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몸의 시나위 되기 실험
시나위는 여러 형태와 쓰임새가 있지만, 주로 굿에서 무당이 춤을 추면 피리·해금·가야금·단소 등의 악기가 춤에 맞추어 시나위를 연주하여 ‘춤바라지’를 한다. 익히 알다시피 시나위는 큰 흐름에서의 약속만 있을 뿐 선율 진행에서는 연주자의 감흥에 의해 즉흥 연주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춤과 어우러졌을 때 춤의 정서를 풍성하게 받쳐주고, 춤과 음악의 즉흥적 주고받음으로 살아 있는 흐름을 만들어 내는 전통적 공연 형식이다. 한국적 소재를 젊은 감각으로 현대화하여 주목받는 현대무용가 김재덕이 2년 전 작품을 30분 분량으로 늘려 새롭게 선보였다.
후반에 남성 무용수가 한명 출연하지만 솔로에 가까운 이 작품은 베이스·기타·바이올린·더블베이스·퍼커션의 라이브 연주와 서양 악기의 재즈식 구성을 통해 시나위 음악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을 읽을 수 있다. 무대 뒤쪽에는 악사들이 포진해 있고, 어두운 무대 꼭짓점에서 마이크를 통해 김재덕의 지버리시(불가해한 지껄임)가 들린다. 노래하면서 춤을 출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용수인 김재덕은 온갖 세상의 언어를 섞어놓은 듯한 지껄임을 무대로 끌고 들어오듯, 뒷모습으로 천천히 등장한다. 이해 불가한 이 소리는 굿으로 말하면 무당의 사설처럼 구구절절 끝없이 이어진다. 의미를 추구하는 인내심이 다할 무렵,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이나 ‘와퍼 주니어’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잡히면서 그것이 의미를 담은 언어가 아니었음을 알게 하고 허탈한 웃음을 자아낸다.
지껄임은 선율로 이어지고, 춤과 병행되면서 호흡의 숨결까지 마이크를 통해 느껴질 즈음 각각의 악기들도 춤바라지에 나선다. 김재덕의 한국춤사위가 변주된 굴신을 많이 사용한 춤은 응축을 거듭해가면서 ‘시나위 되어간다(Becoming Sinawi)’.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는 것으로 아시아 무대에서 주목받는 김재덕은 본인의 음악적 기량과 재능을 활용하여 ‘악가무’ 일체의 무대 공간을 현대적으로 만들어왔는데, 악가무 중 가무를 혼자서 해낼 수 있다는 강점이 그의 한국적 정체성 획득에 많은 장점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이번 ‘시나위산조’에서는 그가 무대에 올려놓은 요소-연주·지껄임·노래와 그 정점에 있는 춤-을 시나위산조의 형식으로 과감하게 에워싸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노련한 무당과 연주자만이 무대에서 맛깔나게 보여줄 수 있는 시나위를 어린 안무가답지 않게 시나위 틀 속에서 어느 정도 잘 빚어지도록 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한 존재가 무엇이 된다는 것은 생명에 담긴 욕망이 상황이나 사건 속에서 자신을 열고, 자신이 아닌 것으로 변용, 확장되는 과정이다. 무대에서 몸이 음악이 되기 위해서는 음악을 만나야 한다는 전제도 중요하지만, 몸의 의도와 욕망이 무엇인가 ‘되기’ 위한 톤과 질감을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나위산조’에서의 한 가지 아쉬움은 몸과 음악, 소리와 춤이 각각 무엇을 위해 서로 만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작품 안에서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형식적 실험 속에 그것을 받쳐주는 ‘되기’의 이유와 욕구가 읽혀야 할 것이다. 우리의 굿이 해원상생이라는 목적이 분명하듯이, 왜 악기와 몸이 서로 뒤섞이면서 다른 차원의 것으로 되어 가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는 관객까지 ‘시나위 되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사진 이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