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
‘객석’이 기록해온 세계 공연예술계 29년
낯섦, 경외, 동경, 동화를 거쳐 이제 우리의 삶이 된 ‘세계’
미래로 다가가는 과거로의 여행
1984년은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 공연을 다녀갔던 해다. 이듬해는 바흐 탄생 300주년을 맞아 전 세계가 기념행사로 떠들썩했다. ‘객석’ 창간호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었다. 현지 취재에 관련 기사로 꾸민 대형 특집이었다. 1982년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 음악제에서 윤이상의 현대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지 2년 만이니 매우 시의 적절한 기획이었다. 국내 무대에서 윤이상 연주는 물론 학술 연구에 자극제 역할을 했다.
창간 직후 특집으로 마련한 기획 시리즈는 해외 유명 공연장과 예술학교, 음악제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음악학교는 커티스 음대·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인디애나 음대·피바디 음악원·쾰른 음대·영국 길드홀 스쿨·맨해튼 음대·뮌헨 국립음대·이스트먼 음대·오지모 아카데미·뉴욕 매네스 음대·모나코 왕립 발레학교·빈 국립음대·브뤼셀 왕립음악원·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 등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든버러 페스티벌·바이로이트 페스티벌·베로나 페스티벌·할리우드 볼 등 유명 음악제는 물론 바이로이트 페스티벌·라이프치히 바흐 페스티벌·베를린 현대 음악제·린츠 브루크터 페스티벌·빈 오페레타 페스티벌·본 베토벤 페스티벌·리옹 베를리오즈 페스티벌·베르사유 음악제 등 다소 전문적인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았다. 파리의 지하철에서 열린 ‘페스티벌 도베르’ 기사도 눈길을 끈다.
특히 음악학교에 관한 기사는 당시 국내 음악도들의 해외 유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여서 더없이 소중한 정보였다. 국제 콩쿠르에 대한 정보도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 국내 유명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해외 콩쿠르에 대한 심사기를 싣거나 입상 비결을 소개한다든지 해서 국내 음악도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크로스오버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라 보엠’에 출연한 가수 린다 론스태드의 기사라든지 클라우디오 아라우·안네 조피 무터·이츠하크 펄먼·주빈 메타·파바로티·요요 마·모리스 장드롱·앙드레 나바라·아마데우스 4중주단·마우리치오 폴리니·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아이작 스턴·헤르만 프라이·알프레트 브렌델·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앙드레 프레빈·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오자와 세이지·레너드 번스타인·클라우디오 아바도·쿠르트 마주어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중견 또는 신예 아티스트에 대한 신속한 소개도 눈길을 끈다.
개성 넘치는 연주자의 음악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승과 제자의 인연으로 맺어진 계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객석’에서 마련한 바이올리니스트·첼리스트·피아니스트의 계보 특집은 다양한 해석과 연주를 접하는 독자들의 안목을 넓혀주기에 충분했다.
1985년부터는 ‘이 달의 음악가’ 시리즈를 마련해 포레·말러·글라주노프·하차투리안·쇼스타코비치·본 윌리엄스·브리튼·메시앙·무소륵스키·이베르·비제·스크랴빈 등 유명 작곡가의 그늘에 가려졌던 작곡가들을 집중 소개함으로써 국내 음악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지평을 열어주었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아티스트에 대한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파리에서 활동하던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1987년 프랑스 국립오페라와 베를린 필에서 데뷔한 뒤 바스티유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에 취임한 지휘자 정명훈·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강수진·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오른 소프라노 조수미·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주역 가수로 활약했던 베이스 필립 강(강병운)에 대한 소개를 통해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음악의 위상을 국내에 알렸다. 월북 무용가 최승희에 대한 재조명도 ‘객석’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소련과 동구권과 러시아와 수교를 맺지 않았던 시절 파리나 도쿄 현지 취재를 통해 동독과 소련의 오케스트라나 볼쇼이 발레단의 활약상을 알리거나 동구권 음악과 음반을 집중 소개한 기사는 본격적인 동구권과의 문화교류를 앞둔 국내 공연계에 더없이 소중한 정보였다. 빈 국립 오페라·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도 도쿄 공연 취재를 통해 발 빠르게 국내에 소개했다.
1989년 현지 취재로 소개한 베를린 그립스 테아터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국내 번안되어 롱 런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집트 나일 강 야외무대에서 공연된 ‘아이다’에 대한 소개는 당시로는 매우 낯설던 극중 실제 배경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OOS: Opera in Original Site)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OOS는 나중에 베이징 자금성에서 열린 ‘투란도트’ 공연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