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브 레온하르트 1월 16일 타계 고음악의 상징이었던 레온하르트가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으나, 상대방이 친근하게 다가와 주면 무척 반겼고, 친한 사람들에게는 풍부한 유머감각으로 농담하길 즐겼다고 한다. 그는 철저하게 바로크 시대를 살았으므로, 현대의 기계문명을 거부한 채 CD플레이어와 외부와의 소통 수단인 팩스만을 집안에 들였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알파 로메오 자동차로 독일의 아우토반에서 스피드를 즐기곤 했다니, 그의 내부에 자리했던 격정과 열정은 충분히 증명된 셈이다. 직접 손으로 베낀 낡은 악보를 앞에 두고 손가락 없는 장갑을 낀 채 연주에 몰입하던 모습, 잊힌 과거의 음악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으며 현대인들의 메마른 정서를 어루만져주던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은하수 관현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필의 합동 공연 지난 2월 정명훈의 방북 이후, 은하수 관현악단과의 합동 공연은 계속 논의되어왔다. 그러나 남북 간의 정치적 긴장 상황으로 애초에 거론됐던 서울에서의 공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공연 자체가 무산되려던 찰나,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장관의 노력으로 역사적인 합동 공연이 3월 14일 파리 살 플레옐에서 이뤄졌다. “제 어머니 역시 분단 이전 북한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저는 분단 이후에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지금까지 제가 해온 어떤 연주보다도 오늘의 연주를 기쁘게 지켜보셨을 겁니다. 국경을 넘는 음악의 힘 덕분에 오늘 이 연주가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머니 덕분에 지휘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연주를 바칩니다.” 본 공연 후 무대에 선 정명훈은 프랑스어로 소감을 말한 뒤 140여 명의 단원들과 ‘아리랑’을 연주했다.??
웨스트엔드의 뜨거운 흥행작 ‘톱 햇’ 1935년 제작된 영화 ‘톱 햇’이 77년 만에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1930년대 미국 뮤지컬의 아이콘 프레드 애스테어ㆍ진저 로저스의 탭댄스가 압권인 영화의 감동이 웨스트엔드 올드위치 극장에서 되살아난 것. 제리 역을 맡은 톰 체임버스는 자신의 우상인 애스테어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됐다.
헤르헤임이 떠오른다 60주년을 맞은 베르겐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은 노르웨이가 낳은 자랑스런 연출가 스테판 헤르헤임에게 맡겨졌다. 그가 연출한 헨델 ‘세르세’의 새 프로덕션은 베르겐 개막에 앞서 1주 전 베를린 코미셰 오퍼에서도 선보였다. 많은 논란을 남긴 코피셰 오퍼의 ‘안드레아스 호모키 시대’를 마감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번 무대는 엄청난 스케일의 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북유럽 DNA’라 할 헤르헤임의 소탈한 비전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앞으로 더 나은 캐스팅 및 스태프와 함께 그 비전을 완성할 기회가 있으리라 믿는다.
바이로이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으로 선 사무엘 윤 디지털 시대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얀 필리프 글로거의 설교는 드라마를 차갑게 얼려버렸지만, 다행히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음악은 빙산도 수정으로 만들어냈다. 네덜란드인으로 예정됐던 예브게니 니키틴은 나치 문양 문신이 문제가 되어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급작스러운 배역 교체로 행운을 얻은 사무엘 윤은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급작스럽기는 했지만, 사무엘 윤이 단 며칠 만에 ‘무에서 유가 된’ 백지 상태의 가수라고 할 수 없다.
탄생 100주년을 눈앞에 둔 벤저민 브리튼 우리는 지금 논란의 바다로 향하고 있다. 오늘날 대중이 브리튼에 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편집증에 가까운 성적 취향으로 격리된, 어촌 마을의 심술궂은 고립된 자이다. 올드버러의 충신인 브리튼 전문가 폴 킬디가 쓴 펭귄 사의 수정주의적 브리튼 전기가 내년에 출판을 앞두고 있는데, 전기작가 험프리 카펜터가 그려낸 ‘소년에서부터 그 밖의 모든 충격’에 관한 내용이 깨끗이 교정될 예정이다.
성시연 파리 데뷔 지난 11월 30일, 지휘자 성시연이 파리 살 플레옐에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장시엔의 갑작스런 연주 취소로 대타로 나선 무대였다. 필자 옆자리에 앉은 CSA(국가방송위원회) 미디어 담당자에게 공연을 본 소감을 물었다. “라디오 프랑스 필은 현재 명실상부 프랑스 최고의 오케스트라입니다. 그 포디움에 등장한 여성 지휘자라니 놀라울 뿐이에요. 우리 세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다니요. 한국에는 ‘정’에 이은 ‘성’이라는 놀라운 지휘자가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