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장 이준우, 안정적인 그릇 안에, 동시대의 질문을 담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1월 5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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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장 이준우

안정적인 그릇 안에, 동시대의 질문을 담다

 

서울시극단 신임 단장 이준우에게 듣는 공공극단의 역할과 2026 시즌 계획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터를 잡고 시민과 호흡해 온 서울시극단은 고전과 가족극, 대중 친화적 레퍼토리를 통해 폭넓은 관객층을 형성해 왔다. 정치와 역사, 일상의 시간이 겹치는 이 공간에서 서울시극단은 언제나 ‘지금, 여기’의 관객과 만나는 무대를 고민한다. 그리고 다가올 새해, 서울시극단은 새로운 단장을 맞이하며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한다.

대학에서 영상영화를 전공하고, 본래 영화감독을 꿈꿨던 이준우는 연극 ‘왕서개 이야기’(2020), ‘붉은 낙엽’(2021) 등을 통해 서사 중심의 연출과 배우 중심의 무대 구축으로 주목받아 왔다. 극단 배다의 상임연출가로서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꾸준히 확장해 온 그는, 이제 서울시극단의 신임 단장으로 취임하며 공공극단이라는 넓은 무대 위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고민해야 하는 자리에 섰다.

첫 시즌을 준비하는 이준우 단장은 “거창한 목표보다 웰메이드 공연”을 강조하며, 동시대의 삶과 맞닿은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취임을 앞두고 서울시극단의 현재와 앞으로의 행보, 그리고 연출가로서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극단장이라는 자리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고민이나 책임의 무게는 무엇이었나요?

극단에 있을 때는 제 작업에 집중하면 됐지만, 공공극단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늘 함께 고민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안정적인 재원과 인프라 속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하지만, 그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크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젊고 새로운 활력’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서울시극단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취임 이전부터 연출가로서 서울시극단의 활동을 지켜보셨을 텐데요. 서울시극단이 지닌 강점과 보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큰 강점은 안정적인 제작 환경과 M씨어터, S씨어터라는 훌륭한 극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을 선보여왔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개발하는 것이 저의 과제라고 생각하며, 공공극단의 본분인 ‘공공성’과 ‘대중성’을 중점에 두고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서울시극단만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을 그리고 있나요?

서울시극단은 그동안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민 친화적인 무대를 꾸준히 만들어왔습니다. 저는 이 대중적 기반 위에서, 지금 우리의 삶과 직접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더 깊이 다루고 싶습니다. 고전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는 작업부터 동시대의 문제의식을 담은 창작극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극단이 되고자 합니다.

 

‘동시대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축

취임 이후 첫 시즌을 준비하며 우선에 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웰메이드’ 공연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거창한 선언보다는, 다가올 첫 시즌의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서두르기보다는 제 호흡을 유지하며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즌을 관통하는 방향성이나 키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동시대성’과 ‘대중성’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이 자리한 광화문은 정치·경제·역사가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장소성을 가진 극단이라면,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첫 시도로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인 ‘집’, ‘미디어와 데이터’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려 합니다.

그중 특히 의미 있게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면요?

정기공연으로 올라가는 두 작품 모두 의미가 큽니다. 상반기작 ‘빅 마더’(작 멜로디 무레)는 빅데이터 시대의 조작된 진실을 다루는 작품으로,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묻습니다. 하반기작 ‘아.파.트.’(작 강훈구)는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아파트를 통해 현대인의 욕망과 허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서울시극단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작극 개발에 대한 구상도 궁금합니다.

극단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준비하려 합니다. 희곡 공모나 작가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낭독에서 본 공연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완성도 높은 창작 레퍼토리를 차근차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연출가의 언어, 공공극단의 방향

스스로 생각하기에, 본인의 연출 세계를 규정하는 핵심 어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확성’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늘 텍스트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것을 무대 위에서 정확하게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서사에 맞는 미장센을 통해 작품이 던지는 핵심을 분명하게 드러내고자 합니다.

공공극단에서 ‘안정성’과 ‘실험성’은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요?

무리한 실험보다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방식에 집중하려 합니다. 그간의 제 작업은 작품의 안정성과 관객과의 소통에 무게를 두어 왔습니다. 안정적이고 대중적인 그릇 안에 동시대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공공극단의 역할이자 가장 중요한 균형입니다.

서울시극단을 통해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요?

‘레퍼토리화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좋은 창작자들이 찾아오는 극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3년 뒤의 모습은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이 두 가지 방향만큼은 분명히 지켜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임 단장으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서울시극단에 보내주시는 기대와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대만큼 우려의 시선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모든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좋은 공연으로 답하겠습니다. 새해에도 관객 여러분의 일상에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홍예원 기자 사진 세종문화회관

 

이준우(1985~) 2017년부터 극단 배다의 상임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원칙’으로 서울연극제 우수상을, ‘왕서개 이야기’와 ‘붉은 낙엽’으로 각각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2022년부터 한중연극교류협회 공연분과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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