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 THE SEASON
바리톤 김태한
맑은 얼굴에 덧입은 음악
성악가로는 최초로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입성! ‘페르소나’를 주제로 4개 무대에서 각기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금호문화재단은 매년 한 명의 젊은 음악가를 선정하는 상주음악가 제도를 2013년부터 운영 중이다. 주로 기악 독주자를 선정해왔는데, 지난해는 최초로 현악 4중주단(아레테 콰르텟)을 선정해 물꼬를 틀었고, 올해는 처음으로 성악가가 선정했다.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한국 성악계의 기대주로 떠오른 바리톤 김태한이다.
여유 있고 단단한 그의 얼굴은 노래의 시작과 함께 만개한다. 눈빛은 객석 너머의 아련한 어딘가에 가 닿고, 음색은 작품이 담은 이야기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콩쿠르 결선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뛰어난 집중력으로 서로 다른 네 곡을 원숙하게 엮어낸 솜씨로 호평받지 않았던가. 2000년생이라는 사실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대 위의 김태한은 각양각색의 표현에 능숙하다. 그래서일까, 상주음악가로 선보일 4번의 무대를 궤뚫는 주제로 그가 고른 것은 ‘페르소나’다.
여러 역할로 분하는 성악가에게 ‘페르소나’는 참 잘 어울리는 주제입니다.
무대에 설 때마다 마주하는 개념이죠. 가곡에선 시의 화자에 동화되어 제 음성으로 시를 해석하는 일이고, 오페라에선 배역의 감정과 세계를 제 안에 받아들이고 또 그걸 제 목소리로 풀어내야 합니다. 단순히 ‘가면’이라는 의미를 넘어, ‘페르소나’는 제 안에 잠든 또 다른 자아를 깨우는 통로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결국 무대 위 모든 페르소나는 제 안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상주음악가로 선정되면서 네 번의 ‘성악 독창회’ 기회를 얻은 것이잖아요. 공연 구성 방식도 고민했을 것 같아요. 염두에 둔 부분들은 무엇인가요?
네 번의 공연을 하나의 시리즈로 완성도 있게 엮어보고 싶었어요. 무대마다 서로 다른 감정과 인물의 결을 담아 하나의 이야기처럼 구성해 봤습니다. 번역 가사도 영상으로 송출할 계획입니다. 성악은 언어와 음악이 함께하는 예술이기에, 관객이 음악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죠.
독일 오페라 극장 입성기
2023년 콩쿠르 우승 후, 오페라 활동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페라 스튜디오 생활을 거쳐, 현재 프랑크푸르트 오퍼의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죠?
유럽 무대를 위한 준비는 서울대 재학 중에 하고 있었어요. 콩쿠르 참가 전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페라 스튜디오 오디션에 지원해서 합격 통보를 이미 받은 상태였죠. 베를린 활동 중 한 솔리스트의 가곡 독주회가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되며, 급하게 제가 투입된 적이 있어요. 프랑크푸르트 오퍼의 음악감독인 토마스 구가이스의 반주로 무대에 올랐고요. 이 무대를 계기로 토마스 구가이스가 작년 프랑크푸르트 오퍼에서 제작한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의 굴리엘모 역으로 저를 추천했어요. 이후 프랑크푸르트 오퍼 극장장이 베를린을 찾아와 제 노래를 들었고, 그 자리에서 솔리스트 제안을 받고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극장 경험을 통해, 오페라에 대해선 무엇을 배우고 있나요?
오페라라는 장르 자체에 익숙해지는 게 가장 큰 변화였던 것 같아요. 예전엔 오페라가 굉장히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큰 행사처럼 다가왔는데, 이제는 리허설과 공연이 연결된 하나의 업무 같아요. 출근해서, 무대에 서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오페라가 점점 제 삶에 밀착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페라의 2중창으로만 구성된 두 번째 공연 ‘관계’(4.23)에 그 시간이 다 녹아들어 있겠군요.
정작 고국에서는 오페라 가수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많지 않더라고요. 2중창은 오페라 속 인물의 감정이 밀도 높게 드러나요. 아리아처럼 내면을 드러내기보단,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감정이 교차하고 부딪히며 서사가 만들어지죠. 오페라에서 늘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들을 이번 무대를 통해 관객과 나누고자 합니다.
성장과 나눔이 공존할 한 해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학기는 지속 중인가요? 다가오는 시즌, 극장에선 ‘카르멘’(모랄레스·단카이로 역), ‘나비부인’(야마도리 공 역), ‘트리스탄과 이졸데’(멜로트 역)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극장 생활과 한국 연주, 학업까지 해내려면 무척 분주하겠습니다.
9월에 석사과정은 마쳤고요, 현재 최고연주자과정을 준비 중입니다. 극장 시즌과 한국 연주 활동을 병행하면서 연습과 휴식 시간 분배의 중요성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성악가는 결국 몸이 악기라, 생활 리듬과 몸 상태가 연주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수면과 식사를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관객을 자주 만나게 될 한 해입니다. ‘객석’을 통해 미리 신년 인사를 남겨준다면?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음악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관객 여러분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 순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음악가가 존재할 수 있는 건 바로 관객이 있기 때문이죠.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 제 목표고 그 진심을 담은 무대를 새해에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 감동을 금호아트홀 무대와 ‘객석’을 통해 많이 나눌 수 있길 바라며, 음악이 삶에 따뜻하게 스며드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금호문화재단
김태한(2000~) 서울대 음대(사사 나건용)를 졸업하고,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과 오페랄리아 콩쿠르 특별상을 차지했으며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를 거쳐, 2025/26 시즌부터 프랑크푸르트 오퍼 솔리스트(앙상블)로 활동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2026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바리톤 김태한
신년음악회: 페르소나(1월 8일)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나는야 새잡이’,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중 ‘나의 열망, 나의 집념’ 외(피아니스트 한하윤)
페르소나 Ⅱ. 관계(4월 23일)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중 ‘우아한 파리스처럼’,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음성’ 외(소프라노 김효영·테너 김성호)
페르소나 Ⅲ. 사랑(7월 2일)
라벨 ‘뒬시네를 향한 돈키호테’, 포레 ‘사랑의 노래’, 드뷔시 ‘아름다운 저녁’, 샤를 마르탱 뢰플러 성악,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시 Op.5 외 (비올리스트 신경식·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콥스키)
페르소나 Ⅳ. 고독(10월 15일)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