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ING STAR
첼리스트 이유빈
든든한 우승의 자리를 디디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탄생한 차세대 연주자. 몰입의 즐거움으로 과정과 결과를 모두 쟁취했다

브람스 첼로 소나타 2번의 2악장. 풍부한 상상력이 담긴 이유빈의 첼로 소리가 들려온다. 이를 듣는 방법은 통영국제음악재단 유튜브 채널.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2025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중 2차 본선 영상이다. 콩쿠르는 1차 본선(11.2·3), 2차 본선(11.5·6), 결선(11.8) 순으로 진행되었다.
외부와 단절되다가 결과만 바깥으로 내놓던 예전과 달리, 요즘의 콩쿠르는 중간 과정도 생중계·녹화본 공유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들을 수 있게 된 콩쿠르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많은 관객 앞에 서게 될, 인생의 한순간을 따뜻한 울림으로 함께 할 이유빈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마 심사위원들도 그 미래를 선명하게 떠올렸기에 우승의 자리를 이유빈에게 주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 임윤찬(2019), 첼리스트 한재민(2022)도 든든하게 지지해 주었던 바로 그 우승의 자리를.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축하합니다. 우승 후 몇 주가 지난 지금, 소감이 궁금하네요.
학업을 위해 바로 독일로 돌아왔던 터라, 처음 몇 주는 실감도 못 했어요. 시간이 지나니 들뜬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오히려 실감이 납니다. 콩쿠르 기간에 느꼈던 보완할 점, 앞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을 정리하고 다시 목표를 세우며 보내고 있습니다.
콩쿠르에서 강한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이 커서 많이 떨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이곳이 온전히 내 무대구나’라고 느끼게 됐어요. 온전히 무대를 즐겨보자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집중에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결선 진출자 발표 이후가 큰 고비였던 것 같아요. 앞선 1·2차 본선을 전력으로 치른 후라 걸을 힘도 없을 정도로 체력이 소진돼 버렸거든요. 결선 무대도 리허설이 단 한 시간뿐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그래서 더 집중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음악에의 몰입으로 완성한 무대 감각

2025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이번 콩쿠르 라운드 연주 중, 본인이 만족한 연주는 무엇이었나요?
1차 본선 연주가 마음에 듭니다. 윤이상 ‘첼로를 위한 활주’(1970),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4번 중 ‘프렐류드’와 ‘사라방드’, 리게티의 첼로 독주를 위한 소나타(1948/53)를 연주했습니다. 특히 윤이상과 바흐의 작품은 아이디어를 세밀하게 나누어 연습했는데, 제가 만든 것들이 무대에서 그대로 표현될 수 있을지 걱정이 컸어요. 지나치게 분석적으로 들리지 않을지 두렵기도 했는데, 막상 시작되자 자연스럽게 연주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관객과의 교감도 느꼈고요! 2차 본선에서 연주한 브람스 첼로 소나타 2번은 매번 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인데요, 이번 콩쿠르에서 2악장 연주가 특히 잘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결선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을 선택했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적 언어를 좋아합니다. 작품 속에 있는 해학과 풍자, 그리고 처연함이 함께 존재하는 정서에 공감이 돼요. 특히 첼로 협주곡 1번은 연주할 때마다 해석과 감정이 매번 달라져요. 지금의 제 시선과 감정으로 이 작품을 해석하고 싶었고, 그 과정 또한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습니다.
카덴차와 3악장에서의 기세도 좋았습니다.
연습할 때 호흡과 몸의 사용에 특히 신경을 쓰는 편이고, 한 부분을 길게 가져가는 연습을 자주 합니다. 끝까지 흐름을 유지하며 곡을 운용하는 감각을 몸에 익도록 해주거든요. 그러나 아무리 이런 훈련을 해도, 실전 무대에서 사용되는 힘은 또 다른 것 같아요. 무대에 서고 나면, 수명을 끌어다 쓴 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한 단계씩, 따뜻하고 당당하게 성장 중!
다비드 포퍼 콩쿠르 우승(2021), 벨기에 부셰 콩쿠르 3위(2024) 등 여러 콩쿠르를 거치며, 좌충우돌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아요.
콩쿠르를 앞두면, 이상하게 평소에는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자주 생겨요. 부셰 콩쿠르에서는 무대 직전 갑자기 활 털이 3분의 1 정도가 빠져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활 털을 고정하는 부위가 닳아서 빠진 거였는데, 그 자리에서는 수리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남은 활 털이 버텨주기만을 바라며 연주했답니다!
현재 프라이부르크 음대에서 장-기엔 케라스 사사로 최고연주자과정을 밟으며, 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에서 프란스 헬머슨 교수와의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도 병행하고 있다고요.
장-기엔 케라스 교수님은 제가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첼리스트였어요. 직접 배우며 그 음악 인생과 철학을 더 깊이 알아가는 중입니다. 작곡가가 만들어 놓은 자연에 직접 들어가 아름다움을 느끼듯 표현하라는 조언이 큰 영감이 돼요. 프란스 헬머슨 교수님은 제게 “요즘 첼리스트는 개인적인 표현이 지나칠 때도 있지만, 유빈에겐 더 개인적인 음악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중요한 전환점이 된 말이었고, 그 이후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도 새로워졌습니다.
외에 영감받는 음악가들이 있다면?
호르니스트인 아버지와 첼리스트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악기를 접했는데, 지금도 두 분과 음악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를 함께 고민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장-기엔 케라스·스티븐 이설리스의 해석 방식을 좋아해서 그 연주를 들으며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바이올린 작품도 좋아해 이자벨 파우스트·크리스티안 테츨라프·빌데 프랑·재닌 얀센의 연주도 즐겨 들어요.
끝으로, 객석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새해 인사 부탁드려요!
새해를 맞이해 여러분께 따뜻한 인사를 전합니다. 첫 호에 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큰 영광이에요. 2026년에도 음악이 주는 위로와 새로운 용기를 듬뿍 얻으시길 소망합니다. 저 또한 여러 무대에서, 편안한 음악으로 관객을 만나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글 양경원(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유빈(2000~) 예원학교·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를 졸업했으며, 프라이부르크 음대·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특별상(청중상)을 받았다. 1759년경 밀라노에서 제작된 파올로 안토니오 테스토레의 첼로를 사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