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예술단 합동공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6월 8일 9:00 오전

 

제주도립예술단 합동 공연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앗치’

해마다 제주 바다를 흔드는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오페라 애호가라면 7월의 제주를 주목하길. 5개의 도립예술단이 협업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앗치’가 제주아트센터에 오른다

프리뷰 콘서트

 

제주도립예술단의 첫 합동 공연은 지난해 12월 처음 개최됐다. 1985년 제주시립예술단(교향악단·합창단)을 시작으로 1987년 서귀포시립합창단, 1990년 제주도립무용단, 1998년 서귀포시립관악단이 차례로 창단,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도립예술단으로 통합됐다. 그동안 2~3개 예술단의 합동 공연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도립화 이후 5개 예술단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은 개최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도민에게 다양한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제1회 합동 공연 ‘큰 울림’(2019.12.7/제주아트센터)을 올렸다.

올해는 좀 더 체계적으로 합동 공연을 기획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5월 16일, 제주아트센터에서 7월 10·11일 선보일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앗치’ 관련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현경옥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 이의주 연출가, 정인혁 지휘자, 서선영 소프라노 등이 참석했다. 현경옥 국장은 “제주도립예술단 통합의 전기를 마련하고, 도민에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도록 공연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제주특별자치도립 제주교향악단의 정인혁 상임지휘자는 “단원들이 오랜만에 오페라에 참여한다. 오페라 경험이 쌓이면 교향악 연주력도 상승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쳤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합동 공연의 주·조역 캐스팅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진행했다. 국내 성악가들에게 오페라 무대에 설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이다. 3월에 열린 두 번의 공개 오디션에 104명이 지원, 총 7개 배역을 선정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바리톤 이규봉과 최병혁, 소프라노 박현진은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이미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성악가다. 특히 이번 오디션에서 최연소로 선발된 고예진은 제주 출신으로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성악가로 심사위원 평을 받았다.

공개 오디션에서 배역이 확정되지 않은 출연자는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성악가를 초청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산투차 역에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우승한 소프라노 서선영이 오른다. 투리두 역에는 베르디 콩쿠르와 부소니 콩쿠르에서 입상한 테너 이범주가 함께한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소프라노 서선영은 이번 공개 오디션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나는 2015년까지 스위스 바젤 극장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이후 한국에서는 작품을 일곱 개 정도 한 것 같다. 감사하게도 한 번도 오디션을 하지 않고 다 초청받았다. 다르게 생각하면, 하고 싶은 작품인데도 러브콜이 오지 않으면 기회가 없는 것이다. 반면 유럽에서 늘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오디션 인생’이라고 할 만큼 힘들었지만 보다 공평하게 배역이 선정됐다. 이러한 점에서 제주도에서 진행한 이번 공개 오디션은 인상 깊다. 모든 진행 과정을 온라인에 생중계해 투명하게 선정했다. 더욱이 제주도에서 참가자들의 모든 경비를 지원해 놀랐다. 이는 유럽에서도 드문 일이다. 국내 오페라에 선례가 되어 앞으로 신인 가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서선영)

 

이의주

 

INTERVIEW

연출가 이의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합창곡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가 대표곡이다. 왠지 제주도를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시칠리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시칠리아는 제주도, 오렌지는 감귤이 떠오르지 않은가? 그래서 이번 제주도립예술단 합동 공연으로 선택된 듯하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앗치’, 두 작품은 제주도립예술단에서 선정한 건가? 내가 제작에 참여하기 전부터 확정돼 있었다. 두 작품이 선정돼 꽤 놀랐다. 최근 해외 오페라 극장에서는 이 두 작품을 함께 안 올리는 분위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캐스팅과 제작비 때문이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만 보더라도 단막극이지만 마스카니가 악보에 무대 지문을 세세히 적었다. 무대를 구현하는데 제작비가 많이 든다. 캐스팅 또한 문제다. 예전엔 테너 한 명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앗치’를 다 소화했는데, 요즘은 그럴 수 있는 테너가 줄어들었다.

두 작품은 고전판 ‘부부의 세계’라고 할 만큼 치정극이다. 오늘날의 대중은 비극을 연달아 보면 힘들어한다. 냉전 시대의 비극보다는 좀 더 위로받고 행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듯하다. 그래서 요즘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팔라아치’보단 ‘잔니 스키키’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국립오페라단에서 상근 연출로 일할 때도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잔니 스키키’를 함께 올렸다. 사실 이 두 작품을 연출할 날이 이번 생애 없을 줄 알았다. 요즘 오페라단은 ‘나비부인’ ‘카르멘’ ‘라 보엠’ 등 보다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선호하는 편이니까.

이번 공연은 제주도 5개 예술단의 협업이다. 가까이에서 제주도립예술단과 작업하며 느낀 점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번 공연에서 KBS제주방송총국어린이합창단도 함께 선다. 연습 때 어린이 합창단은 이동이 힘들다면서, 다들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연습하자고 하더라.

지휘를 맡은 정인혁과도 원활히 소통하는 편인지? 가까이에서 보고 멋진 지휘자라고 느꼈다. 유튜브나 음원보다는 악보에 기대어 충실히 분석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지휘자다. 단원들과 호흡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독일의 각 지역 오케스트라는 자신들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지녔다. 그건 바로 세계적인 지휘자가 그 악단의 상임지휘자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는 지휘자가 부임하면 원하는 단원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있던데, 진짜 훌륭한 지휘자는 기존 단원과 좋은 음악을 만든다. 주어진 재료로 좋은 음식을 뽑아내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생각하면 된다.

수도권 시민들에게 제주도는 휴양지 느낌이 강하다. 보통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이 수도권 관객까지 끌어들이곤 한다. 이번엔 코로나19 여파로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제주도립예술단 합동 공연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제주를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제주국제관악제의 성과만 보더라도 가능할 듯한데. 내 생각도 그러하다. 제주 내부에서도 그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좋겠다. 나는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공연예술을 꿈꾸고 있다. 문화 산업도 이제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대형 공연이 장기적인 목적을 갖고 발전한다면 자연스레 공연예술계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독일의 바이로이트만 보더라도 바그너 페스티벌로 100년이 넘게 자본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오페라는 클래식 음악과 연극, 무용, 심지어 국악까지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문화 산업을 구상할 시기다.

반대로 제주도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중앙으로 올라가는 흐름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 물론 작품성이 뛰어나야 하겠지만. 물론. 제주도에서도 이번 공연을 어느 무대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오페라를 제작하고자 한다. 나 역시 이번 프로덕션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기대해 주길.

글 장혜선 기자 사진 제주도립예술단

 

 

제주도립예술단 합동 공연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앗치’
7월 10·11일 제주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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