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스트라디바리우스도 만들 수 있을까요?
ANY QUESTION
최근 한 연주 영상이 SNS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불어보았을 악기인 리코더로 빠른 기교가 가득한 ‘왕벌의 비행’을 선보인 것이었습니다. 리코더로 저런 연주가 가능하다니! 제가 리코더로 불었던 곡은 겨우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가 다였는데 말이죠.
지금은 문구점에서도 쉽게 구하는 리코더는 원래 정교하게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리코더가 학교 음악 시간에 누구나 한 번쯤 불어봤을 ‘국민 악기’가 된 요인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는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쉬운 연주법일 것입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악기가 더 다양해진다면 어떨까요? 만약 바이올린이나 오보에가 ‘누구나 한 번쯤 배워봤을 악기’가 될 수 있다면요? 어쩌면 비싸고 생소해서 만나지 못했던 악기들을 3D프린터로 문구점뿐만 아닌 학교에서(2020년 현재 전국 5,222개 학교 중 43.45%의 학교에 3D프린터 18,324대가 보급되어 있다.) 뚝딱 만들어 내는 시대가 곧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직 바이올린으로 보이니?
3D프린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던 2016년, 폼랩스(Formlabs)에서 원형에 가까운 바이올린을 제작했습니다. 바이올린의 부품을 플라스틱이 아닌 화이트 레진(치과용 충전재 중 하나)으로
제작해 울림통을 재현해 낸 것이죠. 이 덕분에 30만 원대인 비싼 입문용 바이올린을 사지 않아도 저렴한 재료로 레고 조립하듯 악기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폼랩스는 바이올린 도면을 사이트에 무료로 제공해 누구나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재질이라도 나무의 울림을 대신하기에는 3D프린터가 갈 길이 아직 멀어 보인다고요? 그 소리 원형의 장벽에 도전한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비올리노디지탈레(ViolinoDigitale)입니다.
이들은 1600년대 제작된 희대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3D프린팅 기술로 부활시켰습니다. 주로 박물관에 전시되거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만 대여되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악기입니다. 하지만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더 이상 박물관이나 특권층에 속한 악기가 아닙니다. 3D프린터로 복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현대 악기 제작자들이 “훌륭한 바이올린을 재현하는 비결은 바이올린의 앞판과 뒤판 나무의 진동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바이올린에 쓰인 나무야말로 그 소리 원형의 열쇠였습니다. 비올리노디지탈레는 이 점에 주목했고, 나뭇결과 가장 비슷한 필라멘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합니다. CT 스캔으로 바이올린 속을 스캔한 뒤 나무와 비슷한 재질인 필라멘트를 겹겹이 쌓아 바이올린의 앞판과 뒤판을 제작했습니다.
당신도 연주 할 수 있어요!
악기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때가 있었습니다. 더 다양한 악기를 배우고 싶어도 입문용 악기 기준 30~50만 원대의 비싼 가격 때문에 접근 문턱도 높았습니다. 3D프린터가 양질의 악기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그 문턱을 낮춰 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학창 시절 연주했던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를 먼 훗날 영상과 공연장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악기를 연주한 때의 기쁨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요?
글 임원빈 기자. 사진 폼랩스·비올리노디지탈레
그 외 3D프린터로 탄생한 악기
3D프린트 입는 악기
캐나다 맥길 대학교의 조셉 말록과 이안 하트위크가 개발한 ‘3D프린트 입는 악기’입니다. 3D프린터로 연주자의 체형에 맞게 입는 장치를 제작했습니다.
장치에 붙은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음악과 소리로 바꿔, 마치 무용과 음악이 마치 한 편의 모노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듯합니다
비올리노디지탈레가 제작한 스트라디바리우스
폼랩스가 3D프린터로 만드는 바이올린
핀쉐이프가 제공하는 3D프린트 바이올린 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