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IS NOW
첼리스트 한재민
거침없는 그의
활 끝이 향하는 곳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투어에
협연자로 서는 젊은 연주자의 야망
한재민의 행보가 거침없다. 2021년, 에네스쿠 콩쿠르·제네바 콩쿠르에 나란히 최연소로 수상 기록을 세우더니 2022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괄목할 만한 음악적 개성을 선보였다. 화려한 콩쿠르 수상 목록보다 놀라웠던 것은, 그가 콩쿠르를 거치며 증명한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적 스타일이었다. 콩쿠르 우승 후, 그는 현재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소속되어 있는 KD 슈미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그때도 지금도, 그는 여전히 10대의 청소년이다. 그러나 활에는 언제나 확신이 차 있고, 이를 설득해나가는 비르투오시티는 강렬하다. 그의 날카로운 활 끝은 깊숙이 폐부를 찌르고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기민하고 영리하다. ‘최연소’라는 것은 여전히 그의 음악을 가두는 선입견이 되기도 하지만, ‘어리다’는 그 특징은 그가 앞으로 펼쳐낼 음악이 얼마나 무궁무진할 것인가를 보장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거침없는 그의 행보가 오는 5월,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에도 함께 한다. 2003년 첫 내한 이후 두 번째 내한인 이번 공연에 함께하는 지휘자는 현재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구스타보 히메노(1976~). 토론토 심포니 음악감독직을 겸하고 있는 그는 마드리드 왕립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도 예정되어 있다. 한재민은 “이번 공연을 함께 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는 지휘자”라며 함께 호흡을 맞출 지휘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20년 만에 내한공연을 가지게 된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은 1933년 설립되어 오랜 역사를 가진 오케스트라로, 현재 룩셈부르크 필하모니홀의 상주 단체다. 독일과 프랑스 등과 지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20개국에서 모인 다양한 국적의 연주자들이 만드는 유려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이들의 ‘내한’에 함께 하게 된 한재민은 4월 말, 뉴질랜드에서 성시연/오클랜드 필하모닉 협연을 마치고,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위해 5월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다음은 대륙을 건너다니며 연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와 나눈 대화이다.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에 함께 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지휘를 맡은 구스타보 히메노와 함께 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설렌다. 공연 제안을 받기 전부터 알고 있는 연주자였다.
오케스트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여러 국가의 연주자들이 모여 만들었기 때문에 더 많은 색채가 존재하는 오케스트라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연주자의 음악적 성향은 그 사람이 나고 자란 곳의 문화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내한 공연은 3개 도시 지방 투어도 함께 진행한다. 본인이 원주 출생으로 지방의 음악적 인프라를 겪어봤기 때문에, 지방 공연장에서의 공연이 조금 더 남다를 소회로 다가올 것도 같은데.
서울에 비해 지역 도시에서는 관객들이 공연을 누릴 기회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번 투어에서 연주할 공연장들 중에서,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부 처음 연주해보는 곳들이다. 다양한 국내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기대된다.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는 깊은 울림
5월 공연에서 연주할 작품은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이다. 우수에 찬 선율의 서정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인데.
연주할 때 감정적으로 연주하는 구간이 너무 많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다. 절제하지 않으면 정말로 감정적으로 표현해내야만 하는 부분에 방해가 된다.
에네스쿠 콩쿠르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윤이상 첼로 협주곡을 연주했다. 두 콩쿠르 모두 우승을 거뒀는데, 현대음악에 조금 더 자신이 있는 편인가.
특별히 어떤 시대의 작품에 더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연주하고 싶은 곡을 택했을 뿐이다.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은 앞의 두 곡과는 매우 다르다. 영웅적이면서도 동시에 감수성을 가진 낭만적인 작품이다.
처음 이 작품을 연주해본 것이 언제인가.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첼리스트라면 배워야하는 필수 레퍼토리 중 하나다.
첼로는 음역대가 낮아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쉽지 않다. 드보르자크 자신도 관현악 작품의 실력이 쌓인 말년에 첼로 협주곡을 성공적으로 남기지 않았나.
협연할 때는 소리가 어떻게 공간에 퍼져나가는지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악기의 특성상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뚫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항상 리허설 때, 객석에서 내 소리를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편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악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떤 소리를 가진 악기인가.
올해 1월부터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대여 받은 1697년산 지오반니 그란치노를 사용하고 있다. 아직 이 악기와는 서로 알아가는 단계이긴 하나, 매우 깊은 울림을 가진 악기인 것 같다.
앞으로 콩쿠르는 더 이상 도전하지 않을 예정인가?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음악적으로 만족이 되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좌절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 앞으로의 콩쿠르 여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콩쿠르에 대한 욕심이 없다.
최근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을 통해 발매할 싱글 음원도 녹음했다고. 어떤 작품들을 선택했을지 기대된다.
베를린에서 녹음을 마쳤다. 여러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5~6월쯤부터 하나씩 공개될 것 같고, 무슨 작품일지는 아직 비밀이다. 기대하면서 기다려주시길!
글 허서현 기자 사진 빈체로
한재민(2006~) 음악가 가정에서 자라 5세에 첼로를 처음 배웠고 3년 후, 고향인 원주에서 원주시향과 협연 무대를 가졌다. 2015년 오사카 콩쿠르, 2017년 데이비드 포퍼 콩쿠르, 2019년 돗자우어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 최연소 우승·제네바 콩쿠르 3위 수상, 2022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정명화를 사사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 이강호, 츠요시 츠츠미 문하에서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구스타보 히메노/룩셈부르크 필하모닉(협연 한재민)
5월 24일 아트센터 인천 5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월 26일 경남문화예술회관 5월 2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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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 Joong Kim
구스타보 히메노/룩셈부르크 필하모닉 ©Marco Borggre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