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ING STAR
끝나지 않는 질문들을 품고
첼리스트 정우찬
콩쿠르 우승 이후를 더 생각해야 하는 시대, 젊은 연주자의 마음가짐

클래식 음악계에서 콩쿠르는 여전히 중요한 통과의례다. 그러나 콩쿠르 우승 소식은 빠르게 소비된다. 결과는 이름과 숫자로 정리되고, 연주자의 시간은 이력 한 줄로 압축되니까. 그동안 한국은 수많은 콩쿠르 스타를 배출해 왔고, 선배 음악가들의 궤적을 지켜보며 성장한 후배 연주자들 역시 이제는 콩쿠르 이후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정우찬과의 대화에서도 그 인식은 분명히 읽혔다.
이든 콰르텟의 멤버이기도 한 그는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을 시작으로, 같은 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2위 및 윤이상 특별상, 2023년 헬싱키 파울로 콩쿠르에서 4위와 함께 결선 진출자 가운데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섀도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차츰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도쿄 미나토구(港区) 음악 콩쿠르 우승 소식을 전했다(바이올린·첼로·피아노 부문을 해마다 1개 부문씩 개최하는 미나토구 콩쿠르는 2025년 9월 25일에서 10월 3일까지 개최되었다).
그러나 이번 그와의 대화에서 인상 깊게 남은 것은 고양감보다는 신중함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품어온 목표에 도달했지만, 그 순간을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인다. 다시 방향을 가늠하려는 태도에서는,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지금 정우찬의 이야기는 하나의 성공담이라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연주자로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기록에 가깝다.
‘내 음악’을 선보인 콩쿠르
콩쿠르 우승 이후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변화는 ‘내 음악’에 대한 확신이다. 오랫동안 연주자로서 품어온 목표를 이뤘고, 그동안 받아온 수많은 도움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제는 다음으로 나아갈 목표를 고민 중이다.
콩쿠르 무대에서 ‘잘 연주하는 것’과 ‘내 음악을 지키는 것’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았나?
최근까지도 이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평소에는 내 음악을 지키다가도, 막상 무대에서는 완벽해 보이는 연주에만 집중한 적도 많았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온전한 내 음악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잘 준비된 연주자들 사이에서 심사위원과 관객의 귀를 모두 사로잡기 위해서는 분명한 개성이 필요하다. 다행히 산토리홀의 무대에서 느낀 음향이 워낙 뛰어났기에 원하던 음악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우승과 함께 청중상까지 수상했다.
우승상·청중상의 동시 수상은 오래전부터 품어온 목표 중 하나였다.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심사위원과 순수하게 감상하는 청중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연습을 통해 테크닉을 충분히 익힌 채로, 무대에서는 표현의 전달에 집중했는데, 선택한 방식이 잘 맞았다는 확신이 생겼다.
콩쿠르 준비 과정에서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는가?
그간 여러 콩쿠르에 참여했지만, 매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낸 것은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의 조언을 새기면서도, 과연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해 스스로 의심이 든 순간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연주에 꾸준한 호응을 보내온 이들을 떠올리며 이겨내곤 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라본 ‘콩쿠르’라는 시스템은 어떤 존재인가?
매년 수많은 콩쿠르가 열리고, 그보다 더 많은 연주자가 도전을 이어가지만, 주목받는 순간은 짧기만 하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후에도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지 않으면 청중의 반응은 식어버린다. 콩쿠르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행보’일 것이다.
나만의 색을 찾는 과정
밀도 높은 음색, 서사적인 진행이 인상 깊었다. 어떤 식으로 음악을 만들어 가는가?
첼로는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음역대를 연주하는 악기다. 그만큼 그 음색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한 ‘따뜻한’ 소리를 추구하는 편이다. 곡의 표현과 흐름에 있어서는 작곡가 의도를 먼저 연구하고 파악한 후에 음악을 만들어간다. 무엇보다, 음악에 몰입하다가도, 종종 한 걸음 물러서서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체크한다.
테크닉보다 음악의 방향성을 더 고민하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테크닉은 반복된 연습을 통한 신체적 성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음악의 서사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것이 연주자의 출발점이지 않을까.
지금의 연주 스타일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이강호 교수님께 배운 시간이 결정적이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해결함은 물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존중받으며 더 풍부하게 전달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었다.
앞으로의 활동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언제나 관객이다. 연주자는 관객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직업이기 때문에,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를 이어가고 싶다. 내 음악에 공감해 주는 관객층이 늘어나는 것이 ‘성공한 연주자’로서의 목표다.
앞으로 어떤 도전을 이어가고 싶은가?
첼로 레퍼토리가 다소 제한적이다 보니 다른 악기의 명곡을 첼로로 옮겨보자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최근 들어 조금씩 시도에 옮기고 있다. 또한, 취향이 제각각인 관객들 모두를 만족시킬 음악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려 한다. 아마도 끝없이 연구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글 장혜선(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도쿄 미나토구 콩쿠르
정우찬(1999~) 한국예술종합학교,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2009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 2025년 도쿄 미나토구 콩쿠르에서 우승 및 청중상을 받았다. ㈜면사랑·한국메세나협회의 신진유망연주자(2기) 선정, 금호악기은행 수혜자로 선정되어 1600년대에 제작된 조반니 파올로 마치니 첼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든 콰르텟의 멤버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정우찬 첼로 리사이틀
2월 21일 오후 4시 카페 책가옥(경기도 용인 소재)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첼로 편곡)
유다윤·정우찬 듀오 리사이틀
3월 12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
바흐 인벤션 BWV 772~786, 라벨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M73, 코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주 Op.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