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stival Orchestra
뭉치면 살고, 흩어져도 산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모든 것
‘페스티벌’이라는 미명 아래, 연주자들이 모여든다. 주로 한시적으로, 그러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매력적인 이 형태는 최근 점차 많은 국내 관객과 연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축제와 지역, 극장, 때로는 도전과 패기가 구심점이다. 유수의 악단으로 뻗어나간 젊은 연주자들의 기운도 한몫했다. 기성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생리를 가진 이들은, 새로운 대안적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을까? 총괄 허서현 기자
Part 1. 개념 정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란 무엇인가 _송주호
➊ ‘엘리트’ 연주자 집합소
➋ For Young People
➌ ‘페스티벌’ 없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➍ 지속성과 생존 전략
Part 2. 사례 조사
각양각색의 국내 단체들, 전격 해부! _허서현
➊ 정통과 역사를 가지다
➋ 개성과 특색을 만들다
➌ 확장의 가능성을 열다
개념 정의
Part 1
글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네 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란 무엇인가
국내외 연주자들로 구성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그 치열한 세계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 여러 음악제가 열린다. 장르와 시기, 지역과 참가자까지 천차만별의 다양한 특성을 내세운 음악제들은 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제에서 관현악단과 같은 대규모 인원이 한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비용이 많이 필요하고, 실력 있는 연주자를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으며, 그들이 이동하고 숙박할 인프라도 요구된다. 짧은 시간에 충분한 수준의 하모니를 만드는 것도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관객을 유치하는 것도 풀기 힘든 난제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근대에 와서 해법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의 증가로 후원받기가 유리해졌고, 교통수단의 발달로 연주자와 관객들이 매우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된 환경에서, ‘드림팀’은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01 ‘엘리트’ 연주자들의 집합소
1876년에 시작된 바그너의 바이로이트 음악제에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환경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가 거느리던 뮌헨 궁정 관현악단이 연주했으나, 1886년에 섭외된 타지역 최고의 연주자들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출범했다. 이 관현악단이 최초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렇게 여러 지역의 최고의 연주자들을 모아 임시로 만든 엘리트 오케스트라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전형이 되었다.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그중 하나였다.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는 내로라하는 독주자들과 여러 오케스트라 및 앙상블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음악가들을 한데 모아 1938년 8월 25일 루체른 근교의 바그너 저택 정원에서 갈라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것이 루체른 음악제의 시작으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먼저 구성된 후에 음악제가 만들어진 드문 예이다.
루체른 음악제는 통영국제음악제(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2002년 설립 초기부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비용 등 제반 문제로 실내악 규모의 ‘TIMF앙상블’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그러다 10주년을 맞은 2012년에 당시 예술감독인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이끄는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멤버들과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들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조직되었다. 이후에도 앙상블 경험이 풍부한 외국 악단의 멤버와 국내 연주자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안정된 향연을 들려주고 있다.
올해는 누가 모일까? 모험과 호기심 사이의 줄타기
이러한 엘리트 오케스트라는 자존심을 건 모험이다. 매번 최고의 멤버를 구성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고의 연주자를 섭외했다고 해도 매해 음향이 달라지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이 곧 상설 오케스트라와 다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장점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매해 새로운 지휘자와 수석진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작년과 다른 올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음악제의 정체성과 개성적인 프로그램, 그리고 새로운 구성원일지라도 단기간에 음악적 수준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최상의 지휘자와 수석진 등의 조화가 핵심에 있어야 한다.
2009년에 시작된 서울국제음악제(Seoul International Music Festival)의 ‘SIMF 오케스트라’는 그 성공적인 예이다. 고정 단원으로 구성된 ‘앙상블 오푸스’를 구심점으로 두고, 당해 초청된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하여 질적 수준을 확보했다. 그리고 매해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류재준 예술감독의 신작을 함께 연주한다. 이전과의 연결 및 올해만의 새로움이 이중적인 기대감을 주고, 사회적 산물이자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예술을 실현하고 있다.
2022년에 시작된 ‘고잉홈프로젝트’의 오케스트라도 엘리트 오케스트라의 모습이다. 이들은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연주를 시도하고, 낯선 작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시도로 큰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
02 For Young People
음악제는 음악회를 통해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교육 또한 이에 못지않은 목적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음악제의 경우에는 마스터클래스 등에 참여하는 학생으로 관현악단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관현악단 또한 중요한 교육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름마다 홍콩의 여러 장소에서 음악회를 개최하는 ‘홍콩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다. 2009년에 설립된 이 관현악단은 합창단도 포함되어 있으며, 총인원이 무려 300명에 이른다. 현재는 이곳 출신이 전문연주자가 되어 돌아와 음악제에 협력하면서 성공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홍콩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홍콩 출신만으로 구성되는 반면, 1994년에 설립된 베르비에 음악제는 국제적으로 열려있다. 그리고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 ‘베르비에 페스티벌 주니어 오케스트라’ 등 무려 세 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루체른 음악제에도 음악학도들이 현대음악을 즐겁게 연주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한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가 있다. 여기서 교육받은 이들은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멤버가 되어 루체른 음악제에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이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설립 초기부터 마스터클래스 등 음악 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그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음악제는 아니지만 국립심포니가 여름에 진행하는 국제아카데미의 오케스트라도 비슷하다.
이러한 교육 중심의 음악제는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사의 라인업과 교육 과정, 새로운 경험 등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고 싶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은 교육이라는 분명한 목적에 따라 잘 알려진 고전이나 현대적인 작품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연주자에게도 기회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인정받고 있는 연주자와 학생 사이, 소위 ‘젊은 연주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국내에서는 이러한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들이 눈에 띈다. 이들이 장착한 젊음과 열정은 크고 효과적인 무기이다. 하지만 자칫 자신이 그 무기에 베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젊은 열정과 전문가의 경험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리더십이 지극히 중요하다.
포함음악제의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젊은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남다른 에너지를 지녔다. 2022년 첫 무대에서 입석 배치로 음악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앱솔루트 클래식’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젊은 전문 연주자들의 오디션으로 구성된 예다. 오늘날 지휘자 장한나를 있게 한 음악제로도 기억되고 있다. 젊은 지휘자의 산실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공연이 중지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 강력한 응집력을 만들기 위해 유수한 관현악단의 중견 연주자들이 수석을 맡고 젊은 연주자들이 단원으로서 참여하는 절충안도 찾아볼 수 있다. 2009년에 설립된 린덴바움 음악제의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첫 회부터 지휘자 샤를 뒤투아를 비롯하여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젊은 연주자를 선발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까지 열린 후, 세계를 무대로 사회적 활동에 집중하면서 국내 무대에서는 보기 어렵게 되었다.
2021년에 시작된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의 개막과 폐막을 장식하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그 예이다. 특히 지휘자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것이 독특하다. 이제 3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참신한 변화가 매우 기대된다.
03 ‘페스티벌’ 없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도 음악제와 무관한 경우도 있다. 1983년에 이반 피셔와 졸탄 코치슈가 설립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그런 경우이다. 마치 ‘부다페스트 음악제’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특정 기간의 음악제가 없고 단원도 고정되어 있어 일반적인 상주 관현악단에 더 가깝다. ‘우리가 가는 곳이 곧 축제(페스티벌)가 된다’라는 의미로 설립한 단체이다.
‘런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녹음을 위한 오케스트라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1950년대에 데카 레이블의 전속으로 출범하여 클래식뿐만 아니라 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후에는 다른 레이블에서도 음반을 냈다. 또한 TV 프로그램 등 OST 녹음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악제가 없어도 비상주 관현악단이라는 의미로 ‘페스티벌’이라는 말을 붙이곤 한다. 국내 오케스트라 수석진과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구성된 ‘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우리말로 올린 무대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04 지속성과 생존 전략
일반적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음악제를 위해 존재하다 보니 음악제의 특징에 따라 매해 인원을 구성하고 목적성 있는 프로그램을 정한다. 이것은 여러 어려움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만의 매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시의성 있고 흥미를 끌 주제를 통해 프로그램 선택의 폭을 더 넓게 할 수 있고, 특정 기간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충실하게 기획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살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오히려 음악보다도 기획과 재원 마련, 실무, 행정에 과도한 무게가 실릴 수 있고, 정작 참여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실무 활동은 매우 필수적이지만, 정체성을 해치는 무리한 기획은 자제해야 한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전통과 새로움의 양날의 검을 가지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무의 무게가 이 검의 양날을 짓누르는 순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축제는 폐막에 가까워진다.
사례조사
Part 2
글 허서현 기자
세 가지의 관점으로
각양각색의 국내 단체들, 전격 해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구심점이 되는 ‘전통’과 ‘개성’, 그리고 ‘확장성’
현재 지속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대한 꽤 뜨거운 국내의 관심은, 코로나의 영향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이 어려워지자, 국내의 국제 음악제들은 텅 비어버린 라인업을 채우기 위해 한국 연주자들에게 눈을 돌렸다. 평소 해외에서 활동하다 코로나로 인해 귀국한 음악가들도 좋은 선택지였다. 이들이 모여 선보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관객과 음악가 모두를 설득한 매력적인 구성이기도 했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후에도, 아직 이 구성에 대한 관심이 유지 중이다. 온라인 공연이나 메타버스 같은 대안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사그라든 것에 비하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아직 그 생명력이 남아있다.
01. 정통과 역사를 가지다
페스티벌의 ‘정석’을 걸어온 두 곳에서 탄생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수십 년의 역사를 축적 중이다. 이들은 각 페스티벌의 특징을 반영한 오케스트라를 선보이고 있는데, 바로 통영과 평창이다. 통영의 바다, 평창의 산은 무척 매력적인 공간이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하얀 알프스산맥을, 루체른 페스티벌은 푸른 호숫가를 배경으로 살아남지 않았는가! 성공적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위한 기본 인프라는 자연경관일지 모른다.
자연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두 음악제는 통영국제음악제와 평창대관령음악제다. 2000년대 초반에 시작하여 각각 봄과 여름, 탄탄한 프로그래밍으로 수준급의 연주자들을 대거 초청해왔다.
평창대관령음악제 7.26~8.5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미래의 음악가들을 품는 터
2004년부터 매년 평창대관령음악제 기간에 운영되고 있다. 초창기에는 음악제의 이름을 따라 ‘GMMFS오케스트라’였고, 음악학교의 교수진, 초청 연주자,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이후 음악제의 이름 변경에 따라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제1대 예술감독 강효가 음악제를 시작했을 당시, 모델로 삼은 것은 미국 로키 산맥의 폐광촌을 음악 도시로 만든 ‘아스펜 음악제’였다. 아스펜 음악제 기간에는 대규모의 음악학교가 같이 진행되며, 지금도 수백 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교육과 연주 경험을 쌓는다. 음악학교를 거쳐 각광받는 아티스트로 성장한 이들이 다시 음악제의 멘토로 돌아오는 것 또한 이 시스템의 자랑이다.
평창대관령음악제도 마스터클래스 등을 운영하는 교육적 특징을 띈다. 음악제 내 음악학교를 통해 뽑힌 학생의 협연 공연을 열어왔으며, 올해는 대관령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실내악 멘토십 프로그램’ ‘성악 마스터클래스’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참여’ 등이 진행된다. 이 아카데미를 통해 참가자들은 멘토와 같은 연주자들과 오케스트라 무대에 함께 오른다. 무대가 곧 성장의 기회가 되는 곳, 평창페스티벌오케스라의 음악이 품은 미래 지향성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사미 라쉬드·양성원(지휘)/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8월 5일 오후 7시 30분 대관령야외공연장 뮤직텐트
멘델스존 ‘세브리디스 서곡(핑갈의 동굴)’, 베토벤 교향곡 4번,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협연 최하영·미치아키 우에노)
통영국제음악제 3.31~4.9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초연과 현대 음악, 스펙트럼의 확장
2011년 당시 예술감독인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국내외 연주자들을 모아 창단한 것이 시작이며, 해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연주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단원들은 뮌헨 필하모닉, NDR 엘프필하모니,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등 다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의 근거지인 통영국제음악제는 매년 신기한 레퍼토리가 넘쳐난다. 프로그램 북에는 세계 초연, 한국 초연이라는 안내 문구가 즐비해 있으며, 실험적인 기획들도 돋보인다. 때문에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현대음악에 특화되어 있다는 강렬한 내실을 가진다. 윤이상 오페라 ‘류퉁의 꿈’으로 처음 오페라 작품을 선보였고, 최근 2021년 파질 사이의 ‘Never Give Up’ 아시아 초연을, 2022년 상주 작곡가 앤드루 노먼의 ‘Unstuck’과 ‘Play Leve 1’을 국내 초연했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활동 반경은 통영국제음악제를 넘어 확장 중이다. 가령 2015년과 2018년 홍콩과 일본에서 진행한 아시아 투어나, 2017년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유럽 투어 등을 통해 통영국제음악제의 홍보와 음악적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TIMF앙상블이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주축이 되기는 하나, 두 단체는 별개로 움직인다. 두 단체 모두 통영국제음악제가 근간이 된 것은 사실이나, TIMF앙상블은 2001년 창단 후 영역을 점차 넓혀 현재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도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에 그들의 연주력으로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INTERVIEW
더블베이시스트 정지수(대관령아카데미 참가자)
올해 아카데미를 통해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연주에 참여하게 되었다.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
2019년,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며 처음 평창을 방문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자들이 한 곳에 모여, 짧은 시간 완벽한 연주를 해내는 것을 보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였다. 당시 그때 공연장 밖으로 들리던 음악이 기억에 무척 남았고, 2021·2022년에도 대관령음악제를 관람했다. 당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고 있는 세계적인 선생님들의 음악과 표정이 감동이었다.
아카데미 과정 중 가장 기대하는 것은?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이다. 각 파트들이 어떻게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갈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아카데미 참가자가 모두 오케스트라 단원을 꿈꾸며 지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경험이 개인의 음악적 향상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훌륭한 스승 같은 연주자들과 같이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다. 큰 선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대학을 졸업한 지금, 이 연주가 끝나면 나 자신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더 넓은 음악을 펼칠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첼리스트 허철(TIMF앙상블 단원)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에는 언제부터 참여했나.
2012년 창단 연주부터 최근까지 약 30회 이상의 무대에 함께 했다. 통영음악제의 개·폐막 연주를 비롯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해외 연주에도 참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는.
2017년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유럽 투어 당시, 윤이상 선생님이 유럽 각지에 남기신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음향이 뛰어났던 엘프필하모니도 기억에 남는다. 2021년 음악제에서는 ‘엘 시스테마’ 출신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함께 했는데, 그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다. 올해 음악제에서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보여준 따뜻한 카리스마는 단원들의 열정을 끌어냈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올해 음악제의 주제였던 ‘경계를 넘어’가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TIMF앙상블은 현대작품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이를 주축으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단기간에 소화해 낸다. 하인츠 홀리거,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미하엘 잔덜링 등 다수의 거장과 작업하고, 다양한 국적의 오케스트라 악장들과 협업한 이력으로 인해 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02. 개성과 특색을 만들다
축제에 걸맞은 옷차림은 뭘까. 평범한 셔츠나 단정한 바지는 아닐 것이다. ‘내 개성은 이렇게 생겼다’며 강력하게 주장할 색깔과 자유로운 아이템이 축제에 어울리는 TPO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들이 자신들만의 특색을 찾아 나선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자연스럽다. ‘축제다운’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기성 오케스트라처럼 얌전하기만 할 수 없는 것이다. 개성 가득한 이들을 모아 놓으니, 마치 하나의 패션쇼를 구경하는 듯하다. 화려한 라인업과 작품들, 이를 무대 삼아 당차게 런웨이를 걷는 듯한 자부심은 덤이다.
이들의 성취는 기성 오케스트라의 원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높은 수준의 음악적 결과물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진다. 단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적극 활용된다. 평소 도전하기 어려웠던 레퍼토리를 소화해 내는 것도 가능하다.
자율성을 보장받은 음악가들은 참신한 공연의 형태에도 주저 없이 도전한다. 지휘자나 협연자가 없어도, 심지어는 평소에 앉던 의자가 없는 것도 ‘새로운 요소’로 수용된다. 재밌는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그다음 해에는 더 많은 연주자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자리를 잡는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들이 정의하고 있는 ‘우리만의 장점’은 결국 한곳에 모으면 좋은 오케스트라가 갖춰야 할 요소들이다. 이들이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는 세간의 희망은 여기서 비롯된다.
서울국제음악제 10.6~14
SIMF 오케스트라
실내악을 뼈대로 삼은 튼튼한 건물
2010년 서울국제음악제(SIMF)를 위해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지휘자인 그레고리 노박,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 프랑스의 목관 연주자가 함께 악단을 결성해 시작됐다. 2015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들이 한일 연합 오케스트라를 시도하기도 했다. 2021년 류재준의 교향곡 2번 초연 및 음반 녹음(DUX) 등 예술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SIMF 오케스트라는 단단하다. 산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단점이 보완된 형태랄까. 서울국제음악제의 완성도 높은 앙상블을 위해 만들어진 ‘앙상블 오푸스’가 SIMF 오케스트라의 모체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구성할 때 앙상블 오푸스의 멤버들은 오케스트라의 ‘책임자’가 된다. 단원 선발권도 이들에게 있다. 여기서 잠시, 오케스트라라는 구조를 한번 찬찬히 뜯어서 살펴보자. 간혹 공연장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주인공처럼 현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지휘자 뒤의 ‘악기들’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연주의 기본적 구조는 앙상블이다. 악기 간의 긴밀한 호흡과 약속이 기둥이라면, 그 위에 지휘자의 아이디어가 지붕처럼 얹어진 형태가 바로 오케스트라다. 그러니 실내악이 완성됐다면, 오케스트라라는 건물은 반 이상 지어진 상태이다.
SIMF 오케스트라의 특색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많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어벤져스’와 같은 단원들이 구성력을 자랑한다. 앙상블 오푸스의 멤버 자체가 평소 독주자로서의 역량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SIMF 오케스트라 또한 뛰어난 실력을 갖춘 독주자들의 집합체인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 진짜 주목할 점은, 평소 실내악을 통해 두터운 음악적 관계를 쌓은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초 공사가 잘 돼야 높고 화려한 빌딩을 지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SIMF 오케스트라(협연 백주영·클라우디오 보호르케즈)
10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브람스 ‘대학 축전 서곡’,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교향곡 4번
바실리 페트렌코/SIMF 오케스트라(협연 가보르 볼도츠키)
10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브람스 ‘비극적 서곡’, 교향곡 1번,
류재준 트럼펫 협주곡(세계 초연)
INTERVIEW
SIMF 예술감독 류재준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오케스트라는 페스티벌 본연의 기능에 부합하는 형태다. 많은 인원이 함께 하기에, 연주자간의 교류와 기회 제공이라는 페스티벌 공적 목적에도 걸맞다.
SIMF 오케스트라의 특징은 음악적 모체가 되는 단체, 앙상블 오푸스가 있다는 점이다.
실내악이 서울국제음악제의 중추라면, SIMF 오케스트라는 이것이 확장된 결과물로 봐도 된다. 앙상블 오푸스는 서울국제음악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음악제를 시작할 때부터 중추적 연주자, 프로그램 개발, 독자적 연주 방식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는 단기간의 앙상블로는 만들기 어려웠다. 앙상블 오푸스는 15년간 이어진 연주자이자 연구가들로, 그 음악적 결과가 견고하다. 오케스트라 역시 이들이 단원 선발권을 가진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송지원, 비올리스트 김상진·이한나, 첼리스트 김민지·심준호, 더블베이시스트 박종호,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호르니스트 김홍박, 트럼피터 최인혁, 퍼커셔니스트 한문경이 이 일을 맡고 있다. 오래 음악의 여정을 함께 했기에 이들은 음악제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좋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페스티벌 기간 내에 모으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SIMF 오케스트라는 2년 전에 기획되고, 1년 전에는 단원이 확정된다. 문제는 서울국제음악제가 정규 시즌(대개 10월 중)과 맞물려 있어, 약속되었던 해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참여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책임 멤버들이 새 연주자를 찾는 데,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견인할 만한 연주자 범위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중이다.
2021년, SIMF 오케스트라는 교향곡 2번(류재준 작곡) 녹음을 진행했다. 해외의 경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페스티벌 본체를 벗어나 해외 투어 등의 공연까지 진행하기도 한다. SIMF 오케스트라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고려하고 있나.
교향곡 녹음은 국내외에 SIMF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알리고, 지속적인 발전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함께 작업한 해외 연주자들도 오케스트라 수준에 놀랐다.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1962~)는 우리를 ‘람보르기니 우라칸’에 비교했다. 고성능 엔진을 가진 우아한 결정체라는 의미였다. 프랑스에서도 오케스트라의 수준에 대해 좋은 평가를 얻었다. 특별히 다른 기간에 모이기는 어렵지만, 페스티벌 기간에 인접해서 연장 활동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025년에는 주요 수교국 중의 한 곳을 투어 기획 중이다.
본인이 직접 SIMF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꼽는다면.
역시, 앙상블 오푸스의 존재가 크다. 이들은 작품을 3년 전부터 선정해 연구하고, 매년 새로운 멤버들을 초청해 함께할 동료를 쌓아간다. ‘남들이 당연히 잘하는 것을 월등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기 때문이다. 좋은 오케스트라는 작품과 지휘자의 요구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앙상블 오푸스를 내포한 SIMF 오케스트라는 월등하다고 자부한다.
최근 국내 여러 페스티벌에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운영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또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운영방식과 노력 여부에 따라 엄청난 수준의 연주단체로도 조직될 수 있는 것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다. 여러 해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세계의 초일류 악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중요한 건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고, 현재 수준에 만족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분명 다른 오케스트라에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으며, 그들에게 필요한 연주자들을 수습하는 인재풀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특색이 가미된다면, 이 열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올 10월, SIMF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수의 브람스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2023 서울국제음악제가 진행된다. 브람스의 작품을 조명하며, SIMF 오케스트라가 선보일 음악적 특징은 무엇인가.
올해 함께할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와 바실리 페트렌코는 정말 좋은 지휘자들이다. 이들의 장기 역시 브람스다. 앙상블 오푸스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온 작곡가이기도 하다. 지휘자와 앙상블 오푸스, 이들의 연구 시너지를 신경 써서 봐주셨으면 한다. 특히, 올해 SIMF 오케스트라는 관악과 타악 파트가 강화되었다. 서울국제음악제 협주곡으로 종종 금관, 타악기가 선정되는 것 또한 이들 악기군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다. 올해 가보르 볼도츠키가 나의 트럼펫 협주곡을 초연(10.14)하는 것도 그런 의도의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INTERVIEW
‘고잉홈프로젝트’ 참여 피아니스트 손열음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 두 번째 공연을 선보이게 됐다. 과정이 조금 수월해졌는지.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작년만큼 힘들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참여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해 주신 음악가들이 많아 섭외가 수월했다.
오케스트라마다 설립 동기와 특징이 다른데, 이 단체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음악적 자율성, 예술적 독창성 등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고잉홈프로젝트는 ‘고인 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음악적으로 중심을 잡는 몇몇 음악가들은 꼭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며 결이 같고 뜻을 함께하는 음악가라면 누구든 한 번쯤 올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실제로 페스티벌과 함께 창단되지는 않았지만,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을 붙인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의 경우, 강력한 ‘스타 지휘자’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에 비해 고잉홈프로젝트는 단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큰 특징이다. 단체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하늘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웃음) 코로나로 계획이 전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겪고 나니, 겸허해지고 동시에 무모해진 것 같다. 여러 방법론을 구상 중이지만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계획은 짜고 싶지 않다. 오로라 오케스트라, 스피라 미라빌리스, 레 디소넝스, 세인트폴 체임버 오케스트라, 무지카 에테르나 등 우리의 롤모델이 되어준 단체는 많지만, 애써 벤치마킹하고 싶지는 않다. 고잉홈에겐, 고잉홈만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퍼토리가 기존의 오케스트라에서는 없던 형태로 무대에 오른다. ‘새로움’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일인가.
레퍼토리는 모든 연주자가 의견을 조금씩 내고, 이를 취합하는 방식을 거쳐 선정한다. 적어도 내게는 먼저 가장 중요한 질문이 있다. “수많은 오케스트라가 세계 각지에 종류별로 있는데, 왜 고잉홈프로젝트까지 존재해야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새롭거나’ ‘드문’ 곡, 혹은 곡들의 조합, 연주 방식을 구성하게 된다.
이미 기성 오케스트라에서의 연주 경험이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특별히 고잉홈프로젝트에서의 연주에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가 봐온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물론 음악가지만, 분명 직장인이기도 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일을 하더라도 일터는 애증의 시공간이다 보니, 그곳과는 다른 고잉홈프로젝트에서의 음악을 각별하게 느끼는 것 같다. 옆에서 보며 느끼는 이분들의 가장 큰 행복은 다소 소박하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앙상블을 하는 것.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연주할 수 있는 것.
프로젝트에 계속 함께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얻고 있는 보람이 있다면.
‘현타’가 오는 순간은 정말 많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해도 되는 일을 굳이 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의미 있는 일일 수도 있겠다’라는 걸 이 프로젝트 덕분에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다. 저 같은 개인 말고, 이 단체 자체가 더 크고 깊게 기억되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오는 8월에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연주될 곡들을 소개해 달라.
제일 처음 ‘고잉홈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닉 댄스’를 골랐다. 타향에서 고국을 그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어제를 바라보며 내일로 나아가는 심경이 가장 잘 드러난 곡들이다. 여기서 ‘심포닉 댄스’라는 용어에 꽂혀 매 공연에 ‘심포닉 댄스’라는 제목을 가진 곡을 넣게 됐다. 갈라 콘서트는 아예 1부는 교향곡, 2부는 아예 ‘댄스’로 만들었다. 영국의 비평가 월터 페이퍼의 “All art constantly aspires toward the conditions of music(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열망한다)”는 말에서 따와서 “All music constantly aspires toward the conditions of dance(모든 음악은 춤의 상태를 지향한다)”라는 개념이다.
고잉홈프로젝트 8.1~3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우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받은 비영리 법인으로 2021년, 창단됐다. 다년간의 해외 굴지 악단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발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만들고자 4인의 음악가(첼리스트 김두민, 호르니스트 김홍박, 플루티스트 조성현,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가 핵심 멤버로 뭉쳐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아이디어의 모태를 제공했다. 전 세계 40여 개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들이 단원으로 모인다.
‘고잉홈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볼 때마다, 한때 유행했던 가요의 가사가 생각난다. “집에 가고 싶죠. (집에 있는 데도) 집에 가고 싶을 거야.”
물리적으로는 집에 있어도 진짜 쉴 수 있는 심정적 집이 필요한 것처럼, 늘 음악을 연주하지만 음악가들은 늘 ‘진짜’ 음악이 연주하고 싶다. 물론 모든 연주에는 음악가들의 열정이 담겨 있지만, 기성 오케스트라에서는 모든 것이 음악가 개인의 뜻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단체의 의도와 기획에 맞춰 정해진 레퍼토리를 연주해야 한다. 함께 연주하는 동료도, 내가 직접 선택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자율성에 대한 갈증이다. 마음에 꼭 맞는 사람들과 내가 연주하고 싶은 음악을, 내 정체성을 가득 담아 연주하는 일. 그게, 이들이 진짜 돌아가고 싶은 본능적인 음악에의 자유가 아닐까.
그래서 고잉홈프로젝트의 연주는 뭔가 달라야 했다. 유수의 오케스트라가 세계 각지에 가득 들어차 있는데도, 또 고잉홈프로젝트라는 오케스트라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이들은 음악적 도전을 선택했다. 지휘자가 있어도 연속되는 변박으로 인해 연주의 난도가 높은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지휘자 없이 연주하며, 이들의 창단 연주회는 화제를 모았다.
레퍼토리로 드러난 특징은 이뿐만이 아니다. 모여든 연주자들의 개인적 음악 역량을 전면에 드러내며 협주곡만으로 구성된 음악회를 꾸리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석에 앉아있던 단원이, 앞으로 걸어 나와 협연자 위치에 선다. 한 악장 길이의 협연이 끝나면 협연자는 단원석으로 돌아가고, 이번엔 또 다른 악기군에서 연주자가 걸어 나와 협연자가 된다. 국내 공연장에서 처음 보는 이 연주 형태는 고잉홈프로젝트가 ‘솔리스트들의 규합’임을 효과적으로 과시했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엄밀히 말해 고잉홈프로젝트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아니라는 것. 근간이 되는 페스티벌은 없지만, 고잉홈프로젝트는 올여름에도 세계 각지의 젊은 연주자들을 모아 자신들만의 파티를 연다. 그들이 직접 지은 ‘음악이라는 집’에 둘러앉아서 말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신(新) 세계
8월 1일 롯데콘서트홀
레너드 번스타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 조지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피아노 손열음),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볼레로 : 더 갈라
8월 2일 롯데콘서트홀
그리그 ‘심포닉 댄스’ 중, J.S.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중,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3번 1악장, 로시니 바순 협주곡 2악장, 메르카단테 플루트 협주곡 3악장, 드뷔시 ‘첫 번째 랩소디’,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 3·4악장, 다비드 포퍼 ‘타란텔라’,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사탕 요정의 춤’ 외
심포닉 댄스
8월 3일 롯데콘서트홀
나이젤 웨스트레이크 ‘스피릿 오브 더 와일드’(오보에 함경), 라흐마니노프 ‘심포닉 댄스’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 8.22~27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극장을 채우는 한국의 연주자
2021년, 예술의전당과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가 함께 꾸리기 시작한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의 오프닝 콘서트와 클로징 콘서트 연주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연주자가 주축이며, 전 단원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름이 되면 유럽의 극장은 비수기다. 소속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들이 조금은 자유로워지는 이 시기, 한국의 공연장이 이들을 모아 한 번의 성수기를 맞는다. 예술의전당도 여름음악축제를 채우는 젊은 연주자들의 열기가 뜨겁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다양한 기획 공연은,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앞뒤로 장식한다. 지난 2년간은 지휘자 또한 공모로 선정해, 페스티벌의 특징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올해는 예술의전당 30주년을 맞아 조금 더 풍성해졌다. 공모 선정 공연들에 더해, 트리오 반더러,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 등의 초청 공연이 더해졌다.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스페인 출신의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가 이끌며, 협연자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나섰다.
그러나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가진 풍성함의 진짜 면모는 단원들의 면모에 있다. 수석을 맡은 이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금방 납득이 간다. 전 세계 이렇게 많은 악단에서 한국인 연주자들이 활약하고 있음 또한 실감한다.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이제 3년 차임에도 벌써 다년간 참여한 수석들이 많다. 연주자들은 여름을 기다리며, 이번엔 어떤 레퍼토리를 선보일지 기대한다. 오케스트라의 ‘주인공들’인 이들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꿈을 꾸는 기획자이자 감독, 이제는 주체 그 자체다.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참여 연주자들의 경험담
호르니스트 김재형 (마인츠 국립 필하모닉 부수석)
사실 전통 독일 오케스트라에서 오랫동안 일한 제게 다른 오케스트라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그 생각을 바꾸게 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회 때부터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참여했던 수석 단원의 소개로 합류했습니다. 워낙 오래 알고 지냈고, 음악적 성향이 비슷한 사이였기에 망설임은 없었죠. 합류를 결정했을 때도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보단, 제 음악이 다른 훌륭한 연주자들과의 호흡 속에서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첫 리허설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스타일도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도 다를 텐데 첫 리허설 때부터 이 연주를 정말 즐겁게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결국 좋은 결과물을 원한다면, 원하는 음악의 방향도 비슷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죠. 여러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융화하는 과정에서 느낀 희열도 있고요.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시너지가 났습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음악을 통해 느껴졌죠.
이런 페스티벌이 앞으로도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독일에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정말 많은데요,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음악가들이 모여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 되죠. 특히, 한국의 실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이 설 기회가 되겠죠.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늘어나는 것은 굉장히 건강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수니스트 장현성 (과천시향 수석, 베를린 필 아카데미 단원 역임)
2021년, 그날따라 우연히 오랫동안 확인하지 않던 페이스북에 로그인했는데, 마침 담당자로부터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대한 메시지가 와있었습니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듯한 신기함을 느끼며 이 오케스트라를 시작하게 되었죠.
만날 기회가 없었던 연주자들이 서로에게 영감을 받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페스티벌을 통해 연주자가 가장 실감하는 것은 바로 이 만남과 교류죠.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구상하며 연주에 중점을 두고 연주자를 꾸리는 기회가 된 듯합니다. 이 페스티벌이 가지게 된 가장 큰 장점이겠죠.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 전곡 사이클 등을 진행했던 것처럼,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를 주축으로 한 실내악 공연의 기회가 있는 것도 좋겠죠.
올해는 저의 직장인 과천시향에서 작년에 연주했던 말러 교향곡 5번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선보이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베를린 필하모닉 카라얀 아카데미 과정을 거친 후배들이 여럿 함께 하게 되어, 이 만남에 대한 기대도 됩니다. 올해도 많이 배우고, 좋은 에너지를 얻을 기회가 되겠죠!
바이올리니스트 김혜진 (파리 오페라 제2바이올린 수석)
여름이 되면 평소 극장에서 해보지 않은 구성에 개인적으로 도전을 해보곤 합니다. 지금은 주로 오페라와 발레 레퍼토리를 연주하니, 교향곡이나 실내악 연주, 독주를 준비하고 있죠.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도 꿈꾸고요. 예술가는 머무르지 않고 항상 변화하고, 나아가야 하는 직업입니다. 최근 인문학에서 많이 언급되는 ‘노마드 정신’은 음악에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계속되죠.
2021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담당자를 통해 처음 연락받았을 때 ‘우리나라 음악 시장에 전환점이 오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사람들의 음악 소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직감했습니다. 상설 오케스트라에 속하지 않고도, 좋은 하모니를 우리나라에서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짧은 시간 안에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연주자들의 참여도가 높고, 몰입 또한 최대치로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도 우리가 결국 음악으로 소통한다는 것을 느꼈고요. 올해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연주자들이 모여 어떤 성장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나가게 될지 기대됩니다.
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세인트폴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함께 연주하는 단원들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오케스트라입니다. 현악 파트를 이끄는 분들의 능력이 압권이라 연주 때 정말 집중했었죠. 1회 폐막 공연 때 연주했던 말러 교향곡 연주도 색다른 감동이었습니다. 이런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에서 계속 연주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연주자들이 한자리에서 모이는 것은 여전히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배우는 것도 많고, 소속되어 있는 오케스트라에서보다 더 큰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속해 있는 세인트폴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소규모이다 보니 실내악 리허설 분위기에서 연습하는 게 대부분이죠.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는 아무래도 함께 소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더 많이 거치게 됩니다. 이것이 점차 맞아가는 것이 색다르죠.
올해는 특히 클라리넷 파트가 아름다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처음 연주하게 되어 정말 기대됩니다. 현재 제가 소속된 단체가 대편성 곡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경우가 드물어, 언젠가는 꼭 연주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작품이거든요.
Performance information
안토니오 멘데스/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8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말러 교향곡 5번
안토니오 멘데스/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협연 백건우)
8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6번,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포항음악제 11월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스탠딩 오케스트라를 만나보세요
2022년, 2회차를 맞은 포항음악제의 개막 공연에서 첫 공연을 했다. 실내악 페스티벌인 포항음악제 참석 연주자를 비롯해 오케스트라 활동 중인 연주자들이 모여 풀 편성 오케스트라를 선보였다.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동해에서 ‘기운차게’ 떠오르고 있는 포항음악제의 기운을 그대로 담았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갖춰야 할 미덕, 바로 ‘이목을 끄는 이벤트성’도 놓치지 않았다.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F장조와 말러의 연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그리고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을 선보였던 첫 연주회에서 이들은 ‘기운차게’도 첼리스트를 제외하곤 모두 서서 연주했다. 지휘자가 없는 실내악적 특징에 더해 국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스탠딩’ 오케스트라였다. 체임버 오케스트라나 시대 악기 오케스트라에서는 종종 있지만, 목금관악기 주자들까지 풀 편성 오케스트라가 서서 연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제는 포항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을 ‘스탠딩 오케스트라’는 활력 넘치는 오케스트라로서의 음악성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준비를 마쳤다.
INTERVIEW
포항음악제 예술감독 박유신
포항음악제는 실내악 축제로 운영된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음악제에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
페스티벌은 관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풍성한 축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싶었고,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며 풀 편성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까지 조직하게 되었다.
많은 수의 연주자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위해 모은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지난해 연주 준비 과정은 어땠나.
우선은 악장과 현악 파트의 수석은 음악제에 초대된 연주자들이 맡았다. 목관·금관과 타악 파트는 오케스트라 경험이 많은 연주자들을 일일이 접촉했다. 한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인원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첫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무대가 성공적으로 끝나 무척 뿌듯했다.
연주자들이 첼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어선 채로 연주한 것이 무척 신선했다.
‘오직 포항음악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했다. 지휘 없는 오케스트라도 이미 여러 곳에서 연주되고 있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해외 오케스트라의 스탠딩 연주 영상을 보게 되었고, 무척 신선하게 느껴져 바로 적용하게 되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매년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고, 연주자와 청중 모두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임한다는 점에서 도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11월에 포항음악제가 열릴 예정이다. 올해도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스탠딩’인가.
올해 음악제는 ‘신세계? 신세계!’라는 주제로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연주자들도 많이 참여할 예정이다. ‘스탠딩 오케스트라’는 올해도 다시 만날 수 있다. 작년의 현장에서 경험하지 못했다면 올해는 그 전율을 꼭 느껴보시길 바란다.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되리라고 자신한다.
03. 확장의 가능성을 열다
음악축제와 극장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풍성한 기획에 일조한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관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연주자들 또한 전국 곳곳에서 ‘오케스트라’로서 자신의 음악을 펼칠 곳을 찾는 데에 적극적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대한 문은 활짝 열리고 있는 중이다.
모든 페스티벌은 잠정적으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품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실내악 페스티벌에서 일회성으로 선보이고 있는 오케스트라 공연들이 그 증거다. 올해 전주와 여수의 실내악 축제 현장에서도 오케스트라 공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앞서 살펴봤듯 ‘페스티벌’만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품는 것은 아니다. 실력과 열정을 갖춘 젊은 연주자들의 마음속에도 축제 같은 음악이 살아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룬 음악의 장에는, 예상치 못했던 인기 브랜드가 들어와 자리를 잡기도 한다.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화려한 팝업 스토어처럼 말이다. 올해 발트 앙상블에 자리를 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라는 이벤트가 한 예시다.
전주비바체 실내악 축제
7.26~29, 10.6~7
전주비바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역사적 장소 위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올해로 7회를 맞이한 전주비바체 실내악 축제에서 지난해, 세계평화의전당 야외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선보였다. 강창우가 지휘를 맡았고, 실내악에 참여하는 다수의 연주자가 모여 오케스트라를 이룬다.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진행되는 전주비바체 실내악 축제는 전주 치명자성지에 문을 연 세계평화의 전당에서 열린다. 치명자성지는 신유박해 때 순교한 복자 유항검 가족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다. 각종 갤러리와 홀, 숙박 및 편의 시설까지 모두 갖춘 이 넓은 부지의 중정에서 전주비바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열린다.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는 것은 10월, 야외 공연을 관람하기 가장 적절한 계절이다.
올해 축제는 ‘끝없는 이야기, Never Ending Story’를 주제로 진행된다. 세계평화의 전당 중정에서 열리게 될 전주비바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다수의 교향곡과 협주곡, 오페라 아리아 등으로 높은 접근성을 내세우며 관객을 찾는다. 김현미·송지원·이석중·김다미·노윤정·김정연·홍의연·황인영(제1바이올린), 양고운·유성민·정진희·문지원·장하은·문소빈(제2바이올린), 최은식·서수민·이수민·홍진선(비올라), 이강호·김두민·홍은선·강하연(첼로), 조영호·장린(더블베이스), 나채원·안세미(플루트), 이현옥·정서윤(오보에), 이진아·차다윤(클라리넷), 김형찬·김우아(바순), 이석준·신주희(호른), 성재창·전보영(트럼펫), 소은빈·김근래·나강민(트롬본), 이상훈(팀파니), 김보람(퍼커션), 진영선(피아노)이 올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구성원이다.
전주비바체 실내악 축제에는 이처럼 실내악 연주에 애정을 품은 연주자들이 늘 가득하다. 지난해부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라이징 스타 공연도 특별히 운영 중이다. 겨울에는 별도의 오디션을 개최해, 선정된 학생에게 협연의 기회도 제공한다. 이때 무대에 함께하는 협연 공연 오케스트라는 ‘교육적 성격’을 띈다. 교수진인 연주자와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함께 연주한다. 이로써 축제는, 다각의 공익적 관점을 갖춰가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강창우/전주비바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10월 7일 세계평화의 전당 중정
슈베르트 교향곡 8번 1악장, 생상스 첼로 협주곡 1번(협연 이강호), 마스네 ‘타이스 명상곡’,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 푸치니 ‘라 보엠’ 중 아리아, 비제 ‘카르멘 모음곡’
여수에코국제음악제 6.15~18
여수에코국제음악제 연주자들
메시지를 품은 음악들
2016년, ‘여수국제음악제’로 시작해 지난해부터 ‘여수에코국제음악제’로 이어져 왔다. 올해 비발디의 ‘사계’를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김덕우·대니 구·프레데릭 모로·문지원·염은하·박강현·김현경·서주희·임주연·라하영·곽연후, 비올리스트 김상진·에르완 리샤·권오현·노원빈, 첼리스트 이경준·남국희·김수정·서지수, 더블베이시스트 조재복, 하프시코디스트 아렌트 흐로스펠트가 모여 선보였다.
여수에코국제음악제는 유독 지역의 특징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국가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어 ‘여수의 밤바다’는 아름답지만, 여수는 인근 지역까지 포함해 전국 탄소 배출량의 17%를 차지하기도 한다. 음악제가 ‘에코’를 명칭에 포함하며 페이퍼리스와 같은 이벤트를 기간 내에 지향하는 이유다. 기업 내 사회공헌사업 확장을 위한 ‘Net-Zero 페스타, 여기 있수’ 등 특별한 음악회도 진행한다.
이 밀접함은 레퍼토리 선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모든 만물의 움직임과 자연스러운 계절의 변화를 음악에 담은 비발디의 ‘사계’가 올해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연주된 것이다. 이날 공연은 이 바로크 작품을 비롯해 그리그 ‘홀베르그 모음곡’, 피아졸라 ‘탱고 발레’가 연주되며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다뤘다. 음악제는 이처럼 음악을 통한 실천을 통해 여수 지역은 물론 관광객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을 메시지를 갖춰가고 있다.
사단법인 발트
발트앙상블
울창한 숲에 깃든 철새의 바람
2015년 2월에 시작된 체임버 오케스트라. 유럽 오케스트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주자들이 모여 국내에 공연을 선보이는 형태로 이어져 왔다. 23명의 단원으로 구성됐으며, 음악감독 이지혜를 필두로, 김세준(비올라·하노버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수석), 배지혜(첼로·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부수석), 윤여문(더블베이스·노이에 필하모니 베스트팔렌 수석)이 각 악기군의 수석을 맡고 있다.
매년 높은 수준의 앙상블 공연을 선보여 온 발트앙상블이, 올해는 그 저력을 여실히 증명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자로 이름을 올리며 올해 ‘티켓 오픈 1분만에 매진’되는 공연이 됐다. 발트(wald)는 숲을 뜻한다. 나무들이 모인 ‘울창한 숲’을 표방한 이들의 음악 위에 화려한 날갯짓을 선보이며 바람을 일으킨 철새 한 마리의 등장이었달까.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발트앙상블에 모인 나무들의 멋진 모양새를 구경했다.
“관객은 물론 대부분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와 피아노 음악 팬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발트 앙상블에 대해 “현악기의 매력을 경험했다”며 “한국에서 듣기 어려운 앙상블 사운드를 경험했다”는 후일담을 들었습니다. 단 20여 명의 연주자로 풍성한 사운드를 내며 공연장이 가득 찬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기분이 좋았습니다.”(이하 발트앙상블 대표 최경환)
협연 무대를 위해 평소 현악 연주자들로만 구성됐던 발트앙상블은 관악기 객원을 선발했다. 선발의 기준은 발트앙상블의 선발 기준과 동일했다. 오케스트라 경험이 있을 것, 그리고 마음이 잘 맞을 것.
“목금관과 연주자들과 같이 연주하는 건 5년 만이었습니다. 확장된 편성으로 인해 현악기들만의 소통 방식을 넘어, 만들어 가는 방식이 조금 더 넓어진 해였습니다.”
젊은 연주자들의 이 기분 좋은 만남은 조성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한국 음악가들이 모여 수평적인 구조 내에서 음악을 만든다는 점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고.
“리허설 기간에 조성진 씨가 발트앙상블 연습실에 깜짝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리허설은 예정에 없었던 터라, 당시 장소에는 업라이트 피아노밖에 없었는데요, 어떤 악기든 상관없다는 듯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최고의 음악을 선사하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트앙상블의 단원 대부분은 유럽 오케스트라 소속이다. 한국에서는 여름의 정기 연주회를 기점으로 모이고 있지만, 유럽에서의 정기적인 연주회도 이들이 꿈꾸는 방향 중 하나이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갈 이들의 숲은 아직 확장 중이다.
INTERVIEW
여수에코국제음악제 예술감독 김민지
올해 음악제 감독으로 취임했다. 감독으로 겪은 여수에코국제음악제는 어땠나.
음악제 기간 내내 함께 지내면서, 완성도 있는 연주를 위해 운동화를 신고 이곳저곳을 엄청나게 뛰어다녔다. 음향부터 조명, 무대 위치 등 가능한 모든 부분의 섬세한 부분을 신경 쓰다 보니 뛰어다닐 일이 많더라.(웃음) 연주만 하던 것과 달리 여러 부분을 배운 것 같다.
이번에 선보인 현악 주자들과 하프시코드 연주자가 모여 선보인 ‘사계’ 공연은 어떤 특징이 있었나.
페스티벌을 참가해 본 음악가들은 잘 알겠지만, 짧은 시간 내에 완성도 있는 연주는 만들기가 어렵다. 성공을 위해서는 연주자가 각자 준비해야 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있어야 한다. 올해는 존경하는 동료, 선후배 음악가들이 힘을 모아 연주를 고민하고 열심히 준비해 주셨다. 친숙하고도 깊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게 되었고, ‘사계’를 선보이게 되면서 특별히 하프시코드 연주자를 섭외하게 됐다.
특별히 올해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아카데미 개념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운영되는 곳도 있는데, 앞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계획도 있는지.
처음 진행한 마스터클래스는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내년에는 가능하다면 음악제와의 연결성을 더 강화해서 유명 연주자들의 가르침, 또 그들의 연주와 리허설을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올해는 현악 앙상블과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보였지만, 앞으로는 목금관 악기 등 편성을 폭넓게 꾸며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