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3
피아니스트 마사야 카메이
피아니스트우시다 토모하루
일본 피아니즘의 색다른 두 얼굴
4월, 한국을 찾는 두 음악가가 각기 다른 궤적과 인상으로 일본 음악계의 젊은 표정을 보여준다
마사야 카메이
작곡과 연주 병행, 창의적으로 진화하는 기대주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생 피아니스트로 이혁·임윤찬·김세현이 떠오르듯, 일본 피아노계의 라이징 스타는 마사야 카메이다. 2022년 롱티보 콩쿠르 공동우승(이혁), 산토리홀 데뷔 독주회 전석 매진 등 다부진 눈매의 마사야는 여전히 커리어의 확장 가능성을 품고 있다. 첫 내한 당시 “경험이 쌓이면 독창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작곡을 계속하고 있다”며 “언젠가 가치 있는 것을 창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그는, 이번 내한 독주회에 자신이 작곡한 연습곡(에튀드) 세 곡과 라흐마니노프의 연습곡을 나란히 올려놓았다.
음악사를 살펴보면 피아노를 잘 다루는 작곡가에게 ‘연습곡(Etude)’은 매우 상징적인 장르였다. 24곡의 연주회용 연습곡은 쇼팽이 시작했고, 이후 라흐마니노프·스크랴빈·리게티·카푸스틴까지도 이어졌다. 이 계보 속에서 본인의 연습곡은 어떻게 이해되나?
많은 작곡가에게 연습곡은 자기 음악 언어를 확립하는 수단이었다. 피아노 테크닉을 확장하는 동시에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가 지닌 잠재력을 탐구하는 장르이며, 이 과정이 곧 작곡가의 정체성을 형성해 준다. 나 또한 연습곡이라는 장르를 통해 고전적 어법부터 프랑스나 러시아 화성의 색채, 더 나아가 현대적인 도전적인 스타일까지 실험해보고 싶다. 이를 통해 나만의 음악 언어를 분명히 찾고, 궁극적으로는 작곡가로서의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이번 독주회에서 연주할 세 개의 연습곡은 프로그램 전체, 특별히 라흐마니노프의 연습곡과 어떻게 대비 혹은 공명할지를 고민하며 마지막까지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2023년(서울·통영), 2024년(서울·인천)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내한 독주회다. 서울의 여러 공연장은 물론, 통영에서도 연주 경험이 있는데, 그간 한국에 대해 어떤 것들을 경험했나?
한국 관객은 무척 열정적이었다. 처음 보는 연주자임에도 따뜻하게 환영해 줄뿐더러, 음악에 정확하게 집중하고 반응해 주니 연주가 진심으로 즐거웠다. 통영국제음악당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장소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과 음향만으로 영감받을 정도였다. 한국 음식도 정말 좋았다. 한국에 머무는 5일 내내 매일 한국식 바비큐를 먹었던 것 같다.
인상 깊은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면?
한국에 왔을 때 임윤찬과 정명훈의 공연을 관람한 것 또한 매우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임윤찬이 보여준 분명한 음악적 의도와 안정된 테크닉, 그리고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에서 만들어가는 설득력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음악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일본 클래식 음악계는 튼튼한 내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자국에서만 10회 이상의 독주회 투어가 가능한 연주 환경은 연주자의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듯하다.
같은 프로그램을 다양한 공간에서 연주해 볼 수 있기에 의미가 크다. 작품에 대한 해석의 기틀이 단단해짐과 동시에, 공연마다 연주의 목표를 다르게 설정해 볼 수 있게 된다. 어떤 공연에선 음악의 전체 구조에, 어떤 공연에서는 음색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보는 식이다. 청중의 반응으로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한다. 일본 전역에 수준 높은 공연장들이 있고, 지역에서도 회당 약 2천 명 규모의 관객이 모인다는 것은 연주자로서 감사한 부분이다.
2023년부터 카를스루에 국립음대에 재학 중이다. 이번 내한 독주회 전반부에서 다룰 슈만은 독일 문학 감수성이 강한 작곡가인데, 독일에 거주하며 새롭게 얻은 아이디어가 있나?
학교에서 슈베르트·슈만의 작품을 포함해 독일 예술가곡에 대해 꽤 많이 다뤘다. 독일어가 노래에서는 어떤 리듬과 강세로 사용되는지를 배웠고, 특히 음악과 언어 사이의 깊은 연관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선율을 만들 때도 독일어 특유의 발음 이나 말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적용하고 있다.
카를스루에에서는 고다마 모모코를 사사하고 있다.
현역 연주자로서 무대에 꾸준히 서는 음악가만이 가질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시각을 배우고 있다. 악보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그 해석이 현대적인 콘서트홀에서 모던 피아노로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균형 감각을 가진 분이다. 그간 직관에 의존해서 연주하는 편이었다면, 최근에는 몸의 사용 방식이나 소리를 만드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명확한 의도로 음악을 구축하고, 청중에게 이를 전달하기 위한 기술적 도구를 배우고 있다고도 느낀다.
마사야 카메이(2001~) 2022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청중상·평론가 상을 받았고,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5위를 수상했다. 산토리홀 데뷔 리사이틀 전석 매진, NHK교향악단·도쿄필하모닉 등과의 협연 외에도 라 로크 당테롱 피아노 페스티벌 등에도 초청받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마사야 카메이 피아노 독주회
4월 3일 오후 7시 30분 달서아트센터 청룡홀
4월 4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슈만-리스트 ‘헌정’ S.566, 슈만 ‘카니발’ Op.9, 카메이 세 개의 연습곡,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Op.39 중 발췌
우시다 토모하루
국제 레이블 데뷔 10여 년, 한 영재의 성장과 완성

20대의 젊은 피아니스트지만, 우시다 토모하루는 국제 음반 데뷔 10년을 훌쩍 넘긴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사라 장·장한나처럼 매스컴을 통해 일찍이 영재로 주목받았고, 성장하는 10대 시절을 전 국민이 ‘랜선 이모·삼촌’처럼 지켜본 상황. 부드러운 입매에 다정한 낭만 음악의 기운을 풍기며, 첫 내한을 앞둔 토모하루와 대화를 나눴다.
세 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아버지 직장을 따라 가족이 중국에서 산 영향이 크다. 당시 중국은 ‘피아노 붐’으로, 랑랑 같은 국제적 스타들이 주요 상업 광고에 등장할 정도였다. 게다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은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아 클래식 음악이란 중요한 놀거리 중 하나였고, 어린 시절 연주회를 보며 피아노에 대한 동경을 키우게 됐다. 그때 중국은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콘서트홀 맨 앞줄에 앉아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일찍 재능을 발견해서 피아니스트로 데뷔했다. 어떤 계기와 지원이 있었나?
부모님은 오히려 피아니스트가 되길 바라신 적이 없다. 다만 열린 태도로 나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해주신 분들이다. 데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분은 고 나카무라 히로코 선생님이다. 열한 살 때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아카데미에서 선생님을 만났고, 본인이 소속된 기획사(재팬 아츠)에 나를 소개하셨다.
아사히TV의 장수 음악 프로그램인 ‘다이메이노 나이 옹가쿠카이(題名のない音樂會, 제목 없는 음악회)’에 출연해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 것도, 유니버설 뮤직에서 일본 피아니스트로서 최연소로 음반을 발매한 것도 이때다. 10대 초반에 데뷔한 음악가의 삶은 어땠나?
어릴 때부터 음악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난 건 큰 행운이었지만, 그 과정은 꽤 혹독했다. 연주마다 나의 미숙함과 한계를 마주해야 했으니까. 그러나 돌아보면 오히려 애정을 받은 시간이었다. 리허설 후 방으로 불러 레슨해주던 지휘자들, 조언을 아끼지 않은 오케스트라 단원들, 선배 피아니스트들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배웠다. 이 과정이 지금의 나를 음악가로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Evoto
2021년과 2025년에 쇼팽 콩쿠르에 연이어 도전했고, 최근까지 폴란드 쇼팽 음악대학에서 피오트르 팔레츠니(1946~)를 사사하기도 했다. 이번 내한에서도 지난해 쇼팽 콩쿠르 현장에서 호평받은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쇼팽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각별한 애정을 밝힌다면?
폴란드에 온 목적은 팔레츠니를 사사하기 위함이었다. 올해부터는 파리 에꼴 노르말에서 레나 셰레솁스카야(1954~)와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다. 쇼팽의 작품은 언제나 내 레퍼토리의 중심에 있는 작품이다. 화성이나 프레이징의 원리, 운지법 등 쇼팽의 음악에서 배운 것을 다른 작품에도 적용할 만큼, 그의 음악은 보편적 원리를 담고 있다. 동시에 쇼팽은 매우 까다로운 작곡가이기도 하다. 농담 섞어 말하자면, 쇼팽 음악 연주하기란 스스로를 훈련장에 몰아넣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독주회 전반부에선 브람스의 작품을 연주한다. 이전 세대 연주자들에게서 받은 영감이 있나?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은 많지만 오히려 ‘완벽한 연주’가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지면, 그 작품을 연주하지 않게 된다. 예술적 개성은 과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있어야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브람스 후기 작품들에선 악보가 요구하는 것을 완벽히 담아냈다고 느껴지는 연주가 많지 않다. 굳이 한 사람을 꼽자면 아르투르 슈나벨의 몇몇 해석을 높게 평가한다. 평소엔 그리고리 소콜로프의 연주를 좋아하는 편이며, 최근엔 임윤찬의 추천으로 듣게 된 유리 에고로프의 음원도 흥미로웠다.
브람스의 후기 작품(Op.116·117·119)들은 작곡가 말년 특정 시기에 작곡됐다.
흔히 브람스 후기 작품이 인생 말미의 이미지와 함께 지나치게 ‘체념’ 같은 단어로 치부되는데, Op.116~119는 오히려 매우 열정적인 작품들이다. 개인적으론 하이네의 초기 시집 ‘서정적 간주곡’과의 연결성을 강하게 느낀다. 이 시집은 슈만이 연가곡 ‘시인의 사랑’에 활용했는데, 슈만은 가곡을 작곡하는 일이 “시어의 강인함 뒤에 숨겨진 인간의 고통을 해방하는 행위”라고 믿었다. 그는 ‘음악신보’에서 “시는 역사 속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아이러니라는 가면을 써왔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 천재의 따뜻한 손에 의해 해방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가설이지만, 브람스의 Op.116~119 역시 슈만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정적 간주곡’에 담긴 고통과 비극을 해방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인천·대구·서울로 이어질 첫 내한을 앞둔 소회는?
사실 한국은 내게 매우 특별한 곳이다. 데뷔 직후,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에게 배우기 위해 한국을 정기적으로 찾았었다. 여러 사정으로 공부 기간이 길지는 못했지만, 그 가르침이 지금도 생생하다. 처음으로 나 자신을 엄중히 직면하게 해준 스승이었고, 무엇보다 제자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1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무척 설렌다. 쉬는 날이 생긴다면, 서울의 낙산공원을 오랜만에 걷고 칼국수도 꼭 먹을 계획이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목프로덕션
우시다 토모하루(1999~) 열두 살에 일본 피아니스트 최초로 유니버설에서 음반을 발매해 현재까지 다수의 음반을 발매했다.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2위와 바르샤바 시장상·청중상을 받았으며,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프라하 심포니 등과 협연했다. 2022년 데뷔 10주년 기념 독주회를 가진 바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우시다 토모하루 피아노 독주회
4월 4일 오후 5시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4월 7일 오후 7시 30분 달서아트센터 청룡홀
4월 8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브람스 환상곡 Op.116, 간주곡 Op.117, 피아노 소품 Op.119,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