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웨인 맥그리거, AI 시대를 춤추게 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3월 6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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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웨인 맥그리거

발 빠르게 첨단 기술을 적용한 그가 보여줄 예술의 미래

 

AI 시대를 춤추게 하다

 

 

진화하는 AI 시대, 예술은 무엇을 질문할 수 있을까? 기술 혁신이 일상을 점령할수록, 이를 성찰할 인문학·철학적 틀에 대한 욕구도 높아진다. 웨인 맥그리거는 이 분야를 발 빠르게 점령한 안무가 중 하나다. 1992년 자신의 무용단 랜덤 댄스(현 웨인 맥그리거 무용단)를 만들고, 이때부터 기술 적용에 도전해온 그는 오늘날 영국 발레의 중심지인 로열 발레의 상주 안무가다. 로열 발레 역사상 현대 무용 안무가가 상주로 꼽힌 것도 처음.

맥그리거는 오늘날 무용계의 중심에 있다. 로열 발레가 초연한 ‘크로마’(2006)는 미니멀한 무대 위 인체의 움직임으로 주목받으며 올리비에상 ‘최우수 신작 무용 작품상’을 비롯, 다수의 상을 받았다. 볼쇼이 발레·보스턴 발레 등이 공연했고 올해 라 스칼라 발레·노르웨이 오페라 발레에서의 초연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막스 리히터가 작곡한 음악 위에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텍스트에서 영감받아 만든 안무작 ‘울프 작품집’(2015),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유겐’(2018)이 로열 발레의 초연으로 발표됐다. 웨인 맥그리거 무용단과 파리 오페라 발레 솔리스트들이 초연한 ‘부호들의 나무’(2015), 단테 서거 700주년을 기념하며 로열 발레·파리 오페라 발레가 공동 제작에 나선 ‘단테 프로젝트’(2021)도 화제를 모았다. 3월 공연 이후, 5월에도 내한해 국립발레단이 선보일 ‘인프라’(2005) 역시 로열 발레 초연작으로, 작품엔 우리에게 서울역 대로변 건물에 끊임없이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파사드(작품명 ‘군중’)로 익숙한 줄리언 오피가 디자인한 무대가 사용된다.

무용 외연의 결과물에도 맥그리거를 정의할 것은 많다. 그는 라디오헤드의 ‘로터스 플라워’(Lotus Flower) 뮤직비디오에서 보컬 톰 요크를 춤추게 했고, 모션 캡쳐 기술을 활용한 팝 그룹 ABBA의 버추얼 콘서트 안무,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움직임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과학자, 기술 전문가 등과의 협업은 단연 돋보인다. AI 시장을 주도하던 구글이 무용계와의 협업을 위해 접촉한 인물이 맥그리거였음은, 이 분야 내 맥그리거의 역할을 잘 설명해준다.

오는 3월, GS아트센터에서 웨인 맥그리거 무용단이 선보일 작품 ‘딥스타리아’(2024)는 맥그리거의 이러한 혁신성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심해의 해파리 종의 이름을 따온 ‘딥스타리아’는 바다와 우주를 공간으로 펼쳐진다. 심연의 끝없는 암흑은 빛을 99.965% 흡수한다는 ‘밴타블랙(Vantablack Visionⓒ)’기술이 사용되고, 인공지능 오디오 엔진 ‘브론즈 AI’도 적용된다.

로비에 2주간 설치될 체험형 전시 ‘기계와 몸: 무한의 변주’(3.24~4.5)에선 맥그리거가 오랜 협업을 이어온 미디어아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 작곡가 막스 리히터와 함께 만든 ‘미래의 자아’(2012)도 만나볼 수 있다. 관람객의 신체를 인식해, 1만 개의 LED 조명이 패턴으로 구현해내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외에도 ‘구글 아트&컬처 랩’과 협업으로 개발한 AI 안무툴 ‘에이아이소마(AISOMA)’도 경험할 수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 ‘아트 플래닛’을 비롯 무용수들을 위한 포럼과 워크숍도 진행될 예정이다.

21세기 서울의 한복판에서 벌어질 예술과 기술, 몸과 기계의 적극적 조우. 우리가 마주할 혁신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춤비평가 한석진의 글로 살펴보고, 웨인 맥그리거 무용단의 경영 감독 레베카 마셜과의 인터뷰로 이 예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들어보고자 한다.

허서현 기자

 

 

웨인 맥그리거가 탐구하는 것

데이터로서 신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

 

인간 몸을 주된 매체로 하는 예술로서 춤은, 가장 원형적인 예술이자 몸으로만 획득할 수 있는 즉각적인 지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성적 논리, 언어적 사유, 과학적 사실과 대립적인 구도를 형성해왔고, 이에 따라 춤은 자연스럽게 기술과 거리가 먼 그 무엇으로 남았다.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직업이 무용가라는 말도, 이러한 사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춤은 기술적 영향 밖에 위치한 불가침의 영역이라는 믿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춤과 기술의 역사적 조우

로열 발레 ‘인프라’ ©ROH/Bill Cooper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춤은 기술에 가장 열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기술은 몸의 감각을 기준으로 설계되며, 인간의 몸은 가상과 물리적 세계를 넘나들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으로 지각하는 춤’이 ‘몸의 감각을 반영하는 기술적 진화’에 관심 갖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의상·조명·무대 장치의 기술부터 영상기술을 활용하는 댄스필름까지, 춤과 기술의 역사적 조우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밀레니엄 전후로 등장한 ‘디지털 댄스’는 춤의 존재론적 근간을 흔들어놓았다는 점에서 당혹감과 놀라움을 동시에 야기했다. 디지털 댄스는 컴퓨터 연산 과정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춤 공연, 영상물, 인터랙티브 설치 작업 등을 포괄하며, 물리적 인간의 몸 또는 의인화된 몸 이미지를 포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 댄스는 춤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논쟁적 담론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실험했던 무용가들은 몸이 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대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작업에서 디지털 개입의 핵심에는 언제나 몸이 존재하며, 신체성과 물질성이 어떻게 새롭게 경험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디지털 댄스에서 몸은 이진법으로 데이터화되어 물리적 신체에서 벗어난 또 다른 자아와 마주하는 이중적 경험을 제공하거나, 추상적 이미지로부터 운동감각적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비물질적 신체성의 개념을 제기한다. 더불어, 움직임의 디지털화는 시각적 형태 이면에 숨겨진 안무적 지식을 가시화하고 타 분야로의 공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춤은 가시적 움직임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물질과 비물질, 인간과 기계가 얽혀 생성되는 감각적 경험이 된다.

 

안무가의 기술 활용 역사

기술을 매개로 한 몸, 춤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추동한 주요 안무가 중 한 명은 의심의 여지없이 웨인 맥그리거다. 최근 그의 30년간 작업을 총망라한 전시 ‘웨인 맥그리거: 무한한 신체들’(25.10.30~26.2.22)이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서 약 4개월 간 열리기도 했다. 한 안무가가 기술과의 융합을 주제로 이 정도의 대규모 전시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춤과 기술 분야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맥그리거는 1990년대부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설퍼(Sulphur) 16’(1998)에서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 포저를 활용하여 동작을 역재생하고 구조를 분석하였으며,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무용수의 운동학적 정보를 얻는 등 안무를 위한 보조 도구로서 기술을 사용했다. 외에도 신경과학·심리학·건축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다학제적 연구를 통해 지각과 인지 영역에서의 교란이 움직임 통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했고 그 결과물이 ‘운동장애(AtaXia)’(2004)였다. 맥그리거에게 타 학문과의 협업은 움직임에 대한 분석적 관점을 도출하고 새로운 움직임 구성을 생성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몸 이후의 춤을 상상하다

웨인 맥그리거 무용단 ‘딥스타리아’ ©Ravi Deepres

기술은 맥그리거의 안무적 도구일 뿐만 아니라 공연에서 무용수 신체의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네메시스’(2002)에서는 무용수의 복제된 이미지 재현, 보철물과 결합하여 변형된 신체 등 기계가 개입한 몸의 여러 형태를 보여주었다. 2010년 이후 맥그리거는 미디어아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과 협업을 통해 움직이는 신체와 상호작용하는 설치 작품 ‘레인 룸’ ‘미래의 자아’ ‘자아와 타자’(2012)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관객의 움직임 형태와 궤적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폭포와 빛 등은 3차원의 움직이는 조각이 되어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함께 초현실적 세계를 만들어냈다.

맥그리거 작품에서 컴퓨터는 입력된 신체의 정보를 인식하고 데이터로 전환하여 반응하는 것을 넘어, 움직임을 생성하는 주체로서 등장한다. 디지털 설치 작업 ‘비커밍’(2013)은 무용수 신체로부터 나온 데이터가 아니고 인간의 형태를 가지지 않은 추상적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운동감각적 반응을 도출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에이아이소마(AISOMA)’(2019)는 맥그리거의 25년 동안의 안무 작품과 무용 단원 10명의 개별 움직임 스타일을 학습한 생성형 인공지능 에이전트이다.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포즈 다음의 움직임 시퀀스를 제안하는 에이아이소마는 맥그리거 스타일의 안무를 창작하는 열한 번째 무용수가 된다. 이와 같은 맥그리거의 작업은 비인간 안무가 및 비인간 춤 주체의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댄스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맥그리거는 다학제적 연구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춤추는 몸에 대한 사유를 확장해 온 안무가이다. 동시에 그는 발레 기법과 유사한, 고도의 신체적 능력과 기교를 요구하며 길고 매끄러운 움직임을 강조하는 고유의 움직임 스타일을 구축한 안무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움직임 스타일은 로열 발레·영국 내셔널 발레·파리 오페라 발레·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몸과 움직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품에서도 여전히 고도로 훈련된 신체가 중심을 차지한다는 점은 다소 모순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의 확장된 신체 담론이 개념적 차원에 머무른 채 실제 공연에서는 기술이 화려한 움직임을 강화하는 장치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물리적 신체성, 안무적 사고, 비인간 춤의 주체성과 같이 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몸을 재사유하는 실천을 축적해 왔다. 나아가 이러한 사유가 무용을 넘어 포스트휴먼의 삶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담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맥그리거의 작업은 체화된 실천을 기반으로 한 독보적이고 선구적인 연구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한석진(춤비평가) 사진 웨인 맥그리거 무용단

 

웨인 맥그리거(1970~) 영국 출생의 안무가. 로열 발레 상주 안무가(2006~)이며 2021년부터 베니스비엔날레 무용 부문 감독을 맡았고, 2024년에 2026년까지로 임기가 연장됐다. 웨인 맥그리거 스튜디오의 예술감독이며, 새들러스 웰스 극장의 상주단체인 웨인 맥그리거 무용단을 이끌고 있다. 2011년 무용계 공로로 대영제국훈장(CBE)을 받았고, 2024년 찰스 3세 국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훈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웨인 맥그리거 ‘딥스타리아’ 3월 27·28일 GS아트센터

전시 ‘기계와 몸: 무한의 변주’ 3월 24일~4월 5일 GS아트센터 로비

국립발레단 ‘더블빌-맥그리거&테틀리’ 5월 8~10일 GS아트센터

 


 

INTERVIEW

 

웨인 맥그리거 무용단 경영감독 레베카 마셜

안무가의 상상을 현실로!

 

웨인 맥그리거와 27년간 함께 했다.

1999년부터 함께하고 있다. 2000년 4월, 맥그리거가 영국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소규모 프로젝트 단위에서 벗어나 안정적 재원을 기반으로 조직 구조를 본격적으로 갖추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예술위원회 사업 중 하나로, 일정 수준에 도달한 예술가를 대상으로 3~4년간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고정 기간 지원’을 받았다.

단원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작품에 따라 계약한다. 현재 9명의 무용수가 활동 중이며, 계약 기간에 스튜디오에서 리허설을 한다. 부감독이 단원 관리 전반을 총괄한다.

안무 창작 과정에서 단원들은 얼마나 참여하는가?

맥그리거의 안무 방식은 크게 두 단계다. 첫 번째는 고유한 ‘움직임 언어’를 구축하는 것. 무용수에게 다양한 ‘과제’를 제시하며 움직임을 함께 만들며 이때 수 시간에 달하는 방대한 안무 재료가 축적된다. 두 번째는 구조화 과정이다. 축적된 재료를 바탕으로 맥그리거는 공간과 흐름, 관계를 조율해 작품 전체를 엮는다.

연간 예산은 어느 정도며, 재원은 어떻게 확보되나?

연간 매출은 약 300만 파운드(약 59억 원) 수준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일부는 파트너 기관의 예산이 별도로 책정되는 경우가 있으며, 파트너십은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 조건이다. 재정은 매년 영국예술위원회 전체 재원의 20% 수준을 받으며, 나머지는 주로 자체 수익으로 채우며 일부 추가 모금을 한다.

젊은 무용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웨인 맥그리거의 개인적 경험과도 연결되어 있다.

맥그리거는 ‘워킹 클래스’ 출신으로 정규 발레 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그가 오늘날의 예술가로 성장하는 데에 공공 예술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맥그리거는 젊은 예술가에게 두 가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예술위원회와 같은 기관이 제공하는 초기 지원으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기회다. 다른 하나는 젊은 무용수에게 ‘문을 열어주는 사람’으로 그들을 믿어주는 존재다. 이 철학은 무용단의 예술가 개발 프로그램에도 반영되어 있다. 하나는 ‘무료 공간’으로 스튜디오가 사용되지 않는 시간을 무료로 개방해 누구나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약 600명의 런던 예술가가 등록돼 있다. 또 하나는 팬데믹 이후 시작된 ‘레지던트 6’이라는 청년 안무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팬데믹으로 많은 프리랜서 예술가가 일과 공동체를 동시에 잃은 현실에 주목했고, 여섯 명의 안무가를 선정해 멘토링을 제공하며 예술 공동체를 형성한다.

구글과 함께 발명한 에이아이소마(AISOMA)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예술가와 기술자를 연결하는 ‘구글 아트&컬처 랩’을 통해 만들어졌고, 맥그리거는 ‘11번째 무용수’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에이아이소마는 창작의 초기 단계에 역할을 한다. 무용수는 고유의 신체 습관으로 패턴을 지니는데, 이는 일종의 한계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과 연구해 익숙한 뇌의 경로를 의도적으로 교란하는 데에 주목했다. 안무가를 대체하기 위한 시스템이 아닌, 사고와 창작의 경계를 확장하는 협업자다. 에이아이소마는 맥그리거가 30년에 걸쳐 축적해 온 안무 아카이브를 데이터베이스로 한다. 스튜디오 내부에서 사용하는 버전은 카메라가 연결된 컴퓨터 앞에서 무용수가 짧은 즉흥 움직임을 수행하면, 에이아이소마가 몇 순간의 동작을 생성해 덧붙인다. 대중 공개용 에이아이소마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화했다. 서울에서 선보일 에이아이소마도 관람자가 카메라 앞에서 움직이면, 구글 툴이 다음 움직임을 생성해 화면에 보여줄 것이다. 관람자는 ‘더 빠르게’ ‘더 창의적으로’와 같은 조정을 할 수 있고, 결과를 휴대폰에 저장해 가져갈 수도 있다.

기술을 많이 활용하는 단체인데, 별도의 부서가 있나?

그렇지 않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파트너를 맺어 일한다. 기술 파트너가 전문성을 제공하고, 우리는 몸과 창작에 대한 전문성을 제공하는 식이다. 기술은 계속 변화하고 우리는 매번 다른 파트너들과 작업한다.

특수 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작품의 투어는 제약이 있을 듯한데.

기술의 상당 부분은 창작 과정에서 활용되기에 투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 큰 변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무대와 조명 등의 물리적 극장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공유하는 감성은 대체될 수 없기에 투어를 자주 나서는 편이다.

맥그리거의 작품은 종종 ‘총체 예술’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는 무용·음악·조명·영상·기술을 개별 요소로 다루기보다, 이를 결합한 하나의 ‘환경’으로 작품을 구상한다. 안무가이자 연출자이며, 협업하는 예술가들은 공동의 창작자이다. 맥그리거는 “내 아이디어지만, 함께 만들어가자”는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는 편이다. 이는 장기적 협업 관계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약 30년 가까이 함께 해온 비디오 아티스트들이 있기도 하고, 최근 합류한 다양한 분야 협업자들도 있다. 맥그리거의 작품은 이로 인해 깊은 밀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진화한다.

오는 3월, 한국에서 선보일 ‘딥스타리아’에 대해 언급한다면?

맥그리거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비서사적 구조다.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감각을 확장하는 식이다. ‘딥스타리아’의 주요 아이디어는 깊은 우주, 심해와 관련되어 있다. 충분히 탐사되지 않은 두 장소의 ‘빈 공간’을 겹쳐보며, 몸이 이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묻는다. 맥그리거의 작업은 현대미술과 닮았다.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먼저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용은 관객이 축적해 온 감각에 따라 다르게 감상 된다. 서울에서의 삶이 만들어낸 기억은 런던의 관객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딥스타리아’를 경험하게 할 것이다.

5월에는 국립발레단과 함께 공연 ‘인프라’도 선보인다. 한국의 무용 단체와 공동 제작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는가?

맥그리거는 발레단과 신작을 제작하기에 앞서, 발레단이 기존 작품을 최소 한두 차례 공연해 보기를 권유한다. 맥그리거의 작품에선 움직임에 대해 사고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의 안무를 몸으로 학습하는 것이 협업의 첫 단계다. 맥그리거가 발레단 내에 자신의 작업 방식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창의적인 무용수들을 발견할 때, 실제 공동 제작이 시작될 수 있다. 그는 작품마다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한국 단체와 작품을 만든다면 아마 그곳에서 흥미로운 작업을 하는 기술자나 창작자가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다. 다만 선택은 매우 신중히 하며, 기술이 목적이 되지 않도록 한다. 공동 제작은 2028년 초연할 작품에 대해 이미 논의를 시작했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기를 바라나?

현대무용에 대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있는 그대로 공연을 경험하길 바란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건, 관객이 극장을 나서며 “와, 이런 건 처음 봤다”는 흥분감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표현의 방식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박선민(음악 칼럼니스트·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객원교수) 사진 웨인 맥그리거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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