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새 기록을 남기다! 바리톤 김태한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 최초 우승! 콩쿠르 현장에서 만난 오페라의 샛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7월 3일 6:26 오후

RISING STAR

바리톤 김태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새 기록을 남기다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 최초 우승! 콩쿠르 현장에서 만난 오페라의 샛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5월 21일부터 6월 3일까지 벨기에에서 열렸다. 412명의 후보 가운데 12명이 결선에 올랐다. 한국인 바리톤 김태한·다니엘 권, 베이스 정인호가 결선에 올랐으며, 나머지 9인은 모두 여성이었다. 6명의 입상자 중 김태한이 1위, 정인호가 5위를 차지했다. 소프라노에 이어 한국 바리톤계의 밝은 미래가 전망되는 순간이었다.
“재능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라는 언론 평처럼, 김태한(2000~)은 최연소 후보였다. 레퍼토리를 고르는 취향, 원숙미, 그리고 표현적인 감각으로 그는 준결승·결승을 거치며 현지 언론에 의해 확실한 선호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뛰어난 흉부 호흡, 밝고 아름다운 음색, 미감에 넘치는 음악적 방향과 튼튼한 테크닉으로 벨기에 마틸다 여왕이 직접 수여하는 1등상을 받았다. 결과 발표 후인 6월 8일, 그를 만나 우승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우승한 소감은?
1위는 예상하지 못해 어안이 벙벙했다. 감격의 눈물이 나기 전에 기쁨이 더 컸다. 국제 콩쿠르 도전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많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특별상을 많이 탔었다. 이번 콩쿠르는 영상 오디션 합격 후 레퍼토리를 더욱 신중하게 골라 열심히 준비했다.

올해 서울대를 졸업했고, 9월부터는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젊은 성악가 육성 프로그램인 오페라 스튜디오 멤머로 소속될 예정이다.
콩쿠르에 출전한 이유도 오페라 때문이었고, 이를 위해 일찍 나를 알려야 했다. 사실 성악은 몸이 악기라, 나이가 들면서 소리가 익어간다. 그럼에도 국제 콩쿠르는 유명 극장장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인지도를 얻을 좋은 기회였다. 원래는 다른 콩쿠르 도전 도 계속 있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타고 보니 생각을 좀 더 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다만 ‘도밍고 콩쿠르’라고 불리는 ‘오페랄리아’는 욕심이 난다. 오페라 스타의 등용문이라 기회가 나면 참여하고 싶다.

현지 호평을 이끌어낸 비결
김태한은 결선에서 각기 다른 네 곡을 마치 한 작품처럼, 엄청난 집중력으로 점점 확장하여 청중의 감흥을 끌어냈다. 동시에 그 어떤 과장도 없이 품위가 넘쳤다. 이 절제된 표현은 그가 왜 우승을 차지했는지를 잘 설명했다.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보여준 여유로움이 인상 깊었다.
감정을 전달하고 관객과 호흡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관객이 집중해줄수록, 더 깊게 음악에 빠져들 수 있다. 결선 무대는 관객의 표정이 잘 보여서, 어떤 감정이 전달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그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무대 위의 여유를 위해서는 목 상태가 안 좋아도 끝까지 불러보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은사인 나건영 선생님의 조언과 기대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대에서 무리하지 말고, 또 특별히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나 자신을 보여주고 오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

결선에서 부른 작품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했는지 알고 싶다.
바그너 ‘탄호이저’의 아리아 ‘저녁별의 노래’는 준비하면서 슬펐다. 그런데 여러 선생님들이 슬픔에서 한 발짝 떨어진 시점에서 부르면 좋겠다고 충고해주셔서 슬픔을 초월한 감성으로 불렀다. ‘탄호이저’ 공연을 무척이나 많이 보았다. 바이로이트 극장 버전을 가장 좋아하며, 언젠가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제3곡 ‘타는 듯한 단검으로’는 사랑을 잃은 청년의 고뇌를 금속으로 된 눈물이 가슴을 찌르는 것으로 은유하는 작품이다. 특히 독일어로 된 말러의 텍스트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였는데.

단어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언어적 접근을 많이 염두에 두었다. 뉘앙스를 잘 알기 위해 한국어, 영어 등 여러 언어로 해석을 비교했고 그 느낌을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을 많이 썼다. 그 후에는 시 자체를 이해하려고도 많이 노력했다. 작곡가들이 이 시를 어떻게 작품 속에 녹여냈는지, 작곡 당시의 상황과 감정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에서는 본인의 감성이 가장 뛰어나게 표출된 것 같았다.
필수적인 곡이었다. 제 목소리에도 잘 맞고, 현대적 오페라라 낭만적이면서도 표정이 다양하다. 변박도 많고, 짧은 역이지만 이 아리아 하나가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많다.(비평가들은 이 곡에서 김태한의 흘러 넘치는 표정과 서정성을 크게 호평했다)

©Concours Reine Elisabeth

프랑스어 작품에서도 뛰어난 발음이 큰 갈채를 받았다.
베르디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를 준비하면서는 언어가 무척 어려웠다. 여러 선생님에게 조언을 받았고, 음반도 많이 들었다. 그중 프랑스 바리톤 루도빅 테지에(1968~)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2000년에 태어난 바리톤의 꿈
어려서부터 성악으로도 주목을 받았지만, 공부 성적도 좋아 어머니는 그가 다른 전공을 하기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악이 가장 흥미로웠고, 결국 이 길에 들어섰다. 두 명의 누나를 둔 막내로, 귀여운 미소가 가시지 않은 그는 예쁜 옷들을 좋아한다. 입상자 발표에서도 개성이 엿보이는 오렌지색 양말이 눈에 띄었다.

©Concours Reine Elisabeth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여왕이 직접 1위에게 상을 수여한다.
시상식이 결선 무대보다 떨렸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여왕의 제도가 없어서 어떻게 예의를 갖출지 몰랐는데, 에티켓 코치가 시상식 5분 전에 알려줘 다 기억하려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받은 상금으론 가족 선물을 사고 싶기도 하고, 유학 자금으로 쓰고 싶기도 하다.

수상 발표 후에 소프라노 조수미의 팔에 안기기도 했는데.
축하한다며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얘기해주셨다. 겸손하게 정진해야 한다는 것도. 다시 뵙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홍보 인터뷰 때문에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바리톤으로서 꿈꾸는 레퍼토리들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저를 지켜본 분들은 ‘고음이 안 나는 테너’라고 생각할 만큼 목소리가 밝았다. 나이가 들며 점차 저음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고음도 향상된 것 같다. 바리톤임을 확신하게 됐고, 해보고 싶은 역은 정말 많지만 늘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피가로 역를 가장 먼저 꼽는다. 멋진 아리아가 있는 주역이며, 밝은 캐릭터인 것도 마음에 든다. 3~5년 정도 잘 정진하면 지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피가로의 아리아를 무리 없이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꼭 만나서 함께 노래해보고 싶은 사람도 많다. 그중 꼭 한 명을 꼽자면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1969~)이다.

배윤미(프랑스 통신원) 사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김태한(2000~) 서울대 음대를 졸업(나건영 사사)했다. 스페인 비에냐스 콩쿠르·잔도나이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노이에 슈팀멘 콩쿠르에서 브라이언 디키 젊은 음악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9월부터 2년간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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