은 직접 그 안에 서야만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투명성과 투사력을 중시했다면, 빈에서는 더 따뜻하고 서정적인 음향, 노래하듯 이어지는 긴 호흡을 배워야 했다. 오페라 무대에서는 성악가들의 호흡과 발성을 들으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특히 보잉이 큰 과제였다. 활의 속도, 압력, 분배를 정교하게 조절해 선율이 끊어지지 않고 흐르도록 만드는 법을 꾸준히 익혀야 했다.

기억에 남는 공연이나 순간은 언제였나?

거의 모든 무대가 특별했지만, 첫 번째 신년음악회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브루크너, 말러, 슈트라우스처럼 오케스트라 정체성을 드러내는 레퍼토리와 세계적인 지휘자들과의 협업은 큰 영감을 주었다.

신년음악회 연주에도 참여했는가?

가장 최근에 올랐던 무대는 2024년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한 신년음악회였다. 매년 제2바이올린 단원 21명 중 10명만 무대에 서기 때문에 로테이션이 있다. 2026년 야닉 네제 세갱이 지휘하는 무대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예술적 목표는 무엇인가?

여러 나라에서 배운 것들을 학생들에게 전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다리가 되고 싶다. 동시에 솔로와 실내악 무대를 통해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새로운 협업 속에서 계속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이선옥(오스트리아 통신원·코리아 리 문화예술원 대표) 사진 빈 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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