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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는 무엇이 떠오를까?
미리 내다본
올해의 공연예술 트렌드 6
‘청룡의 해’에 주목할 국가, 주목할 작곡가, 주목할 단체, 주목할 장르를 알아보다
키워드 01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대한민국은 현재 총 192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각 나라의 수교 기념해는 모두 다르지만, 한 대륙의 여러 나라와 유사한 시기에 외교관계를 수립하다 보니, 기념해가 한 번에 겹치는 경우가 잦다. 대표적인 예로 2022년에는 총 50개국과 수교 기념해를 맞이하기도 했다. 올해 수교 기념해를 맞이한 국가는 라이베리아(60주년)·브루나이(40주년)·우루과이(60주년)·이탈리아(140주년)·짐바브웨(30주년)·카타르(50주년)·케냐(60주년), 총 7개국으로 그 수가 적은 편이다.
그중 가장 오랜 친교인 이탈리아와는 이미 다양한 행사가 예고되어 있다. 2월에 열리는 사진 전시회를 시작으로, 제12회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에서 제80회 국제 베니스영화제의 출품작을 소개한다. 3월에는 보그 이탈리아와 함께 패션 행사를 협력하며, 제8회 세계 이탈리아 디자인의 날도 열린다. 6월에는 N서울타워에서 파사드 프로젝트, 반포대교에서 이탈리아 국기 삼색 분수쇼를 관람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주제로 한 전시회·무용·연극도 준비 중이다. 또한 서울국제도서전이나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은 국내 행사에 이탈리아관이 따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이야기를 하는데 오페라가 빠지면 섭섭하다. 겨울에는 푸치니 서거 100주기와 함께 솔오페라단이 기념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키워드 02
프랑스 파리
국제적으로 내년 여름의 가장 큰 행사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제33회 하계 올림픽이다. 하계 올림픽이 파리에서 개최되는 것은 세 번째로, 두 번째였던 1924년 제8회 하계 올림픽 이후로 꼭 100년 만의 개최이다. 7월 25일의 개막식은 사상 최초로 야외에서 펼쳐지며, 파리의 센강변을 따라 수중에서 진행할 것이라 예고했다. 오페라·연극·뮤지컬 연출가인 토마스 졸리(1982~)가 개막식 감독을 맡았으며, 출연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페라·무용·연극·서커스의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할 것”이라고 주최 측이 밝혔다. 파리 올림픽을 맞아 국립오페라단이 6월 파리 오페라코미크에서 공연을 펼치는 등 국내 악단의 파리 방문도 기대가 된다.
국내에서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공연과 전시도 상반기에 가득하다. 명작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 드 파리’를 비롯하여(본지 34쪽 참조), 성남큐브미술관에서는 프랑스의 20~21세기를 카메라로 담은 에이전시 매그넘 포토스의 ‘매그넘 인 파리’ 사진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프랑스의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1933~)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를 진행 중이다. 매그넘 포토스는 1947년 보도사진작가들이 모여 창설한 단체로, 20세기 포토저널리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셸 들라크루아는 유년기였던 1930년대의 반짝이는 파리의 야경을 그리는 화가로 현재도 여전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리의 분위기를 미리 익히면서 휴가철의 올림픽을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키워드 03
바로크 음악
최근 시대악기 악단의 내한이 여럿 보인다. 지난해 11월 25일 아트센터인천의 윌리엄 크리스티/레자르 플로리상과 11월 28일 해리 비켓/잉글리시 콘서트, 12월 12·13일 예술의전당의 조반니 안토니니/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처럼 전통 있는 악단이 연속해서 한국을 찾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펜데믹이 끝나고 여러 해외 오케스트라가 초청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럽에서 젊은 카운터테너가 여럿 부상하여 바로크 시대 음악을 재조명·재창조하는 것이 유행하는 이유도 크다. 해외에서 연주가 증가하니 자연스레 국내에도 기회가 늘었다. 국내의 여러 공연장은 올해도 기획공연에 전통 있는 다양한 시대악기 악단을 초청했다. 드물고 귀한 이 기회들을 이용해 음악사의 오래된 샛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4월 3·5일 롯데콘서트홀과 통영국제음악당에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선보이기 위해 시대연주 악단 프란체스코 코르티/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1978~)가 찾아온다. 곧이어 4월 21일에는 언드라스 시프와 계몽주의 시대 오케스트라의 조합을 만날 수 있다. 가을로 시간을 넘겨보면 10월 16일에는 일본의 시대악기 악단 앙상블 오브 도쿄가, 11월 16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로아 드 스와르테(1995~)와 하프시코디스트 쥐스탱 테일러(1992~)가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아직 시대연주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올해가 바로 시작하기 좋은 때이다.
키워드 04
작곡가 탄생· 서거 기념 주기
올해의 레퍼토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여러 작곡가의 기념 주기도 1월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숙제이다. 10년 주기는 제쳐두고 50년 주기로 세어도 올해에 기념 주기를 맞는 작곡가를 세면 열 손가락이 가득 찬다.
우선 교향곡 사이클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안톤 브루크너(1824~1896), 그리고 체코의 음악사에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 1884)가 탄생 200주년을 맞았다(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스메타나는 104쪽, 브루크너는 124쪽을 참조).
그 뒤를 이어 각 나라에서 19세기 음악과 20세기 음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 아르놀트 쇤베르크(1874~ 1951), 찰스 아이브스(1874~1954), 구스타브 홀스트(1874~1934)가 탄생 150주년을 맞았다. 이들의 작품을 연주하는 공연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각자가 여러 연주자에게 사랑받는 작곡가이기에 기념 주기에 맞춰 발매될 음반이 기대된다.
다음으로 작곡가 루이지 노노(1924~1990), 그리고 작곡가는 아니지만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1924~ 2013)가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야노스 슈타커의 이름으로는 7월 3~5일 롯데콘서트홀·산토리홀의 공동기획으로 첼로 페스티벌이 펼쳐질 예정이다.
그 외에도 서거 100주기인 작곡가 페루초 부소니(1866~1924), 가브리엘 포레(1845~1924), 자코모 푸치니(1958~1924)를 올해의 중요한 작곡가로 꼽을 수 있다. 특히 국립오페라단은 푸치니 서거 100주기를 맞아 ‘서부의 아가씨’를 선보일 예정이다.
키워드 05
국내 단체 기념 주기·기념 공연
작곡가의 기념 주기가 레퍼토리에 영향을 준다면, 단체의 창단 기념 주기는 그들의 특별한 공연을 기대하게 한다. 우선 새해부터 그 소식을 전해온 공연은 국내 최초 타악기 앙상블인 카로스타악기앙상블의 창단 35주년 연주회(8.20),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로 이루어진 포어스트만 콰르텟의 창단 20주년 연주회(8.25), 국내 윈드오케스트라의 대표주자인 서울 윈드오케스트라의 창단 50주년 연주회(7.16·11.6)가 있다. 이외 서울모테트합창단(단장 겸 상임지휘자 박치용)이 창단 35주년을 맞이하였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마스터피스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바흐의 ‘b단조 미사’(3.21), 멘델스존의 ‘엘리야’(7.9), 헨델의 ‘메시아’(12.10)를 연주할 예정.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 예술감독 유병헌)은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창립 날짜인 5월 12일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정기공연이 예고되어 있으니, 그들의 날에 함께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한국작곡가협회(이사장 이경미)는 7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 연주회(10.30~11.1)를 선보인다. 마지막 날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인춘아트홀에서 세미나를 진행하니 국내 작곡가의 현주소를 알고 싶다면 기억해 둬야 할 것이다. 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박양우)는 창설 30주년을 맞이하여 제15회 광주비엔날레(9.7~12.1)의 주제를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로 잡았다. 전시기획자인 니콜라 부리오(1965~)가 예술감독을 맡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시 주제에 관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전하기도 했다. 선화예술고등학교(교장 박현수)는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롯데콘서트홀(10.1)에서 이를 기념하는 동문 음악회가 예정되어 있다. 걸출한 성악가를 여럿 배출했던 학교이기에 어떤 공연을 뽐낼지 기대가 된다.
키워드 06
2024 국제 콩쿠르 일정
지난해 8월, 독일의 ARD 콩쿠르가 2025년부터 예산을 삭감하여 총상금을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라 발표했을 때, 콩쿠르가 가진 문제점에 관한 의견이 돌아다녔다. 대표적으로 연주에 구체적인 점수를 부여할 수 없다는 지적, 심사위원의 취향으로 등수가 결정되는 불합리한 형평성 문제, 연주자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는 불편한 구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사항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어린 연주자가 쉽게 가질 수 없는 큰 무대의 경험을 제공하며, 많은 청중에게 단번에 자신의 연주를 보여줄 수 있는 통로이자, 기간 안에 과제곡을 수행하며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청중 역시 콩쿠르를 통해 새로운 연주자를 알아갈 수 있고, 작품을 감상하는 귀를 키울 수 있다. 이러한 양면성으로 기존의 콩쿠르는 축소될 수도 있고, 확대될 수도 있다. 일례로 든 ARD 콩쿠르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콩쿠르는 신예의 등용문이다. 진행 기간이 되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니 올해 찾아올 콩쿠르를 미리 살펴보자.
매년 3년마다 개최하는 게자 안다 콩쿠르가 화려한 거장들과 함께 돌아왔다. 올해 5월에 진행되는 콩쿠르에는 피아니스트 아르헤리치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며, 준결승과 결승 협연에는 각각 미하일 플레트뇨프와 파보 예르비가 포디엄에 선다. 소수 악기 콩쿠르가 여럿 열리는 것도 눈에 들어온다. 1월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재즈 콩쿠르는 이번 연도로 첫 회를 맞이한다. 색소폰·하프·기타 콩쿠르도 열리며, 7월에 진행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콩쿠르는 시대악기를 포함하는 콩쿠르이다. 이외에 국제콩쿠르세계연맹이 공인한 콩쿠르만 총 55개가 개최되니 아래의 표를 꼼꼼히 살펴보자.
글 이의정 기자
[2024 국제 콩쿠르 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