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연말 공연 모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12월 2일 9:00 오전

SPECIAL PREVIEW

 

2024년 연말 공연 모음

한 해의 마무리는 ‘역시’ 이 공연으로!

 

공연을 아직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가계부에 여가비를 적어 넣지 않았다면, 연말이면 찾아오는 송년 콘서트 중 하나로 공연 감상의 루틴을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나의 벗이여, 우리 만민들아!

#베토벤 ‘합창’ 교향곡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새해를 기준으로 레퍼토리를 기획하는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는 언제나 시즌의 마지막 공연으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준비합니다. 올해도 츠베덴/서울시향, 이병욱/인천시향, 지중배/부천필의 공연으로 이를 감상할 수 있죠.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마지막 4악장 합창의 가사인 실러(1759~1805)의 시는 사실 연말 또는 겨울과 아무런 관계도 없지만, 이것이 단골 레퍼토리가 된 국내 관객에겐 새해를 맞이하기 전 하나의 의식처럼 다가옵니다. ‘벗’ ‘만민’과 함께 ‘환희’를 외치는 가사가 외롭고 쓸쓸한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일까요?

베토벤 ‘합창’ 교향곡은 초연이 된 1824년부터 평화가 필요한 때에, 화합이 필요한 장소에서 연주되곤 했습니다. 한시적으로 연주된 역사를 꼽아보면,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 공연, 같은 해 체코 민주화 기념 공연, 다니엘 바렌보임/서동시집 오케스트라의 2011년 임진각 평화누리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제 국내 음악계에도 연말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기원을 살펴보면 실러가 ‘환희에 부쳐(Ode to Joy)’를 쓴 장소, 독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부터 이어온 연말연시 공연이 대표적입니다. 이밖에 국가적 행사로 시작하여 우리나라보다 일찍 연례행사 ‘합창’을 부르게 된 일본을 빼놓을 수 없죠. 일본의 NHK교향악단이 매년 이 연주를 이끌고 있습니다.

올해 ‘합창’은 보다 풍부해졌습니다. 잉키넨/KBS교향악단과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고잉홈프로젝트’가 ‘합창’ 교향곡 외에도 피아노 협연이 함께하는 ‘합창 환상곡’을 함께 준비했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1808년에 작곡·초연되어 베토벤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습니다. ‘합창’ 교향곡과 선율적 연관성도 있으니, 올해는 두 작품을 함께 듣는 새로움을 느껴 봐도 좋겠습니다.

 

이 음악 어디서 들어봤는데!

#애니메이션 음악 & 오페라·뮤지컬 갈라

여러 장르의 공연에 가봤어도 클래식 음악 공연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 40~50분에 달하는 긴 교향곡은 아직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클래식 음악계는 입문할 수 있는 공연을 꾸준히 마련 중입니다.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음악회도 준비되어 있죠. 특히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을 클래식 음악으로 감상할 수 있는 콘서트가 올해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찾아왔습니다. 이 시기에 듣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음악은 더욱 기대됩니다.

평소 광고·방송에 사용된 여러 오페라 아리아를 감상할 수 있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도 서울시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 아트센터인천 등의 기획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립극장은 올해 서울예술단이 창작·재연한 뮤지컬의 넘버를 모아 갈라 콘서트로 선보일 예정이니, 올해 창작 뮤지컬계의 요약본을 펼치고 싶다면, 국립극장을 방문해 봅시다.

 

 

날 보러 와요

#스타 음악가들의 특별 콘서트

유키 구라모토 ©Stidioj/kim je won

연말이 되면, 가수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연말 콘서트를 준비하여 그들의 팬과 음악을 공유하죠.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자신의 콘서트를 진행해 온 아티스트가 올해도 간판을 걸고, 팬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소프라노 조수미는 동료 성악가, 음악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갈라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도니체티, 벨리니 등의 오페라 아리아는 물론,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같은 기악곡도 감상할 수 있으니, 갖가지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이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이 공연의 게스트로 참여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본인의 단독 콘서트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도 색소포니스트 제이슨 리 등 여러 음악가가 함께 합니다. 이외에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는 올해도 한국을 잊지 않고 방문할 예정입니다.

 

 

내 이름은 미미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크리스마스이브로 한껏 들뜬 파리. 그러나 가난한 예술가가 모인 ‘로돌포’와 친구들의 집은 난로에 넣을 땔감도 없어 춥고 어둡습니다. 한 친구가 추위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가구를 태우려 하자, 시인인 로돌포는 이를 말리며 대신 자신의 (아주 멋진) 원고를 태우자고 합니다. 잠시간의 불을 쬐는 사이, 음악가 친구가 자신이 드디어 돈을 벌었다며 신나게 집에 들어옵니다. 그렇게 친구가 번 돈으로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는 것도 잠시, 집주인이 찾아와 월세는 언제 내느냐 묻습니다. 월세를 낼 만큼의 돈은 없는 예술가 친구들은 집주인에게 와인을 권해 따돌린 후, 이 밤의 2차를 달리기 위해 카페에 가자고 합니다. 로돌포는 정리를 마치고 따라가겠다며 친구들을 먼저 보냅니다.

똑똑. 재봉사 ‘미미’가 촛불을 빌리려고 로돌포를 찾아왔습니다. 여차저차 불을 빌리고 나갔던 미미는 열쇠를 깜빡했다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문을 다시 열자, 훅. 바람에 다락방과 미미의 촛불이 모두 꺼지고 맙니다. 로돌프는 재빨리 열쇠를 주머니에 숨기고 모르는 척 슬쩍 미미의, ‘그대의 찬 손’을 잡습니다. 그리곤 자신을 시인이라 소개하죠. 손을 잡은 상대에게도 소개를 부탁합니다. ‘내 이름은 미미.’

이 젊은 한 쌍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서울시오페라단, MZ오페라단,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이 ‘라 보엠’의 로맨스를 준비했습니다.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이라 그의 명작들이 여럿 올랐는데, 연말을 장식할 그의 작품으로 마지막 ‘푸치니 특수’를 누려보면 어떨까요?

 

 

겨울이면 떠오르는 견과류

#호두까기 인형

광주시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에 가장 인기 있는 공연 예술에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빠질 수 없죠. 발레는 특별한 사전 지식이 없이도 감상할 수 있으며, 화려한 의상과 무대 장치, 멋진 안무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겨울이 찾아오면 예매 홈페이지의 상위 랭크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독차지합니다.

그러나 이 ‘호두까기 인형’이 모두 같은 작품은 아닙니다. 동화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발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안무이죠. 발레단마다 그들 고유의 ‘호두까기 인형’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니, 이를 예매하기 전에 꼭 살펴봐야 합니다.

전국 4개의 지역을 순회하는 유니버설발레단, 그리고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안무를 재현합니다.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함께 작업한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와 그의 조수 레프 이바노프(1834~1901)의 작품이죠. 국립발레단은 볼쇼이발레단을 크게 성장시킨 러시아의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1927~)의 안무를 선택했습니다.

또한 국내 단체가 직접 안무한 ‘호두까기 인형’이 있습니다. 광주시립발레단은 예술감독 박경숙의 안무를, 와이즈발레단은 그들만의 연출이 더해진 안무를 선보입니다. 한편, 올해는 해외 발레단의 내한 ‘호두까기 인형’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무용수와 함께 하는 로열 클래식 발레는 마린스키 발레에서 활동했던 바실리 바이노넨(1901~1964)의 안무로 한국 관객을 찾을 예정입니다. 혹시 이전에 ‘호두까기 인형’을 감상했다면, 올해는 다른 안무의 단체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정년이’, 재밌게 보았다면?

#우리의 소리

올해 많은 이들이 새롭게 발견한 음악은 다름 아닌 우리의 ‘소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드라마 ‘정년이’의 공이 컸죠. 드라마 속 여성국극 장면에서 재미를 느꼈다면, 현실의 소리꾼 음악도 물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때마침 올해는 국립극장 마당놀이 10주년을 맞이하여 ‘마당놀이 모듬전’을 다시 들고 돌아왔으니, 더욱 적기입니다. 마당놀이는 우리 전통의 노래·춤·연희가 모두 더해지는 공연으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TV방송·무대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국립극장은 이를 수용하여 2014~2019년까지 ‘심청이 온다’(2014),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 등의 연말연시 마당놀이를 선보였고, 올해는 이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5년 만에 여러 마당놀이를 모아 하나의 공연으로 꾸몄습니다. 마당놀이 원로 배우인 윤문식·김종엽·김성녀가 직접 54회의 공연을 모두 참여하여 기념한다고 하니, 드라마 ‘정년이’의 종영이 아쉽다면 국립극장으로 향해봅시다. 국립극장은 이밖에도 국립창극단의 ‘송년판소리’ ‘송년음악회-어질더질’도 펼칠 예정입니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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