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벨의 브루흐 ‘스코틀랜드 환상곡’ &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지난 5월 예술의전당을 찾아 인상적인 연주를 선보였던 조슈아 벨과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 막스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담긴 이번 음반에서는 내한 공연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섬세한 아름다움으로 사랑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2011년부터는 ASMF의 음악감독직을 맡고 있는 조슈아 벨은 낭만주의 끝자락에 탄생한 이 두 작품을 자유롭게 풀어헤친다. 스코틀랜드의 풍경을 눈앞에 그리는 듯한 음악과 엄격한 고전주의 안에서 흐르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다니엘 호프의 ‘모차르트로의 여정’
다양한 음반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 온 다니엘 호프의 새 앨범. ‘모차르트로의 여정’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앨범의 중심은 모차르트다. 바이올린 협주곡 K216과 아다지오 E장조 K261 등 모차르트의 작품을 수록했을 뿐 아니라, 글루크와 하이든 등 모차르트에게 영향을 준 작곡가들의 음악을 함께 담아 모차르트를 둘러싼 맥락을 이해한다. 피아노 소나타 K331 3악장 ‘터키 행진곡’은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해 녹음했다. 호프가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레일라 조세포비치의 존 애덤스 바이올린 협주곡 외
젊은 비르투오소에서 어느덧 40대 중견연주자로 들어선 바이올리니스트 레일라 조세포비치가 미국의 현대음악을 조명하며 발매한 음반이다. 이번 신보에는 2016/17 베를린 필의 상주 작곡가로 활동했고,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인 스티브 라이히·필립 글래스와 함께 20세기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자리잡은 현대 작곡가 존 애덤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샤콘 ‘꿈이 흐르는 몸’, ‘토카레’가 수록됐다. 이미 한 차례 존 애덤스의 ‘셰에라자드’ 음반을 녹음하며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데이비드 로버트슨/세인트루이스 심포니가 이번 작업에도 함께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빈 필하모닉의 ‘여름밤 음악회’
매년 5월 여름의 시작을 알리며 펼쳐지는 빈 필하모닉 여름밤 음악회의 올해 실황 음반. 오스트리아 빈 쉔부른 궁전에서 열리는 이 음악회는 약 10만 명의 관객이 함께 즐기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다. 올해 빈 필 여름 음악회는 이탈리아를 테마로 했는데, 베르디 ‘아이다’ 등 이탈리아 작곡가의 작품들과 함께,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중 나폴리 춤곡 등 다른 나라 작곡가가 이탈리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연주됐다.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빈 필 여름음악회 지휘를 올해로 3번째 맡게 됐으며,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이들과 함께했다.
예루살렘 콰르텟의 드뷔시·라벨 현악 4중주
20세기 후반부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예루살렘 콰르텟이 드뷔시 서거 100주년을 기리며 발표한 음반. 1996년에 창단된 예루살렘 콰르텟은 2003년 이후, 하이든·모차르트·슈베르트·쇼스타코비치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매해 쉬지 않고 신보를 발매했다. 이번에는 드뷔시의 하나뿐인 현악 4중주를 담기 위해 역시나 단 하나뿐인 라벨의 현악 4중주를 선곡해 한 음반에 담았다. 힘 있는 보잉과 네 악기의 밸런스가 돋보이는 예루살렘 콰르텟은 아름답게 채색되곤 했던 두 작곡가의 작품을 거친 터치와 심지 곧은 균형감으로 짙게 그려내고 있다.
벨체아 콰르텟 & 표트르 안데르셰프스키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5중주 외
피아니스트 표트르 안데르셰프스키와 벨체아 콰르텟이 만났다. 이들이 함께 연주한 작품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5중주와 현악 4중주 3번으로, 벨체아 콰르텟과 안데르셰프스키 모두 처음으로 들려주는 쇼스타코비치 녹음이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피아노 5중주는 연주자들의 대담한 표현력이 더해져 듣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이 기분 좋은 긴장감은 현악 4중주 3번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벨체아 콰르텟 특유의 날카로움과 정열적인 표현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과 만나 놀라운 시너지를 일으키며 감탄을 자아낸다.
나이젤 케네디의 ‘케네디, 거슈윈을 만나다’
영국 출신 음악가 나이젤 케네디는 60대 초반의 나이에도 가죽점퍼와 군화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클래식 음악계의 이단아’라고 불린다.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구축해가고 있는 그가 조지 거슈윈의 곡을 음반에 담았다.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와 어린 시절부터 교류하며 영향을 받았던 케네디는, 재즈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거슈윈의 곡을 연주하며 그라펠리를 추억한다. ‘서머타임’ ‘랩소디 인 블루’ 등 수록된 10곡을 바이올린뿐 아니라 비올라·피아노·하프시코드 등 다양한 악기로 연주하며 곡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엘나라 이스마일로바의 카라예프 피아노 작품집
카라 카라예프는 쇼스타코비치의 제자로 고국인 아제르바이잔의 민속적 음계를 전통 클래식 음악과 훌륭하게 접목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음반에 담긴 카라예프의 24개의 전주곡은 바흐에서 스크랴빈, 쇼스타코비치로 이어지는 전주곡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그만의 독창적인 조성 배열이 차별성을 느끼게 한다. 특히 2·4번 등의 느린 곡들은 서정적인 악상으로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더한다. 작곡가와 같은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피아니스트 이스마일로바의 돋보이는 해석으로 카라예프의 다양한 피아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