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IS NOW
플루티스트 김유빈
청아한 시정의 프랑스 목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라는 새 ‘집’과 프랑스 음악을 담은 첫 ‘음반’
현재 가장 주목받는 20대 플루티스트 중 한 명인 김유빈이 오는 8월, 프랑스 작품을 담은 첫 정식 음반 ‘포엠’을 발매한다. 이에 맞춰 서울(18일)·대구(27일)·부산(28일)에서 리사이틀 투어를 갖는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플루트 수석으로 활동 중인 그는 종신 단원이 되며 음악감독 에사 페카 살로넨의 총애를 받고 있다. 공연을 앞둔 김유빈을 이메일로 만났다.
첫 정규 음반 ‘포엠’에 상캉·드뷔시·풀랑·뒤티외·프랑크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담았습니다. 이번 음반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음반명 ‘포엠(Poème)’과 같이 시적인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작품들이며, 다양한 색채의 프랑스 낭만파와 인상파 그리고 20세기 현대 작품들로 구성했습니다. 특히 작곡가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와 의도에 대해 고민하고 그 음악적인 표현에 집중했습니다.
프랑스를 ‘목관악기의 강국’이라고 합니다. 이를 실감할 때는 언제인가요?
목관악기 중 플루트는 특히 프랑스와 관련 깊습니다.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플루티스트들 그리고 플루트 작품을 쓴 작곡가 중 프랑스 출신이 많았습니다. 필리프 고베르(1879~1941)처럼 연주와 작곡을 병행했던 이들도 있고요. 이들은 악기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플루트의 매력을 보여주는 곡들을 썼고, 현재 플루트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음반 작업을 함께 한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공연에도 함께합니다. 그와 어떤 앙상블을 기대합니까?
그와의 녹음 현장은 밀도 높은 긴장감이 가득해 제게 많은 음악적 영감을 주었습니다. 리사이틀을 통해 즉흥적인 생동감이 있으면서도 음악적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서로 대화하듯 연주하며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앙상블이 기대됩니다.
프랑스, 독일을 거쳐 미국에 정착하다
프랑스에서는 리옹 고등음악원(학사)·파리 고등음악원(석사)을, 독일에서는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최고연주자과정)를 졸업했습니다. 유학 당시 느낀 유럽 본고장 음악의 핵심은 무엇이었나요?
프랑스 유학 시절에는 주로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리와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기초를 많이 공부했고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졌습니다. 독일에서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면서 여러 음악가에게 영감을 받았고, 음악적으로도 보다 다채로운 해석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수석으로 활동하며 느끼는 소감이 궁금합니다. 미국 명문 오케스트라 수석의 일과는 어떤가요?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7년간의 플루트 수석 생활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플루트 수석으로 이직한 후 지난 6월 종신 단원으로 임명됐습니다. 일과는 단순합니다. 오전 시간에 리허설이 있고 오후까지 리허설이 진행되는 날도 있습니다. 매주 프로그램이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에 대한 연구에도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휴식 시간에는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에 빠져 도시를 구경하거나 맛집 투어를 하며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복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입단 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연은 무엇이었나요?
올해 1월,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1944~)의 임기 말미 연주가 있었습니다. 말러 스폐셜리스트로도 유명한 그는 25년간 이 오케스트라에 음악감독으로 재임했고, 현재 살로넨은 그의 후임이죠. 틸슨 토머스가 지휘하는 그 역사적 주간에 말러 교향곡 5번을 무려 세 번이나 연주했습니다. 암 투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명료했던 지휘나 유쾌했던 리허설까지 거장과의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틸슨 토머스의 관계는 그의 손짓만으로도 바뀌는 사운드에서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혼신을 다한 단원들의 연주, 지휘자를 존경하는 청중의 에너지로 연주 내내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본 음악감독 살로넨은 어떤 지휘자입니까?
그는 엄청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끕니다. 정확성과 절대로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으로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의 마음을 사로잡고 때로는 과감한 레퍼토리 선정으로 긴장감을 줍니다. 리허설 시간에는 유쾌하게 단원들과 소통하는 동시에 명확하게 음악적인 표현을 요구하여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하나로 만들어내는 데에 큰 도움을 주시는 분입니다.
다채롭게 퍼져나갈 플루트의 숨결
가장 닮고 싶은 과거의 명 플루티스트를 꼽자면 누구입니까?
장 피에르 랑팔(1922~2000)을 오래전부터 존경해 왔습니다. 엄청난 디스코그래피를 보유했고 프랑스 특유의 부드럽고 유연한 음색으로 어린 시절부터 닮고 싶은 음악가였습니다. 또 오랜 기간을 활동하며 연주 해온 플루트 레퍼토리까지 저에게 이상적인 목표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레퍼토리나 연주자로서의 활동이 있다면요?
현대를 살아가는 음악가로서 동시대 음악을 계속 발굴하고 연주하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저에게 헌정된 필립 유렐(1955~)의 플루트 협주곡을 세계 초연하는 값진 경험을 했는데요, 앞으로도 현대 작품을 초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서 임하고 싶습니다.
2024년 하반기의 중요한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영광스럽게도 지난 6월 살로넨으로부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종신단원으로 임명받았습니다. 살로넨은 “지휘자로서 활동한 오랜 커리어 중에 한 단원의 종신 여부를 결정할 때 이번처럼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의견 일치 하에 이뤄진 순조로운 결정은 흔치 않았다”고 하시면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동료들과 즐거운 음악 생활을 이어 나갈 예정이고, 한국에서는 다양한 무대를 통해 찾아뵙겠습니다.
글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사진 목프로덕션
김유빈(1997~)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리옹 고등음악원·파리 고등음악원·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를 졸업했다. ARD 콩쿠르·프라하 봄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23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플루트 수석으로 재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김유빈 플루트 리사이틀
김유빈(플루트), 김도현(피아노)
8월 18일 예술의전당 2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28일 부산문화회관
상캉 플루트 소나티네, 드뷔시 ‘시링크스’, 풀랑크 플루트 소나타 FP164, 뒤티외 소나티네,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FWV.8(편곡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