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손민수, 연주와 교육의 길 위에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7월 1일 9:00 오전

WELCOME 3

 

피아니스트 손민수

연주와 교육의 길 위에서

 

성찰로 쌓아 올린 음악, IMG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손민수는 자신을 지독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길어 올린 해답을 연주로 풀어낸다. 그는 한 작품, 한 작품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며,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자신의 자리를 다져 왔다.

그런 그에게 2022년은 또 다른 의미로 기억될 만한 해였다. 제자 임윤찬이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스타 피아니스트의 스승’으로 대중에게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그러나 외부의 시선과는 별개로, 그는 그해와 다음 해에도 변함없이 자신의 음악적 여정을 묵묵히 이어갔다. 2017년부터 3년간 진행했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프로젝트에 이어,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2022),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2023),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2024)까지, 해마다 새로운 전곡 프로젝트에 몰두하며 음악에 자신을 던져왔다. “작품 속에서 자신을 조금씩 발견해 나가는 경험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배움이자 성장의 시간”이라고 표현하며.

이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덕분일까. 최근 그는 예브게니 키신·머리 페라이어·우치다 미츠코 등이 소속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 IMG 아티스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더 넓고 자유로운 활동을 예고하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오는 7월, 부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앞둔 손민수와 이메일로 대화를 나눴다. 그가 꺼내든 작품은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세 곡(30·31·32번). 그에게 이번 연주의 의미와 앞으로의 활동에 관해 묻고 들었다.

 

베토벤 소나타로 전하는 음악의 본질

부산에서의 독주회에서, 베토벤의 32개 소나타 중 30·31·32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에게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세 곡은, 음악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세계입니다. 마치 평생을 마음과 손으로 붙들고 살아온 무언가처럼 말이죠. 베토벤은 이 세 곡을 이어서 써 내려갔습니다. 각각 독립적인 작품이지만 함께 연주될 때 베토벤의 삶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고 생각했고, 이 세 곡이 이루는 여정 자체를 청중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2017년부터 3년간 진행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이후 다시금 이 작품을 마주하며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예전보다 훨씬 더 내밀한 대화처럼 다가왔습니다. 단지 해석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침묵과 여백,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평온함 같은 것들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작품은 하나의 해석으로 고정되기 어렵고, 그래서인지 제 해석도 연주할 때마다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집니다. 그러는 사이에 아주 조금씩, 그 음악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작곡가의 의도와 연주자의 해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요?

작품 안의 고정된 구조와 달라질 수 있는 요소를 구분하고 감지하는 일은 언제나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 균형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을 끊임없이 조율하며 질서와 자유 사이에 긴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스스로 자주 던지는 질문은 “나는 지금 무엇을 듣고 있는가? 그것은 진짜 음악인가”라는 것입니다. 소리는 귀로 들리지만, 음악은 존재로 느끼는 것이니까요.

 

가르침은 함께 질문하는 일

제자들로부터 배운다고 느낄 때도 있나요?

가르치는 일은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학생을 대하는 저의 태도 역시, 제가 연습하고 연주하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의 연장선에 있어요. 제자들은 저마다 고유한 속도와 결을 따라 성장하고 있기에 그 과정을 언제나 조심스럽게 경외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질문과 음악, 때로는 침묵 속에서도 저 역시 연주자로서 더 깊이 듣고, 더 넓게 느끼며 계속해서 배우고 있죠.

교육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르침은 결국 함께 발견하고 믿어주는 일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에게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좋은 스승이란 그 아름다움이 피어나도록 등불이 되고, 함께 걷는 친구가 되며, 때론 조용히 씨앗을 심는 사람이 아닐까요?

8년간 재직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떠나, 2023년부터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서 관점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저는 늘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주하기 때문에, 문화의 차이보다는 각자가 지닌 삶의 태도와 감수성을 더 깊이 들여다봅니다. 급변하는 기술과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요. 어쩌면 음악은 인간과 자연, 시간과 기억을 잇는 다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는 학생들과 함께 그 다리를 이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IMG 아티스트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앞으로 준비 중인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IMG와 함께하게 되어 설레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선 한국에서는 독주회와 슬로베니안 필하모닉과의 협연이 예정돼 있고, 가을에 포항국제음악제와 함께하게 되어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일본에서 실내악 연주와 독주회 투어, 홍콩에서 협연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가르침과 연습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은 언제나 큰 도전이지만, 동시에 큰 축복입니다.

김강민 기자 사진 목프로덕션

 

손민수(1976~) 뉴잉글랜드 음악원(러셀 셔먼·변화경 사사)에서 공부했고, 부소니·클리블랜드·루빈스타인 등 콩쿠르에서 연이어 수상하였다. 미시간 주립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수를 역임, 현재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재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손민수 피아노 독주회

7월 5일 오후 5시 부산콘서트홀 콘서트홀

 

손민수·임윤찬 듀오 리사이틀

7월 12~15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외

 

슬로베니안 필하모닉(협연 손민수)

11월 20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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